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 창비청소년문학 122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 창비청소년문학 122

$12.42
저자

이희영

단편소설「사람이살고있습니다」로2013년제1회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8년『페인트』로제12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했고,같은해제1회『너는누구니』로브릿G로맨스스릴러공모전대상을수상했다.이외지은책으로장편소설『썸머썸머베케이션』,『보통의노을』등이있다.그밖에제10회5·18문학상소설부문,제3회등대문학상최우수상,KB창작동화제우수상등을수상하며문학적역량을인정받았다.

목차

여름의귤을좋아하세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시간이멈춘방문너머에잠든비밀
세상을떠난형의‘진짜’세계를발견했다
“형은대체어떤사람이었어?”

누군가에게는설렘과긴장으로가득할고등학교입학식이지만,선우혁은부모님에게미안한마음이앞선다.십이년전세상을떠난형과쌍둥이처럼꼭닮은모습으로같은학교의교복을입게되었기때문이다.어린시절의형에대한기억이적은만큼슬픔이나그리움보다호기심이커져가던선우혁은학교복도와교실곳곳에서자연스레같은곳을걸었을형에대해생각한다.“형은어떤학생이었을까?”(61면)
그러던중우연히예전에유행했다는메타버스게임‘가우디’를알게된선우혁은형의계정이남아있음을발견하고형의아바타JIN으로가우디에입장한다.게임속가상현실과형이만든정원이멀쩡히유지되고있는사실에놀라던찰나,그곳에서주인없는정원을지키고있던‘곰솔’과마주친다.
“오랜만이야?”(66면)마치몇달만에만난친구에게인사를건네듯아무렇지않게말을거는곰솔을보고당황한선우혁은급히접속을종료하고자리를벗어나는데…….형을사칭했다는죄책감이드는한편으로형의정원,그리고곰솔에대한궁금증은점점더커져간다.아무도없는형의가상세계를지키고있던곰솔은누구일까?형과는대체어떤관계일까?

닿을수없는이에게보내는편지
오직한사람만을위한정원에서만나

학교와집에서형의흔적을찾아가는선우혁의시선을중심으로이야기가전개되는가운데,이름없는누군가의‘너’를향한편지가교차하며소설은한층풍성해진다.처음학교에서‘너’의목소리를들은날부터함께했던조별활동,그리고이상한소문이퍼진후더욱가까워지며가우디에둘만의공간을만들기까지.긴시간을건너전해지는편지에는첫사랑의설렘과그리움이가득담겨있다.
남들에게쉽게드러내지못하고소문에가려져있던진심을비밀공간에서만큼은진솔하게터놓을수있었음이편지를통해짐작된다.서로를알아가는과정은“타인이아닌낯선스스로를만나는시간”(121면)이기도하다.이처럼한없이투명한마음을키워갔던이들의시간을엿보게하는편지는작품에특별한아름다움을더하며선우혁이파고드는형의비밀과점점겹치고,형의정원을둘러싼비밀을더욱입체적으로바라볼수있게한다.

“그거알아?사실여름귤도되게맛있다.”
비밀을간직한채자라나는모든이들에게건네는위로

형이남긴정원의비밀을좇던선우혁은결국부모님도,형의오랜친구와선생님도가우디와곰솔의존재를모른다는사실을알게된다.벽에부딪힌듯답답한상황에서선우혁은다시처음의질문으로돌아간다.“형은어떤사람이었어?”(153면)그리고돌아오는답은모두다르다.형은“무던한성격”의친구였고,“조용하고책임감강한학생”이었으며,“애교많은수다쟁이아들”(203면)이었다.이를통해선우혁은깨닫는다.마치부조조각처럼“사람들은누구나자신이경험한상대만알고있다”(204면)는사실을.친구도운의말은그런점에서형의비밀을더넓은각도에서바라보게한다.

“비밀은그림자같은게아닐까?세상에그림자가없는사람은없잖아.(…)그림자라고해서다나쁜것도아니야.어렸을때했던그림자놀이를떠올려봐.세상에모든비밀이나쁘기만하겠냐?”-본문166면

스스로와타인에대한이해를넓혀가는청소년기,친구들앞에서의모습과가족사이에서의모습,좋아하는사람앞에서의모습은다를수밖에없다.저마다다른얼굴이기에혼란스러울수있지만이는무척이나자연스러운현상이다.『여름의귤을좋아하세요』는세밀한묘사를통해한사람이보여주는다양한모습을그자체로존중하며받아들이게한다.사랑의설렘과아픔,그리움과애도등다채로운빛깔로성장하는이의마음을환상적인홀로그램처럼아름답게조명하는값진소설이다.

줄거리
선우혁에게는지금은세상을떠난열세살터울의형이있었다.고등학생때세상을떠난형의학교에,형과똑닮은모습으로입학하게된선우혁은자신과같은길을걸었을형에대해서자꾸만궁금해진다.부모님이집을비운어느날형의방에들어가메타버스속형의계정에접속하고,그곳에서십년넘게형의공간을관리하고있던유일한공유친구‘곰솔’을마주친다.그러나마치형이죽은사실을모르는듯행동하는곰솔에게차마자신이형의동생인사실을말하지못한다.선우혁은몰래형을사칭했다는것에죄책감을느끼는한편으로,곰솔이누구인지,형과어떤관계였는지궁금증이커져간다.몰래형의물건들을살펴보기도하고형의친구수민,형의담임이었던교감선생님과부모님에게형에대해물어보지만저마다기억하고있는형은각기다른모습이다.형은어떤사람이었을까?곰솔은누구이고형과는어떤관계였을까?

작가의말
지금의나와십년후나는또달라질것이다.모든이들은평생에걸쳐타인에게도자신에게도조금씩변화된모습을보여줄수밖에없다.여러분의다채로운모습과가능성에부디행운과행복만가득하시기를기원한다.

추천사
소설을읽으며,나와마음이맞는오랜친구를만난것만같았다.‘열여덟,고등학교시절’은먼과거일뿐이라고외면한채살아가는어른들의틈바구니에서-모르긴몰라도-그동안꽤외로웠나보다.
소설속에서해방감을느끼는내모습이마치‘가우디’(메타버스)에접속한소설속인물들같았다.『여름의귤을좋아하세요』라는메타버스가내게안겨준오랜만의설렘이었다.이성친구와처음으로함께하는조별활동?,어쩌다서툴게내민초콜릿,다른애들에게들킬까봐둘이서몰래소곤거리고낙서를하는도서관…….그학교복도의냄새가책장사이사이에배어있다.
13살터울의죽은형이남긴메타버스속공간은더없이신비롭다.동생혁이그곳에발을내딛는순간부터한편으로는추리소설을읽듯빠른속도로페이지를?넘겼다.‘곰솔은누굴까.’
소설을덮은지금,가슴한켠이아직아리다.혹시내유년의숲에서아직나를기다리고있는누군가가어딘가남아있을것만같아서.박경환(싱어송라이터)

떠난이를그리워하는마음은문학에서끊임없이변주되어온테마다.이제그이야기가메타버스라는공간과음성복원AI기술을빌려새롭게탄생했다.이미사라진존재가정성을다해꾸몄던가상공간가우디,그자리를지키던한사람과이제막그공간에도착한또다른한사람의만남을통해가려졌던진실이소환된다.두사람의기억은때론맞닿을듯스치고종종교묘히어긋난다.나란히달리며영영만날수없을것같던평행선이마침내소실점에서합쳐지듯이야기는귤의색깔과향기를빌려서서히밝혀지는데,이때작가가선사하는반전의매력이어김없이발휘된다.이희영작품의삼박자인인물의심리를묘파한문장,반전의서사,SF적상상력이고스란히담긴작품이다.두인물이부르는하나의노래는떠난이에게보내는애도이자그리움을간직한채사는이들을향한응원이다.떠난사람을추억하는두인물의사연을읽으며,누이를보낸슬픔을노래한「제망매가」가떠오른까닭은사랑하는사람을그리는마음들은시대를건너도어딘지몹시닮았기때문이아닐까.오세란(문학평론가)

형을빼닮은나,나의기억속에는존재하지않는형.사람들이기억하는형의흔적을따라가며다른이의진심을헤아리고마음을나누는다정한사람으로성장해가는선우혁.선우혁이전하는귤향기가득한상큼한위로와격려에좋은사람으로살고싶어진다.주변사람들에게“너무애쓰지마요.지금의모습으로당신이좋으니까.”라며여름의귤을건네고싶다.가슴속온점이따뜻하게반응한이들이서로에게전하는안부로세상의구석구석이환해지길.‘어떤사람으로살아가야하는가?’라는질문에이희영작가가마련한새콤달콤한답으로마음이따스해진다.김미영(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