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의 삶

죽음 뒤의 삶

$13.50
Description
20세기 후반 콩고의 비극적 현실을 고발하며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소니 라부 탄시의 대표작 국내 초역
“『죽음 뒤의 삶』은 오늘의 눈으로 내일을 보는 우화가 될 것이다”
_소니 라부 탄시

콩고공화국의 작가 소니 라부 탄시가 프랑스어로 집필한 장편소설 『죽음 뒤의 삶』이 창비세계문학 83번으로 출간됐다. 『죽음 뒤의 삶』(1979)으로 한국에 처음 작품이 소개되는 소니 라부 탄시는 “아프리카 문학의 위대한 목소리”라는 평과 함께 중앙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서구에서 유입된 근대소설의 형식에 아프리카의 언어와 주제를 부여하려 시도했으며, 첨예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그의 대표작 『죽음 뒤의 삶』은 19세기 말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에 독립한 콩고공화국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탄압을 예리하게 그려내며 “새로운 아프리카적 글쓰기”라는 찬사와 함께 오늘날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문제작이다. 가상의 공화국 카타말라나지의 ‘영도자’라 불리는 독재자와 반란군 지도자 마르샬의 수대에 걸친 ‘전쟁’을 통해 체제의 터무니없는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으로, 소수 군벌을 중심으로 한 독재 권력의 억압과 수탈, 반복되는 꾸데따 속에서 마비되는 식민지 해방 이후 국가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콩고공화국’의 이야기지만, 식민 지배, 해방 이후 독재 정권의 군림, 연이은 꾸데따, 청산되지 않은 식민시대의 그림자라는 한국과 닮아 있는 20세기 역사를 그려냈기에 깊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니라부탄시

SonyLabouTansi,1947~95
본명은마르셀응초니로벨기에령콩고의수도레오뽈드빌에서태어났다.그가열두살이되던해에온가족이갓독립한콩고공화국으로이주했다.이후수도브라자빌의중앙아프리카고등사범학교에서수학한뒤,1971년부터프랑스어와영어교사로일했다.1973년프랑스어권아프리카연극꽁꾸르에극본이당선돼처음으로프랑스에체류하는기회를얻었다.1979년프랑스에서출간한장편소설『죽음뒤의삶』으로제1회프랑꼬포니국제페스티벌에서심사위원특별상을수상하며주목받기시작했다.1983년장편소설『적-인민』으로프랑스어작가협회가수여하는‘흑아프리카문학대상’을수상했다.1979년에는브라자빌에서로카도줄루극단을창립하고,1986년직접집필한「앙뚜안은내게자기운명을팔았다」의공연을올리는등극작가로서도활발히활동했다.교사직을사직하고문화부등여러정부부처에서근무했으며,1992년에는브라자빌에서‘민주주의와총체적발전을위한콩고운동’소속으로하원의원에당선돼정치활동을했다.그러나빠스깔리수바정권과의대립으로모든공직에서해임되고출국금지를당했다.1995년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브라자빌에서사망했다.그밖의주요장편소설로『치욕의국가』(1981),『로르사로뻬스의일곱가지고독』(1985),『화산의눈』(1988)등이있고,『피의괄호』(1981)를비롯한다수의희곡을발표했다.

목차

머리말
죽음뒤의삶

작품해설/소진과여명사이:20세기후반의콩고와소니라부탄시의정치적상상력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줄거리]

소설『죽음뒤의삶』은가상의공화국카타말라나지의대통령궁에서‘영도자’라는독재권력자가마르샬이라는반란군지도자의가족을고문하고살해하는장면으로시작된다.“나는이런죽음을죽고싶지않다”라고읊조리며죽임을당한마르샬은유령이자예언자가되어결정적인순간마다피흘리는상체의모습으로혹은검은얼룩의형상으로나타난다.이렇게시작된영도자들과마르샬의사람들간의전쟁은수대에걸쳐끝없는반복·변주를통해이어진다.마르샬의영혼은샤이다나의몸을범하려는영도자들의시도를좌절시키고,‘마르샬처럼삶이아니라죽음을유일하게의미있는삶의양식으로선택한젊은이들’의저항과반란의형태로투영돼계속싸움을이어간다.마르샬의딸샤이다나와그녀의딸인또다른샤이다나는대를이어‘샴페인섹스’를통해권력자들을차례차례제거하며전쟁을수행한다.샤이다나모녀의보호자역할을하다감옥에서죽음을맞이한어부레이쇼는수감생활동안수천킬로그램의종이에타락한세상에저항하는글을자신의피로새긴다.수대에걸친전쟁이끝나고마침내새로들어선정부에서‘마르샬의사람들’은거리와건물의이름으로남게되지만역설적이게도그유래와역사의기억을묻는것은법으로금지된다.

“독립이만능은아니었다”
소니라부탄시의조국콩고공화국은19세기말부터프랑스의식민지배를받다가1960년에독립한국가다.그러나작품속의반란군마르샬도말했듯“독립이만능은아니었다”.독립이후콩고공화국은꾸데따가또다른꾸데따를낳는정치적악순환을반복했으며,정권을잡은독재권력은국민에게억압과수탈을자행했다.그결과라부탄시가1979년『죽음뒤의삶』을발표하던시기의콩고공화국은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회생의가능성을찾기어려운절망적상황으로빠져들고있었다.작가는영도자가대를이어마르샬의사람들을기괴하게탄압하는과정을통해폭압적정치권력의광기를야유와풍자로날카롭게비판했다.그과정에서나타나는시대착오적과장과그로테스크한표현은당대의역사현실을바라보는작가의관점이얼마나비관적이고절망적인지를드러내며독자가20세기후반콩고공화국의현실을통렬히느끼게한다.

허망하고몰역사적인전쟁의기록
전쟁이끝나고반군이새롭게세운정부에서‘마르샬의사람들’은거리와건물의이름들로남게되지만,그유래를묻는것은법으로금지된다.

“안됩니다,존경하는영웅어르신,그런것들은이제말하면안됩니다.그건우리가실제로겪은일들이아닙니다.우리가꿈을꾸던시절의이야기입니다.우리가현실을선택한이후로그런것들에대해말하는건금지되어있습니다.”(195면)

이런허망한종전은‘죽음뒤의삶’이라는제목의기나긴전쟁의기록처럼몰역사적인것도없다는것을시사한다.수대에걸친야만적인파괴와살육끝에남은것은결국역사의악무한적인순환혹은‘역사의몰역사성’에대한뼈저린확인밖에없다는점에서그렇다.전쟁은전쟁의근본적무의미만을증언하고역사의수레바퀴는헛돈다.메시아는결코오지않으며죽임의폭력을무기로한권력의증식은계속이어진다.소설『죽음뒤의삶』이그려보이는카타말라나지의역사,즉식민지배해방이후아프리카의역사는소진과여명(餘命)이라는반복에이끌려굴러가고있을뿐이다.

갈길을잃은대륙의새로운가능성
소니라부탄시는생전에아프리카를“유일하게갈길을잃은대륙”이라말했다.그런그가『죽음뒤의삶』에서당대의아프리카인들에게제기한질문은‘이독재가자행하는죽임을죽일수있는새로운아프리카적인간,즉주체의가능성은어디에있는가?’였다.라부탄시는질문에대한열쇠를마르샬의사람들을부르는‘넝마’라는호칭에심어두었다.폭력앞에인간으로서의품격을상실한채넝마처럼너덜너덜해진존재들을가리키는이들의삶은거의죽음같은삶이다.그러나야만적폭력에도그들의생명력은결코완전히파괴되지않는다.살점의기억속에각인된인간존엄성의흔적,그기억속에맹아(萌芽)처럼수대에걸쳐인간의주체가능성을제시하고있기때문이다.“『죽음뒤의삶』은오늘의눈으로내일을보는우화가될것이다”라는라부탄시의말처럼아프리카에대한그의시각은절망뿐아니라역사의시간저너머의미래에대한열망과함께한다.식민지독립이후반세기가넘는시간이흘렀으나아직까지‘완전한독립’을이루지못한아프리카의여러국가들그리고비슷한아픔을겪은우리에게도생각할거리를던지는작품이다.

*소니라부탄시(SonyLabouTansi)는작가의필명으로아프리카및기타언어발음표기기준을따랐다.

∥옮긴이의말

『죽음뒤의삶』은극단적으로환상적인허구속에비합리적·폭력적에너지로들끓는콩고혹은아프리카의시대현실을터무니없는형식으로표현하며,독립직후콩고인들의‘치욕스러운실추상태’또는‘영혼의증발상태’를신랄하게해부·묘사하는데성공한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