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장편소설)

안녕, 미스터 타이거 (나혜림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나는 그대와 같은 세상을 보고 있어요.”
격변의 한양에서 펼쳐지는 애틋한 로맨스
조선시대 최초로 사진기 앞에 선 여인의 이야기
『클로버』로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나혜림의 신작 장편소설 『안녕, 미스터 타이거』(창비청소년문학 148)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흔들리는 청소년의 삶을 경쾌한 서사로 꿰뚫었던 『클로버』에 이어 이번에는 개화기로 시선을 돌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향한 의지를 피워 내는 인물의 이야기로 지평을 한층 넓혔다. 저자는 신문기사 속 한 장의 사진에서 백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세계를 응시하는 한 여성의 시선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이 강렬한 매혹을 시작으로 이 여성의 몸을 가두었던 시대적 한계와 그 한계를 뛰어넘는 사랑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상상해 냈다. 아리따운 목소리의 가기(歌妓) 계손향과 사절단으로 조선에 방문한 미국인 노월이 서로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다가 우정을 주고받고 끝내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서정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주어진 삶의 한계를 넘어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열망을 품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저자

나혜림

장편소설『클로버』로제15회창비청소년문학상을수상했다.단편소설「달의뒷면에서」가제7회한낙원과학소설상우수응모작에선정되어소설집『항체의딜레마』에수록되었다.지은책으로『감각자들』『이중생활자』(공저)등이있다.

목차

쇼와10년,1935
계미(癸未),1883
갑신(甲申),1884
메이지43년,1910

출판사 서평

인종과언어의벽을허문‘푸른눈의호랑이’와의로맨스
1883년고종의보빙사절단이가져온서구문명의충격부터1935년하얼빈의차가운눈발속에울려퍼지는항일의숨결까지,『안녕,미스터타이거』는한국근대사의가장뜨거운궤적을따라피어난사랑과성장을담은소설이다.이야기는1883년계미년,취운정연회에서조선의열여덟가기계손향이미리견(미국)에서온보빙사절단의일원노월(Lowell)을만나며시작된다.당시조선사람들은그를‘푸른눈의호랑이’라부르며두려워하고경계했지만,계손향은그의맑은눈동자에서깊은호기심과다정함을발견한다.

“HappyNewYear,Mr.Tiger.”
미리견말로새해복을빌어주고싶었다.어설픈발음,우스운말투라해도그세계의인사를건네고싶었다.계손향이건네는새해인사에노월은잠시아득해진다.어설픈발음,우스운말투로감싼속엣말.고작한마디인사에만리너머의고향이한순간선연해졌다가사라진다.그리하여노월은곧다정스레웃고만다.(98면)

비록언어는원활하게통하지않지만,서로의서툰언어를더듬어가며상대방의마음자리를헤아려보는두주인공의모습에서사랑의설렘이꾸밈없이드러난다.또한인종도성별도계급도다르지만,자기가태어난곳을떠나유랑하는서로의영혼에깊이공감하며이해해가는이들의모습은각종편견이지배하던당대에진정한‘마주봄’이무엇인지보여준다.저자는이들의사랑을단순한연애에머물게하지않고,상대의고통을위로하고서로의삶을응원하는관계로승화시키며시대의격랑속에서이뤄진두영혼의조우를아름답게그려냈다.


동서양문명이뒤섞이는‘개화기’의역동적인풍경과압도적고증
이소설은1883년조선의개화기부터1935년만주하얼빈에이르기까지,50여년의세월을주인공계손향의삶을통해보여준다.실제역사에대한철저한조사를바탕으로직조된서사는동서양문명이격렬하게충돌하고융합하던시대상을생생하게그려낸다.1883년의보빙사파견이라는사건위에서계손향과노월의인연이시작된뒤,그들주위로배치된홍영식,윤치호등실존인물들의행보를통해개화기조선의역동과혼란이생생하게펼쳐진다.1884년갑신정변,1894년갑오개혁등계손향은정변의소용돌이속에서소중한이들을잃고신분제가무너지는세상을목격한다.1899년에는조선땅에처음으로경인선철도가놓이며문명화가가속화되는데,‘문명의손톱’인기차가누군가에게는새로운기회지만누군가에게는터전을할퀴는고통이되었음을계손향의시선을통해보여준다.
작품을읽는또다른재미는마치타임머신을타고과거로돌아간듯한생생한역사적배경묘사다.갓과도포의물결사이로전차와가스등이들어서고,‘커피’라는검은물이유행하기시작한개화기서울의풍경부터러시아,일본,독일등열강세력이각축을벌이던하얼빈의‘다오와이’거리까지한폭의세밀화처럼재현된다.


자신의이름을스스로명명하는‘주체적인여성’의탄생
조선의가기로서타인의흥을돋우는존재로살아야했던계손향에게,노월과의만남은단순히‘이국적인사랑’에그치지않는다.노월이건넨다정한시선과미지의세계에대한이야기는계손향으로하여금‘나자신’으로서의삶을꿈꾸게한다.더나아가사랑이열어준새로운시야를통해조선을넘어연길,하얼빈,그리고유럽까지자신의영토를넓혀간다.계손향이사랑을통해자신의욕망을긍정하고삶의주권을선언한다는점에서이작품은주체적인여성의서사로서그의미를확보한다.

“혹그땅에서는,문명하였다는그세상에서는,여자도무엇이될수있나요?여자도발버둥치고싸울수있나요?내키는대로시절을욕심낼수있나요?”
난생처음으로계손향은저를가두는시절에갑갑함을느꼈다.다가올시절을자유로이욕심내보고싶어졌다.(125면)

노월을통해얻은삶에대한‘욕심’은훗날그녀를카메라를든사진반원‘소냐’로성장시키고,젊은시절느꼈던생에대한뜨거운갈망은노년에이르러격동의역사를직접목격하고기록하겠다는단단한의지로탈바꿈한다.이는남성에의해정의되던여성의일생을스스로명명하고기록하는‘기록자’의서사로변모시키는것이다.억압적인시대환경속에서도“내가나를버리지않으면아무도나를버리지못한다.”(35면)는신념을실천하며,마지막까지편도기차표를끊어떠나는그녀의모습은오늘날자신의길을고민하는모든독자들에게강렬한용기를선사할것이다.

▶줄거리

고운얼굴,아리따운목소리의주인공기생‘계손향’은어느날참석한연회에서‘노월’이라는미국인을만나게된다.미색의머리칼에시퍼렇게매서운눈을가져조선인들이‘푸른눈의호랑이’라부르며두려워하는노월이지만계손향은그파란눈의사내에게서슴없이다가가고,조선문화에익숙하지않아어려움을느끼던노월은계손향의활기와따뜻한정에이끌린다.사진기를가진노월과그런그에게조선의더많은풍경을보여주고싶은계손향은함께한양을누비며다채로운사건을겪게되고,서로의다른점에도불구하고함께하는미래를꿈꾸는데…….미국으로돌아가야하는노월과기생이라는신분에갇힌계손향은과연같은미래를그릴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