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한문단편집 3(상)(큰글자도서)

이조한문단편집 3(상)(큰글자도서)

$25.00
Description
조선의 ‘소설 시대’, 조선의 스토리를 만난다!
30대 청년 학자이던 임형택 교수가 45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
명실상부한 한국학ㆍ한문학의 태산북두 고(故) 이우성 교수와 다산학술상, 만해문학상, 단재상, 도남국문학상, 인촌상을 수상한 한국 최고의 한국학ㆍ한문학자 임형택 교수가 실증적 한국학 연구의 길을 열고자 펴낸 『이조한문단편집』(전4권, 1973년 초판 출간, 일조각)이 현대적 문체와 장정으로 새롭게 선을 보인다. 실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던 18~19세기 한문단편을 국내외 각지에서 발굴해내 한국문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한국학의 가치를 재정립한 책으로 평가받는 『이조한문단편집』은 학계는 물론이고 그간 여러 역사소설과 시대극에 자양분을 제공하며 널리 각광을 받아온 저작이다. 이를 다시 펴내기 위해 임형택 교수는 장장 5년의 기간 동안 제자들과 함께 독회의 과정을 밟으며 젊은 언어 감각을 더하고, 최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전4권의 대작을 완성했다. 이로써 조선 후기 한문단편의 실체를 파헤친 지 45년 만에 한문단편 연구의 한 매듭이 지어졌다 할 것이다.

『이조한문단편집』에는 우리 문학사의 ‘소설시대’ 18~19세기 한문단편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 187편(연암 소설 11편 포함)이 수록되었다. 이들 작품이 생산된 시기는 경제구조의 변화로 상업자본이 형성되고 화폐경제가 발전했으며, 도시가 형성되고 농촌에서는 종래의 지주?소작관계가 해체되어, 빌린 땅을 경작하여 수익성을 높여 치부하는 이른바 ‘경영형 부농’이 출현하던 무렵이었다. 전통적인 양반 사대부가 몰락하고 중인·서리층이 득세하며, 상인·수공업자·농민 가운데에서 신흥 부자들이 출현하여 사회 세력관계의 판도가 바뀌는 격변기였던 것이다. 이 변화하는 사회가 뿜어내는 활력은 거리의 이야기꾼들에게 풍부한 소재를 제공하여 문화의 활력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여기 실린 작품들에는 양반 사대부에서 역관과 상인 등의 신흥부자, 기생·명창 등의 예인, 도둑·거지·사기꾼에 이르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여 흥미로운 생활의 단면과 신기하고 기막힌 인생유전을 들려준다. 더욱이 이들 작품은 문인 선비들이 창작한 패사소품(稗史小品)이 아니라 거리와 민가의 사랑방에서 이야기꾼들이 입으로 재현한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소박하고 실감 나는 표현으로 생생한 감동을 전한다. 아울러 저잣거리의 이야기에 작가의식이 가미되면서 우리가 아는 근대적 소설의 경지로 나아가는 현장을 목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

이우성

(李佑成):1925년경남밀양에서태어나성균관대학교문과대학을졸업하였으며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성균관대학교교수및대동문화연구원장,성균관대학교대학원장,역사학회대표간사(회장),일본동경대학문학부외국인연구원,일본동양문고초빙연구원,한국한문학회회장등을역임하였고,한국실학연구회회장,중국국립산동대학객좌교수,연세대학교석좌교수,대한민국학술원회원,민족문화추진회회장,퇴계학연구원장등으로활동했다.2017년5월향년92세를일기로세상을떠났다.
『한국의역사상』『한국중세사회연구』『한국고전의발견』『실시학사산고』『벽사관문존』『신라사산비명교역』『서벽외사해외수일본총서』등다수의저서와편서등이있다.

목차

[3권상]제5부민중기질I:저항과좌절
월출도(月出島)/신시(新市)/옥적(玉笛)/명화적(明火賊)/네친구(四友)/아래적(我來賊)/홍길동이후(洪吉同以後)/회양협(淮陽峽)/선천김진사(宣川金進士)/성동격서(聲東擊西)/광적(?賊)/도둑사위(盜?)/박장각(朴長脚)/갈처사(葛處士)/기우옹(騎牛翁)/태백산(太白山)/척검(擲劍)/타호(打虎)/이비장(李裨將)/웅투(熊鬪)/완강(頑强)/홍경래(洪景來)

출판사 서평

시대의변화상과실생활을담은
‘조선단편소설집’을엮다

이책을구성하는6개부의제목은그대로당시의시대상을집약하고각계각층사람들의생활을압축한키워드들이다.경제형태의변화는제1부‘부’에,윤리관의변화는제2부‘성과정’에,사회제도의변화는제3부‘세태I:신분동향’에,그리고당시조선서민들의다양한생활상은제4부‘세태II:시정주변’에실린작품들이보여주고있다.이러한사회변화속에서새로운시대를향한움직임이시작되고있음을보여주는작품들은제5부‘민중기질I:저항과좌절’에,그리고새시대를담당할세력의활력을보여주는작품들은제6부‘민중기질II:풍자와골계’에수록되었다.
이통찰력있는구성이가능했던것은물론1973년초판출간당시30대이던청년학자임형택과50대의중견학자이우성의공력덕분이었다.이들은실증적한국학연구의일환으로당시국내외의최신자료를발굴,정리하는것부터시작했다.필사본으로만전해지다해외로유출된자료들을찾기위해일본ㆍ미국등지를뒤지고,국내각처를돌며자료들을발굴했다.그결과당시그실체를제대로알지못했던한국문학사의한장을새로이조명해냈던것이다.또한사회적·경제적변화상의문학적재현이라는시각을견지함으로써이책은단순한한문단편모음집을넘어서당대현실이총체적으로형상화된선집으로태어날수있었다.출간당시이우성교수는“이책이나옴으로하여우리나라문학사의재구성에한계기가될수있을것이며,또한현대작가들에게풍부한주제들을제공하게될것이다.그뿐만아니라이조후기의사회경제사ㆍ사상사를다루고있는국사학도들에게도귀중한자료로서큰참고가될수있을것이다”라고했는데,지난45년간그역할을톡톡히해왔다.
이번에선보이는『이조한문단편집』은또한번의사제간협동작업의산물이다.동아시아적학지(學知)로서한국학·한문학의가치를재정립한거두임형택선생이제자들과5년간의독회를거쳐재번역한이책은젊은언어감각을더하고45년간의연구성과를충실히반영하였다.초판에서대개작자가밝혀져있지않던작품들을이번에거의다확인하고출처를새로고증하여한문단편연구에한매듭을지었다.이것이3권끝에‘출전해제’와‘수록작품의작자일람’으로일목요연하게정리되어있다.또한각주를대폭보완하여한문어휘를풀이하고문장을다듬어현대독자가전래이야기의재미를최대한느낄수있도록했다.1~3권이우리이야기를찾는일반독자들을위한현대적번역문이라면,전문연구자들을위해4권에원문을별도로모아정리했다.

울고웃고사랑하고욕망하는사람들,
속이고훔치고싸우고저항하는사람들

제1부에묶인작품들은기존지주-소작관계의해체와신흥부자의탄생(「귀향」「대두」「광작」「순흥만석꾼」등),도시상인계층의등장(「소금」「강경」「개성상인」「주판」「거여객점」등),역관·아전등중인·서리층의득세와양반층의몰락(「북경거지」「남경장사」「영남선비」「원주아전」등)을보여준다.상업의발전속에부에대한욕망은극대화되어10년씩부부관계를폐하고각방을쓰면서악착같이재산을모으거나(「부부각방」),글읽던선비가하루아침에주막을운영하며형에게도술값밥값을받아내면서돈을모아거부가되기도한다(「광작」).운수산업의발달과함께등장하는신흥부자들의치부방식은대개매점매석이다.한철풍성한물자를모두사들여값이오를때되파는매점매석의방식은허생을주인공으로다양하게변주되면서(「허생별전」제2부「변사행」등)박지원「허생전」의문학사적맥락을보여준다.
제2부에는고답적윤리관이현실과부딪치는파열을용기와지혜로감당하고,때로대담하고분방하게욕정을발산함으로써그시대사람들의욕망의민낯을가감없이드러내는이야기들을모아담았다.과거공부에매여여자를버리고그를기다리다스러지고마는청춘남녀의애끊는사랑과이별을그린전통적인사랑이야기들(「방맹」「심생」「이정」「눈」등)한편에서죽음을무릅쓰고기지를발휘해위기에처한남자를구하고사랑을이루는여성들을만날수있다(「길녀」「천변녀」「최풍헌딸」「연도」등).그런가하면길가는남자를유혹하거나낯선남자를따라와첩이되기를원하는여성들이있고(「피우」「태학귀로」등),남편의부재를틈타바람피우는여성들도만날수있다(「용산차부」「상은」등).
제3부에는몰락하는양반과부상하는중인층을그림으로써신분제사회의폐단,남존여비와가부장질서의모순과한계를곱씹게하는작품들이수록되었다.기성권력층을대변하던양반?사대부?명문가?남자는새로이힘을갖게된중인층의조롱의대상이되고,그들의힘을빌리지않고는생계를영위할수없을정도로몰락한다(「우마마」「평교」「노동지」「박비장」등).기성권력구조의근간이던과거제는온갖사기와협잡으로부정부패의대명사가되었으며(「교생과수재」제4부「과장」등),이를유지하던혼맥도흔들리게된다(「혼벌」).고결한선비는이제명예를지키다굶어죽을지경에이른것이다(「고죽군댁」「언양」등).그런한편에서는도망노비들이양반에맞서그들을응징하기도한다(「휘흠돈」「새벽」등).기존권력층의몰락반대편에서는역관·통인·아전·상인등의중인계층이금권을등에업고실세를장악하게된다(「김령」「역리와통인」「변사행」등).급변하는시대속에서사람들은저마다의장기를발휘해온힘으로살아간다.거기서생겨나는모험과애환,부패한세상에대한일갈(「변사행」)이어우러져역동적인사회분위기를느낄수있다.
제4부에는서민들의소소한일상사와예인들의풍류를다룬단편등이야기의재미를더한작품들이실렸다.떠돌이약재상이비를피해모여든사람들과살아온얘기를하다우연히존재도알지못하던아들을만나는이야기(「소나기」)는이효석의「메밀꽃필무렵」을떠올리게하며,동네이웃부터임금까지신분고하를막론하고모든증상에같은약을처방하는신이한훈장의일화(「동현약국」)는구수한옛이야기한자락을듣는듯하다.연안부사모친의연꽃구경시중을드느라민폐가크자한자음을빌려욕설을날리는「상련」이나속고속이는시장판사람들이야기(「시간기」「봉산무변」등)와도깨비이야기(「염동이」)등도빼놓을수없는재미를선사한다.한편일세를주름잡은이름난기생·가객들의일화(「김성기」「유우춘」「송실솔」「유송년」등)와이들을후원하고더불어풍류를즐기던문사들,즐길줄모르며위세만부리던양반들의우스운행태를그린작품(「풍류」「회상」등)이당대의멋과가려진예인들의행적을전하며흥미를돋운다.
제5부에실린도적들과반란군이야기는거칠고힘찬기상으로다른세상이오고있음을예감케하는작품들이다.과중한조세·공납등구조화된농민수탈과조선후기에가속화된농촌의계층분화는유랑농민을낳았고이들은무장항쟁을벌이는도둑무리로변모하기도했다.이런상황은민중속에서탄생하는영웅에대한기대로형상화되는데,「월출도」「명화적」등의주인공이그들이다.지모와배짱을겸비한선비출신대장이출현해도둑무리를선량한백성으로교화하거나(「선천김진사성동격서」)도둑을토벌하는무신의영웅담(「광적」)은그런현실에대한소설적타협책을보여준다.널리알려진도둑임꺽정과피리잘부는가객의일화를그린「옥적」이나의적홍길동의자취를그린「홍길동이후」등은영웅의흔적을좇는당시정서를짐작게한다.수명을다해가던유교적지배질서에반해들고일어난반란군의행적은중편분량에달하는「홍경래」에상세하게그려져있으며,신비한도술이나비상한담력을지닌기인들이등장하는「기우옹」「척검」등은명청교체기조선인들의시국인식을드러내는흥미로운작품들이다.
제6부에는고생스런일상을익살과풍자로이겨내는민중들의생활상이적나라하다.무너진사회질서속에서고통받는사람들의모습은대신매를맞아근근이살아가던품팔이의기막힌죽음(「매품」)이나은광주변에모여든빈민들의악다구니(「광산촌」)에서생생하게드러난다.이들은현실의비참을기득권세력에대한조롱과풍자로녹여냈다.군악대의이름난악장과기생들을동원해연회를벌일만큼배포큰풍류객거지대장(「꼭지딴」)의반대편에서,소리꾼에게놀림을당하는유명도학자나상인들에게속아귀한수달가죽을못쓰게만든시골양반(「명창박남」「수달피」),영악한하인의손아귀에서꼼짝못하는얼뜨기샌님(「사당」)등이사정없이조롱당하는것이다.기기묘묘한장난과익살(「백문선」「해승」),협객들의과장스런일화(「장복선」「허풍당」)까지어우러져한바탕웃음을자아내는한편으로민중의힘을실감하게한다.
별집으로실린‘연암소설’11편은「우상전」「김신선전」등상대적으로덜알려진작품들을본격적으로대면할수있는데다연암소설의다채로운면모를한자리에서볼수있어의미가깊다.뚜렷한작가의식과갖추어진소설적형식이제1~6부까지의작품들과문체와형식면에서확연한차이를보여준다.
한편,시대가그어준한계를넘어적극적인삶의의지로자신의생을개척해간여성들의자취를접할수있는작품들도있어이채롭다.제1부의「부부각방」「비부」「감초」「택사」「선혜청서리처」등에는시대의흐름을읽고남다른사업수완을발휘해부를성취하는여성들의이야기가그려져있다.이들여성은사회생활의전면에나설수없는상황에서도남편을움직여뜻을이루고,때로는주어지는혼처를거절하고스스로남편을골라맞아들여그를훈련시킴으로써자신의의지를관철한다.(「비부」)유교적가부장과결혼제도에묶인운명속에서갖은곡절을무릅쓰고자신의배우자를스스로택하여마음을바치는여성들의이야기는제2부「무운」「조보」등에서,신분제-가부장제에이중으로구속된여성의한계와그에대한비판적시선은제3부「검녀」「바가지」「교전비」등에서확인할수있다.예술가로서의천분과조선시대여성이라는현실사이에서고뇌하다스러진여성문인의자취는제2부「매헌과백화당」에아름답게형상화되어있다.

이책은수십년에걸친학문적탐색과실증적한문학에대한열정이우리문학과문화의뿌리를밝혀다양성과풍요로움을더하는바로그현장이다.그러나무엇보다한동안잊고있던옛날이야기의재미와한문고전의품격을한꺼번에맛볼수있는재미난이야기책이다.울고웃고사랑하고욕망하는사람들,속이고훔치고싸우고저항하고슬퍼하며살던사람들의몸짓과표정이생생하다.이책이처음나와현대문학의걸작『장길산』과『객주』를비롯한여러현대소설의자양분이되었듯이새로태어난지금이제까지없던어떤꽃을피울지기대가무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