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세요? (표명희 소설집)

당근이세요? (표명희 소설집)

$15.00
Description
담담하게 외로움을 견디는 오늘의 우리에게
표명희가 전하는 다정하고도 힘찬 위로
권정생문학상·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 『어느 날 난민』 표명희 신작
『어느 날 난민』 『버샤』 등을 통해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표명희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집 『당근이세요?』가 창비청소년문학 133번으로 출간되었다. 이전에 발표했던 단편소설 세 편과 신작 중편소설을 담은 이 소설집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청소년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중고 거래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반려동물을 돌보며 책임감을 배워 나가는 소설 속 청소년들은 꼭 동네 어딘가에서 마주친 우리의 이웃과 닮았다. 역사적 사건이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 소위 말하는 ‘정상 가족’과 다른 모습의 가족에 속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살피면서도 함부로 연민하지 않는, 표명희 작가 특유의 담백하고도 섬세한 태도가 빛을 발한다.
저자

표명희

2001년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그동안펴낸책으로소설집『3번출구』『하우스메이트』『내이웃의안녕』『아무일도없었던것처럼』,청소년소설『오프로드다이어리』『어느날난민』『개를보내다』『버샤』등이있다.권정생문학상,오영수문학상,신격호샤롯데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딸꾹질
이상한나라의하루:당근이세요?
오월의생일케이크
개를보내다

작가의말
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길잃은미운오리새끼를우연히만나면이런느낌일까.
안쓰럽고도와주고싶지만
부리에쪼일것같아선뜻손을내밀기도어려운…….”

표제작인중편소설「이상한나라의하루:당근이세요?」는경기도어느신도시에사는중학생‘나라’의소소하고도수상한하루를그렸다.대기표를받고도한참을기다려야들어갈수있을정도로인기인‘추선생공부방’은엄마의일터이자나라의집이다.‘인서울’을욕망하는공부방학부모들과달리모녀는‘탈서울’을감행해2년전이곳에정착했다.공부방학생들의성적에만관심을둘뿐,나라의성적표는“전단지보듯”(42면)하는데다“잔소리형관심”(37면)을줄새도없이바쁜엄마이지만나라는알고있다.새로운도시에정착하는일이홀로생계를책임져온엄마에게“솜뭉치같은구름위에발을올려놓는”(53면)일과다름없었다는것을.소설은아파트단지에서광역버스정거장으로,작은신도시에서서울한복판으로공간을이동하며각양각색의인물들을응시한다.이주배경을지닌이웃들이자연스레함께하는도시의풍경을포착하고,“가족구성에구멍이숭숭나있다는공통점”(62면)을지닌나라와친구들의사연을전한다.더이상다양한삶의모습이낯설지않은,우리의오늘을생생하게보여준다.


지극히평범한청소년의일상을통해
생생하게그려낸한국사회의면면

그때대체무슨일이있었기에어른들은아직도2002년이야기만하면흥분하는걸까.소설집을여는「딸꾹질」은월드컵이한창인2002년대한민국을‘지완’의시선으로관찰한다.‘386세대’인엄마아빠는분명몇주전까지만해도“정치문화적으로업그레이드가안될것같으니스포츠로승부하려는모양이지”(13면)라며비판적으로굴었지만,이제는자정이넘도록같은경기를반복해서보며텔레비전앞을떠나지못한다.소설은축구경기장뿐아니라가족과이웃의일상에까지찾아든‘월드컵의이변’을유쾌하고도생생하게보여준다.약자가강자를이기는반전의쾌감에20세기초입의대한민국이왜열광했는지알게한다.
「오월의생일케이크」에서‘민서’는큰아빠의생일을맞아할머니댁을찾는다.1980년5월,군인이었던큰아빠는광주에투입되었다.“요샛말로엄친아,둘도없는모범생”(93면)이었던큰아빠는군에서조기제대한이후대학에돌아가지못했고,그때의트라우마는여전히그의삶에크게남아있다.국가가자행한폭력이가족에게남긴상처를청소년의시선에서세심하게들여다보며우리의아픈현대사를되짚는다.
「개를보내다」는돌봄의책임을배우고성장하는‘진서’의이야기를담았다.친구들과의관계에서상처받은후,게임의세계에몰두하게된진서는생일선물로유기견‘진주’를만나게된다.충분한준비없이이루어진입양탓에시작은삐걱거렸지만,진서는마음의문을열고진주를돌본다.하지만사람나이로이미노년에접어든진주는점점기력을잃기시작한다.개와함께하며,또‘개를보내고’난뒤에남는마음을애틋하면서도담담하게살핀다.


시대와얽힌채살아갈수밖에없는
우리모두를향한이야기

『당근이세요?』는1980년과2002년,그리고오늘에이르기까지한국사회가거쳐간시대의빛과그림자를생생하게담고있다.전세계로뻗어나가는한국문화를목격하며자부심넘치는선진국이된오늘을살아가는청소년들이지만,이소설집이전하는감각들이낯설지만은않을것이다.우리에게는여전히지켜내야할민주주의가있고,사회적참사에함께슬퍼하고애도한시간들이있었기때문이다.이처럼표명희의소설들은우리사회의일은곧나의가족과이웃의일이라는것을깨닫게한다.한편,작가가생생하게그려낸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내가쓰지않는물건을필요한이웃에게‘나눔’하는작은선의또한우리주변에흔하다는생각이든다.나와가족,이웃이모여사는한국사회가어쩌면그리삭막하지만은않다는기대를품게하는책으로,다양한세대의가족구성원이함께읽고이야기를나눌만한특별한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