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바깥으로

문명의 바깥으로

$19.79
저자

나희덕

1966년충남논산에서태어나연세대국문과와동대학원박사과정을졸업했다.1989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뿌리에게」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김수영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소월시문학상,임화예술문학상,미당문학상등을수상했다.

시집으로『뿌리에게』,『그말이잎을물들였다』,『그곳이멀지않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자본세에시인들의몸은어떻게저항하는가
흙의시학:풍요와휴식에서인류세의퇴적물로
인간-동물의관계론적사유와시적감수성
서정시는왜기억과자연을호출하는가

제2부
가볍고투명한,그러나두터운삶을향하여
문명의파수꾼김종철
길위에서부르는만신의노래
깊은물속의그림자
시적상상력과종교다원주의
미학적진원지로서의기형도
꽃의뿌리를향한행려의기록
허공에들린발을위하여
내향적산책자의수화
그녀는아주오래시를쓸것이다

제3부
김종삼의「라산스카」시편들에대하여
김수영을바라보는두개의시각
바로보려는자의비애와설움
윤동주라는시의거울
현대시와공동체

출판사 서평

이론은송곳처럼날카롭게
문장은추리소설처럼흥미진진하게

『문명의바깥으로』의핵심이라할수있는제1부는,자본주의의말기적증상과이로인한생태위기의현실에서시의역할을되짚어보는글모음이다.자본세(Capitalocene)와인류세(Anthropocene)라는‘지금’을사는시인들은어떤의식을바탕으로저항하고있는지를톺아보는작업이특히인상적인데백무산,허수경,김혜순의시를통해이를살펴보았다.강성은,이장욱,이근화의작품을통해인간과비인간이함께살아가는공생의길을추적해본것도유의미한데최근발표되는‘반려동물시집’에대한따뜻한시선이아름답게다가온다.‘생태문명’으로의전환이무엇보다도긴요한지금,저자스스로의시를통해우리에게필요한몸과마음에대한성찰을촉구하는지점도주목할대목이다.제2부는작가론들이다.나희덕의문학적스승이라할수있는정현종김종철강은교부터신예인조온윤박규현에이르기까지시대적으로도다양한시인에대한글이모였다.분석에치중하는여느작가론과는달리개인적인에피소드와담담한사념이풍성하게포함되어있어마치각각의작가들과대화를나누는듯한문체가편안함을준다.세상을떠난기형도,박영근,최영숙에대한글은특히독자의마음을먹먹하게한다.제3부는백석,윤동주,김수영,김종삼에대한글로학술적으로도유의미하며한국현대시의밑바탕을크게살펴볼수있다는점에서도탁월한글들로꾸려졌다.특히김종삼의「라산스카」시편에대한비평문은마치추리소설을방불케할정도로흥미진진한데,‘라산스카’의의미가과연무엇인지를폭넓은문화적지식을동원해추적하는태도가인상적이다.백낙청과김현이각각엮은이로참여한김수영의두선집을비교분석하는글또한한국시독자라면스쳐갈수없는대목인데엮은이의문학적성향이선집을어떻게다채롭게꾸려낼수있는지를살펴보며김수영이라는거대한시인을더욱다채롭게조망하게된다.

지금을살아가는우리를끌어당기는
‘나희덕’이라는한국시의중력

나희덕의20년간연구·비평·산문의총체인『문명의바깥으로』는그시간에값하게풍부한내용으로가득하나난해하지않고,또한한문장도허투루쓰지않겠다는저자의의지가담겨있다.이는저자스스로밝히듯,저자가사숙한많은스승에게서도배워온문학에대한진지한태도덕분이다.문학평론가신형철은이책의추천사에서나희덕의문학을직립하게하는세개의중력으로‘역사적인간을적는백낙청’‘생태적인간을적는김종철’‘상상력의인간을적는정현종’을들며,이들이나희덕이라는촉매를통해『문명의바깥으로』에조화롭게용해되어있다고했다.나희덕스스로“한국현대시의한중력”(추천사)이되었다는사실이이번시론집을통해드러나는것도이덕분이다.저자는본인의글이“성냥팔이소녀가필사적으로그어대던성냥의불꽃처럼이시대의어둠을조금이나마밝힐수있”(책머리에)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번시론집을펴낸다고밝힌바있다.이는일견무용해보이는시가세상을바꾸는가장강력한무기일수있다는,또한상처입은세계를치유하는가장근본적인치료약일수있다는저자의신념에기반한다.그강인한마음이오롯하게문장으로모인『문명의바깥으로』.이목소리에시를사랑하는독자뿐아니라지금을살아가는사회구성원모두가귀를기울여야하는것은‘시’라는유효하고도강력한도구가여전히우리곁에서은은하게맴돌고있기때문이다.

작가의말
지난몇해동안팬데믹을통과하면서이세계를어떻게받아들이고설명해야할지혼란스럽고답답한나날을보냈다.마스크를벗고일상을되찾아가고는있지만,여전히삶의감각과방향성을잃어버린느낌이가시지않는다.조르조아감벤(GiorgioAgamben)은팬데믹기간에쓴책『저항할권리』에서“우리앞에놓인첫번째과제는순수하고거의방언에가깝고,다른말로는시적이며,우리를사고하게만드는언어를되찾는것”이라고했다.이벌거벗은인간과부조리한세계를밝힐수있는마지막성냥은약품과백신이아니라시와철학의언어라는것이다.이말처럼,시적언어란세상에대한절박한호소와경고에가깝다는생각이든다.
내가쓴시와시론이성냥팔이소녀가필사적으로그어대던성냥의불꽃처럼이시대의어둠을조금이나마밝힐수있다면,하는다급함이나간절함이있었다.그간절함이실제로읽는이에게얼마나전달되고공감을얻을수있을지는모르겠지만,흩어져있던시읽기의궤적을한자리에정리하고보니이글들을관통하는문제의식은어렴풋하게잡히는듯하다.
(…)
이렇게멀거나가까운시의성좌들을바라보며밤길을더듬더듬걸어왔다.시를쓸수록시를읽을수록시에대해말하는일이조심스럽고어려워진다.다른시인의시에대해말한것이내시의발목을잡는때도많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렇게많은말들을남겼다니……이패총(貝塚)같은글들을떠나보내며부끄러움이앞서지만,이책이또하나의문턱또는매듭이되어한두걸음나아갈수있기를바랄뿐이다.문명의바깥으로,시의바깥으로.

추천사

나희덕의문학을직립하게하는세개의중력이있다고생각한다.‘시적인간’과,라고쓴다음에‘역사적인간’을적는백낙청,‘생태적인간’을적는김종철,‘상상력의인간’을적는정현종.시인은역사적현실의부름에응답해야하고,그러면서인류의종(種)적책임을성찰해야하며,이런무거운사명이시를제압할수없게탄력적이어야한다는것.이가치들이제안에조화롭게용해되도록한촉매는물론나희덕자신이고,그러므로이문학의이름은‘나희덕’일수밖에없으며,어느덧그도한국현대시의한중력이되었다.

몇년간가까이에서그를경험할기회가있었으므로잘안다.나는그처럼부지런히공부하는시인을본적이없고,그처럼동료와제자를잘보살피는교수를본적이없다.이책은그런저자를닮았다.‘공동체’론에서‘인류세’론에걸친그의근년공부의결실이치열하고,윤동주와김수영에서조온윤과박규현까지,선후배의시를보살핀시인론들이자상하다.이열정과정성은어디에서오는가.그가애독하는아우구스티누스를빌려짐작해볼뿐,사랑이그의진짜중력이라고.이제그사랑이‘문명의바깥으로’우리를이끈다.
신형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