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삼촌 - 현기영 중단편전집 1

순이 삼촌 - 현기영 중단편전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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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사적 진실을 복원해온 작가 현기영의 문학인생을 돌아보는 시간!
현대사에 빛나는 거장 현기영의 문학인생 4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현기영 중단편전집」. 명실 공히 제주와 4·3문학을 대변하는 작가로 자리매김 된 현기영.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소설을 살아온 작가는 4·3사건은 물론 소시민적 삶에 대한 회의,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 인간의 황폐한 내면 의식의 세계에 대한 탐닉, 그리고 교직생활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자신을 모델로 한 자기 고백적 소설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제1권 『순이 삼촌』에서는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표제작 《순이 삼촌》을 비롯한 10편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순이 삼촌》은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파헤친 문제작으로 한국 현대사와 문학사에서 길이 남을 작품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그날’의 처절한 현장을 역사적 현재의 수법으로 절실하게 재연해낸 《도령마루의 까마귀》, ‘4·3사건’의 비극을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적 사건으로 부각시킨 《해룡이야기》 등의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저자

현기영

민족문학의대표적인작가.1941년제주출생.서울대영어교육과를졸업한뒤,20여년간교직에몸담았다.197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아버지」가당선되어문단에나왔으며,제5회신동엽창작기금,제5회만해문학상,제2회오영수문학상을수상했다.그후,1999년『지상에숟가락하나』로한국일보문학상을수상했다.사단법인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과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역임했다.

주요저...

목차

현기영중단편전집1순이삼촌

소드방놀이.순이삼촌.도령마루의까마귀.해룡이야기.아내와개오동.꽃샘바람.
초혼굿.동냥꾼.겨울앞에서.아버지

출판사 서평

첫째권『순이삼촌』에는표제작을비롯하여10편의소설이실려있다.이중에서오랫동안금기시했던‘4ㆍ3사건’을최초로세상에알린「순이삼촌」,‘그날’의처절한현장을역사적현재의수법으로절실하게재현해낸「도령마루의까마귀」,‘4ㆍ3사건’의비극을과거의역사가아니라현재적사건으로부각시킨「해룡이야기」등초기3부작이돋보인다.‘폭도’에가담한아버지를둔소년의불안한심리를묘사한등단작「아버지」역시‘4·3사건’과맞닿아있다.특히대표작「순이삼촌」은학살현장에서기적적으로살아났으나환청과신경쇠약에시달리다가결국은자살하고마는‘순이삼촌’의삶을되짚어가는과정을통해30년동안철저하게은폐된진실을생생히파헤친문제작으로,한국현대사와문학사에서길이남을작품으로꼽힐만하다.

그러나누가뭐래도그건명백한죄악이었다.그런데도그죄악은삼십년동안여태단한번도고발되어본적이없었다.도대체가그건엄두도안나는일이었다.왜냐하면당시의군지휘관이나경찰간부가아직도권력주변에머문채아직떨어져나가지않았으리라고섬사람들은믿고있기때문이었다.섣불리들고나왔다간빨갱이로몰릴것이두려웠다.고발할용기는커녕합동위령제한번떳떳이지낼뱃심조차없었다.하도무섭게당했던그들인지라지레겁을먹고있는것이었다.그렇다.그들이원하는것은결코고발이나보복이아니었다.다만합동위령제를한번떳떳하게올리고위령비를세워억울한죽음들을진혼하자는것이었다.(「순이삼촌」85-86면)

이밖에지식인의고뇌와개인의무력감을섬세하게그린「아내와개오동」,소시민의식을역설적으로비판한「동냥꾼」등은작가의사회의식이잘드러나있으며,개인의의식세계를미학적으로파헤친「꽃샘바람」「초혼굿」「겨울앞에서」등에서는초기소설의경향을엿볼수있다.조선시대지배계급의부정부패를통렬하게풍자한「소드방놀이」는탁월한상상력과상징성으로오늘의세태를정곡으로찌른다.

어째서큰부정은죄가안되고작은것만죄가되나.부정이란그규모가크면클수록부정의탈에서벗어나는가?그렇다.도둑도좀도둑이훨씬도둑답다.그것이대담해져서명화적쯤되면이미도둑의탈은벗겨지는법.부정이란것도좀스럽고쩨쩨한구석이있어야진짜부정이지,쥐가슴태우며훔쳐내는쌀한톨,실한가닥은부정이지만환곡미이백석횡령은이미부정이아니었다.(…)그건이미부정이아니라지체높은권세였다.큰부정일수록이렇게모두환골하고탈태하여나라경영의대종을이루었던것이다.(「소드방놀이」27-28면)

둘째권『아스팔트』에는‘4·3소설’에속하는「잃어버린시절」「아스팔트」「길」외에제주도출신영세민의애환을그린「귀환선」,식민지적잔재가온존하는교육현장을고발한「나까무라씨의영어」,마당극형식을빌려선악의대립을통해민중의각성을일깨운「일식풀이」등다양한소재를다룬작품이실려있다.작가는여기서수난의현장을생생하게재현하여사건의폭력성과참상을고발하기보다는화해와용서를통해역사의상처를극복하고자하는가능성에대한진지한탐색을보여준다.이전의작품들이죽은자를위한진혼의서사였다면이세작품은살아남은자를위한위로의서사라할만하다.특히「아스팔트」는가해자와피해자간의화해를엿보이며마무리되고,「길」에서도분노대신4·3사건의상흔을숙명처럼안고살아가는이들의정서가애잔하게묘사된다.

그러니그것은불가피하고필연적인죽음이아니었다.그것은한사람몫의죽음이아니라남의죽음에덤으로얹힌무의미한죽음이었다.사람목숨이그렇게우연히처리되다니!일순노여움이불끈치미는것을간신히눌러진정시켰다.아서라.휘진의아버지를미워해서는안돼.평상시안목으로는도저히상상할수없는일이부지기수로일어나는것이난세의논리가아닌가.흔히시국탓이라고들말하지만,가해자는개인이아니라,개인을발광케만든한시대였다.(「길」122-123면)

셋째권『마지막테우리』에는“단편소설이요구하는모든요소를고루갖춘,우리단편문학역사에빛날명작”(염무웅)이라는평가를받은표제작「마지막테우리」를비롯하여「거룩한생애」「목마른신들」「쇠와살」「고향」등‘4·3사건’관련작품과자전적소설「위기의사내」,당대의현실을다룬「야만의시간」등7편의소설과장편소설『변방에우짖는새』를각색한희곡「변방에우짖는새」가실려있다.전통적인소설문법의형식을벗어나파격적인형식실험을보여준「쇠와살」에서작가는자못격정적인어조로“개인을발광케만든”야만의시대를절규하며비극의현장을들려준다.

아,너무도불가사의하다.믿을수없다.이해할수없다.전대미문이고미증유의대참사이다.인간이인간을,동족이동족을그렇게무참히파괴할수는없다.그것은인간의죽음이아니다.짐승도그런떼죽음은없다.가해자들은‘사냥’이라고했다.그것은‘빨갱이사냥’이라고했다.빨갱이는인간이아니었다.“그때죽은자는모두빨갱이다.빨갱이가아니면왜죽었겠는가.”이해할수없다.이해할수없다.너무도불가사의하다.떼주검을휘발유뿌려불태울때그냄새가돼지타는냄새와흡사했다.그래서가해자들은그구수한냄새를맡고자기가죽인것이인간이아니고짐승이라고새삼확인했는가.(「쇠와살」177면)

작가현기영의작품활동을자세히살펴보면‘4·3사건’을소설화한것은3분의1에지나지않는다.나머지는‘4·3’이외의이야기로,초기소설에서는소시민적삶에대한회의,당대의부조리한현실에대한비판,인간의황폐한내면의식의세계에대한탐닉등에골몰한작품세계를보여주었다.교직생활체험에바탕을두고자신을모델로한자기고백적소설을선보이기도하였다.

매는뼈를피해살집만골라정확히타격했다.그의육체는활활타는불길속에내던져져있는듯한느낌이었다.아,이고통스러운육체를벗어버릴수만있다면!정신을배반하는육체,제몸이이렇게저주스러울줄이야.영혼과육체가분리되어차라리죽을수만있다면!까무러치기라도했으면……(…)매질이끝났을때그는교사도작가도아닌,세아이의아버지도한여자의남편도아닌,그무엇도아닌,팬티에겁똥을깔긴한마리의사냥감짐승이었다.(「위기의사내」223면)

그럼에도현기영은명실공히제주와‘4·3문학’을대변하는작가로서자리매김되었다.이것은4·3문학전반을놓고볼때현기영이가장독보적이며,작가자신에게는‘4·3사건’이문학적고갱이이자기반임을말해주는것이다.‘4·3사건’은“육지중앙정부가돌보지않던머나먼벽지,귀양을떠난적객(謫客)들이수륙이천리를가며천신만고끝에도착하던유배지.목민(牧民)에는뜻이전혀없고오로지국마(國馬)를살찌우는목마(牧馬)에만신경썼던(…)백성을위한행정은없고말을위한행정만이있던천더기의땅.저주받은땅,천형의땅”(「해룡이야기」159면)에서고난의역사를살아온제주도민의트라우마이자작가의문학인생을완성하는삶과역사의상징인것이다.임규찬의평가처럼“평범함을비범함으로바꾼사려깊은문학적삶”(「해설」)을견지해온작가현기영은‘소설을쓴것’이아니라‘소설을살아온것’이다.

백조일손,그얼마나좋은말인가.아무렴,4·3조상은그렇게모셔야지.내조상네조상구별말고섬백성이모두한자손이되어모셔야옳았다.4·3을모르고무슨사업을하고무슨학문을하고무슨인생을논하나.그모두다헛된일이되고말것이다.나같이천한심방놈이여기저기불려다니면서벌이는원혼굿이무슨효험이있겠는가.한날한시에죽은원혼을진혼하려면온마을사람들이,아니온섬백성이한자손되어한날한시에합동으로공개적으로큰굿을벌여야옳다.바람길따라구름길따라무리지어흐르는수만의군병들,전대미문의가장억울한죽음이기에가장영험있는조상신으로서우리를보우해줄것이다.어허,백조일손,얼마나좋은말인가.덩지덩지덩덩덩더꿍.(「목마른신들」9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