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날들 (감옥의 아버지와 주고받은 10년 동안의 편지 | 수학자 안재구 가족 서간집)

봄을 기다리는 날들 (감옥의 아버지와 주고받은 10년 동안의 편지 | 수학자 안재구 가족 서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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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버지,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한 달에 한 통, 편지에 적어 보낸 애틋한 마음
한 가족의 추억이자 우리 현대사가 담긴 편지들
아버지가 체포되었다. 추석날 저녁, 학교에 다녀오리라던 아버지는 그 길로 10여 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집에 남은 사람은 엄마와 네 남매. 초등학생, 중학생인 아이들은 느닷없는 이별과 변화 앞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봄을 기다리는 날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79년에 투옥된 고 안재구 선생이 가족들과 나눈 편지를 모은 책이다. 안재구 선생의 둘째 딸인 작가 안소영이, 10여 년 동안 오갔던 총 640여 통의 편지 중 130여 통을 선별해 묶었다. 아버지와 엄마, 네 아이에 조부모까지 모두 8명이 주고받은 희망과 위로의 말들이 실렸다. 사형 선고에 타들어 가는 마음, 형 확정 후 긴 이별에 적응해 가는 과정, 아버지의 부재 속에 보내는 학창 시절, 그리고 양심수 석방 운동까지, 시대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간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10년이 오롯이 담겼다. 그런 점에서 이 편지들은 매우 사적인 기록인 동시에 우리 현대사의 일면을 드러내는 생생한 사료이다.
옥중 서간집은 흔히 옥에 갇힌 사람이 중심이지만, 이 책에서 더욱 눈에 띄는 사람은 바깥에 있는 아이들이다. 혼란과 역경 속에서도 올곧게 성장하고자 애쓰는 10대 청소년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

안재구

수학자,통일운동가.1933년에밀양에서태어나열세살때8·15광복을맞이했다.1952년에경북대학교수학과에입학하여1970년에이학박사학위를받았다.모교에서수학과교수로학생들을가르치면서미분기하학등에관한논문을다수발표하고국내최초영문수학학술지인『경북수학저널』을지속적으로펴냈다.
국제적으로도수학자로서이름을알렸으나,1976년에‘국가관미확립’‘학생운동에동정적’이라는이유로대학에서해직되었다.이후숙명여대교수로재직중1979년에박정희유신독재에맞서투쟁했던이른바‘남민전’사건으로체포되었다.1심에서사형선고를받았으나세계수학자들의탄원으로2심에서무기징역으로감형되었다.1988년가석방될때까지약10년간옥고를치렀다.석방된뒤에도민주주의와통일을위해애쓰다2020년7월세상을떠났다.저서로회고록『할배,왜놈소는조선소랑우는것도다른강?』『끝나지않은길』외에다수의수학책이있다.
아내장수향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공동의장을지냈으며,부부사이에소정,세민,소영,영민의사남매를두었다.

목차

들어가며.편지를읽을독자들께

1장.아버지,그동안안녕하셨어요?(1979년10월~1981년2월)
2장.일기예보가나오면전주날씨를꼭본답니다(1981년3월~1983년2월)
3장.벌레울음에도가을이스며드나봐요(1983년3월~1986년2월)
4장.우리는이역사적변동을조용히응시할것이오(1986년3월~1988년12월)

나오며.편지,시간이다시데려다놓은자리

출판사 서평

초등학생이대학생이되기까지
편지로남은10대들의성장기록

샘솟는그리움을안고
세상과사람을이해하고자애쓴시간들

『봄을기다리는날들』의엮은이이자편지에등장하는둘째딸,안소영은『다산의아버님께』『시인동주』등을쓴작가이다.작가는변화나환란에맞닥뜨린역사속인물들을추적해그내면을탐구하는작품을주로쓴다.이런작품경향은작가의어린시절과무관하지않다.작가의가족역시,민주화운동을하던아버지가체포되면서시대적변화와혼란앞에마주서야했다.
작가의아버지는통일운동가이자‘사형수가된수학자’로널리알려진고안재구교수이다.안재구교수는유신독재에맞서투쟁했던이른바‘남민전’사건으로1979년에체포된뒤,약10년동안기약없는옥살이를해야했다.당시안소영작가는초등학교6학년.그때부터대학생이될때까지학창시절내내아버지와편지를주고받으며마음을나누었다.한달에한번,아버지에게편지가오면가족들과머리를맞대고앉아두세번씩읽었고,답장을쓸때면온가족의안부를함께적어보냈다.편지는아버지의빈자리를넉넉히채워주었고그리움을달래주었다.친한친구에게조차할수없었던이야기를오직편지지에털어놓던그시절이,작가에게는일종의‘습작기’였던셈이다.

『봄을기다리는날들』에는둘째딸소영외에다른세남매의편지,엄마와할머니할아버지의편지까지온가족의편지가등장한다.통절한슬픔속에서도정갈함을잃지않는할머니,‘샛별같은사남매’생각에잠못이루는애달픈아비의정,갑작스럽게닥친생활고속에서구명운동에도나서는고단한엄마의일상,그나름대로세상을이해하려애쓰면서아버지가기뻐할만한이야기를찾아적는아이들의모습이고루담겨있다.
여러사람이각자의자리에서펼쳐놓는이야기들은한시대를다양한각도와시점에서이해하게한다.독재와민주화라는거대한역사의물결에휩쓸려야했던사람들이자신의방식대로살아나간이야기가담겼다는점에서이편지들은단지한가족,한시절을기록한소박한추억담일뿐만아니라,우리현대사를인간적인관점에서담아낸귀한사료라고할수있다.

깊은슬픔으로시작해기나긴이별을견디고
다시희망을모색하기까지
시간의흐름에따라달라지는편지의빛깔

『봄을기다리는날들』은아이들의시간을중심으로,크게4개장으로나뉜다.
1장은아버지의투옥부터재판과정,그리고구명운동을거쳐확정판결까지의급박한시간의이야기가담겼다.사형선고에서무기징역으로감형되는과정속에서동분서주하는가족들의모습이처연하다.“절벽에서굴러떨어진듯한”고통을호소하는어른들의편지와,아직은천진한아이들의편지가교차되어더욱애잔함을자아낸다.
2장은기약없는이별에조금씩적응해가는시기의편지들이다.이제구치소가아니라교도소로보내는편지속에서아이들은좀더의젓해지려애쓰고,어른들은생활의변화를실감하고생계대책을마련해가면서편지로나마가족의정을전하고자애쓴다.
3장은둘째딸소영의고등학교시절로,발랄한문학소녀소영과아버지의편지가집중되어있다.입시공부에시달리면서도섬세한감각으로계절의변화를포착하고,소설의감상을전하고,인생과자아를질문하는여고생의편지와,그에답하는아버지의살뜰한편지가바깥의고통마저잊게한다.마냥어리게만보였던아이들이한결성숙해가는모습또한선명해시간의흐름을실감하게한다.
4장은87년6월민주항쟁을전후로,사회적으로민주화의물결이요동치고그에따라아버지의석방운동이본격화되는역동적인시기를다루고있다.대학생이되어고민은더욱깊어지지만,분명한변화속에서자신감을되찾고희망을모색하는모습에서우리사회의역사적변화가생생하게다가온다.

크고도너른사랑,
역경속에서만들어낸‘다정한시절’

“뒤에오는사람을생각하라”
다음세대에게전하고픈축복과격려

40여년만에옛편지들을다시묶으며,안소영작가는그시절이가족들에게참으로‘다정한시절’이었다고회고한다.세상은엄혹했으나,아버지와어머니의“크고도너른사랑에기대어보낸”날들이었기때문이다.그리고서로를염려하고위로하는마음이닿아있다면,아이들은언제어디서든꿋꿋이자랄수있다고말한다.그런마음으로옛편지들을특히청소년독자를생각하며엮었다.“뒤에오는사람을생각하라.”라던아버지의말씀처럼,다음세대에게그무한한축복과격려를전하고자한다.
종이위에꾹꾹눌러쓴손편지의감성이,이메일에익숙한오늘의청소년에게새롭게다가갈수있겠다.편지곳곳에찍힌검열도장은그시절의분위기를간접적으로보여준다.서슬퍼런교도소의검열에가로막혀,혹은가족의마음을아프게하지않으려는‘자기검열’때문에편지에미처담지못한이야기는무엇이었을지상상하며읽는다면더욱공감대가커질것이다.지금부모님의어린시절,40여년전의청소년들을만나볼좋은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