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어루만지면 - 창비청소년문학 123

시공간을 어루만지면 - 창비청소년문학 123

$13.00
Description
“집은 잘 있어?”
낯선 곳에서 만난 비밀스러운 가족
이들과 함께한 날들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나의 다정이 되었다
박영란 장편소설 『시공간을 어루만지면』이 창비청소년문학 123번으로 출간되었다. 오래된 단독주택 2층으로 이사 간 ‘나’와 가족들이 1층에 숨어 사는 또 다른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청소년기의 그늘진 마음을 어루만지며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무성한 식물로 둘러싸인 집의 오묘한 분위기와 1층 가족들의 알 수 없는 비밀이 어우러져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더하는 가운데, 소설은 읽는 이의 마음에 잊을 수 없는 방점을 찍는다. 박영란 작가는 『편의점 가는 기분』 『게스트하우스 Q』 『안의 가방』 등 다수의 소설을 발표하며 혼란스러운 성장의 단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가 하면, 청소년문학의 아름다움을 갱신해 왔다. 각자의 외로운 한때를 소중히 어루만지는 이번 작품은 여러 사연이 담담히 얽혀 커다란 감동으로 발전하는 박영란 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모든 이의 마음속 다정으로 남아 언제든 되돌아볼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소설이다.

▶줄거리

고등학생 ‘나’는 동생 ‘준’, 그리고 엄마와 함께 단독주택의 2층으로 이사 왔다. 세상에 회의감을 느낀 아버지는 얼마 전 고향 장원으로 떠나고, 가족들도 모두 장원으로 오길 바라지만 엄마는 나의 입시 문제로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남매와 함께 도시에 남았다. 갑작스런 변화로 집안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반면 양자역학에 푹 빠져 있는 초등학생 준은 한 공간에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명랑함을 잃지 않는다. 어느 날 나는 집에서 들리던 미약한 종소리와 쇳소리가 1층에 숨어 사는 이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은 ‘서백자’라는 할머니, 그리고 ‘자작’ ‘종려’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어린 손주들이었다. 이들은 어떤 사정으로 1층에 숨어 있던 것일까?

저자

박영란

첫장편'나의고독한두리안나무'와두번째소설집'라구나이야기외전'이있다.두작품모두한국도서관협회우수문학도서로선정되었다.

목차


아스라한종소리
입자들의조우
숨거나,죽거나
서로를알아본다면
시간의메아리
사건의지평선에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아래층에사람사는거우리만아는거다.”
무성한초록에감싸인집
그곳에서우리가숨겨줄사람들을만났다

소설은고등학생주인공‘나’가가족과함께이사한집으로처음들어가던날을떠올리는장면으로시작한다.“미세한입자들이마주치는소리”“이른아침알싸한공기속에서안개와꽃향기가서로부딪는소리”(본문7면)가들려오는듯한단독주택2층에서,‘나’와엄마,동생‘준’은1층으로부터들려오는미스터리한소리에집중한다.이사전부동산중개인이1층을보며지었던애매한표정,누군가관리한티가나는마당,마당에서잠시보이다사라진어린아이들과같은이상한사건들에서서히신경쓰일무렵,동생준은비밀스러운누군가집에있다고주장하고그존재가다른차원의인물일수도있다는말을한다.

“오늘드디어확인했어.”
“뭘.”
“키큰할머니가집안에있어.”
“뭐?”
“백발이야.”
―본문18면

사실1층에사는‘서백자’할머니,할머니의쌍둥이손주‘자작’과‘종려’는1층에숨어든가족이었다.비밀을가득품은이들은엄마에게자신들이이집의진짜주인이라말하고,엄마는담담한태도로‘나’와준에게그들을숨겨주자고당부한다.서백자할머니와손주들은어떤사정으로이집에몰래살게된것일까?

무수히중첩된시공간처럼
수많은각자의이야기
시절을넘으려애쓰는마음

남다른사연이있어보이는할머니와손주들처럼,2층의가족들역시평온하기만한것은아니다.인생이실패했다고여겨갑작스레고향으로내려간아버지를뒤로하고서울에남은엄마와두남매는바뀐삶에적응해야만한다.대학입시가끝나면아버지가있는곳으로갈지,아니면서울에남을지끝없이고민하느라머리가복잡한‘나’와는다르게동생준은시종일관발랄한모습으로자신이몰두하고있는양자역학이야기를전한다.

“그말이아니야.내몸이두개였으면좋겠다는말이야.이곳에도살고,동시에저기서도살고.”
“가능한일을바라야지.”
“동시에두개의길을갈수도있다고했잖아!입자들은그렇게한다고누나가말했던거있잖아.그거뭐랬지?”
“중첩말하는거야?”
“그래,바로그거.”
―본문51-52면

하지만과학적진실과소망이섞인준의주장을자세히들여다보면모두스스로의현실에빗댄말이라는사실을알수있다.‘나’는동생역시가족이흩어진상황을받아들여야하며어디에서살지하나를선택해야하는현실을견디고있음을알게된다.준이계속해서주변의상황을과학적으로해석하려는까닭은자기나름대로세상과현실을이해해보려는노력이었다.

누군가무너졌던자리에서
상처를털고일어나는누군가
아픈순간에보내는다정한안부

나의가족들,그리고서백자할머니가족들의이야기는서로기대어자라는넝쿨처럼무성해진다.한집에살게된두가족은어느누구도자신의이야기를말하며큰소리로울분을토하지않는다.누가더힘든상황을견디고있는지견주지않는다.이들은그저상대의손을가만히맞잡고곁에있어준다.

“나는,평생동안형하고자작하고종려를사랑할거야.”
준한테서흘러나온말이창을통해고요한시공간속으로날아들어갔다.
―본문110면

“아무렇지않은척하고있었지만예전과달라진환경에겁을먹었을”(109면)준,“아무렇지않은듯놀고있지만겁을먹었을”(120면)종려와자작같이,처음으로맞닥뜨린변화에는어느누구라도울고싶어진다.하지만아픈순간을견뎌야한뼘자라는성장통처럼,혼란스러운시기를넘어단단해질수있다는메시지를박영란작가는마치독자의마음을어루만지듯온기어린손길로전한다.또한이아픔이모든이의청소년기에드리우는어둠일지도모른다고넌지시말한다.누구나성장하며겪는그늘을따스히보듬고,그곳으로안부를전할용기를북돋는아름다운소설이다.

작가의말중에서

이집에서오랫동안살아온서백자할머니가족과이제막이사한주인공가족은어려움을겪고있어요.그런사람들을시공간이어루만져주고있는것같아요.우리가아직모르는방식으로,어쩌면이미알고있는방식으로요.우리가주변의풍경이나소리,향기,건축물을통해아름다움을느끼고위로받는걸보면우리는이미이사실을알고있는지도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