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지의 렌 (최상희 장편소설)

늪지의 렌 (최상희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갑자기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 세상에 숨을 곳은 없었다.”
잔혹한 밤을 이겨 낼 다정하고 아름다운 연대의 힘
작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다정한 시선과 균열을 비트는 상상력으로 한국 청소년문학의 독보적인 감수성을 선보여 온 작가 최상희의 신작 장편소설 『늪지의 렌』(창비청소년문학 137)이 출간되었다. 유전자 조작 시술이 상용화된 미래, 발작을 일으킨 청소년들이 시민들을 해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집령이 내려지고, 시설에 끌려간 열다섯 살 렌과 아이들은 믿을 수 없는 폭력을 마주한다. 간결하고도 힘 있는 문장이 생생한 감각을 전하며 폭력의 잔인하고도 섬뜩한 본질을 짚어 내는 한편, 렌과 아이들의 우정이 만들어 내는 다정하고 단단한 연대의 힘은 더없이 특별하다. 지난겨울 우리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권력을 눈앞에서 목도했고, 그 잔혹하고 어두운 밤을 이겨 낸 것은 두려움을 넘어 연대하는 용기 덕분이었다. 엄혹한 밤을 지나 한 줌의 빛으로 나아갈 모든 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소설이다.

▶ 줄거리
어느 날 청소년들이 갑작스럽게 발작하며 주변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들을 소집하여 치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열다섯 살 렌은 이를 피하지 못하고 소집된다. 소집된 곳은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향한 폭력만이 가득한 캠프. 작은 체구에 오드 아이를 가져 아이들로부터의 괴롭힘에 익숙한 렌에게도 이 상황은 버겁기만 하다. 남들과는 다르게 큰 덩치로 역시 따돌림을 받던 위령, 오드 아이를 가진 또 다른 아이 나기까지, 아이들이 다치고 죽어 나가는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 소외받던 아이들은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고 탈출을 꿈꾼다. 아이들은 캠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고, 렌과 마찬가지로 오드 아이를 가진 나기의 고향이라는 늪지의 비밀은?
저자

최상희

『그냥,컬링』으로비룡소블루픽션상,『델문도』로사계절문학상,단편「그래도될까」로제3회SF어워드중단편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하니와코코』『마령의세계』『속눈썹,혹은잃어버린잠을찾는방법』,소설집『바다,소녀혹은키스』『B의세상』『닷다의목격』『우주를껴안는기분』,에세이『숲과잠』『살구의마음』등을썼다.

목차

늪지의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집령이떨어졌다.
이세상에우릴위한안전한곳이있을까?

어느날유튜브에뜬한동영상.얼핏영화촬영현장인듯보이는그영상은평범한지하철역을배경으로마치좀비물처럼한남학생이시민들을해치는모습이담겨있다.그뒤전국곳곳에서청소년들이갑자기괴력이생긴채돌변하여주변사람들을공격하는사건이벌어진다.이윽고정부는13세에서19세까지의청소년들에소집령을내린다.사고를예방하고청소년들을‘치료’하겠다는명목으로,무장군인들이지키는외딴시설에모이게된아이들.
열다섯살렌도소집령을피해가지못했다.휴대폰을포함한모든소지품을뺏기고아이들에게주어진건짙푸른셔츠와바지,그리고칫솔과수건,담요뿐.아이들은한방에수십명이배정되어식사시간도,이동도제한된생활을하게된다.명령에복종하는것만이질서를유지하는방법이라며무의미하고폭력적인훈련을거듭하는사이낙오된아이들은어디로끌려갔는지모르게사라지고,같은방의누가,언제발작을일으켜서로를공격할지모르는상황.렌은이곳에서무사히살아나갈수있을까?


폭력의세계를무너뜨리는
작지만다정한손길

끔찍하고도잔혹한생활을버틸수있게하는건다름아닌특별한친구의존재다.시설로향하는버스안에서만난위령은두렵고긴장된속에서도순식간에분위기를말랑하게풀어버리는매력의소유자다.또래보다큰키와덩치를타고난탓에밖에서는따돌림을받았다는위령은남들과다른눈동자를한렌을누구보다잘이해한다.

렌은위령의눈을들여다본다.위령은피하지않는다.이상하다는표정도,궁금해죽겠다는기색도,꺼리는눈치도없다.그런식으로렌의눈을바라보는사람은엄마말고는없었다.어쩌면친구가생길지도모른다.89면

서로에게의지해불안을견디던중렌과위령은뜻밖의새로운친구를만난다.조별로경쟁을붙이며땅을파라는대령의명령에아비규환이된운동장,렌을향해달려드는삽을피하도록누군가도와준다.빠르게사라진그아이의눈은한쪽은푸르고한쪽은갈색인,렌과같은오드아이다.이후만나게된그아이는나기라고자신을소개하고‘늪지’에서왔다고말한다.평균적이지않다는공통점으로렌과위령,나기는금세가까워진다.나기의고향에대해듣게된렌과위령은도시의문명과는거리가먼생활을하고남다른능력이있는듯한늪지의사람들이야기에놀라워한다.자신과같은눈을가진아이를처음만난렌은혼란스러워하는데…….렌과늪지는어떤관계가있을까?


“아직한줌빛이있어
세상은그것을향해나아간다.”

한편아이들사이에서는발작을일으키게된원인이유전자조합시술인넥스트제너레이션이라는소문이돌며동요한다.“아이들에게더나은미래를.”(12면)이라는모토로‘더좋은’유전자를배합하고자한넥스트제너레이션프로젝트,소설은이에대해“모두가꿈꾸는이상적인아이”(82면)의기준이무엇인지,이를정해주는것이옳은일인지질문을던진다.
늪지출신인나기와그와닮은눈을가진렌,남다른덩치를가진위령은넥스트제너레이션시술을받지않아‘정상’의범주에서벗어나고따돌림당하던아이들이었다.주류로부터차별받던아이들,작고연약해서괴롭힘당하던아이들은하나둘렌과위령의무리에모여들며서로를다독이고탈출을꿈꾸기시작한다.
질서와보호라는이름으로자유를박탈하고잔인한폭력을정상화하는사회는소설속뿐만아니라지난겨울우리의눈앞에다가와있었다.잔혹하고어두운밤을이겨내게한것은다름아닌한줌의빛을향한믿음이었다.렌과위령,나기의맞잡은손이파헤쳐가는이이야기는연대와우정으로어둠을밝히는간절한희망을담았다.기나긴밤을지나온모두에게두려움을넘어서는용기와의지를전하는아름다운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