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 - 소설의 첫 만남 16

눈꺼풀 - 소설의 첫 만남 16

$10.00
Description
멈춘 시간을 깨우는 다정한 귓속말
머리맡에서 나를 붙잡아 주는 소중한 목소리들

김승옥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윤성희 신작 소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유머와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 내며 평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소설가 윤성희의 신작 소설 『눈꺼풀』이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은 주인공 열일곱 살 ‘나’의 이야기이다. 병간호를 하러 온 가족들이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수다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운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근사한 이야기로 엮어 내는 윤성희 작가의 솜씨가 십분 발휘된 작품으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살아 있다는 것이 곧 기적이라는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남수의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색채의 그림이 소설과 어우러지며 윤성희 작가의 상상력에 빛나는 감성을 더한다.

저자

윤성희

저자:윤성희
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소설집『레고로만든집』『거기,당신?』『감기』『웃는동안』『베개를베다』,장편소설『구경꾼들』『상냥한사람』,중편소설『첫문장』등이있습니다.

그림:남수
애니메이션을전공하고,일러스트와만화를그립니다.그린책으로는『다시태어나도엄마딸』『우리모두는살아있는게기특한사람』등이있습니다.지금이어야하는이야기를꾸준히그리고싶습니다.

목차

눈꺼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홀로외로운싸움을펼치는이를위해
우리는무엇을해줄수있을까?

이야기는아빠가엄마를처음만났던날에서시작한다.그때아빠는서른여덟살로젊은시절을한고비넘긴나이의독신이었고,엄마는홀로여섯살딸아이를키우고있는처지였다.형편이어려워친척에게딸을맡기고오는길이던엄마는기차안에서우연히아빠의옆자리에앉는다.만약엄마와아빠가그날기차의같은호실에타지않았다면,사고로정차한기차에서내려함께식당까지걷지않았다면,사랑에빠지지않았다면,그래서‘나’가태어나지않았다면,사고를당할일도없었을까?
‘나’는병원응급실에실려와누워있다.살아있다는의식은있지만눈을뜰수는없고소리를들을수는있지만말을할수는없는상태이다.사고이후일상의시간은멈춰버렸고,들려오는소리를통해주변의풍경과자신을돌보는의사와간호사들의모습을상상할뿐이다.
오전과오후교대로병간호를하러오는엄마와아빠는그날하루에있었던일들을들려준다.오래전조카가태어났을때아빠가느낀감정,누나를홀로키운엄마의아픔,알지못했던부모님의상처들.국수가게를운영하는엄마와아빠에게서풍기는정깊은멸치국수냄새처럼마법같은고백들이오감을일깨운다.병상에누워있는시간이낮과밤을채워주는생명의순환처럼흐른다.


“세상에시시한건없어.”

‘나’의기억은사고를당하던그날로회귀해간다.친한친구에게바람을맞고속상한마음을가누며외로이자전거를끌던며칠전으로.평소에친구와가고는했던동네가아니라낯선길로빠졌었다.버스정류장이었고옆에는한꼬마아이가앉아있었다.건너편에서빠른속도로달려오는버스가차선을넘는것을마지막으로기억이지워졌다.
‘나’가궁금해하는건어떻게사고를당했는지가아니라,옆에앉아있던꼬마아이는무사한지이다.벌어진일에절망하거나좌절하기보다는타인의불행을먼저걱정하는‘나’의목소리가소설전반에애틋하게녹아있다.
그렇다고본인의고통에솔직하지않은것은아니다.‘나’는언젠가엄마에게“시시해,시시하다고”(47면)라며투정을부렸을때가떠오른다.엄마는“세상에시시한건없”다고(같은면)말하는데,그때생각이나자감정이격해지고눈물이흐른다.멈춰버린삶을향해내보내는간절한신호,‘나’에게희망은찾아올까?

“어릴때엄마한테혼나면방구석에쪼그리고앉아서그놀이를자주했다.열여섯살인나.열다섯살인나.열네살인나…….그렇게나이를한살씩줄이다보니어느새갓난아이인내가보였다.(…)지금죽는다면나는평생시시하게살다죽는거겠지.세상엔시시한게많지만그중가장시시한건나였다.”
(48-49면)



“숨을멈추고온힘을다해”
윤성희의또다른단편미학

병상에누워깨지못하는주인공‘나’는삶의가능성을무한히품은열일곱살의나이이다.하지만『눈꺼풀』에는응당배어있을법한비극적정조가없다.무턱대고희망을이야기하지도않는다.주인공의목소리를통해윤성희작가가묘사하는것은찜통에서꺼낸만두에서모락모락피어나는김,부서지면서날리는스티로폼상자의하얀알갱이들,간호사들마다특색있는발소리,맞잡은따뜻한손,외톨이인꼬마아이의뒷모습,간질간질한귓속말이다.우리가타인의처지에,고통에공감할수있다면그것은누구나이러한인생의한순간을기억하고있기때문이아닐까?

“저는종종이아이의일년후를상상해보곤합니다.벚꽃이피는날,엄마의소원대로소풍을가겠지요.오랜만에부모님은가게를쉴것입니다.김밥과유부초밥과과일이들어있는도시락이돗자리에펼쳐집니다.바람이불때마다벚꽃잎이도시락위로떨어지겠지요.”꽃도시락이네.“엄마가웃으면서말합니다.”―‘작가의말’에서

소중한이가회복되기를바라는일만큼간절하고절박한마음도없을것이다.‘눈꺼풀’하나들어올리는힘을보태기위하여기도하는시간을아는이라면,『눈꺼풀』을읽고더할나위없이큰위로를받을수있으리라.어둠에서빛으로나아가는체험을할수있을것이다.


▶시리즈소개
소설과만나는첫번째길
책과멀어진이들을위한마중물독서,소설의첫만남
‘소설의첫만남’은새로운감성으로단장한얇고아름다운문고이다.문학적으로뛰어난단편소설에풍성한일러스트를더했다.흥미로운이야기와100면이내의짧은분량,매력적인삽화를통해책읽을시간이없고독서가낯설어진이들도동시대의좋은작품에부담없이접근할수있도록이끈다.동화에서읽기를멈춘청소년기독자에게는소설로나아가는징검다리가되어줄것이다.깊은샘에서펌프로물을퍼올리려면위에서한바가지의마중물을부어야한다.‘소설의첫만남’시리즈는문학과점점멀어진이들이다시책과가까워질수있게끔돕는마중물역할을하면서우리의독서문화에신선한활력을불어넣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