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 창비청소년문학 112

페퍼민트 - 창비청소년문학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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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줄거리

열아홉 살 시안은 학교가 끝나고 매일 병원에 간다. 식물인간 상태로 늘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엄마를 간병하기 위해서다. 엄마는 몇 년 전 온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전염병 프록시모에 감염된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전문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과 시안, 아빠가 돌아가며 엄마를 돌보지만 엄마는 깨어날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만은 특별하다고, 서로를 지켜 줄 거라고 믿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엄마의 손발을 주무르고 엄마의 소변 통을 비울 때마다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열아홉 살 해원(지원)은 평범하게 남자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매년 프록시모 백신 접종을 할 때면 식은땀을 흘리며 손이 떨린다. 해원의 가족이 슈퍼 전파자가 되어 지역 사회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그 후로 해원은 ‘김지원’이라는 평범한 이름으로 개명하여 동네를 떠나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피해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남들처럼 남자 친구 문제로 고민하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안은 우연히 해원의 오빠 해일을 마주치고, 잠적 후 일상을 회복하며 살고 있는 해원의 가족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말에 시안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한때 쌍둥이 자매처럼 지냈던 해원을 찾아간다. 엄마가 회복되었다고 속인 채 해원에게 접근해 예전처럼 가까워지며 과거의 좋았던 추억과 현재의 고통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시안. 돌이킬 수 없이 갈라져 버린 두 가족의 상황을 견디다 못한 시안은 해원에게 엄마의 상황을 알리고 오래도록 고민하고 시달렸던 어떤 일을 해 달라는 제안을 하는데…….

저자

백온유

1993년경북영덕출생.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장편동화『정교』로2017년제24회MBC창작동화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장편소설『유원』으로제13회창비청소년문학상과제44회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페퍼민트007

작가의말213

출판사 서평

시원쌉쌀한풀잎향이퍼져나갔다
그날의기억이지금의나에게로끼쳐왔다

시안은매일페퍼민트차를우린다.몇년째병상에누워있는엄마를위해서다.6년전시안의가족이전염병‘프록시모’에감염된뒤,엄마는회복되지못하고식물인간상태가되었다.나아질가망이보이지않는엄마를포기할수없는마음과간병생활의괴로움,문득지겹다는생각을하고만뒤몰려오는죄책감까지,시안을괴롭히는감정은다양하다.
어린시절가족과다름없이지내던사이였지만병을옮기고잠적하여사라진해원을다시만났을때,시안의감정은어떠할까?스스로도분명히말할수없는소용돌이를품은채엄마도건강히회복되었다고거짓말을하며해원을만나면서,시안은‘열두살로돌아간것처럼’웃고애틋해지다가도해원의입시나남자친구고민을듣고있을때면같아질수없는두사람의상황을자각하고만다.

“내가깜빡존사이에엄마가잘못되면어떡하지,그런두려움때문에쏟아지는잠을쫓는마음을넌모르겠지.해원의빡빡한일정을관찰자의입장에서보기시작한후로나는내가세상에서얼마나낙오되어있는지실감했다.보통사람들의진도를죽을때까지따라잡지못할수도있다는생각으로내미래에실망하게되었다.”본문59면

하지만평범한일상을사는듯보이는해원에게도깊은불안이있다.농담으로던진‘병을옮긴다’는말에도깜짝깜짝놀라고,‘지원’이라는흔한이름으로개명까지했지만자신의과거를사람들이알까봐늘조마조마하다.자신의과거를모두아는시안이나타났을때가까스로균형을잡고있는듯보였던해원의세계가다시요동친다.작가는이처럼위태로운관계에놓인시안과해원의감정을섬세하게따라간다.원망과거짓,죄책감과불안이마주치며만들어내는팽팽한긴장을포착하는묘사가돋보이며,각기다른입장에처한두사람이지만독자로하여금고르게몰입하여곁에머물게만든다.

내일을살아낼우리를위해
밝은자리로이끄는용서와화해

시안의페퍼민트차는엄마를위한돌봄의차이기도하지만지친시안에게“여유와평화”(154면)를주는차이기도하다.“20대의이시안과30대의이시안,40대의이시안이이방저방을오가며소변통을비우는모습을내가상상하고”(170면)마는숨막히는현실이지만,작가는엄마의간병인최선희선생님을통해그럼에도불구하고너무슬퍼하지않기를,그리고돌봄이란모두가지나야할시기임을받아들이고미리상상해보기를주문한다.

“너무슬퍼하지마.모두결국에는누군가를간병하게돼.한평생혼자살지않는이상,결국누구한명은우리손으로돌보는게자연스러운일이야.우리도누군가의간병을받게될거야.사람은다늙고,늙으면아프니까.스스로자기를지키지못하게되니까.너는조금일찍하게된거라고생각해봐.”본문155면

시안은그런미래를상상해보고,최선희선생님과함께두려움과슬픔을나누며마음이조금가벼워진것을느낀다.‘준비할시간이있었다면,분명사랑을말했을것’이라는시안의말은그래서더욱아프고간절하다.
있을것같지않던,준비할수없었던미래를상상하는일은멈춰있던시안을앞으로나아가게한다.처한현실은변하지않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과거에나누었던사랑을기억하며지금을살아내는일.이를통해상상할수없던다음을찾아내는일.시안에게는이러한변화가성장을의미하며,매일을살아내는우리모두의성장과도다르지않다.햇볕속으로나아가는시안의발걸음을살피는작가의시선은미덥고다정하다.

한국문학의젊은미래
백온유작가가선보이는또하나의성장

소설에는많은돌봄이등장한다.아이를돌보고강아지를돌보고식물인간이되어버린엄마를돌본다.그리고이는누군가의삶을유지하는일이라는깨달음으로모아진다.전작『유원』에서생존자들이떠안는죄의식을들여다보았던작가의시선은이번작품에서일반적인일상의세계가붕괴되고나서야보이는돌봄의자리로향한다.“엄마는나를키우는동안자신의삶이낭비되고있다고생각한적있을까.”(95면)라며질문을던지는시안의독백이엄마의간병이지우는무게와다르지않게서늘하게들리는것은그런이유다.공백이있고나서야보이는돌봄의중요성은일상을떠받치는것들에대해질문해온오늘의한국문학이치열하게고민하는지점과닿아있다.‘회복과생존’에이어‘돌봄과생명’으로향하며문제의식을갱신하고있는작가의감각을주목할만하다.한국문학의밝은미래를예고하는작가의두번째발걸음을뜨겁게응원하게되는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