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소설집 2

모범소설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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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줄거리]
2권
「유리 석사에 관한 소설」
가난하고 바른 평민 소년 또마스는 독지가들의 배려로 살라망까 대학에서 교육받으며 지식인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를 사모한 한 여자가 건넨 사랑의 묘약을 먹고 그 부작용으로 광증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몸이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굳게 믿고는 사람들이 만질 때마다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지혜는 더욱 날카로워져서 사람들이 수없이 건네는 우문에 현답으로 응수하며 명성을 얻는다.

「핏줄의 힘에 관한 소설」
무뢰한들에게 납치당한 레오까디아가 로돌포라는 귀족 청년에게 겁탈당한 뒤 아들을 낳는다. 로돌포는 아이의 존재를 모른 채 해외로 떠나고, 레오까디아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모님과 함께 아이를 7년간 정성껏 기른다. 어느날 아들 루이스가 길에서 말에 치여 쓰러졌을 때 한 노신사가 자기 아들의 어렸을 적 모습을 떠올리며 재빨리 구해준다. 이 사건으로 인해 루이스가 그 노신사의 손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질투 많은 에스뜨레마두라 노인에 관한 소설」
68세 영감 까리살레스는 신대륙에서 큰돈을 벌어 와 13세의 아름다운 소녀 레오노라와 결혼한다. 그는 강렬한 질투에 사로잡혀 신혼집을 요새처럼 만들어서 어느 남자도 신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러나 로아이사라는 능글맞은 청년이 까리살레스의 희한한 집과 그의 부인에게 호기심을 품게 되면서 한바탕 소동과 파국을 불러온다.

「고명한 식모 아가씨에 관한 소설」
허랑방탕한 밑바닥 삶을 경험하기 위해 참치어장으로 향하던 두 귀족 청년 아벤다뇨와 까리아소가 정갈한 몸가짐으로 ‘고명한 식모’라고 불리는 꼰스딴사가 일하는 똘레도의 한 여관에 머무르게 된다. 아벤다뇨는 꼰스딴사에게 반해 신분을 속인 채 여관에서 일꾼으로 일하며 구애하지만 정숙한 그녀는 냉정하기만 하다. 그러나 여관 주인의 고백으로 꼰스딴사가 귀족 출신임이 밝혀지고 결국 두 사람은 맺어지게 된다.

「두 아가씨에 관한 소설」
그 시대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능동적 여성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두 여자가 사랑을 되찾기 위해 남장을 한 채 모험을 떠났다가 운명처럼 마주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꼬르넬리아 아씨에 관한 소설」
에스빠냐 귀족 돈 후안과 돈 안또니오는 이딸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볼로냐 명문가 벤띠볼리 집안의 꼬르넬리아 아씨와 지체 높은 페라라 공작 사이의 치정에 휘말린다. 꼬르넬리아의 하녀는 아씨가 낳은 아이를 페라라 공작의 하인이라 오해한 돈 후안에게 잘못 건네고, 꼬르넬리아는 오빠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오해해 도망치며, 꼬르넬리아의 오빠는 페라라 공작이 여동생을 데려갔다고 오해해 그를 죽이려 하고, 페라라 공작은 사라진 꼬르넬리아를 찾아헤맨다. 등장인물 모두가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는 상황이 스릴러적 긴장과 재미를 선사한다.

「사기 결혼에 관한 소설」
퇴역 군인 깜뿌사노는 도냐 에스떼파니아라는 여자에게 결혼 사기를 당해 돈과 명예, 건강까지 잃어버린다. 그러나 에스떼파니아가 가져간 그의 귀금속 역시 모두 가짜였다. 그는 우연히 재회한 옛 전우 뻬랄따 석사에게 이 기막힌 사연을 털어놓은 뒤 병원에서 목격한 놀라운 일을 들려준다. 개 두마리가 인간처럼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를 믿지 않는 뻬랄따에게 깜뿌사노는 자신이 고스란히 글로 옮긴 개들의 대화록을 내민다.

「개들의 대화」
「사기 결혼에 관한 소설」에서 깜뿌사노가 글로 옮긴 개들의 대화가 펼쳐진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베르간사라는 개가 동료 시삐온에게 백정, 목동, 장사꾼, 부패한 경찰 등 여러 악자(惡者)적 주인을 겪으며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견생역정을 풀어놓는다. 개보다도 못한 인간들에 대한 풍자로 가득한 이 소설은 300년 앞선 개 버전의 『이 몸은 고양이야』(나쯔메 소오세끼)로도 읽을 수 있다.
저자

세르반떼스

미겔데세르반떼스(MigueldeCervantes,1547~1616)
1547년9월29일에스빠냐마드리드근교의대학도시알깔라데에나레스에서태어났다.1571년터키군에대항한레빤또해전에참전해왼팔을잃는부상을당한뒤이딸리아각지를여행했다.1575년귀국길에마르세유근방에서형로드리고와함께터키해적들에게사로잡혀알제리에서포로생활을했다.로드리고가1577년에풀려난반면,세르반떼스는다섯번의탈옥시도끝에노예로팔려가기직전인1580년에야에스빠냐종교단체의보상금지원으로석방됐다.1585년첫목가소설『라갈라떼아』를출판했으며,왕립재정부근무를위해세비야로이사했다.1587년부터무적함대의지원병참참모로일했는데,1597년세비야은행이파산하자공금횡령죄로수감되었다.이때부터『돈끼호떼』를쓰기시작한것으로추정된다.1603년에수도바야돌리드로이주한뒤1605년마침내마드리드에서『돈끼호떼』1권을출간했다.이후『모범소설집』(1613)『시인들의성지파르나소스로의여행』(1614)『돈끼호떼』2권(1615)등과『극작품들과단막극들』(1615)을출간하며죽는날까지창작열을불태우다가1616년4월22일마드리드중심가의어느작은집에서향년68세로생을마감했다.다음날인4월23일뜨리니다드수도원에묻혔다고전해지나유해나무덤은아직발견되지않았다.

목차

2권
유리석사에관한소설
핏줄의힘에관한소설
질투많은에스뜨레마두라노인에관한소설
고명한식모아가씨에관한소설
두아가씨에관한소설
꼬르넬리아아씨에관한소설
사기결혼에관한소설
개들의대화

작품해설/현대단편소설의효시세르반떼스의『모범소설집』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돈끼호떼』로서양근대소설을창조한작가
세르반떼스가선보이는현대적단편소설의‘모범’

귀족에서시정잡배까지손에잡힐듯그려지는
17세기‘에스빠냐사람들’
『돈끼호떼』의생생한웃음과감동을다시만난다!

저는이책에‘모범’이라는말을썼습니다.
그리고이책을잘보시면
어느것하나인생에유익하지않은예를찾아볼수없을것입니다.

_세르반떼스,「책머리에」에서

서양근대소설의효시라불리는『돈끼호떼』의작가미겔데세르반떼스의‘현대적’단편소설12편을모은『모범소설집』이창비세계문학76,77번으로출간되었다.단편소설은세르반떼스자신에게도처음이었을뿐아니라에스빠냐에서도전례없던최초의장르로,제목의‘모범’은말그대로하나의전형을제시한다는의미를갖는다.보까치오의『데까메론』에이어세르반떼스의이작품들로우리는비로소역사와신화가아니라오늘을살아가는인간의이야기를갖게되었으니,그의의는아무리강조해도지나치지않다.여기실린작품들은『돈끼호떼』1권으로소설가로서의독창성과완성도를보여준작가가한껏자유롭고풍성한문체를구사하던시기의것들이다.특유의활달한필치와생생한입담,재치넘치는유음이의어(類音異義語)말놀이로귀족부터시정잡배까지17세기에스빠냐사람들의생활상이손에잡힐듯이그려진다.출간400주년을맞아『돈끼호떼』의에스빠냐어판완역본을선보인바있는고려대민용태명예교수가구성진우리말로세르반떼스문체의특성을고스란히담아냈다.

르네상스적이상을품은사랑과
용감한여성들의이야기

1613년에출간된『모범소설집』은크게귀족을주인공으로이상주의적교훈을담은소설과도시서민과날품팔이,떠돌이악사,건달,도둑같은하층민을주인공으로하는소설로나뉜다.두부류의문체와소설의짜임새및완성도에서보이는차이는이들이긴시간에걸쳐쓰인작품들임을알려준다.여러우여곡절이얽혀전개되며르네상스적사랑을주제로하는전자에비해리얼리즘적시각에서생동감넘치는문체로펼쳐지는후자가더나중에쓰인작품들이다.이는세르반떼스가작가로서보이는발전양상일뿐아니라소설이라는장르의발전상을드러내주는흥미로운대목이다.
「집시소녀에관한소설」「에스빠냐태생영국여자에관한소설」「핏줄의힘에관한소설」「고명한식모아가씨에관한소설」「두아가씨에관한소설」「꼬르넬리아아씨에관한소설」등이전자에속하는작품들로,귀족여성이우연한일로신분에걸맞지않게살다가사랑을통해신분을회복하는줄거리가주를이룬다.신분의급격한추락과상승은이야기를극적으로만드는요소이자때로는이과정에서다른계급사람들과섞이며이들의생활상을전하는장치이기도하다.제목에서알수있듯이들작품은뛰어난아름다움을지닌귀족여성의사랑이야기로,그녀를사모하는귀족남성이구원자로등장한다.그러나엄격한사회적제약에도불구하고이들여성이마냥수동적존재로만그려지는것은아니다.「집시소녀에관한소설」에서집시로키워진소녀쁘레시오사는뛰어난미모와춤과노래솜씨에반해그녀와결혼해서그녀를자신과동등한‘고귀한’신분으로높여주고싶다는귀족청년의제안을선뜻받아들이지않는다.오히려집시로서의자존심을내세워그에게자신과함께2년간집시로생활한다면그사랑을믿겠노라는조건을내건다.「두아가씨에관한소설」에서두여성은자신들을한때의즐거움으로삼다가떠나버린연인을찾아자신들의권리를주장하기위해용감하게길을나서며,갖가지모험을겪은끝에결실을쟁취한다.여성이가문과남성에종속된존재이던시절에소설속여성들은신분고하를막론하고사랑앞에서주저하지않는다.갖가지금기를어기고사랑을나누며,그로인한시련을자신의의지로헤쳐나가는모습은한결같이흥미진진하다.뒤틀린일은바로잡히며악행은선행으로구제된다는교훈과더불어귀족의도덕률로제시되는신분에걸맞은의무와명예심,예의바름과선행등은인간으로서지켜야할이상적모습을반영한것이다.

매력적인악한(惡漢)들의세계
사실과허구를넘나드는세르반떼스리얼리즘의묘미

이에비해떠돌이악사,날품팔이일꾼,도둑과건달무리등이등장하는소설들은한층무르익은필치로다양한인간상을그려낸다.사소한속임수와다툼이일상인세계,투박한말투와거친생활속에서피어나는왁자한활기,때로는무시당해서눈물짓고때로는작은재주에환호하며춤과노래가끊이지않는모습이400여년의시차를뛰어넘어생생하다.이들을통해신화와역사속상상의존재가아니라심장이뛰고온기가느껴지는살아있는사람의세계가세르반떼스의손에서태어난것이다.이것이그때까지답습해오던고전문학의전통을거부하고“지금나의이단편소설들은내스스로창조한것이며,어디서모방하거나표절해온것들이아니”라는(2권434면)자부심가득한그의발언의진짜의미다.
「린꼬네떼와꼬르따디요에관한소설」은악자(惡者)소설풍이면서도특정인물의일대기가아니라세비야건달패의집단적생활을묘사한점에서세태소설의성격도갖는작품이다.희한한미신들에둘러싸여그들만의규범을만들고지키며살아가는‘도둑놈’들의모습이위트와유머로그려진다.「유리석사에관한소설」은자신을유리로만들어진존재라생각하는광기를보이는석사(碩士)의이야기다.세상에서이해받지못하는천재는주변사람들에게이해받지못하는현대사회작가(예술가)의존재를연상시킨다.광증을보일때그토록사람들의사랑을받던유리석사가막상광증에서해방되자세상에서의쓸모가없어져무사로전장에나간다는결말은존재의아이러니를곱씹게한다.
“반쯤은진실이고반쯤은거짓”이라는(2권446면)평을듣는세르반떼스의소설세계는그의독특한리얼리즘덕분이다.그는전능한존재로서소설속모든인물과구성을통제하는작가의자리에있지않다.스스로만든이야기의뼈대를흔들고불쑥불쑥이야기중간에작가의목소리로끼어들기도한다.‘열린소설’로서독자들이주어진상황을마주하고생각하고판단하게이끄는것이다.우연히사람처럼말하는능력을얻게된개들이밤새나눈대화를한사람이엿듣는형식으로서술된「개들의대화」는그런특성이잘드러난작품이다.여기에는이이야기를엿듣고‘있는그대로’받아적은이야기꾼이등장하며,그이야기를읽고그것이허구인지사실인지판단을내리는‘독자’가존재한다.소설,즉이야기가순전한허구인가혹은허구를통해창조된(발견된)진실인가의문제는소설의본질에닿아있는질문이며,현대작가의존재를예비한듯한이소설속이야기꾼의존재는신비롭기까지하다.세르반떼스는거짓같은사실,사실같은허구의세계를창조하면서소설의개념을새로이연것이다.
『모범소설집』은소설사적의의만으로도충분히빛나는작품이지만다채로운인간들의흥미로운인생이야기,교묘한언어유희,넘치는익살과유머로도소설읽는재미를선사한다.세르반떼스의문체적특성을평생탐구해온역자의번역이그재미를더한다.400여년전작품으로서몇몇풍습과여성관등은오늘의독자들이공감하기어려운대목도있겠지만,그한계안에서도놀랍도록모던한사고를보여주는여성들과세상의금기를유희하는자유분방하고활달한사람들의입체적인삶을통해이야기의참맛을누릴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