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덕 - 창비청소년문학 61

뺑덕 - 창비청소년문학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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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유안

저자:배유안

부산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중·고등학교에서국어를가르쳤다.한글창제를소재로한역사동화『초정리편지』로제10회창비‘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에서창작부문대상을받았다.지은책으로는청소년소설『창경궁동무』『스프링벅』,동화『화룡소의비구름』『콩하나면되겠니?』『분황사우물에는용이산다』『서라벌의꿈』,어린이교양서『다알지만잘모르는11가지한글이야기』『할머니,왜하필열두동물이에요?』와그림책『아홉형제용이나가신다』등이있다.

목차

1.가출
2.바다
3.뺑덕어미
4.진주
5.파도
6.주막
7.청이와귀덕이
8.어미
9.심봉사
10.공양미삼백석
11.땡중
12.기적
13.나의바다

출판사 서평

발칙하고당돌한불효자뺑덕이나가신다!
『초정리편지』『스프링벅』배유안작가의『심청전』비틀어보기

배유안장편소설『뺑덕』이창비청소년문학시리즈61권으로출간되었다.스테디셀러『초정리편지』와청소년소설『스프링벅』등을통해간결한문체와빛나는상상력을선보이며작가적개성을다져온배유안이이번에는『심청전』의주?조연들을빌려와가족과효이야기를새롭게펼쳐보인다.작가배유안은‘의뭉스러운악녀’의대명사로우리에게익숙한‘뺑덕어미’라는인물을주목했다.그녀의아들‘뺑덕’(병덕)이정말로존재했으리라는참신한발상을바탕에두고막힘없이이야기를풀어낸다.특히주인공병덕이자신을버린어머니를향해느끼는애증과그러한유감을딛고성장해가는모습이공감가게그려진다.아들을빼앗긴슬픔을가슴에묻은채괴팍하게한세월을살아내는뺑덕어미의모습또한밉살스러우면서도동정이가고묘한생명력을뿜어낸다.매끄러운서사속에뛰어난해학과골계미를담아낸『뺑덕』은‘효녀심청’으로대표되는효의가치와가족의소중함을지금현실에비추어볼수있게끔한작품이다.

『심청전』어디에도뺑덕어미만있고뺑덕이는없다.하지만나는그아이이야기를해야했다.이제심봉사가아니라뺑덕이와우리들이눈을뜨는이야기를하고싶었다.―「작가의말」중에서

열다섯살의뺑덕,‘나쁜’어머니를찾아가출을결심하다
동네에서‘뺑덕’이라는이름으로통하는병덕은남동생이태어나면서자신의생모가따로있다는것을알게된다.하지만병덕은이내그사실을떨쳐내려애쓰는데,행실이나빴다는어미의존재가고통스러웠기때문이다.아버지가돌아가신뒤새어머니의서슬퍼런눈빛을견디다못한어느날,병덕은“제어미사는동네가어디예요?”(15면)하고불쑥묻고만다.새어머니는이말을병덕이집을나가겠다는신호로받아들이고,결국병덕은열다섯살에집을떠나뱃사람으로서새삶을시작한다.그러나함께뱃일을하는친구강재는병덕에게어머니를찾아갈것을끈질기게설득한다.강재가불의의사고로세상을뜬후병덕은마침내그토록잊고싶던어머니,즉‘뺑덕어미’를찾아나선다.물어물어도착한곳은어느허름한주막,병덕은묵어가는손님으로가장한채어머니를만난다.어머니는과연어떤사람일까?병덕은꽁꽁얼어붙은마음을녹일수있을까?

번득이는상상력으로빚어낸‘뺑덕전’다시쓰는가족과효이야기
이작품은기존『심청전』에서그려지지않았던‘뺑덕’이라는인물을창조하고그와어머니의관계를역동적으로엮어냄으로써효의가치를현대적으로재해석한다.특히청소년이품는‘정말우리엄마맞아?’와같은보편적고민이나불만,가족에대한부끄러움의감정을실감나는이야기로구체화했다.
주인공병덕은생모가자신을버렸음을알게된후분한마음을주먹질로해소하며동네의천덕꾸러기가되었다.어머니를한번만나보고싶으면서도찾아갈엄두를내지못하고,어렵게어머니를마주한뒤에도험상궂고괄괄한겉모습에못내실망한다.그러나주막에머무는동안병덕은,가난한여성으로서모진세상을헤쳐나가야했던어머니의삶을조금씩접하면서이해하게된다.

나는갑자기울컥하며맥이탁풀렸다.아들이라는말에앞뒤가없어지는여자,뺑덕없이도내처뺑덕어미로불리는여자.그뺑덕이나라고하면어미는어떤표정이될까?
어미는패악을부리고악다구니를퍼부어도철저히약자였다.가막동에살때온동네아이들코피를터뜨리고다녔어도끝내는내가약자였던것처럼.?본문(194면)중에서

병덕이해묵은외로움과원망을떨쳐내고어른으로발돋움하는모습은독자에게용기와희망을전한다.그리고“제몸팔아아비눈뜨라고하는것만효도가아니다.”(190면)라는주모할머니의말에서드러나듯작가배유안은오늘날효의가치와가족의의미를새로이묻는다.비록궁박하거나누천할지언정자신의뿌리를떳떳하게받아들일때진정으로자기자신을긍정하고사랑할수있다는점을설득력있게그려낸것또한이작품의미덕이다.
“보답같은거아니야.다만아버지를사랑할뿐이야.”용기있는여성심청의새로운모습을그리다
작가배유안은『뺑덕』에서다양한인간군상을포착하고,외롭다고여기는순간에도누군가곁에있음을일깨운다.병덕과함께하는뱃사람들은겉보기에는거칠고우악스러우나,바다의요사스러운변덕을순리대로견뎌내며병덕의아픔까지보듬는아량을지녔다.병덕과어려서부터한동네에살았고뱃일도같이하는강재는부모없이누나와둘이살아온자신의한스러운사연을들려주며병덕의행복을진심으로기원한다.
심청의모습또한색다르다.청이는“다만아버지를사랑할뿐이야.”(154면)라면서도막상인당수에빠질날이가까워오자“사실은나도무서워.”(161면)라고고백한다.이는심청이라는인물을가부장제하에서‘효’를수호하는지고지순한딸로서가아니라,누군가를사랑하기때문에모든것을바칠수있는용기있는여성으로서다시바라보게끔한다.그런의미에서“아버지도눈을뜨고나도살지모르잖아.”(153면)라는청이의말은함축적이다.타인을위해자신의것을내어주면결국더큰것을얻게되리라는보편적사랑과헌신에대한믿음을전하기때문이다.
배유안장편소설『뺑덕』은단순히『심청전』을패러디한작품이아니다.외려『심청전』과상호텍스트성을띤독특한‘뺑덕전’으로서독자에게다가간다.뺑덕과뺑덕어미도청이와심봉사처럼해피엔딩을맞을까?그답은오늘날에도가족이라는울타리안에서울고웃는독자들이새롭게써내려가달라고,작가는마지막마침표를독자의몫으로남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