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재장전 (문학과 현실이 가리키는 새로운 미래 | 강경석 평론집)

리얼리티 재장전 (문학과 현실이 가리키는 새로운 미래 | 강경석 평론집)

$25.73
Description
“문학은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형성한다”
갱신되는 현실, 다른 세상을 여는 문학
진실을 향해 쇄도하는 힘찬 비평
『리얼리티 재장전』은 문학과 현실의 역동적 관계를 섬세한 감식안과 날렵한 필치로 묘파해온 문학평론가 강경석이 등단 18년 만에 펴내는 첫 평론집이다. 87년 민주화 이후의 한국문학을 큰 테두리로 삼았으며 세월호참사와 촛불혁명 전후로 문학의 현장에서 발화된 다양하고 개성적인 목소리들을 분석한 27편의 글을 묶었다. 2000년대 초부터 문학이 사회적으로 무용하거나 현실 앞에서 무력할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는데, 저자는 이러한 공허한 논의를 단숨에 뛰어넘어 우리 시대 문학에서 새로운 현실을 향한 움직임을 생생한 감각으로 읽어낸다. 특히 수입 이론이나 거대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문학적 사실 자체에서 출발해 진실로 나아가는 비평의 단단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저자

강경석

姜敬錫
1975년대구에서태어나유년기를보냈고이후인천에서배우고성장했다.인하대국어국문학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으며2004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문학평론을시작했다.현재『창작과비평』편집위원겸세교연구소기획실장으로있다.공저로『개벽의사상사』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촛불스펙트럼
진실의습격:민주주의와문학그리고자본주의
혁명의재배치:황정은,윤이형,김성중의눈
민족문학의정전형성과3·1운동:미당이라는퍼즐
묵시록과계급:백민석의‘폭민’과최진영의여자들
단지조금다르게:김현의시와시대전환
리얼리티재장전:다른민중,새로운현실그리고‘한국문학’

제2부민주화이후의한국문학
모든것의석양앞에서:지금,한국소설과‘현실의귀환’
그시린진리를찬물처럼:은희경,권여선의장편을통해본87년체제의감정구조
모더니즘의잔해:정지돈과이인휘겹쳐읽기
완전한타인:이주혜소설『자두』
만인의입술위에노래가:김남주시의현재성
시인의경제,시민의정치:진은영시집『훔쳐가는노래』
‘세상에서가장작은나라’에관한수상:신경숙의『엄마를부탁해』와가족서사
『바리데기』와흔들리는세계체제:‘2000년대작가’황석영

제3부비평의임무
우리들의일그러진‘리버럴’:비평이하는일에관한단상
비평의로도스:‘근대문학종언론’에서‘장편소설논쟁’까지
‘가능한현실’과장편소설
제도비판이상의것:2018년의평단
이름너머의사유:비평과이론사이에서
리얼리스트의자유:최원식평론집『문학과진보』

제4부재현과재현사이의진실
무저갱의안과밖:최은미,김이설,정유정소설에나타난악의표상
리듬의사회성에관한스케치
교과서여백에쓴시:이기인의「알쏭달쏭소녀백과사전」연작
침묵과호흡:임선기시집『항구에내리는겨울소식』
사실과중립:다시읽는김원일의『겨울골짜기』
고양이들은밤의감정을노래한다:이설야시집『내얼굴이도착하지않았다』
타원형감옥의외부:백민석의『목화밭엽기전』과그맥락

수록글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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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민주화이후,혁명이후의문학
문학과현실의복합적관계에대한비평적관심이집중된계기는2014년세월호참사와뒤이은촛불혁명이다.대전환의계기앞에서우리문학은사회현실에대한폭발적관심과참여를보여주었고비평이이에호응한것은일견당연한일이다.다만저자는들끓는현상에대한분석을넘어그‘이후’를탐색한다.그열성이1ㆍ2부의글들에담겨있다.한예로87년6월항쟁,96년한총련사건,2017년촛불혁명의경험이같이담긴황정은의중편「아무것도말할필요가없다」와윤이형,김성중의단편들을정밀하게읽는가운데(「혁명의재배치」)저자는사소하게여겨져온문제와지워져온존재들의무한히많은혁명,‘혁명의혁명’과그것을가능케할도약의순간을발견한다.하지만혁명에긍지와기쁨만있을리없다.반동의시절에닥치는수치와무력감,다시그것을갱신하려는분투는언제나오늘이자리의것이다.따라서“다음을묻는다는것,언제나그것이가장중요하다.”(48면)
이런명제는87년체제의유산에대한저자의끈질긴탐색에서비롯한것이다.개인과일상의차원에서민주화는소비자본주의의내면화와동시에진행되었다.이것이가져온여러층위의변화는현실에서페미니즘적각성(「완전한타인」),시와윤리의문제(「시인의경제,시민의정치」),자본주의세계체제에대한시야(「『바리데기』와흔들리는세계체제」)등과더불어“사회적빈곤즉소비미학시대의문화적소외”(133면)로도표현되었다.이렇게전지구적자본주의가실종시킨연대의감수성,불가역적대세로각인시킨각종‘종언론’과그변종들에맞서저자는“달라진세상의감각이새롭게불러내는”(71면)‘민중적인것’의귀환을말한다.김현시의새로움을현실의맥락에연결하고정지돈의정보조합형소설과이인휘의노동소설을‘과거완료’와‘현재진행’의거울상위에서만나게하며김남주시의현재성을조명하고‘리얼리티를재장전’할수있는배경에는87년체제의긍지와한계를날마다새롭게살아내는현실을발견하는안목이있는것이다.

갱신의비평과오늘의문학이그리는새로운미래
문학과현실의관계에대한탐구는동시대사회속에서비평의역할과자세에대한물음과짝을이룬다.3부는근대문학종언론,미래파와탈서정,문학의정치성과미학등2000년대초부터평단을달군여러논의가운데서비평의태도를모색하는글들이다.1980년대식정치주의·엄숙주의에대한반발은90년대산리버럴을낳았고이는2000년대문학에서정치적인것과미학논의를어정쩡한타협에머물게했다는진단(「우리들의일그러진‘리버럴’」)은사회적·문학적전사(前史)에대한명쾌한정리로오늘비평이처한조건을드러낸다.현상분석에치우친90년대,2000년대문학비평을단기·중기·장기층위의사회변화에잇대고종언론파동의의미와미래파·뉴웨이브를일목요연하게연결해분석한「비평의로도스」는물론「‘가능한현실’과장편소설」「이름너머의사유」같은글에는‘항상역사화하라’라는명제를부단히실천하는가운데리얼리즘의재구성을기획하는저자의내공이유감없이발휘되어있다.비평위기론과그에대한책임공방을넘어웹소설에대한실제비평적탐구에주목하는(「제도비판이상의것」)데서보듯저자에게문학의외연을확장하는일은80년대의민중을오늘의현실에서‘민중적인것’으로갱신하는작업,역사적인것을현재화하는작업과맞닿아있다.“문학은세계를반영하는동시에형성”(241면)하기때문이다.
2000년대문학계를휩쓴수입이론의과잉이80년대적인것의억압에서기원한다는점을짚는(「이름너머의사유」)저자는화려한수사나이론의권위에의지함없이성실한텍스트독해를통해작품과작품사이,작품과현실사이를날렵하게연결한다.최은미·김이설·정유정소설에드러난악의표상에서‘현실을하강초월하려는잔인한열정’을읽어내면서그바탕에‘해소되지못한계급적대의리비도’가있다고진단하고(「무저갱의안과밖」),이미지와운율의의미가불가분의관계를맺는자리를리듬으로정의하며김남주와김수영시가공유하는지점을정밀하게분석하는(「리듬의사회성에관한스케치」)등의4부글들은비평이동시대의작품들속에서새로운현실을발견해가는과정을여실히보여준다.

평론가최원식은추천사에서저자의비평에대해“원체박람(博覽)하고강기(?記)한바탕에졸가리를세워물음을구성하는역능이단연”이라평하고있다.단편적현상을좇지않고총체적진실을향하는열정의바탕에무엇이있는지짐작하게하는표현이다.문학과사회의전환기에그기미들을예민하게포착하고날마다갱신하는강경석비평이문학안팎에서다른세상을열어젖히는중요한계기로읽히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