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16.23
Description
오늘날의 문명, 사상, 문학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황홀한 지성의 향연

노벨 문학상, 부커상 2회 수상자 J. M. 쿳시의 후기 문제작
눈부시고 탁월한, 포괄적이고 흡족한 작품 -『로스앤젤레스 북 리뷰』

★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 『시카고 트리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올해 최고의 책’
★ 2003 부커상 후보

노벨 문학상 수상(2003)과 최초의 부커상 2회 수상(1983, 1999) 등의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인 J. M. 쿳시의 후기 문제작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창비세계문학 90번으로 발간되었다. 2003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쿳시는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 작가로서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에 관해 판에 박힌 논의를 뛰어넘는 복합적이고도 예리한 질문을 던져온 기존의 문제의식에서 더 세부적으로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권리, 작가의 삶과 재현의 윤리, 인간의 악과 에로스의 문제 등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인 노년의 작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위와 같은 주제들을 풀어내는 강연, 연설과 토론, 대화와 편지 등을 엮은 독특한 형식을 활용해, 소설과 철학서, 소설과 강연집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고 대담한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인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성별은 다르지만 열렬한 동물보호 운동이나 사람들을 당혹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연설 등 여러면에서 쿳시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의 일부는 실제 쿳시 자신이 한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쿳시의 사상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독자들은 기존의 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화려한 지성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22년의 시점으로 봐도 지금 우리 사회의 논의를 한참 앞서 있는 동물권에 관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파격적인 주장들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동물권과 채식주의에 관해 풍부한 생각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저자

J.M.쿳시

JohnMaxwellCoetzee,1940~

현대영어권문학에서최고의비평적찬사를받는작가중한사람.1940년남아프리카연방(이후남아프리카공화국)케이프타운에서태어났다.케이프타운대학교를졸업하고잠시영국에서컴퓨터프로그래머로재직한뒤미국으로가오스틴텍사스대학교에서언어학·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68~71년버펄로뉴욕주립대학교에서영문학을강의하며소설창작을시작했다.베트남전반대시위대에대한진압병력의철수를요구하는연좌농성에참여했다가미국영주권신청이기각된뒤1971년남아공으로귀국했다.1972년케이프타운대학교영문과교수가되어2001년까지재직했고,이후오스트레일리아로이주,애들레이드대학교에서문학을강의하며동물보호단체‘보이스리스’에서활동하고있다.첫장편『어둠의땅』(1974)을발표한이래『마이클K의삶과시대』(1983)와『치욕』(1999)으로이례적이게도두번부커상을받았고2003년에는노벨문학상을받는등작가로서세계적명망을쌓았다.서구식민주의의야만에서자유주의적지식인의취약성과작가의윤리까지근현대의첨예한문제들을집요하게탐색하는독보적인작품세계를구축해왔다.『야만인을기다리며』(1980),『포』(1986),『철의시대』(1990),『뻬쩨르부르그의대가』(1994),『느린남자』(2005),『어느운나쁜해의일기』(2007),자전소설3부작『소년시절』(1997)『청년시절』(2002)『서머타임』(2009)등의소설과몇권의평론집및에세이집을펴냈다.『엘리자베스코스텔로』(2003)는후기쿳시소설의돋보이는문제작이다.

목차

제1강리얼리즘
제2강아프리카에서의소설
제3강동물의삶1-철학자와동물
제4강동물의삶2-시인과동물
제5강아프리카에서의인문학
제6강악의문제
제7강에로스
제8강문앞에서
후기/프랜시스베이컨에게보내는레이디챈도스,엘리자베스의편지

작품해설/믿음을믿지않는작가의불편한도발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다른존재속으로생각해들어가기-무한한공감의가능성

소설의뼈대를이루는것은첫장에서1995년현재66세인,세계적명성을지닌소설가엘리자베스코스텔로가여러나라의여러자리에서행하는수상연설과초청강연,그에따른토론으로,작가쿳시가실제로행한강연들을바탕으로하고있다.이런성격을반영하듯각장에는‘강’(講,lesson)이라는이름이붙었고장제목은마지막장을빼면저마다다루는주제를내세우고있다.그제목들이보여주는대로리얼리즘·아프리카의소설·동물에대한공감·악·에로스·인문학과인본주의같은주제는중요하고진지한것이지만엘리자베스코스텔로가행하는강연의반응은번번이썩신통치못하다.청중은동료작가,대학생과교수같은지식인부터교양있고부유한여행객까지아우르지만한결같이지루해하거나격렬하게반발하고비판한다.심지어동행하는아들조차그녀를답답해하거나연민한다.주인공은외롭고피로하다.나이든여자로서느끼는피로함에더해40년의작가생활이주는중압감을온몸으로감당하고있다.그러나무너지지는않는다.아슬아슬하게버티면서도놓지않는다.그집요함을지탱하는것은작가로서의존재의식이다.
제1강에서엘리자베스코스텔로는프란츠카프카의「학술원에보내는보고서」에등장하는원숭이에스스로를빗대면서문학이자신의가치를말하기어려운시대,“바닥이꺼져버린시대”속작가가처한곤경을말한다.그러나그녀가실제로강조하고있는것은그곤경속에서도다른존재를이해하기위해기울이는수고에관해서다.각기다른존재들과어울리고그들을이해하기위해그존재들속으로‘생각해들어가는’것,그것이소설가가하는일이라는것이다.그것을아들존은이렇게표현한다.“‘그런데제어머니는남자였던적이있어요.’그가집요하게말한다.‘개였던적도있죠.그분은다른사람들속으로,다른존재들속으로생각해들어갈수있어요.(…)픽션에서제일중요한게그거아닌가요,픽션이우리를우리자신으로부터빼내서타자의삶속으로데리고들어간다는것?’”(36면)
엘리자베스코스텔로의이런생각은동물에게까지확대되어이소설전체에서가장주목받은두장,「동물의삶」1,2에서본격적으로펼쳐진다.‘철학자와동물’이라는부제가붙은제3강에서채식주의자엘리자베스코스텔로는“타락과잔인함과도살의사업”(90면)의참상을나치의유대인학살에빗대면서동물의삶속으로상상해들어갈수있는가능성을환기한다.그리고이는당연하게도‘시인과동물’이라는부제의제4강에서여러반박과비판을불러일으킨다.여기서엘리자베스코스텔로가말하는것은흔히생각하는동물권과는다른것으로,동물‘권’이라는개념조차인간중심적인것이라고그녀는생각하는듯하다.엘리자베스코스텔로는인간과동물존재사이의분명한간극을전제로하는‘공감적상상력’을말한다.이것이시(문학)가하는일이며,이공감적상상력에는한계가없다고.그러나이러한공감은어디까지나우리의것,인간에게속하는것으로동물자신과는무관하다.우연히들른섬에서그녀와두마리새가“서로를살피면서계속그런채로있”듯이(78면).

보이지않는것들의서기-작가의본질에대한물음

이렇게다른존재속으로‘생각해들어가는’,체현하고그것을모사하는존재가작가라는생각은이소설도처의여러장면에서다양하게조명된다.제6강「악의문제」는나치고문관이행한잔혹함을생생하게그린소설을예시로인간의가장심오한악을재현할때작가가그에오염되지않고살아남을수있는가,이런재현이독자를더나은삶으로이끌수있는가를묻고있다.오랜작가생활속에서더이상스토리텔링이그자체로좋은것이라믿지않게(믿을수없게)된작가엘리자베스코스텔로는‘대상이나를감염시킬것인가아닌가,내가회복될수있을것인가아닌가’회의하며그렇게회의하는자신을괴로워한다.제7강「에로스」는여러에피소드를통해불멸의신과유한한인간의만남을지극히감각적이고육체적이며성적인것으로그려내면서감각의세계속에붙들려있으면서도‘저너머’초월적인존재와관계할수있는존재라는이상적인작가상을제시한다.
이작품에서엘리자베스코스텔로가여러형식으로펼치는사유는딱히일관되지도,논리적이지도않다.다양한각도에서더합리적이고설득력있는반박과비판이가능하며실제로작품속토론에서그런것이이루어지기도한다.책전체를아우르는단한가지일관된질문이라면문학과작가의본질에관한것이다.마지막장「문앞에서」는이세계의삶을마치고중간지대에도착한엘리자베스코스텔로가그질문에대해답변을제시하는지난한과정을그리고있다.구원의세계로가는닫힌문앞에서‘믿음에관한고백서’를제출할것을요구받자그녀는“제직업은그저쓰는거지,믿는게아니에요.그건제일이아니라고요.아리스토텔레스도말했을텐데,저는모방을해요”(255면)라고말하며면제를청한다.작가란“보이지않는것들의서기”이며그녀가굳이작가로서믿는것이라면‘실재하는존재’뿐이다.인간으로서가질수밖에없는모든믿음을거부하는,그럼으로써다른존재들속으로상상해들어가‘저너머’를구현하고자하는것이작가라고작가쿳시는말하고있는듯하다.

종횡무진으로뻗어가는주제와얼핏아퀴가맞지않는듯보이는이소설의낯섦은세상이승인하는선과악,합리와불합리의어느한편을들지않고그사이의어떤것,좀더실재에,진실에가까운것을발견하려는진정성어린분투의결과다.읽는이를어리둥절하게하고불편하게만드는그싸움을이소설은교묘한위트와아이러니를섞어기어코해내고만다.이싸움은성공적인가?성공적이라면그결과는우리에게무엇을남기는가?질문은읽는이각자에게로돌아오지만,어떤작품을문제작이라칭할때이소설이바로그에꼭맞는작품이라는데는의심의여지가없다.
서울여대영문과교수로많은현대철학서들을우리말로소개해온역자김성호는이까다롭고섬세한텍스트를맞춤옷처럼정확하고말쑥한우리말로옮겨냈다.더불어쿳시작품세계의특징과『엘리자베스코스텔로』가갖는독보적의미,각장의상징과문화적맥락에대한상세한작품해설은이기이하고흥미로운세계의깊이있는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

∥옮긴이의말

『엘리자베스코스텔로』는후기쿳시의작품가운데단연돋보이는문제작이다.소설을구성하는여덟개의강과후기는각기독창적이고도발적인방식으로오늘날의삶과문학이처한곤경을조명한다.그곤경의한가운데에작가의삶이있다.코스텔로의생각과고민,갈등,항변,그리고(드물게보이는)눈물은동물의고통에공감하는채식주의자의그것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작가의그것,‘믿음을믿지않는’작가의그것이다.이작가코스텔로의삶에자신을이입하는,소설의표현을빌리면그속으로‘생각해들어가는’독자는분명그안쪽어딘가에서다시자기한계를시험하고있는또다른작가쿳시를발견할수있을것이다.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