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Q - 창비청소년문학 94

게스트하우스 Q - 창비청소년문학 94

$12.27
저자

박영란

경상북도영양에서태어나열두살때부터서울에서살았다.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고,영문학을공부했다.장편『서울역』으로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을받았다.소설집『라구나이야기외전』,장편소설『쉿,고요히』(『나의고독한두리안나무』개정판),『영우한테잘해줘』,『서울역』,『못된정신의확산』,『편의점가는기분』,『게스트하우스Q』,『다정한마음으로』,『가짜인간』,동화『옥상정원의비밀』등을펴냈다.마음이쓰이는곳에내소설역시머물고있다.

목차

1장혼자만의다락방
2장비바람치는밤에
3장지금이순간의도미밥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지치고실망한마음들이깃드는공간,
게스트하우스

아버지의죽음을겪은지얼마되지않은열일곱살오정성.정성이는할머니와함께고모의게스트하우스에잠시머무르게되었다.엄마와언니는작은원룸에두고자신만떨어져지낸다는게아무래도마음에걸려방학만지내고돌아갈계획이다.하지만탐험가였다는둥,호텔경영자였다는둥무성한소문이있는기라고모와함께하는일상은생각보다나쁘지않다.매일아침조식준비를돕고날마다새로오가는사람들을관찰하며혼자만의다락방에서하루하루를보내는생활에스며든다.
그런데한장기투숙자가두고간캐리어가잔잔한일상에파문을만들기시작한다.위험한물건이들었을지도모른다는말에의심은더욱커지고,고민끝에열어본캐리어에서는금괴와총이발견된다.이런물건을갖고다니는장기투숙자는대체누구이고,그는왜캐리어를두고갔을까?장기투숙자와그를쫓는낯선자,그리고고모의숨은과거이야기가펼쳐지면서작품은누구나마주할수있는실수와실패를담담히조망한다.


“우리는조금이상한사람들일지는몰라도
위험한사람들은아니에요.”

전작『편의점가는기분』이한밤의편의점을배경으로소외된존재들이서로를보듬는공간을담았다면,이번작품은각기사연을품은이들이모인게스트하우스에서일상을가까스로유지한채살아가는사람들의마음을그린다.마치여행지에서먹는달콤한팬케이크조식처럼게스트하우스는설렘을품은공간이기도하지만,매일낯선사람들이오가기때문에어떤일이발생할지모른다는위험이도사린공간이기도하다.다락창고에보관된의심스러운캐리어처럼.
그러나불안은사실게스트하우스만이아닌모두의삶속에녹아있다.별스럽지않은어떤선택의결과로,또는타인의행동에따른결과를받아안은사람들은너도나도큰비용을치르게된다.작가는기라고모와할머니,장기투숙자등인물들의사연을통해누구나처할수있는위험과불안을조명한다.특히지방호텔에서근무했던기라고모의과거사연은‘세상이권한선택지에서벗어난이들’의삶을반영한다.세상에서기대하는역할과조금이라도어긋나면‘이상한’삶이되어버리고,이상한것은곧위험한것으로받아들여지는사회.『게스트하우스Q』는이상하고도위험한사람들을모아놓은공간이다.

“위험한짓은아무것도하지않는데요?”
“내가어떤사람인지보다어떤처지에빠져있는지가더중요한거니까.”
“우리는조금이상한사람들일지는몰라도위험한사람들은아니에요.”
“이상하다는것과위험하다는것은별반다르지않아.”(본문72면)


정성껏살아내는일상,
덤덤하지만묵직한위로

그러나실망한마음들이모인이곳게스트하우스Q에서사람들은소소하지만묵직한위안을찾아낸다.매일아침새로짓는도미밥처럼,정성껏사는즐거움은그런위안의원천이다.할머니가빈터에심는해바라기도그런즐거움과멀지않다.공사가임박해곧파헤쳐질땅임을알지만,할머니의해바라기밭은사람들의마음에햇살을밝혀주는공간이된다.각자의시간을보내기위해둘러앉은매일아침의식사처럼,우리가‘함께’라는사실을알수있을정도로,아주적당한온기로몸과마음을채운사람들은다시혼자의시간을살아갈단단한힘을얻는다.

“고모.”
“응.”
“아침에계속도미밥지을거예요?”
“그래야지.”
“아침마다이렇게정성을들이는이유가있나요?”
“잘모르겠지만아무래도매일매일정성껏사는게더재미있어서가아닐까?”
“더,요?”
“정성없이사는것보다더!”(본문197~98면)

『게스트하우스Q』는특히아무렇지않은듯하게그려진연대가무척아름답다.게스트하우스의임시직원인미농씨는어느날돌봐줄사람이없어네살배기아이와함께출근한다.며칠간은아이를데리고출근해야하는상황에놓인미농씨는“불편하시면그만두겠습니다.”라고덧붙이지만,고모는대수롭지않은일로여겨주고,할머니는그동안아이를돌봐주기로약속한다.미농씨는이들곁에서제빵기술을익혀빵집을여는꿈을꾼다.

“전에우리제빵선생님이이런말을한적이있어.밀가루반죽이잔뜩묻은손바닥을보면서말이야.손바닥이텅빈듯보이지만이텅빈손바닥안에는한없는무엇이가득하다고했거든.기라씨도그걸알고있는게아닐까,그런생각이들어서.”(본문175면)

“텅빈손바닥안의한없는무엇”은흩어진재료들에서따뜻한음식을만들어내고버려진땅에꽃을피워낸다.게스트하우스는작은것들을보살피며“이만하면좋다.”하고말할온기를준다.지친삶에쉼표가되어주는게스트하우스Q에서주인공정성이는어른들의이야기를들으며언젠가단단해진어른이되어홀로설준비를한다.‘정성껏살아가는마음’이정성없이사는것보다더재미있다는고모의경쾌한고백이독자에게담백한감동과여운을남긴다.


책속에서

나는할머니의인생에대해잘모른다.할머니가어떤것을마음에두고살았는지모른다.하지만사람의마음은삶으로드러난다는것은안다.할머니의과수원에열린복숭아와자두들,그것들을포장해서주문자에게보내던손길,집마당의모습들,텃밭들,반들거리는까만마루,쓸데없이아름답게어우러졌던온갖꽃들이할머니의마음이었을것이다.할머니는마음에맞는삶을꿈꾸고결국이루었지만,지금은모두사라지고말았다.(47면)

“그건뭐랄까,우리가실망이나희망으로설명되지않는다는것.그러니까우리인생이희망이나실망같은말로설명될간단한무엇이아니라,그런것을넘어선다는막연한느낌같은거였어.”(174면)

―아빠심장에엄마가무슨책임이있어.
―있어.
―엄마가멈추게한게아닌데왜그렇게생각해.
―사랑하는사람이니까.
엄마가보낸그문자를한참들여다보다가나는휴대폰위에엎드렸다.그렇게한동안그문자를품었다.엄마가보낸말이난생처음들어보는말인것처럼.소중한알이라도되는것처럼그문자를품고엎드려있었다.(18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