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어떻게오늘에이르렀을까
현대사를통해인식하는우리의지금
한국현대사는논쟁의여지가많다는이유로청소년들과이야기하기에조심스러운주제로여겨지고는한다.그러나지금의한국사회를명확하게인식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현대사를제대로아는것이필요하다.이책이한국현대사의주요지점을짚어보며민주주의에관한논의를시작하는이유다.
1960~70년대,권위주의정부하에서이루어진경제성장이어떤빛과그림자를남겼는지,남과북으로분단된체제로인해빚어진극단적인이념갈등이우리사회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깨닫고나면오늘날한국사회가왜이처럼양극화되어대립하는지그맥락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군사쿠데타로집권한세력이행사한국가폭력이시민들에게남긴상처를돌아보고,엄혹한시절독재에저항하며이루어낸1987년의민주주의가얼마나값진성취였는지인식하고나면우리에게주어진오늘이새로운감각으로다가온다.한편,이책은1997년IMF금융위기이후본격화된신자유주의가남긴각자도생과능력주의,세월호참사이후시민들이국가를향해던진여러질문을들여다보며,사람이사람답게살수있는‘실질적인민주주의’를어떻게이룰수있는지,우리가함께생각해봐야할과제들로독자들을이끈다.
세월호참사가남긴역사적교훈은민주주의란우리손으로대표를뽑는데서그치는것이아니라는점이에요.민주화를외쳤던1987년에는우선대통령직선제등의선거민주주의확립이급선무였죠.하지만세월호참사,그리고이후나타난국가의대응은국가가시민의목소리를저절로듣는것이아니라,듣게만들어야일이진행된다는것을깨닫게했어요.(66~67면)
여러논쟁적인주제를균형있게다루기위해저자는‘보이텔스바흐합의’의세원칙에기대어책을구성했다.첫째,스스로생각할권리가있는청소년독자들에게저자의관점을강압적으로주입하지않고자했다.둘째,저자의신념과다른입장도소개하며논쟁적인이슈를단순화하지않으려했다.셋째,청소년들각자가처한사회·경제적위치와이해관계를존중하며각자가다르게내리는평가를존중하고자했다.이를위해이책은선생님과세명의청소년이나누는가상의대화형식으로내용을풀어나간다.다양한관점을대변하고대화를풍성하게만드는청소년들의목소리를통해독자들은공감하고반박하며자신만의생각을확장해나갈수있을것이다.
국가보다사회가먼저라는생각이지닌힘
민주주의라는제도와시민참여에대해이해하기
이책은중학교사회교과서와고등학교정치교과서에서다루는‘민주주의와시민’‘정치과정과시민참여’‘민주국가의정부형태’등의주제를포괄하며관련개념을들여다본다.나아가‘국가란무엇인가?’질문하며그역할과책임을생각해보고,이상과현실을짚어본다.민주주의국가가실제로운영되는데있어서주요한원리와공적기관들의역할에대해살피면서,교과서속개념에서한발더나아가민주주의를고민해보게만든다.
저자는국민들이국가를구성했다는생각인‘사회계약설’이지닌힘을강조한다.국가를당연하게주어진것이아니라시민들이만들어나가는것으로감각할수있기때문이다.저자는우리가여전히헌법개정등의방식으로‘사회계약’을수정하고갱신해나가고있음을짚는다.“지금우리‘사회’에필요한국가의기능은무엇인지,어떤기본권을신장해야하는지,정부는어떻게구성해야하는지등에대해비폭력적으로함께논의하고현재의국가를더나은국가로만들어”(150면)가야하는시민의역할을되새기게한다.
한편,이책은‘독재자’를향한흔한착각과잘못된기대를반박하며,민주주의의성과에대한실망이권위주의에대한선호로이어져서는곤란하다고이야기한다.“역사적으로독재자는전능한존재처럼갑자기나타나국가를장악하지않았다”(185면)는점을환기하며,때로의사결정이느리고혼란스럽더라도민주주의만이우리에게진정한자유를주고,우리가원하는꿈을꿀수있는공간을마련하는정치체제임을강조한다.
당연한민주주의도,완벽한민주주의도없다!
제도의빈틈을메우는시민들의마음
세상에완벽한제도란없다.민주주의또한마찬가지다.제도는미래의모든상황을예상하지못하고,당연하게도빈틈이있기마련이다.그빈틈을메우는것도,빈틈을파고들어사익을취하는것도모두시민들각자가행하는일이다.저자는“어떤제도든실제운영과결과는그것을이해하고운영하는사람의마음에달려있다”(259면)는점을짚는다.제도를정비하는것도필요하지만더중요한것은시민들의마음이라고강조한다.
한국사회는짧은시간동안에역동적인변화를경험하며성장해왔다.오늘을함께살아가는동료시민중누군가는전쟁이끝난폐허에서끼니를걱정하며청소년기를보냈다.또다른누군가는권위주의체제하에서국가폭력을겪으며,또누군가는IMF금융위기가남긴절망속에서각자도생을고민하며청소년기를보냈다.그리고누군가는세월호참사를경험하며국민의안전을책임지지않는국가에실망했고,누군가는기후위기라는압도적인과제를마주하며무기력을느끼고있다.서로다른경험과감정,생각들이녹아있는우리들은지금이순간대한민국에서벌어지는일들을결코동일하게해석할수없을것이다.
그렇기에지금,민주주의가필요하다.각자가원하는것이무엇인지자신의생각이무엇인지충분히말한다음,그것들을모아서최선의길을모색할때비로소우리는‘공익’이무엇인지알고,그길을향해나아갈수있기때문이다.다만,각자의목소리를낼때스스로정보의편향에빠져있지는않은지점검하고,“나와생각이다른사람을혐오하거나조롱하지않고,그들이걸어온길을존중하면서도,선을넘는행동에는타협하지않는마음의힘을기르는것이중요”(276면)하다고이책은말한다.지금,모든세대의동료시민들과함께민주주의이야기를시작해보자.
우리는어떤모습으로든서로조금씩다달라요.그런차이들가운데무엇이여러분을가장잘설명할까요?성별일까요,세대일까요,출신지역일까요,장애일까요?이질문에답할필요는없어요.오히려이렇게접근해봅시다.혹시‘무엇이나를가장잘설명하는가.’라는가정자체가잘못되었다는생각은안드나요?(···)여러분한사람한사람은특정한성별로,세대로,지역으로,장애여부로결정되지않아요.그중하나로결정된다면그건더이상구체적인사람이아니라관념일뿐이겠죠.깔끔하게단순화된정체성은우리의마음을편안하게만들지만한편으로는편견과배타성을강화하는심리로작용해요.이때차이는쉽게차별이되죠.(90~91면)
여러분에게당부하고싶어요.진실은우리의관점보다훨씬더복잡하고,우리의편견보다훨씬더자유롭다는것을요.차별받는대상을위해서만이아니라여러분자신을위해서도기억할필요가있어요.(91~9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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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얘기를다시끄집어내봅니다.97년에미국에서‘시민들의정치참여’라는주제로다큐멘터리를제작할때였습니다.제가만난워싱턴의한시민단체의대표는자신의손톱을보여주며말하더군요.“이매니큐어의값을정하는게뭘까요?바로시장을통제할수있는정치입니다.”그리고그시민단체의현장활동가는플로리다의아스팔트를녹이는엄청난더위속에서만삭의몸으로주의회와주정부청사를드나들며기업들의로비활동을모니터하고있었습니다.그런데한번생각을해보지요.그들이그렇게해서지켜낸민주주의도트럼프의등장으로위기를맞았습니다.저자가책에서말하고있는‘연성독재화’나‘제도적민주주의의약화’라는표현이너무순하다싶은느낌이들정도로말이지요.그런가하면우리는어떨까요?세월호참사에이은박근혜정부의몰락(저는두사건이연결돼있다고주장하는쪽입니다)과촛불혁명으로우리의민주주의는그래도탄탄하다고믿었지만,2024년말의계엄령으로아예‘강성독재화’와‘제도적민주주의의붕괴’를목전에두는상황까지갔으니더말할나위가없지요.그렇게민주주의는강인하면서도의외로취약합니다.결국우리의민주주의가취약해졌을때이를강인하게지켜내는것은시민들이고,그시민의현재와미래가젊은세대들입니다.요즘은젊은세대의우경화를걱정하는소리도있던데,그래서더찬찬히읽어봐야할책입니다.그렇다고해서저는너무큰걱정을안고이책을읽진않았습니다.우리만큼이책이추구하는민주주의를이미몸으로실천해낸시민들도없으니까요.다만,저자도의도했듯이혹시우리에게‘빈틈’이있다면이책은그틈을메워주는것이무엇인가를독자여러분께제안할것입니다.아,우리가어렸을때배운,댐의구멍을팔뚝으로막았다는네덜란드소년의일화처럼,그틈도내버려두면결국큰붕괴로이어질수도있겠습니다.이책과함께민주주의에관한이야기를시작해보시길권합니다.
손석희(언론인)
저자와청소년들과함께민주주의현장학습을다녀온기분입니다.민주주의는‘목소리를듣는제도’라는저자의정의대로여러청소년의의견과질문이새소리처럼툭툭치고나와서지루할틈이없네요.청소년들이궁금해할만한이야기,동료시민모두가함께나누면좋을만한이야기가이책속에담겨있습니다.한국민주주의를일궈온존재들의눈물,숨결,외침을한눈에꿰어놓으니마치나무의생장에관한다큐멘터리를본듯마음이웅장해집니다.뿌리부터잎맥까지놓치지않게끔인식의빈틈을메워주는세심함까지.경쟁과혐오로얼룩진‘민주적마음’을닦아주는책입니다.
은유(르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