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기다려 - 창비청소년문학 124

오로라를 기다려 - 창비청소년문학 124

$13.00
Description
“기다려 주고 싶었다. 충분히 슬픔을 쏟아 낼 수 있도록.”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
상처를 다독일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이야기
『너의 세계』 『별과 고양이와 우리』 등 섬세하고 깊이 있는 청소년문학을 선보여 온 최양선의 신작 장편소설 『오로라를 기다려』(창비청소년문학 124)가 출간되었다. 『오로라를 기다려』는 죽은 이를 가상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회를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아파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애도 과정이 진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묘사되고, 서로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서사는 새로운 희망을 드러낸다. 안타까운 참사들을 마주하며 고통스럽고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찬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 줄거리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채원은 사후 가상 현실 회사 ‘라이프비욘드’로 기록을 하러 간다. 이곳에 올 때마다 채원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윤슬을 생각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편 채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주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다. 윤슬이 좋아하던 커피우유부터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 길고양이에게 붙인 ‘공기’라는 이름까지, 우주에게서는 왠지 윤슬과 관련이 있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우주와 윤슬은 어떤 사이인 걸까? 우주는 채원과 윤슬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까?
저자

최양선

『몬스터바이러스도시』로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도에없는마을』로창비‘좋은어린이책’공모대상을받았다.지은책으로『너의세계』『밤을건너는소년』『미식예찬』『용의미래』『별과고양이와우리』『달의방』『세대주오영선』『그애집은어디일까』『그림자나비』등이있다.

목차

1부커피우유와고양이,그리고오로라
2부아름다운것들
3부우리가여행을떠나는이유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예고없이찾아온비극적인사건
참사가만들어낸시간을살아가는사람들

할머니와둘이살고있는주인공채원은한달에한번‘라이프비욘드’로기록을하러간다.라이프비욘드는사후가상현실(VR)회사로,생전에기록을남기면죽은뒤에도유족들과친구들이고인을만날수있는서비스를제공한다.채원은친구윤슬과함께라이프비욘드의기록에참여하고있었지만,윤슬은1년전비극적인사고로세상을떠났다.
기록날이되어무거운마음으로라이프비욘드건물에도착한채원은우연히윤슬의언니현조를만난다.윤슬이세상을떠난뒤두사람은서로불편한관계가되었지만,이날현조는사뭇낯선모습으로채원에게말을건넨다.“언제편할때연락한번줄래?”(본문12면)
한편채원은편의점아르바이트를하는우주와우연한계기로친해진다.윤슬이좋아하던커피우유부터가고싶어했던여행지,길고양이에게붙인‘공기’라는이름까지,우주에게서는왠지윤슬과관련이있는듯한,묘한기시감이느껴진다.

채원은윤슬과의공동계정을떠올렸다.낯선이로부터받은편지.그사람도구엘공원에대한이야기를했다.채원은설명하기어려운묘한기분에휩싸였다.
‘고양이공기,커피우유,오로라,바르셀로나,구엘공원.’
모두윤슬과관련된것이었다.가슴이두근거렸다.채원은우주의얼굴을뚫어져라보았다.묻고싶었다.‘너,윤슬이를알아?’하지만입밖으로꺼낼수없는말이었다.(본문126면)

우주와윤슬은어떤사이인걸까?우주는채원과윤슬의관계에대해알고있을까?참사가있던날로돌아간다면윤슬을살리기위해채원이되돌리고싶은선택까지도,우주는알까?
『오로라를기다려』는안타까운참사로소중한사람을떠나보낸이들의사연을담담히풀어놓는다.느닷없이마주하게된죽음앞에서누군가는죄책감에시달리고,누군가는지극한슬픔에잠긴다.저마다느끼는감정은조금씩다르지만,참사이전과다른삶을살아가게되었다는점은같다.소설은참사이후남겨진이들의마음을차분하고사려깊은시선으로들여다본다.함부로규정될수없는낱낱의슬픔을충실히드러내야한다는문학의과제를,서정적이면서도섬세한문장으로이루어낸다.

충분히아파하고충분히슬퍼하며
기억하고애도하는일

비극적인참사를겪은이후어떤이들은빨리슬픔을잊고일상으로돌아가라고재촉하거나,참사를정치적?사회적으로‘이용’하지말라며사실상의침묵을강요하곤한다.하지만충분히아파하고충분히슬퍼하며기억하는일이야말로‘진정한애도’로나아가기위해꼭필요한과정이다.

현조는양손으로얼굴을감쌌다.
우주는현조의흔들리는어깨를가만히지켜보았다.마냥기다려주고싶었다.현조가충분히슬픔을쏟아낼수있도록.(본문163면)

우주는참사의유족인현조의슬픔을묵묵히기다려주는것으로윤슬의죽음을진실하게애도한다.다시떠올리고싶지않은참사의인연으로만난둘이지만,우주와현조는서로를다독이고위로하며앞으로나아가기위한힘을얻는다.한편채원은윤슬의죽음에죄책감을느끼며윤슬을마음에서떠나보내지못한다.채원은결국윤슬을그리워하며보고싶어하는자신의마음을인정하게된다.

이제야알았다.윤슬을많이그리워하고보고싶어한다는걸.그마음을밀어낸건채원자신이었다는걸.(본문174면)

『오로라를기다려』속인물들은참사의생존자,유족,혹은누군가의죽음을막을수도있었던사람으로서서로다른처지에놓여있고,그래서서로에대한오해와갈등도피할수없다.그러나이들은떠나간이를기억하며애도하는마음으로이어져있음을끝내깨닫는다.특히우리사회에서는애도의과정에청소년이배제되는일이잦다.어려서모를거라고,혹은하루빨리마음을다잡아학업에집중해야한다는고정관념이여전하다.슬픔을쉽게단정짓고덮어버리려는억압이존재하는사회에서청소년소설을통해작가가전하는,오롯이슬픔을껴안으려는태도가더욱절실하게다가온다.

더이상의참사가없기를기원하며,
오늘의청소년들에게전하는새로운시작을향한응원

바람은지구를벗어나지않는다.잠잠해졌다거세지기를반복할뿐이다.여행자들처럼세상을돌고돌뿐이다.지난날윤슬과함께했던바람도사라지지않을것이다.윤슬과나눈시간과바람은영원할것이라믿으며채원은숨을크게들이마셨다.(본문214면)

『오로라를기다려』에는새롭게삶을시작하려는희망과의지도담겨있다.현조는가상현실속윤슬과만나‘자신이원하는삶을살라’는응원을듣고,채원은윤슬이자신에게남긴이야기를들으며용기를내지금의삶을살아가보겠다고다짐한다.윤슬의진심어린메시지는비단소설속인물들만아니라오늘의독자들에게도감동적으로와닿는다.『오로라가기다려』는참사이후의시간을살아가고있는우리모두에게애도와공감의힘을새롭게일깨울작품이다.

채원아바타는냉동실문을열고투명한얼음에감싸인하얀꽃을꺼냈다.채원과우주의아바타는그꽃을들고섬을둘러싼물가에다가섰다.꽃잎을한장한장따서흐르는물에띄웠다.꽃잎은빛처럼반짝이며더넓은세상을향해흘러내렸다.(본문2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