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민

어느 날 난민

$14.17
저자

표명희
2001년단편소설「야경」으로『창작과비평』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문단에나왔다.펴낸책으로소설집『3번출구』『하우스메이트』,장편소설『오프로드다이어리』『황금광시대』가있다.서울문화재단신진작가발굴지원금(2004),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창작활동지원금(2011)등을받았다.





목차

깃발을꽂다
정거장에서
알라후아크바르
난데없는난민센터
유령도시,미래도시
명예살인
지구꼭대기에올라선기분
영어캠프가끝나고
그들도우리처럼
어린시위꾼
내아버지는……
엄마와누나사이
1호난민
침묵하는가족
별난동거
흑인여자,백인남자
슬픈표정에도등급이있다면
한글첫걸음수업
고향의맛
포커페이스
말을잃고쓰다


제발그만좀해!
꿈은이루어진다
맹그로브숲에서
선물
나머지공부
재회
진짜난민이될거야
파티,베일을벗다
천국행티켓
혹독한퍼포먼스
이정표를따라걷다
외출
난민인정1호
딴데가지마
셰에라자드
자리다툼
뚜앙의바위
지중해
다시개펄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멋진곳으로가자.”
국경과인종,경계를넘어함께부르는치유와희망의노래!

표명희장편소설『어느날난민』이창비청소년문학83번으로출간되었다.인천공항근처난민캠프를배경으로버려진한국아이‘민’과여러난민들의사연을촘촘히펼쳐내며가슴뭉클한감동을전하는소설이다.전작『오프로드다이어리』『하우스메이트』등을통해도시의소외된이들을그려온표명희작가는『어느날난민』에서‘먼데서온낯선이웃’인난민에게로관심의테두리를확장한다.실제난민들을만나고취재한경험을바탕으로예리한리얼리즘적감각을유감없이발휘해한국의난민문제를깊숙이파고든다.특히난민캠프에모인이들이서로조금씩비밀을드러내고이해하게되는구성을택해세계의어둡고아픈현실을비추면서도새싹같은희망의기운을전한다.난민이라는사회적주제를토대로이시대우리가견지해야할인권과존중의가치를가슴시리게그려내청소년과성인모두가인상깊게읽을수있는수작이다.

가난,테러,명예살인……
목숨을걸고한국에온이들은무사히집을찾을수있을까
소설은공항근처섬에위치한신도시에서시작한다.새아파트만즐비하고입주자는보이지않아‘유령도시’라는오명을안고있는이곳에‘해나’와어린아이‘민’이떠돌고있다.작가의시선은이두사람의정처없는일상에서어느덧인천공항으로향한다.입국하지못한자들이머무는곳이자대한민국영토에속하지못해‘유령공간’이라불리는인천공항내송환대기실.목숨을걸고캄보디아에서한국으로온뚜앙이기약없는기다림을이어가고있다.작가는이땅에서태어나살고있어도머물곳이없는해나와민,그리고집을찾아한국에왔지만기다리는일밖에할수없는난민들의처지를절묘하게교차하며독자의관심을고조시킨다.

―난민이뭐야?
아이가차창에서눈을돌려해나를쳐다보았다.
―글쎄,일단어디먼데서온사람이겠지?
해나는자신의대답이충분치않음을아이의표정에서읽을수있었다.
―그러니까,낯선곳에와서는쉽게자리잡지못하고떠도는…….
해나는대충얼버무렸다.
―우리도난민이야?
아이목소리가너무도진지해해나는주춤했다.
(본문29면)


한편개소준비를마친공항근처난민캠프에는저마다특별한사연을지닌난민들이하나둘입소를시작한다.이슬람문화권인인도카슈미르출신의찬드라는가문에서정한남자와결혼하지않아‘가족의명예’를더럽혔다는이유로죽임을당할뻔했다.송환대기실에서긴기다림을끝내고난민캠프로옮겨온뚜앙은캄보디아톤레사프호수위에서나고자란보트피플이다.무국적자로떠돌던뚜앙은베트남파병군인이었던아버지나라의국적을얻기위해한국행을택했다.샤샤네가족은중국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독립운동을하다쫓겨왔고,아프리카어느부족장의딸인웅가는백인남자와사랑에빠졌다는이유로살해위협을받아도망친처지다.이들의유일한희망은난민으로인정받아한국에정착하는것이다.불안한기다림을지속하고있는이들의앞날은어떻게될까.우리사회는이들을받아들일관용이있을까.작가는난민들의깊은사연을들려주면서자못궁금증을자아낸다.

어쩌면우리는모두지구별의난민
버려진사람들‘민’과‘해나’의이야기
서로다른처지에놓인난민들과교차되며속도감있게전개되는해나와민의이야기도흥미롭다.아슬아슬한길거리생활을이어가던해나와민은허진수경사네집에우연히들르게된다.해나는허경사를통해세련되고안락한집에사는사람이라할지라도끝내떨칠수없는근원적인외로움과쓸쓸함이있다는것을어렴풋이느낀다.그리고허경사의집에서나온해나는민을두고선택의갈림길에놓인다.결국해나는난민캠프에민을버려두고떠나기로결심한다.작가는허진수,해나,민이라는세인물을통해국적이나사회가가난과폭력으로부터아무런방어선이되어주지못하는현실의소외를핍진하게그린다.한국인이지만한국에서추방당한이들의처지는캠프난민들과크게다르지않아,먹먹한마음으로우리안의난민을확인하게한다.

―우리가개미들집을깔아뭉갰나봐.
아이가잔디밭한쪽을가리키며말했다.자세히보니개미집이보이기도했다.
―우리가지금남의집걱정하게생겼어?
(……)
해나는원망어린눈으로하늘을쳐다보았다.
―진짜잔인한사월이다.
(본문56면)

경계너머낯선이웃에게
내미는다정한손
표명희작가는쫓기듯한국으로온이들을애정어린시선으로그리며,이들이서로보듬고치유하며하나의가족,하나의사회를만들어가는과정을진실되게그린다.캠프사람들은저마다트라우마로괴로워하고서로경계하지만조금씩마음의문을열며가까워진다.그러면서도아프고끔찍한기억을묻고답하는일은조심스러워하며배려의윤리를지켜나간다.한편,캠프에남겨진민은여러난민중특히자신을살뜰히보살피는뚜앙에게의지하며따뜻한위로를얻는다.찬드라에게는영어를배우기도하고,또래친구샤샤와는그림을통해교감하며우정을쌓기도한다.캠프를맡은진소장과털보선생도이들과어울리며추억을쌓아간다.그러나이별의순간은점점가까이다가온다.

―이지구별위에서인간은이래저래난민일수밖에없어.
털보선생이소장의생각에동조하듯받았다.
―난민유전자를나눈사람들의미세한연대로이루어진게인류아닐까요.
미셸은특유의언어감각으로덧붙였다.
―이난민캠프야말로힘든여행지의게스트하우스같은곳이지.누구도영원히머물수는없다고.이미새로운여행자들이몰려올준비를하고있거든…….
(본문278면)

독자는어느새이들이어디에가든건강하고행복하게지내기를,그리고낯선한국의캠프에서보낸시간이좋은기억으로남기를간절히바라게된다.“이젠절대어디가지마.”(262면)라며민에게손가락을내미는어린샤샤의모습처럼,캠프난민들이척박한상황에서도잃어버리지않은인간다움과존엄은크나큰감동으로다가온다.서로다른언어와피부색을가졌어도우리는결국맞잡을수있는다정한손이필요한사람이라는것을,작가는따스한목소리로전한다.인간은누구나난민일수있다는,그러기에미약하게나마서로연결되고연대하는힘이중요하다는메시지가강렬한여운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