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

$28.09
Description
한국문학계의 거장 염무웅, 60년 비평활동의 결산
‘우리 것다운’ 문학을 향한 치열한 탐구와 깊이 있는 통찰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우리 문학비평의 ‘살아 있는 역사’ 염무웅이 비평활동 60년을 기념하는 새 평론집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을 출간했다. 한국 근현대문학에 대한 놀랄 만한 해박함을 바탕으로 작품 이면에 놓인 작가 개인의 삶과 시대의 명암을 종횡으로 엮어 통찰하는 저자의 비평문은 우리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지 오래다.
9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평론집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1960, 70년대 작품활동을 시작해 고단한 시대에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당한 문학적 평가를 겨냥한 글들이 그 한 축이다. 민족과 민족문학,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오랜 숙고와 성찰이 빛나는 글들이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남북작가대회와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등 우리 문학사에 획을 긋는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하며 정리한 글들은 문학비평과 더불어 평생 활발하게 현실 참여를 병행했던 저자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각 부 끝에 실린 후배 평론가들과의 인터뷰는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저자가 마주한 우리 출판계와 문단의 생생한 일화와 더불어 현대시의 난해함, 독자에게서 소외되어가는 비평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 등을 담고 있는 귀한 읽을거리이다. 굴곡 많은 역사 속에 일그러진 우리 문학사를 ‘우리 것답게’ 재구성하고자 하는 한결같은 비평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염무웅

강원속초에서출생했고서울대독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1964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문학평론이당선되어등단했다.창작과비평사대표,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사장,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국립한국문학관관장을역임했고현재영남대명예교수로있다.평론집『민중시대의문학』『혼돈의시대에구상하는문학의논리』『모래위의시간』『문학과시대현실』『살아있는과거』『한국현대시』(선집),산문집『자유의역설』『반걸음을위한현존의요구』『지옥에이르지않기위하여』,대담집『문학과의동행』,공역서『문학과예술의사회사』등이있다.팔봉비평문학상,요산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대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책을내면서

제1부
뿌리뽑힌자의노래
천천히흘러멀리가는강물처럼
고은문학의역사적의미에대하여
봄밤에울리는위로의노래
도덕적고뇌와시의힘
시인김지하가이룩한문학적성과와남긴유산
현대시의난해성이라는문제

제2부
김수영은어떻게‘김수영’이되었나
신경림시인과헤어지는시간
오늘다시호출된김남주
송기숙의실천적삶과문학적성취
난민의시대,피난민의문학
시대정신으로서의문학,그역사와과제

제3부
민족문학의시대는갔는가
소설『임꺽정』의언어에대한논란
말에서글에이르는길
남북작가대회의성사(2005.7.)에즈음하여
한국문학과세계의만남
국립한국문학관에대하여
한국작가회의40년
문학비평가의길

부록
한국현대문학의작은역사
추억속의김수영,다시읽는김수영

수록글발표지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독자에게소외된비평을구출해
한국문학의‘있어야할모습’을제시하는빛나는지성

전체3부로구성된이번평론집의1부와2부는1945년해방기부터1960,70년대에작품활동을시작한시인들을주로다룬다.사회와개인이모두고난의역사에휘둘려삶이‘팍팍한사막같던’시기에시대의아픔을함께하며독자에게위로를,때로용기를전해준이들로,김수영·강민·민영·신경림·김지하·이성선·김남주등이다.이들평문에서두드러지는것은정밀한작품읽기와함께작품이쓰인시간적·공간적배경,당시작가가처한개인적·사회적상황을두루살펴작품을읽으면서그시대의한장면을마주하게만드는경이로운필치다.분단과월남,전쟁과피난의역경을헤치고평생고된노동으로삶을일구면서도“안으로타오르는정신의오연함으로”(31면)빛나는시세계를이룩한민영시인의시전집서평「뿌리뽑힌자의노래」는시인의생애고비와그때마다쓰인작품,당시의역사적사건을엮어시의역사성이어떻게형성되는가를보여준다.동시대작가와작품을풍부하게참조하며문단상황과현대사,개인적일화를곁들임으로써독자가그저작품을읽는수동성에서벗어나그작품이놓인시공간을직접살아보게이끄는글들이여러편이다.
이런특징은김지하·신경림·송기숙등저자와긴시간교류했던작가들의작품세계를다룰때더욱선명하다.「시인김지하가이룩한문학적성과와남긴유산」은감옥자체였던유신체제하에서문화운동의새길을연김지하활동의의미를되새기고중요한국면마다시인의내면으로들어가작품을해석한다.그럼으로써가볍게떠도는세간의평가를넘어생애내내시대와맞섰던한예술가의삶에깊이공감하게만든다.「송기숙의실천적삶과문학적성취」「오늘다시호출된김남주」는모두삶과작품으로시대와함께호흡한작가와작품에대한경의를바탕으로작품세계의특장과한계를객관적으로평하며진정한비평의자세를보여주는글들이다.「신경림시인과헤어지는시간」은다소결을달리한다.시인의임종과장례의순간,그리고이시기가지나작품세계를개관한글들이차례로이어지며이‘국민시인’에대한한없는애도와애정을곱씹게한다.1970년가을잡지편집자로시인의시를『창작과비평』에소개하고,처음만나자마자어떤문제를얘기하든“금방공감이되었고,말로나타내기이전에감정으로통”했던(181면)50여년이시인의삶과시세계에대한정밀하고깊은이해로표현되어독자에게친절한길잡이가되어준다.
3부에묶인것은저자가서문에서이책의“또하나의주제”라고말한민족문학(론)과이문제의식을연결,확장한글들이다.이는물론지난시대주장의되풀이가아니다.민족/민족주의가한편으로배제와혐오의무기가되고다른한편세계화의물결속에사실상의개념적해체를맞이하고있지만,분단상황이해소되지않은우리로서는여전히거기에서취할것은취하면서새로운제국주의시대를헤쳐가야한다는뜻이다.「민족문학의시대는갔는가」를비롯한여러글과발언에서저자는식민지문학관의극복을위해근대문학형성기에활동한작가들을단칼에자르듯친일과저항으로구분하지말고진정으로계승할문학적유산을섬세하게분별할것을거듭요청한다.소설『임꺽정』에서왜모든등장인물이지역과출신계급에상관없이점잖은교양어를쓰는가라는문제를제기하며답을찾아가는글「소설『임꺽정』의언어에대한논란」또한이런문제의식의연장선에있다.표준어와정서법규정이미비하던시기조선팔도모든사람에게‘보편적인언어’를추구한작가의의식적노력의산물이라는것이저자가도달한결론이다.일제와서구의압도적영향아래신문물을받아들여우리것으로소화하고‘우리다운예술’을꽃피우고자분투한이들을되풀이조명하는가운데저자는우리문학의‘있어야할모습’을전하고자한다.
또한이책에는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사장,국립한국문학관초대관장등글로만아니라실천으로문학사의현장에참여한저자의행적을증언하는글들이함께실렸다.오늘날은꿈같이여겨지지만언젠가벼락처럼재현될지모를남북작가대회(2005.7.)가확정되어감격속에그의미를짚어본글「남북작가대회의성사(2005.7.)에즈음하여」와우리문학계의숙원사업이던국립한국문학관설립의역사적의미를고찰한글「국립한국문학관에대하여」가그것이다.각부끝에실린후배평론가들과의인터뷰에서펼쳐지는1960,70년대문단사,독자의호응을얻지못하는‘가짜난해시’와설익은비평풍토에대한비판은다시없을조언으로다가온다.더욱이3부끝의두인터뷰는1970,80년대우리문학운동·문화운동의기록으로서도중요한가치를갖는다.

1964년비평활동을시작한이래한국현대문학의최전선에서우리문학의지평을넓혀온평론가염무웅.문학평론가,출판편집자,교수,번역가등다양한활동을겸해온그이기에염무웅의평론에는언제나일상적인삶과경험이녹아들어있다.삶과글로역사와함께호흡한작가와작품에대한경의를넘어한국문학에대한깊은애정이고스란히드러나는저자의글은‘역사앞에선한국문학’을이토록총체적이고도입체적으로경험하게만든다.문학에대한저자의치열한탐구와애정어린경륜은앞으로우리문학이나아가야할귀한본보기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