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민족 1(큰글자도서)

백의 민족 1(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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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분단현실과 민중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 중량있는 작품을 발표하며 민족문학의 중추 역할을 감당해온 송기숙의 중단편전집(전5권)이 출간되었다. “예술작품이 단순히 작가의 사상을 기계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생성물임”(염무웅, 소개의 글)을 여전히 증명하는 흥미로운 작품으로 가득하다. 송기숙은 『녹두장군』 『자랏골의 비가』 등 주로 장편 및 대하소설로 잘 알려졌으나, 그간 중단편 작업 역시 왕성하게 이어왔음을 이번 전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대가 당면한 문제와 그 아픔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송기숙 소설의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집은 작가의 작품을 집대성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그의 작품세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송기숙 연구의 기초자료가 확보된 만큼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리라 기대된다.
저자

조은숙

국문학연구자.전남대강의교수.지은책으로『송기숙의삶과문학』『생오지작가,문순태에게로가는길』등이있다.

목차

송기숙중단편전집1백의민족
책머리에|조은숙/소개의글|염무웅(이상전5권공통)/
대리복무/어떤완충지대/백의민족·1968년/영감은불속으로/사모곡A단조/휴전선소식/어느해봄/전우/테러리스트/재수없는동행자/지리산의총각샘/갈머리방울새/해설|공종구/
(이하전5권공통)초판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송기숙연보

출판사 서평

한국문학의우뚝한성취를다시만난다
『녹두장군』의소설가송기숙의중단편소설전집출간

분단현실과민중의삶을깊숙이파고든중량있는작품을발표하며민족문학의중추역할을감당해온송기숙의중단편전집(전5권)이출간되었다.“예술작품이단순히작가의사상을기계적으로반영한것이아니라하나의역사적생성물임”(염무웅,소개의글)을여전히증명하는흥미로운작품으로가득하다.송기숙은『녹두장군』『자랏골의비가』등주로장편및대하소설로잘알려졌으나,그간중단편작업역시왕성하게이어왔음을이번전집에서확인할수있다.시대가당면한문제와그아픔에깊은관심을보여준송기숙소설의여정을일목요연하게살펴볼수있는이전집은작가의작품을집대성하는동시에독자에게그의작품세계에쉽게접근할수있는기회를제공할것이다.특히송기숙연구의기초자료가확보된만큼다양한연구가이어지리라기대된다.
전집에는기존에출간된여덟권의소설집에수록된작품들에서꽁뜨에해당하는열네편을제외하고,기존작품집에누락되었던네편의중단편을추가하여총48편으로명실상부송기숙의중단편소설을망라했다.특히이번전집을위해작가가기존에발표및출간되었던작품들을긴시간에걸쳐다듬었고,송기숙소설연구자들이원문교감과전집구성및해설문집필에참여했다.그과정에서오류를바로잡고표현을좀더정교하게다듬었으며,작품명「영감님빠이빠이」를「영감님불속으로」로,「재수없는금의환향」을「김복만사장님금의환향」으로,「물품는영감」을「뚱바우영감」으로,「산새들의합창」을「보리피리」로바꾸었다.전집의편집체계는기존작품집순서를따르지않고작가가발표한순서대로재구성했다.

이것이보통훈장인줄아쇼?이래봬도화랑무공훈장입니다.지리산공비토벌작전때한꺼번에빨갱이열놈을생포하고두놈을드르륵한무공으로탄것입니다.꼭두사람이열두놈을잡았지라.(「백의민족ㆍ1968년」,92면)
국가백년대계를내다보는육영사업을기화로돈벌이하려는네놈들은빨갱이보다더악질이다.어디한번나서봐라.이가운데는틀림없이빨갱이들사주를받은김일성이간첩이있다.내결단코추려내서처넣고말겠다.(「영감은불속으로」,110면)

1권『백의민족』에수록된열두편의초기단편소설이주목하는것은반공규율권력과국가권력의광기와폭력이다.이작품들은그러한폭력의저변에권력에대한왜곡된욕망과인식이작동하고있다는점을반복적으로보여준다.송기숙은이러한작품들을통해권력의폭력이피해자에게는물론가해자에게도얼마나심각한인간성의파괴와왜곡된인식을가져오는지를비판적으로심문하고성찰한다.

우리가제정신을가지고살아간다는것은우리가처한역사적현실속에서자기존재를확인하고그것을성실하게실현하는것이겠고,글을쓴다는것은그러한존재의가장적극적인발현이라생각한다.(『도깨비잔치』초판작가의말)

2권『도깨비잔치』로묶인열편의중단편은한국전쟁과분단의상처로인한민초들의삶과해방이후일제식민지잔재청산에철저하지못했던한국현대사의왜곡과당대사회를향한비판의식등을담고있다.흔히분단소설과농민소설로불리는1970년대의대표적민중문학의흐름에송기숙역시합류하는것이다.1970년대중후반은송기숙의삶과문학세계에서본격적인개화를예감케하는문학적개간의시작이자삶과문학이서로를추동하며역사의벌판을질주하는사회적실천의시작이었다.

영감은우수(雨水)물지고나서부터늦가을얼갈이할때까지농사철에는두말할것도없고,겨울철에도알묻어놓은자라처럼논밭을떠나지를못했다.자잘한논다랑이두다랑이를뭉개서한다랑이로합배미하고,떼밭을일궈밭을늘리기도했다.낮에는곰가재뒤지듯논밭에서고물거리고,밤이면밤대로멍석을틀거나맏물풋고추담아말릴오쟁이까지이른봄손놀때결어두었다.(「뚱바우영감」,70면)

3권『어머니의깃발』에는송기숙이1978년부터1984년까지발표한10편의중단편들이묶여있다.우리현대사의격동기라고할수있는이시기에발표한작품들은대체로한국사회에대한진단이중심을이루고그에대한처방을행간에숨겨두고있다.그러나정작송기숙소설을읽는재미는불의에항거하고정의를실현하는도덕적상상력을만족시키는데만있는것이아니라군더더기없는소설문장의적확함에도있다.적재적소에필요한순수한우리말과관용어구(속담이나격언등)또는비유어등이감칠맛있게구사되고있다는점이송기숙소설문장의서술특징이다.

영감에대한이런두려움이한층더해진것은그이삼일뒤였다.
“또철아,또철아,가만있어,가만!”
영하는처음에는누구를꾸짖는소리인줄알았다.그런데,그또철이는셰퍼드이름이었다.이또철이도사람이름인것같았는데이또오처럼유명인사이름인것같지는않았다.그러나개한테저런이름을붙인것보면그이름임자가이또오처럼예사사람은아닌것같았다.저쪼그마한영감어디에저런악착스런오기가들어있는지영하는어이가없었다.작은고추가맵다고저작은체구가온통오기로뭉쳐진것같았다.(「개는왜짖는가」,39면)

민중의이야기는민중의양식으로담았을때가독성이있다.민중은현실의규범이나부정적인대상을공격하는장면에서웃음을내보인다.송기숙은4권『개는왜짖는가』에수록된작품들을통해웃을수없는현실속에서웃음을건져올린다.「신농가월령가」에서는해학을통해‘새마을운동’으로농촌마을이오히려‘헌마을’이되어버린상황을보여주고,「개는왜짖는가」에서풍자의웃음을통해‘개’만도못한인간을한없이추락시킨다.「우투리-산자여따르라1」에서는‘아기장수우투리’전설속에담겨있는유머와해학을통해절망속에서도존엄과인간성을잃지않는웃음을보여준다.

그렇지만,그때까지만해도농촌탈출의꿈은변함이없었어.그때나지금이나어떤모양으로남아있든농촌에남아있다는건그자체가낙오잖아?그러나십여년이지난지금나는농촌에뿌리가깊이박히고,두루얽혀이제는농촌을떠날수도없고떠날생각도없어.낙오니뭐니그런말이끼어들여지가없으니이제나는제대로촌놈이되어버렸다고할까?(「가라앉는땅」,173면)

1990년경부터가장최근의작품들을모은5권『들국화송이송이』는1970?80년대(송기숙자신의소설을포함하여)농민소설의인기소재였던근대소작쟁의와농민전쟁대신당대의농촌문제가주관심사로등장한다.1970년대부터1990년대까지한국의농촌사를집약하는이촌향도이후의농촌은노인들의공간이다.작가는청년들의농촌이탈,도시자본의농촌유입,농촌고령화와조손가정증가,개발과보상을둘러싼분쟁(「가라앉는땅」「고향사람들」「제7공화국」「성묘」「꿈의궁전」)같이지금까지이어지는농촌의현실을다루며당면한현실의문제를다루는리얼리스트로서의면모를이어간다.

이처럼송기숙문학의진정뛰어난점은그가인간심성의원초적바탕에대해단지낙관과신뢰를가지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그것이실제의역사적상황속에서어떻게당면한사회적조건들과부딪치면서구체화되어왔는가를끊임없이소설적으로묻고있다는사실에있다(염무웅,소개의글).이전집에서우리는당면한현실의언어에충실하고자했던치열함,그속에서오늘의현실을문학으로고민하는방법과태도를발견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