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름 - 소설의 첫 만남 22

엄마의 이름 - 소설의 첫 만남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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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여선

1965년경북안동출생.서울대국어국문학과와같은학교대학원을졸업하고인하대대학원에서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6년장편소설『푸르른틈새』로제2회상상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솔직하고거침없는목소리로자신의상처와일상의균열을해부하는개성있는작품세계로주목받고있다.2007년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2008년도제32회이상문학상수상작인'사랑을믿다'는남녀의사랑에대...

목차

엄마의이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사랑하기에가까워질수없었던엄마와딸

소설의첫장면은딸채운에게걸려온한통의전화로시작한다.7년전남편과이혼하고,비정규직으로생계를꾸리며혼자살고있는반희는딸채운을아끼기에딸이자신을닮지않고,다르게살기를바란다.딸과도거리를두는엄마반희에게내심서운했던채운은코로나19로일거리가뜸해진틈을타한적한곳으로조심히여행을다녀오자고제안한다.단둘이떠나는첫여행동안두사람은서로를‘엄마’와‘딸’이아닌각자의이름으로부르기로약속하는데…….사랑하기에서로를더힘들게했던지난날을뒤로하고,두사람은새로운관계로나아갈수있을까?

반희는채운이자신을닮는게싫었다.둘사이에눈에보이지않는닮음의실이이어져있다면그게몇천몇만가닥이든끊어내고싶었다.그래서결국둘사이가끊어진다해도반희는채운이자신과다르게살기를바랐다.그래서너는‘너’,나는‘나’여야했다.(20-21면)

아픔을딛고서로에게한걸음다가서는특별한여정

여행의출발에앞서채운은반희에게몇가지약속을하자고말한다.‘첫째,여행내내폰꺼놓기.둘째,서로친구처럼누구씨누구씨하고이름부르기.셋째,맛있는거많이해먹기.’사이좋은모녀의추억쌓기처럼보이는평범한약속들이이두사람사이에서는조금다른의미를띤다.휴대전화를꺼둔채보내는이틀은세상과단절되어서로에게집중하겠다는다짐으로읽힌다.‘엄마’나‘딸’이라는호칭대신이름으로부르면서두사람은각자에게부여된역할에서벗어나존재그자체로마주할수있게된다.맛있는것을마음껏먹자는일상적인바람조차평생다른가족을배려하고,양보하며살아온반희와채운에게는쉽지않은도전이다.긴시간고립되어지내온두사람은이여정을동행하며비로소서로에게한걸음다가선다.이짧은하룻밤이각별한이유가여기에있다.
반희는고개를돌려마지막으로이상한숲과펜션앞마당에놓인마법의벤치에작별을고하려했지만뒤차창이누런흙먼지에뒤덮여아무것도보이지않았다.차가이쪽저쪽으로기울고심하게쿨렁거렸지만반희는마치땅콩껍데기속에서구르는땅콩처럼아늑하고편안했다.딸이운전하는차라아무걱정할필요가없었다.(91면)

권여선만이쓸수있는새로운모녀서사

이작품은딸이엄마를용서하거나,엄마가딸로부터독립하는이야기가아니라는점에서모녀서사의새로운경지에가닿는다.엄마를미워하기도했다는고백이야말로,엄마에대한채운의사랑을진실한것으로증명한다.여행에서돌아오는길,반희역시더이상눈치보지않고딸을사랑하겠다는용기를낸다.『엄마의이름』에서작가는한사람의용서가아닌,두사람의이해를통해이르는온전한화해를택한다.청소년독자에게삶이지닌무게와명암을숨기지않으면서,우리가문학을읽는이유를넌지시일깨워주는귀한소설이다.

▶시리즈소개
소설과만나는첫번째길
책과멀어진이들을위한마중물독서,소설의첫만남

‘소설의첫만남’은새로운감성으로단장한얇고아름다운문고이다.문학적으로뛰어난단편소설에풍성한일러스트를더했다.흥미로운이야기와100면이내의짧은분량,매력적인삽화를통해책읽을시간이없고독서가낯설어진이들도동시대의좋은작품에부담없이접근할수있도록이끈다.동화에서읽기를멈춘청소년기독자에게는소설로나아가는징검다리가되어줄것이다.깊은샘에서펌프로물을퍼올리려면위에서한바가지의마중물을부어야한다.‘소설의첫만남’시리즈는문학과점점멀어진이들이다시책과가까워질수있게끔돕는마중물역할을하면서우리의독서문화에신선한활력을불어넣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