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왜하냐?힘들기만한거.”
달리기로보여주고싶은우리들의이야기
아빠는우리나라에서가장빠른육상선수였다.열여덟살의어느날,‘희재’는그런아빠를잃었다.희재는아빠의절친한친구이자동료였던‘도철’을따라낯선서울로향한다.도철의자식들이자무진고등학교육상부인쌍둥이남매‘진우’와‘진주’는각자의방식으로희재를반긴다.특히어느대회든1등을놓치는일이없어서자타공인‘육상천재’로불리는진주는무심한듯하면서도필요할때마다힘이되어준다.
도철은은근하게희재를챙기면서도육상선수가되겠다는뜻만은극구반대한다.도철이체육선생님이자코치로있는무진고남자육상부는해체를앞둔상황.3학년두명은졸업후선수생명을이어갈방법을찾지못해떠나고,신입생은한명도입학하지않았다.유일하게남은2학년진우도육상을그만두기로한다.도철또한담담하게해체를받아들이고있었다.선수들의이기적인태도에실망하고,학부모들의민원과기상천외한명목의고소장에상처입는것도이제는지쳤으니까.그런데희재라는녀석이나타나도철을흔들어댄다.육상을통해보여주고싶은게있다면서.
잘뛰는녀석이든못뛰는녀석이든철저하게혼자달리고,혼자기뻐하고,혼자좌절했다.적어도도철과현진이생각하는육상은그런게아니었다.그렇게매일을좌절하며살았던도철앞에녀석이나타났다.마치운명처럼.
‘현진아,나다시잘해볼수있을까?’(76-77면)
어딘가엉뚱한구석이있는희재에게는특별한목표가있다.전국체전400미터계주1등을통해육상이단체종목임을보여주겠다는것이다.희재에게필요한건함께달릴동료와운동장.하지만희재는혼자고,수업이끝난후의운동장은살벌하기로유명한태윤무리가차지하고있다.뜻밖에도희재의겁없는제안으로‘육상부대태윤무리’가운동장을걸고계주경기를하게된다.희재는육상부에서함께뛸동료를찾아나선다.
“최선을다했는데1등못하면,그럼실패한거야?
정말그렇게생각해?”
희재는야구부를그만둔‘정민’에게손을내민다.고등학교입학후주전기회를얻지못하고벤치만지켰던정민은그라운드위에서잘못치고,잘못잡는선수였다.그러나희재는누구보다빠르게홈을향해달렸던정민을발견해낸다.보이지않는유령취급을받으며상처받았던정민은육상부에서필요한사람이되어보기로마음먹는다.
한편,진우에게는감추어둔상처가있다.친구이자함께육상을시작했던라이벌이이년전소년체전결승을앞두고사라졌다.배가아팠다는핑계를전했을뿐,어떤사과도설명도없었다.그렇게‘그녀석’은육상을그만두었고진우를떠났다.그날이후,달려야하는이유를알지못하면서도진우가육상을계속했던건도철때문이었다.코치이자아빠에게인정받고싶었으니까.진우는육상을그만두기로하면서그모든마음또한접기로했다.그런데희재가진우의마음에균열을낸다.미우면서도그리웠던얼굴을기어코마주하게만든다.
아빠는희재에게좋은선수가돼서육상이단체종목이란걸보여달라는말은남겼다.희재는아빠의말이잘이해되지않았다.육상은당연히개인종목이라고생각해왔으니까.하지만운동장을되찾으며똘똘뭉친육상부를보며,함께전국체전을준비하며희재는점차깨닫는다.육상이단체종목이라는사실을결과가아닌과정을통해실감한다.
희재스스로도육상이단체종목이라는것에대한확신이없었다.아빠의이야기를듣기전까지만해도희재역시육상이개인종목이라고알았으니까.하지만요즘희재는느끼고있다.육상부아이들과경기영상을보며상의하고,서로의자세를살펴주고,물을챙겨주다보면정체를알수없는기분이마음을꽉채운다.(95면)
“세상모든경기는거대하다.
작다고느끼는순간지는거니까.”
출발신호를기다리는긴장감,거의동시에쏜살같이튕겨져나가는선수들의움직임,0.1초차이로결정되는승부의짜릿함까지.『시티보이즈』는육상경기의매력을생생하게전하는작품이다.특히무진고육상부가도전하는400미터계주경기를통해팽팽한접전의순간을보여준다.선수들의속도뿐아니라주자의순서,배턴을건네는호흡등여러작전과변수가경기를예상치못한방향으로이끌며손에땀을쥐게한다.40초남짓한짧은경기뒤에는기나긴훈련의시간이있었다는것을알기에,독자들은간절한마음으로선수들을응원하게된다.
탁월한스포츠이야기가그렇듯『시티보이즈』는달리기를통해삶을이야기한다.결과는종종과정을배신하고,아주작은차이로명암이엇갈린다.입시와취업의좁은문을통과해원하는길로나아갈수있는사람은일부일뿐,대부분은생각해본적없는문을열고다른길에나서야한다.그러나바닥을찍었다고생각한그순간비로소오랫동안앞을가로막고있던벽을넘어설힘을얻고,끔찍하게미워했던라이벌이나의배턴을건네받는동료가되는일이일어나는게인생이기도하다.막막하고외로운순간을견뎌본적이있다면,육상이단체종목이라고믿고싶어하는정보훈작가의따뜻한마음에위로를얻을것이다.『시티보이즈』는홀로고독하게달려온이들의곁에서고민을나눠안고,발맞추어달려나갈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