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

현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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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세기 초중반 유럽의 비극을 고찰한
선구적 작가 헤르만 브로흐의
위험하면서도 유혹적인 유작
20세기 독일어문학의 대표적 모더니즘 작가로 손꼽히며 ‘지식인으로서 당대의 정점에 서 있던 존재’로 평가받는 헤르만 브로흐의 유작 『현혹』이 창비세계문학 75번으로 출간됐다. 『몽유병자들』(Die Schlafwandler)로 널리 알려진 그의 국내 초역작으로, 이노은 교수(인천대학교 독어독문학과)가 번역을 맡아 작품의 깊이를 살렸다.
『현혹』은 1차대전이 끝나고 약 10년 후, 알프스의 산골마을에서 별다른 희망도 없이 단조로운 삶을 살던 사람들 앞에 마리우스라는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 그들을 현혹시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1935년 이미 실체를 드러낸 독재자 히틀러와 그를 따르는 대중의 광기에 대한 고민 그리고 특정 시대를 초월한 존재에 대한 탐구가 오롯이 담겨져 있다. 『현혹』은 가치가 붕괴된 20세기 초중반의 시대를 살면서도 문학을 통한 윤리적 인식과 실천을 꿈꾸던 작가 헤르만 브로흐의 고민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시의성을 갖는다.

[줄거리]
1차대전이 끝나고 약 10년 후, 알프스 산간마을의 한 의사가 어느날 우연히 마리우스 라티라는 방랑자와 마주친다. 이후 의사는 첫인상부터 어딘가 기이해 보이는 마리우스가 벌이는 행적을 살피게 된다. 마리우스는 아랫마을 농부 밀란트의 집에 임시 일꾼으로 기거하며, 독특한 사상으로 주민들을 점차 현혹시킨다. 그는 종교적 근본주의자처럼 정결한 삶을 주장하며 미혼모를 마녀라고 낙인찍어 따돌리고, 기계문물과 대량생산을 거부해 라디오나 기성복 구입을 반대하고 탈곡기 사용을 죄악시한다. 또한 직접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도시인들의 생활방식을 비난하며 서비스 직종을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멸한다. 마을의 지혜로운 어른인 어머니 기손은 그의 위험한 생각에 경고를 보내지만, 마리우스는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전해지는 금기된 황금 채굴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며 대중을 강력하게 끌어모은다. 그러던 어느날, 난쟁이갱 근처에서 마리우스의 심복 벤첼이 훈련시키는 마을 청년들과 윗마을 주민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기손 어머니의 손녀 이름가르트가 희생제사 의식을 앞두고 마리우스에게 빠져들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저자

헤르만브로흐

(HermannBroch1886~1951)
?Imagno/GettyImages
20세기독일어문학의대표적모더니즘작가로손꼽히는헤르만브로흐는1886년11월1일오스트리아빈의유대계가정에서태어났다.뮐하우젠방직전문학교를졸업하고부친의대를이어공장운영에뛰어들었으나,문학과철학을틈틈이독학했다.빈대학교에서청강을하고글쓰기에전념하던그는1932년첫번째작품인3부작장편소설『몽유병자들』을발표하면서본격적으로작가의길을걷게된다.1938년독일나치에게체포되어구금되었다가,아인슈타인등문학계지인들의도움으로영국으로피신한뒤미국으로망명한다.철학,정치학,사회학등학문적연구와문학창작외에민주주의개혁과세계평화를위한사회참여활동도활발하게벌였다.1950년노벨문학상후보로추천을받기도하였으나,이듬해인1951년5월30일『현혹』의수정작업을마무리하지못한채심장마비로갑작스럽게생을마감했다.
그외주요작품으로장편소설『미지의수』(1933)『베르길리우스의죽음』(1945),단편집『죄없는사람들』(1950),에세이『호프만스탈과그의시대』(1975,사후출간)등이있다.

목차

현혹

작품해설/인간의대중심리와종교적본성에대한고찰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20세기대중광기의탄생을그린작품
20세기의대중광기현상을연구한브로흐는가치가붕괴되고문명이종말을향하는시기에등장하는개인은비이성적성향을띠며,더이상문화적으로는채울수없는동경과두려움에쫓기고있다고진단했다.이런그의사상이압축된『현혹』은낙후된마을공동체가타지인의선동으로새로운동력을얻고비이성적이고폭력적으로변모해가는과정을생생하게그려냄으로써,독일에서히틀러가정권을장악해가던과정을떠올리게한다.특히브로흐가가치가붕괴된사회구성원들의특징으로보았던비이성적요소와소유욕,동경과두려움등은산골마을이라는작은공동체안에서더욱뚜렷하게가시화되고있으며그래서이소설은대중광기탄생에대한알레고리로읽힐수있다.

대안적유토피아의가능성:어머니기손
하지만『현혹』을히틀러에대한알레고리로만읽는다면작품이담고있는또하나의중요한요소를놓치게된다.이소설에서는히틀러에게현혹된대중의광기라는역사적사실에대한정치적?사회적고찰과함께근원적진실에도달하고싶은인간의오랜염원을반영하는신화적세계관이배경을이루고있기때문이다.특히,마을의현명한노인인어머니기손을중심으로형성된작은세계는모든대립요소가통합되는신화적세계이다.그녀는대지의여신과연결되며기술발전과문명의진보에만치중해온서구의계몽주의전통에대한비판과대안제시를위한상징적인물로등장한다.자연의신비로운힘을인정하는어머니기손의존재는독재자출현과대중광기라는문제와밀접하게연결되는이소설의구성에사뭇다른층위의종교성을부여해,인간이현실의한계를초월하고세계의총체적이해에다가가도록한다.

무기력한서술자:망명과도피의산책길
서술자의회상으로이루어진이소설에서그는존경받는마을의사로서주민들의육체와영혼의문제를파악하고있으며,모든대화와사건에직접참여하거나관찰하면서중요한역할을맡고있다.하지만‘지식인’으로대변되는그는산간마을공동체의윤리적몰락을막는데실패했으며,기존에살던대도시와산간마을에서의체험을통해성장한것으로보이지도않는다.또한단순히무기력하기만한것이아니라실제로가치관의혼란을겪고때로는대중광기에내적으로동조하는인물로서각성과실천에도달하지못한다.공동체안에서존중받는지위를누리면서도실제적으로는무기력한지식인인그의모습은비정치적이고휴머니즘적인성향을띠던당시의시민중간계층을대변하는것으로해석될수있다.

20세기의비극을녹여낸시대를뛰어넘는작품
헤르만브로흐는1차대전과조국오스트리아의몰락,경제공황,나치의집권과2차대전,유대인탄압과미국망명등시대의비극속에서도지식인으로서의책임감과윤리의식을문학에오롯이녹여낸작가이다.『현혹』은이런작가의사회를비판하는문학적고민과노력의결과물로서시공간을뛰어넘어오늘날에도독자들의상상력을자극하고삶의본질적인문제에대해질문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