낮은목소리에귀기울이는비평
동시의오늘을새로그리는김준현첫평론집
201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한이후시와동시,소설과평론을넘나들며꾸준히활동을이어온김준현의첫평론집이출간되었다.동시창작자이자동시평론가로서어린이의세계를오래골몰해온저자는이책에서동시를‘어린이를위한장르’로만한정하지않고,언어와세계가새롭게관계맺는현장으로바라본다.상대적으로비평이활발하지않았던동시문학의자리에서,김준현의평론은동시의현장을가장가까이에서바라보며지금,여기의동시를성실하게기록하고질문하는작업이다.
『낮은음자리의어린이』를관통하는문제의식은분명하다.동시는오늘의어린이와어떻게만나고있는가,우리는어린이의목소리를어떤높이와거리에서듣고있는가.저자는언어를처음배우는순간의경이로움에서출발해,동시가어린이에게어떤말의가능성을열어주는지,또그말들이어떻게세계를다시감각하게만드는지를차분히짚어나간다.동시쓰기는“동(同)세대를대변하는언어가아닌,타자의언어를자신의의향대로구사해나가기위해배우고경험하는단계에있는어린이들을위한언어로말하는일”이며(「우리의한계와경계를인정할시점」),그렇기에동시는대상과동일한눈높이에서만들을수있는목소리를보존하려는마음과가장깊이공명하는장르라는인식이이평론집의출발점이다.(「시공간을넘나들기」)
김준현의평론은어린이를‘이해할수없는타자’로남겨두지않는다.오히려아직말의모양이완전히결정되지않은존재로존중하며,그들이서있는자리에서언어를다시사유하려한다.그는어린이의목소리가소음으로치부되기쉬운현실을짚으며,사회적주체로서발화의자율성을인정받는어른의언어와대비되는어린이의위치를성찰한다.“자기삶을이끌어가기위한실질적행위를담보하는이가어른”이되는현실,그가운데“자기삶의주체임에도(……)어린이는어쩔수없이대상의자리에머무를수밖에없다”는인식(「동시의현장성」)속에서,동시는점차낮아지는어린이의목소리를다시불러오는하나의방식이된다는믿음이이책에담겨있다.
동시를읽고쓰는일의윤리와기쁨
새로운시대의감수성을담아읽어낸동시의미래
『낮은음자리의어린이』는총3부로구성되어있다.1부에는동시대동시가어린이의현실과어떻게연결되고있는지를살핀글들을모았다.동시의현장성,어린이개념,시간성과시공간의문제,청소년과청소년시의관계등지금의동시가마주한핵심쟁점들이담겨있다.저자는가능한한‘어린이의편’에서서세계를감각하고,동시가오늘의어린이와어떻게대화할수있을지를모색한다.이는동시를둘러싼담론을갱신하려는시도이자,어린이독자를향한신중하고도책임있는응답이다.
김준현의평론은기존의동시담론을단절하지않는다.선행논의를성실히경유하면서도,그동안충분히답해지지못했던질문들을다시꺼내놓는다.특히청소년과청소년시를다룬그의글은동시논의의외곽에머물러있던영역을중심으로끌어들인다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김준현은청소년시를“혼잣말보다는어떤절실한대화에가까운것”으로바라보며,그대화의상대로서청소년시가자리할수있으려면“청소년들이살아가고있는삶과태도에대한오랜응시”가전제되어야한다고말한다.(「청소년과청소년시를잇는힘」)창작자의내면에서질문과고민이거듭될수록,동시와청소년시가말하는현실과실제어린이?청소년의삶이공명하는지점또한풍부해질것이며,그렇게형성된고유한목소리자체가하나의작품으로인식될수있음을설득력있게제시한다.
2부는작가론과동시집해설로이루어져있다.오규원,문현식,임복순등우리동시의중요한흐름을형성해온시인들에대한논의를통해,현장성을담보하는동시의계보를재확인하는한편,이안,유강희,김성민,남은우,권기덕등의동시집을해설하며각작품이지닌문제의식과미학적성취를짚는다.저자가예리한안목으로신중하게선택한작품과인용을통해동시의다양한결을자연스럽게접하게될것이다.
3부에는동시집서평을모았다.서평이라는형식안에서저자는좋아하는작품과적절한거리를유지하려애쓰며,비평이지녀야할밀도와긴장을스스로에게묻는다.동시에좋은동시가어린이독자와만나는순간을상상하는기쁨을숨기지않는다.이책은몇년간여러지면과현장,서신과대화속에서동시를통해나눈이야기들의한단면이기도하다.
『낮은음자리의어린이』는우리동시현장을점검하며동시비평의빈자리를메우는동시에,동시를읽는새로운감각을제안하는책이다.동시를쓰고읽고가르치는이들,그리고어린이목소리의명랑함이면에깔린말들에귀기울이고싶어‘낮은음자리에서수런거리는’독자들에게이책은믿을만한동반자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