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잠들지 못한다 (함돈균 평론집)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 (함돈균 평론집)

$20.29
Description
함돈균 평론집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 전작 『예외들』 이후로 4년 동안 집필해온 문학비평을 한데 엮었다. 이 시기 한가운데의 세월호사건이 상징하는 우리 사회의 결핍과 아픔을 끊임없이 사유해온 작가들의 고투가 비평의 시각으로 기록되어 있다. 제1부는 세월호사건을 관통하는 내용으로, 제2부는 저자의 다양한 관심사를 담아낸 평문들로 엮었다. 제3부는 주로 시집의 해설란에 수록된 글들을 담았고, 제4부는 개별 작가들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다.
저자

함돈균

저자함돈균咸燉均은2006년『문예중앙』에평론「아이들,가족삼각형의비밀을폭로하다」를발표하며비평활동을시작했다.저서로『얼굴없는노래』『시는아무것도모른다』『예외들』『사물의철학』등이있다.김달진문학상젊은비평가상을수상했으며,서울문화재단,대산문화재단문학창작기금을수혜했다.현재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HK연구교수이며,실천적창의인문학교시민행성운영위원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레미제라블’또는시의천사세계문학과한국문학
불가능한몸이말하기세월호시대의‘시적기억
연옥에서기도하는시인들이원ㆍ김행숙ㆍ박진성의시
시는누구에게고개를숙일까김수영ㆍ황인찬ㆍ김행숙ㆍ이원ㆍ송승언ㆍ최문자의시
‘최소-인간’,전위인가복고인가이우성ㆍ성동혁ㆍ황인찬ㆍ송승언의시

제2부
놀이는어떻게거룩한긍정이되는가문학과놀이에대하여
은폐하는사물,발기하는사물,되돌아오는사물‘사물’은시에무엇인가
공동체(共同體)인가공동체(空同體)인가아무것도공유하지않는자들의공동체와현대민주주의에대하여
이상의아해들한국현대시와이상시의계보
만약에미자씨가시쓰기가아니라소설쓰기를배웠다면영화「시(詩)」는시를무엇이라고말하는가

제3부
도롱뇽공동체의탄생김승일시집『에듀케이션』
숙녀라는이름의굴욕플레이어박상수시집『숙녀의기분』
감각사회학으로그린모딜리아니의초상김지녀시집『양들의사회학』
흙이묻지않는보법,리얼리스트의각도로걷기김희업시집『비의목록』
어둠의기도와원한없는사랑의몸이영광시집『나무는간다』
불가능의고도,절벽의꽃나무이원시집『불가능한종이의역사』

제4부
한전위(前衛)의시적용기김남주20주기에부쳐
사랑은잠들지못한다어떤애인들의존재형식에관하여
백살나무의부정신학(否定神學)조말선의시
종순(從順)의시학,미결(未決)의윤리정진규의시
우리는죽음의무게를뺏기고싶지않다김행숙의시
도시주변부소년의형이상학박판식의시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궁핍한시대에씌어지는불면의문학
“시인은세상의죄를대속하는고전적운명으로회귀했다”


등단이후10년간평단과시민사회에서활발한활동을펼쳐온문학평론가함돈균의평론집『사랑은잠들지못한다』가출간되었다.전작『예외들』이후로4년동안집필해온문학비평을한데엮었다.이시기한가운데의세월호사건이상징하는우리사회의결핍과아픔을끊임없이사유해온작가들의고투가비평의시각으로기록되어있다.

하지만그는잠깨지못한존재가아니라,오히려단한번도잠들지못하는존재라고해야한다.그는눈뜬채불면에시달린다.불면은달뜬상태처럼보이기도하고,극도의통증을수반하기도한다.달콤한유희처럼보이기도하며,끔찍한노동처럼존재하기도한다.‘사회’를아랑곳하지않는다는점에서그는이때완강한근본주의적혁명가처럼보이기도한다.대체어디에,어떤시간에,그리고무엇에사로잡힌것일까.은밀성을수반하는그의행위는전복적이고열정적이며고통스럽고은밀하면서도과감하며격렬하고불온한존재양상을보인다.‘사회’라는이름의한계를돌파하는그불면의에너지는육체의모든것을탕진해버리는‘사랑’이라는이름의무용한사건과다른것이아니다.(6면)

이러한작가/시인의고투는특히제1부에서집중적으로다뤄진다.영화「레미제라블」(2012)을통해문학의새로운상상력을상기시키며문을여는제1부는,그러한상상력을작품으로표현해내고있는오늘날의작가들을하나하나호명하며문학의역할을상기시킨다.이때문학적상상력의대척점에는우리사회의부재와결핍이자리한다.공감의부재,기억의부재,애도의부재,그리고무엇보다우리모두가공유하고인용할수있는사건의‘텍스트’가부재한이시대를구원하기위해,시인은연옥의죄인이된심정으로불면의기도를올린다.

1964년김수영은“적을형제로만드는실증”(「현대식교량」)을보여주는사랑의실험자로서당대시인의임무를규정했다.1981년최승자는시인으로서제역할을“죽음이죽음을따르는/이시대의무서운사랑”(「이시대의사랑」)을‘풀어내는’일이라고보았다.(…)2016년우리시대의사랑은적을형제로만들지도못한채오히려형제를적으로만드는세계에서불행하게흐느끼고있다.(…)이평론집에있는글들이씌어진시기에시인들은세상의죄를대속(代贖)하는존재라는시인의고전적운명으로회귀한듯했다.그들의사랑은불면의형식을취하고있으나,그들의우주는실낱같은구원의가능성도보이지않는‘연옥’에갇힌듯하다.한국현대문학의새로운기점이된1990년대이후,시인의사랑이이렇게처절한‘기도’의양상을띠는경우는없었다.(6~7면)

특히세월호사건은1부를관통하는키워드다.여기에는저자가지난두해에걸쳐‘세월호이후의문학’을천착한결과가고스란히담겨있다.한강,이영광,이원,김행숙,박진성,황인찬,송승언등최전선에서우리사회의결핍과맞서싸우는‘세월호이후’의작가들을맹렬한관심으로조명하면서,사건의기억과애도를위해문학이할수있는것과해야할것,하고있는것들을침착하게묻는다.
「불가능한몸이말하기:세월호시대의‘시적기억’」은한강과이영광의작품을통해세월호의‘증언불가능성’을문학의목소리로극복한흔적을발견한다.추모와담론의근거가되어야할텍스트가실종된상황에서‘고통받은자들의목소리’가우리의기억속에남기위해서문학이라는‘몸’을입게되는‘성육신’의현장을발견한다.「연옥에서기도하는시인들」은이원,김행숙,박진성의시를기도의형식으로읽어낸다.우리가살고있는오늘의세상이야말로속죄가필요한지옥의공간임을긍정하는시인들의“진정한기도”는그자체로가능성이다.
제2부는저자의다양한관심사를담아낸평문들로묶었다.전작『사물의철학』을통해주변의사물을관계의측면에서읽어낸바있는저자는「은폐하는사물,발기하는사물,되돌아오는사물」에서문학을매개로주변의사물을관찰하며특유의시각을내보인다.또한「놀이는어떻게거룩한긍정이되는가」에서는문학과놀이,「공동체(共同體)인가공동체(空同體)인가」에서는문학과민주주의의관계를사유한다.한편이창동의영화「시」를문학의시각으로참신하게재구성한「만약에미자씨가시쓰기가아니라소설쓰기를배웠다면」에서는문학작품에한하지않는비평적보폭이느껴진다.
제3부는주로시집의해설란에수록된글들이다.김승일,박상수,김지녀,김희업,이영광,이원등우리시단의주요시인들의작품집을섬세한시각으로풀어내는평론을읽다보면저자가우리시대작가들로부터신뢰받는평론가임을실감할수있다.‘도롱뇽공동체’‘굴욕플레이어’‘흙이묻지않는보법’등작품에서끌어낸키워드를자신만의비평언어로전환하는솜씨가돋보인다.
제4부는개별작가들을다룬작품들을모았다.김남주,김중일,조말선,정진규,김행숙,박판식의시편들에주목해작가론으로연결시켰다.표제가된평문인「사랑은잠들지못한다:어떤애인들의존재형식에관하여」에서는김중일의시뿐아니라모든시인들의‘쓰기’를‘잠들지못하는애인’의고백이자사랑을위한끝없는싸움으로바라본다.

그래서다시‘사랑은잠들지못한다’.문학은오늘날잠들지못한채긴기도를올리고있다.작가자신의온전한의지로세상을재구성해내는것이아니라“무언가에매달려있고붙잡혀있다.”마치세월호사건의희생자와유가족들이4월16일의그시간에갇혀있는것처럼,오늘날의작가들은잠들지못하는‘자정과새벽의시간’에멈춰있다.어떤문학은그렇게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