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쫓는 소년

책을 뒤쫓는 소년

$13.13
Description
“책을 찾아, 책을!”
수상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
흥미진진한 기담 속에서 책의 의미를 추적하다
우리 고전을 바탕으로 정갈하고도 성찰적인 소설을 창작해 온 중견 작가 설흔이 색다른 소설을 내놓았다. 『책을 뒤쫓는 소년』은 황당하고 괴이하고 때로는 뭉클한 기담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열일곱 소년이 심상치 않은 냄새를 좇아 길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모험을 담고 있다. 소년이 가는 곳마다 수상한 사람들과 책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가까스로 손에 넣은 책에는 저마다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판타지 공간의 묘한 분위기가 고전 설화집 『요재지이』를 연상시킨다.

기이한 사건으로 가득한 여행길은 그 자체로 책의 의미와 가치를 추적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책을 찢고, 태우고, 섞어 읽고, 게걸스레 수집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책이란 무엇이며, 왜 책을 읽는지 되묻게 된다. 각종 필독서와 정전주의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할 청소년들에게는 책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저자

설흔

서울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심리학과에서공부했다.지은책으로『소년,아란타로가다』『살아있는귀신』『우정지속의법칙』『연암이나를구하러왔다』등이있다.『멋지기때문에놀러왔지』로제1회창비청소년도서상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
1장.섭구씨와의만남
2장.첫번째책:《사람이반드시지켜야할올바른행실》
3장.두번째책:《호동시집》
4장.세번째책:《정숙한여인이지켜야할오백한가지기본예절》
5장.네번째책:《소설중독자의일기》
6장.다섯번째책:《농담》
7장.여섯번째책:《빛과어둠의제국》
8장.홍선생의도서관
9장.두번째책을위한여행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책을씨와섭구씨,기이한여행을떠나다

시작부터흥미진진하다.프롤로그에서는만화를통해이야기의배경을알린다.어느날헌책방에군밤장수가찾아와군밤봉투를사라고권한다.군밤도아니고군밤봉투를?하지만봉투가예사롭지않다고느낀주인은모두사들인뒤,원형을복원한다.
그랬더니《책을씨와섭구씨의기이한책여행》이란책이나타났다.이어지는이야기는바로이책에담긴여행담이다.유일한가족인할아버지를잃고망연자실해있는책을씨앞에갑자기나타난섭구씨.이신비로운여인을따라여행길에오른책을씨는모두여섯개마을에들러여섯권의책을찾아낸다.
그런데그책들은저마다남다른사연을간직하고있다.사람들의새끼손가락을앗아가기도하고(《사람이반드시지켜야할올바른행실》),평온했던마을을발칵뒤집어놓기도하며(《농담》),20년마다나타나황제를분노케하기도한다(《빛과어둠의제국》).
책의주인들또한수상하긴마찬가지이다.평생쓴시집을불태우는가하면(《호동시집》),소설에미친나머지여러소설을마구섞어읽기도한다(《소설중독자의일기》).
책을씨와섭구씨는이기묘한사람들속에서무사히책을찾아낼수있을까?몸싸움도불사하는혈기왕성한책을씨와,냉철하고호탕한섭구씨의분투기가화려하게펼쳐진다.그런데여행내내책을씨의머릿속을떠나지않는의문이하나있다.섭구씨는대체누구일까?

알레고리로가득한이야기
기담,혹은책의문화사

겉으로보기엔흥미진진한기담이지만,『책을뒤쫓는소년』은사실곳곳에알레고리와상징,은유가가득하다.책을씨앞에나타난섭구씨는책을‘쓰러’가자고제안한다.제국곳곳의마을에들러책을찾는과정을두고책을쓰는일이라고하는것이다.왜섭구씨는경험을책이라말할까?
왜책을몸으로쓴다고말할까?섭구씨의존재또한그자체로하나의은유이다.섭구씨는왜갑작스레나타나책을씨를기꺼이도울까?왜섭구씨는하나가아니라여럿이며매번같지만다를까?책을씨는여행의끝에문득이런느낌에다다른다.‘어쩌면섭구씨는한권의책이아닐까?’
각마을에서마주치는책들또한하나의비유로읽을수있다.시답지않은농담으로권력자의심기를불편하게하는책,예를강조하며여성들의목숨을위협하는책,경전만못하다며‘소설나부랭이’라고홀대받는책등,『책을뒤쫓는소년』에등장하는여러책은우리가알고있는어떤책을떠올리게한다.
작가는친절하게도작품속인물의입을빌려,각장이끝날때마다그장에언급된책의역사적모티프에대해살짝설명해놓았다.예컨대《호동시집》에덧붙여조선의문장가이언진의「호동거실」과박지원의『열하일기』를소개하는식이다.
이런설명과함께읽으면『책을뒤쫓는소년』은재밌는기담을넘어그자체로조선시대책의문화사가된다.

가벼운이야기,묵직한질문
우리에게책이란무엇일까?
사실문제는책이아니라그책을읽는사람일수도있다.같은책도누가,어떻게읽느냐에따라쓰레기가될수도있고,보물이될수도있다.사람을겁박할수도있고,위태로운목숨을살릴수도있다.『책을뒤쫓는소년』은순기능부터부작용까지,책이가진여러면모를거침없이드러낸다.
다읽고나면묵직한질문이하나남는다.우리는어떤책을,어떻게읽어야할까?각종필독서와추천도서,그리고정전주의에대한은근한압박까지,책의무게를본격적으로느끼기시작할청소년들에게는청량감을줄수있겠다.
가볍게읽고나면,어깨를누르는책의부담감에서벗어나책을좀더주체적으로대할수있을것이다.

이마을엔무언가가빠져있었다.그림자없는사람처럼,귀없는토끼처럼마을이라면당연히있어야할무언가가존재하지않았다.나는얼뜨기가되어한참을두리번거리다가비로소깨달았다.개가한마리도없네._43면

급박한발소리가들렸다.여인이뛰어들어와아들을안았다.아들은여인을거세게뿌리치고아버지를똑바로보며아무도이해못할문장을기침과함께외우고또외웠다.섭구씨가외쳤다.“책을씨,아직못찾았어?”_149면

“이럴땐차라리코가없었으면좋겠어.돼지고기썩는것같은냄새가너무심해서도저히견딜수없을지경이야.아니지.그렇게말하면착하고귀여운돼지들에게실례가되겠지.책을씨,불쌍한돼지를모욕하느니차라리이렇게말할래.이마을에선제국이라는이름의거대한시체를짚속에묻고푹푹삭힌냄새가나.”_19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