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문제

권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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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마저 외면받으며 위탁가정에서 성장한다. 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인종차별과 남편과의 1년 남짓한 결혼생활에 깊은 회의감을 느낀 그녀는 ‘귀환 금지’를 전제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보츠와나로 망명 신청을 한다. 보츠와나의 부락 모타벵에서 그녀는 실제인물이기도 한 쎌로의 망상을 마주하게 되고, 이후 꿈속의 지각과 깨어 있을 때의 현실을 구분하는 선이 점차 엉망이 된다. 혼혈인 그녀를 부정하는 메시지와 “개돼지, 오물, 아프리카인들이 너를 먹어 없앨 거야. 개돼지, 오물, 아프리카인들이 너를 먹어 없앨 거야”라는 녹음이 그녀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반복되며, 그녀는 마침내 정신 발작을 일으킨다. 이 사건으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된 엘리자베스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역 프로젝트의 일환인 농사일을 시작하고, 이는 그녀의 아이와 함께 쇠락한 정신을 붙잡을 수 있게 해주는 끈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새롭게 망상 속에 등장한 댄이라는 인물이 일흔한명의 여성들과 벌이는 정사는 엘리자베스를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데……
저자

베시헤드

(BessieHead,1937~86)
1937년남아프리카공화국나탈에서태어났다.백인과흑인사이의성행위나결혼을금지하는‘부도덕법’이시행되고있던남아공에서백인어머니와흑인아버지사이의혼혈로태어난그는위탁가정에서성장한다.어린시절,학교에서크리스마스날‘친부모가백인과흑인’이라는사실을알게되어큰충격을받는다.초등교사를거쳐유색인을대변하는주간지『골든씨티포스트』와『홈포스트』에서기자로활동하다아프리카주의를강하게표방하는신문Bessiephoto?KarmaMuseumEditions『더씨티즌』을자체제작한다.범아프리카회의(PAC)에가입해활동하던중체포되어구금되기도한다.이후남아공에다시는돌아오지않는다는조건으로보츠와나에정치적망명을요청하나,결국보츠와나에서생활한지15년만에시민권을얻게된다.작가로서점차명성을얻으며지독한가난에서벗어나기시작하지만,얼마지나지않아1986년보츠와나의중부도시쎄로웨에서간염으로세상을떠난다.대표작으로쎄로웨에서의자전적이야기를담아낸장편소설『비구름이모일때』(1969),『마루』(1971),『권력의문제』(1973)가있다.이외에소설『쎄로웨?비바람의마을』(1981),『마법에걸린십자로』(1984)등이있다.

목차

제1부쎌로
제2부댄

작품해설/영혼의싸움,생존의싸움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권력의문제』는개인적인차원에서
악의근원을찾아가는철학적여정입니다.”_베시헤드

인종과국가의경계에서태어난‘아웃사이더’이자
억압의피해자로서권력의본성을탐사하는문학적실험
아프리카현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베시헤드(BessieHead)의작품『권력의문제』가창비세계문학65번으로발간되었다.백인과흑인사이의성행위나결혼을금지하는‘부도덕법’(ImmoralityAct)이시행되고있던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1937년백인과흑인의혼혈로태어나존재자체를부정당하며성장한그의자전적이야기를담은장편소설이다.베시헤드가일종차별로인해겪은신경증을토대로주인공엘리자베스의환상속인물쎌로와댄이각각제1부와제2부의흐름을이끌며결말을향해밀고나가는형식을지닌다.인종차별,성폭행,정치적망명불허로겪은무국적생활등삶의질곡속에섬세하게감지해낸권력의문제를문학적으로꽃피운베시헤드의대표작이다.

‘아웃사이더’로서의베시헤드의삶
『권력의문제』는자전적성격이강하기때문에우선베시헤드의일생을간단히살펴보는게좋을듯하다.베시헤드는1937년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백인어머니와흑인아버지사이에서태어났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1909년영국에서독립하지만베시헤드가태어났을때에도극심한인종차별은여전했다.그곳엔흑인과백인만이아니라,네덜란드계인아프리카너(Afrikaner)와영국계백인,흑인,베시헤드같은혼혈(Coloured)까지여러층의분열과갈등이존재했다.게다가1948년아프리카너가주도하는국민당(NationalParty)이정권을잡아인종격리정책인아파르트헤이트를공식정책으로삼은뒤여러차원에서차별과억압이심화된다.베시헤드는주인공엘리자베스와마찬가지로위탁가정에서자랐는데,혼혈이라는이유로백인과흑인위탁가정양쪽에서쫓겨났을때부터어디에도속할수없는아웃사이더의인생이시작되었다고도하겠다.교사자격증을받고잠깐교사생활을한뒤신문사와잡지사에서기자로일하기도했다.이후범아프리카운동에연루되었다는이유로다시돌아오지않는다는조건하에남아공을떠나보츠와나에정치적망명을요청한다.보츠와나에서시민권을받지못한채망명생활을하면서여러나라에망명을요청하지만실패하고,결국보츠와나에산지15년만에시민권을얻게된다.작가로서명성을얻으며지독한가난에서벗어나기시작하지만,얼마지나지않아1986년간염으로세상을떠난다.

선과악을대표하는인물쎌로와댄
엘리자베스의망상속에등장하는쎌로와댄은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태어난순간부터그녀가평생대면해야했던인종적차별과억압의문제에대한근원적탐색임을분명히하는것이다.단순화하자면쎌로와댄은선과악을대표한다.특히어느시점부터쎌로는자신에게너무기대지말고분석적인정신으로독립적인사고를해야한다고엘리자베스에게경고하는데,사실절대적선에대한믿음은악에맞설힘을주기도하지만동시에그만큼우리를취약하게만들기도한다.말하자면쎌로를통해나타나는엘리자베스의문제는,혹은베시헤드가보는우리의문제는선과악이두부자르듯구분된다는이분법적사고이고,그런이분법을역사속의주요종교에서전형적으로찾아볼수있는것이다.
쎌로가선을집약하면서도현실적으로악과분리될수없다는것,우리를절망으로내모는것은악이라기보다선과악의이분법일수도있다는사실을나타낸다면댄은말그대로순전한악이다.댄은악으로뭉뚱그려진생물학적본질성의문제,피부색이나성적욕망같은육체적이고따라서저속하다고여겨져온면의극도로과장된형태라고할수있다.

흑인의정체성문제를되짚다
극심해지는엘리자베스의망상에도삶의균형을잡을수있도록도와주는것은지역산업프로젝트와아들이다.흑백의극단적대립과억압이지배적인남아프리카공화국과달리보츠와나는백인의억압적식민지지배보다는오히려서구의인도적인개발지원과자발적봉사가활발하게이루어졌기때문에베시헤드의작품내에서도백인과원주민의우호적관계가두드러진다.베시헤드는이들의관계를통해생물학적특성과관련된흑인의정체성이억압과멸시를정당화하는명분이되었다고밝힌다.그러면서흑인의특정한정체성을적극적으로이용하는일은권력자들에게이용당할위험에항상노출되어있다는경고의메시지를전한다.

“모두다평범하기를바란다고할때,
그것은그저사람이사람을사랑한다는말의다른표현일뿐이니까.“
엘리자베스는아들의시를통해결국,신과선(善)이인간과동떨어져홀로하늘위에존재하는것이아니라하루하루를사는우리인간들안에내재해있음을,그래서다른존재를신이자선으로여기고대우하는일이인종이나계급,그어떤이념에앞서야한다는것을깨닫는다.베시헤드는엘리자베스가죽음의문턱까지이르며겪어야했던고통과다른이들과의관계속친밀함을통해서이러한진리를보여준다.바로그렇게함께지옥을경험하고,다른한편으로쌓여가는신뢰와애정을경험했기때문에마지막의포개진손이추상적명제가아니라한토막삶으로여전히유효하게우리안에자리하게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