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운명 3 - 창비세계문학 100

삶과 운명 3 - 창비세계문학 100

$17.50
Description
20세기의 어둠을 심판하는 현대 러시아문학 최고의 걸작
죽음의 공포를 이기는 평범한 이들의 고귀한 친절과 강인한 희망
2차대전의 결정적 전환점이 된 스딸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예리한 시선과 사실적 묘사를 통해 전쟁과 이데올로기, 진정한 인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바실리 그로스만의 역작 『삶과 운명』(전3권)이 창비세계문학으로 출간되었다. 2012년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시작으로 세대를 넘나드는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걸작들 다수를 펴내며 지평을 넓혀온 창비세계문학 시리즈는 『삶과 운명』의 출간으로 100번을 맞이했다. 2차대전에서 1천일 넘게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바실리 그로스만의 장편 『삶과 운명』은 전쟁 당시의 소련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체제와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담긴 작품으로 이 작품이 국내에서 번역되길 오랫동안 기다렸던 많은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작이다. 작가는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전쟁의 참극에서 전체주의 체제 자체와 이데올로기를 맹종하는 독일과 소련 사회 내부의 모순과 비리를 냉정하게 포착하며 두 국가의 근본적 동질성을 발견해내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삶과 운명』은 1959년 완성되었으나, 작품이 가진 반스딸린주의적 면모로 인해 당대 여러 작품들처럼 지난한 출간 과정을 겪었다. 작가가 스딸린 사후 해빙 무드에 걸었던 기대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출간 불허 판정을 받고 당국에 압수되었고, 친지가 작품을 마이크로필름으로 밀반출해 1980년 스위스에서 출간된 이래 지속적인 삭제와 수정을 거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 러시아에서는 뻬레스뜨로이까 이후 1989년에 출간될 수 있었다. 인간의 선함에 대한 치열한 논쟁 속에서 작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친절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과정은 전쟁의 비극이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오늘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

바실리그로스만

저자:바실리그로스만
우끄라이나의유대인지식인가정에서태어났고모스끄바대학교에서화학공학을전공했다.대학재학시절부터소설을쓰기시작해1934년첫단편을발표하며고리끼,불가꼬프등이름난작가들의주목과격려를받았고1937년첫소설집『단편집』을출간했다.스딸린의숙청에희생된정치인,작가들의구명에참여하여스딸린상에지명되었으나스딸린에의해거부되는등평생검열과압제에시달렸다.2차대전중유대인학살로어머니가,폭탄폭발로큰아들이희생되는비극을겪었다.그로스만은1천일이상종군기자로활동하며소련최초의홀로코스트보고서『트레블린카의지옥』(1945)을집필했고이는전후전범재판에증거로제출되었다.『스쩨빤꼴추긴』(1940)『인민은죽지않는다』(1942)『정의로운일을위하여』(1952)『모든것은흐른다』(1963)등의소설은스딸린치하반유대주의정책과함께2차대전및홀로코스트의비극을다각도로조명하며세계독자의관심을받았으나소련정부와의갈등으로지난한출간과정을겪었다.1942~43년독소전쟁시기한물리학자가족을중심으로전쟁과전체주의라는이중고에처한평범한사람들의삶을파헤친대작『삶과운명』역시1959년집필을마쳤으나작품의반스딸린주의경향으로인해1980년스위스에서처음출간되고1989년에야러시아국내에서출간되는우여곡절을거쳤다.작가의경험에인류최대의참상속인간에대한깊은애정을더해현대적문체로형상화한『삶과운명』은“2차대전판똘스또이의『전쟁과평화』”라는평을받으며영국과러시아에서라디오와TV드라마로도만들어졌다.

역자:최선
서울대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노어노문학을전공,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고려대노문학과명예교수이다.『러시아시연구』『20세기러시아노래시연구』『유럽문학속푸슈킨연구』『푸슈킨과오페라』등의저서가있고,『벨킨이야기·스페이드여왕』『보리스고두노프』『예브게니오네긴』등뿌시낀의작품을비롯해『안나까레니나』등여러러시아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제3부
작품해설/자유와선의,인간애를향한여정
작가연보
발간사

출판사 서평


20세기의어둠을심판하는현대러시아문학최고의걸작
죽음의공포를이기는평범한이들의고귀한친절과강인한희망

2차대전이후쓰인가장인상적인소설-『뉴욕타임스』
철저한사실주의와선구적인도덕적강렬함,
현대러시아문학최고업적중하나-『뉴욕리뷰오브북스』
전쟁의혼란속에국가와가족의운명을그려낸서사적걸작-BBCRadio4

2차대전의결정적전환점이된스딸린그라드전투를배경으로예리한시선과사실적묘사를통해전쟁과이데올로기,진정한인간의의미를되새기게하는바실리그로스만의역작『삶과운명』(전3권)이창비세계문학으로출간되었다.2012년『젊은베르터의고뇌』를시작으로세대를넘나드는감동을선사하는동시에국내에소개되지않았던걸작들다수를펴내며지평을넓혀온창비세계문학시리즈는『삶과운명』의출간으로100번을맞이했다.2차대전에서1천일넘게종군기자로활동하며전쟁의참상을기록한바실리그로스만의장편『삶과운명』은전쟁당시의소련을가장가까이에서목격하고체제와인간에대해치열하게고민한결과가담긴작품으로이작품이국내에서번역되길오랫동안기다렸던많은독자의기대에부응하는대작이다.작가는눈으로보고몸으로겪은전쟁의참극에서전체주의체제자체와이데올로기를맹종하는독일과소련사회내부의모순과비리를냉정하게포착하며두국가의근본적동질성을발견해내는놀라운통찰을보여준다.
『삶과운명』은1959년완성되었으나,작품이가진반스딸린주의적면모로인해당대여러작품들처럼지난한출간과정을겪었다.작가가스딸린사후해빙무드에걸었던기대에도불구하고원고는출간불허판정을받고당국에압수되었고,친지가작품을마이크로필름으로밀반출해1980년스위스에서출간된이래지속적인삭제와수정을거쳐영어,독일어,프랑스어번역본이출간된이후러시아에서는뻬레스뜨로이까이후1989년에출간될수있었다.인간의선함에대한치열한논쟁속에서작지만결코깨뜨릴수없는친절을발견하고긍정하는과정은전쟁의비극이실시간으로진행중인오늘더욱각별한의미로다가오며깊은울림을남긴다.

2차대전당시소련의모든것,
삶을파괴하는억압과체제에대한치열한보고

『삶과운명』이“2차대전이후쓰인가장인상적인소설”(『뉴욕타임스』)이라불리며똘스또이의『전쟁과평화』에비견되는것은일차적으로는이작품이지닌총체성덕분이다.소설은1942년가을부터1943년봄까지약반년동안을배경으로모스끄바에서까잔으로피난온물리학자시뜨룸과그가족,스딸린그라드공방전,독일과소련의수용소를세축으로삼아전개된다.여기서전쟁은하나가아니다.포탄이날아다니고피가튀는전선의전쟁이있고,극한의굶주림과추위와싸우는후방의전쟁,절멸이기정사실인수용소의전쟁,그리고숙청속에당파성을증명해야하는충성전쟁이있다.작가는후방의시민과전선의병사,수용소의수감자부터장군들,히틀러와스딸린같은수뇌부까지상상가능한모든종류의인물을소환하고이겹겹의전쟁속에일어날만한모든문제를다룬다.냉철하고객관적인시선과현실을칼로도려낸듯예리한사실주의는이총체성을거대한벽화로완성한다.
2차대전을다룬다른작품과『삶과운명』을구별짓는점역시이치열한사실주의와객관적시선에서나온다.소설은익히알려진나치독일의유대인박해와더불어소련의뿌리깊은반유대주의와흑색선전을가차없이드러낸다.붉은군대내에서병사들은유대인을조롱하고,(1권245면)시뜨룸의연구소내모스끄바귀환자명단에서는유대인만누락된다.(2권64면)스딸린은유대인뿐만아니라따따르인,깔미끄인,체첸인,발까르인등타민족에대한편견을자신의통치전략에이용한다.“인민의스딸린그라드승리10주년기념일에스딸린은히틀러의손에서낚아챈말살의칼을그들의머리위로치켜들었다.”(3권62면)또한병사를숫자로환원해희생에아랑곳없이무모한진격을명령하는장군이나이에지혜롭게맞서전차공격을성공시킨지휘관노비꼬프가명령불복종으로재판에소환되는상황,백전노장인견결한공산주의자끄리모프가스딸린치하군숙청의일환으로조작된혐의를받고투옥되거나,시뜨룸의엄청난수학적발견을무시하고자아비판을요구하던연구소동료들이스딸린의전화한통에돌변해시뜨룸을영웅취급하는상황등은당시권력층의비리와함께스딸린치하전체주의의맹점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

차가운시대의절망속에서인간본성이발견해낸소중한가치

『삶과운명』에서독일과소련의수용소묘사는3권전체에걸쳐큰비중을차지한다.안개속에모습을드러낸수용소울타리에서시작하는1권이44장에서포로수용소소련포로들의생활을정밀하게그린다면,2권29장은나치장교리스의시선으로절멸수용소의가스실설계와건설과정을보여준다.이독일인장교는더효율적인‘특별구조물’(가스실)건설을점검하기위해떠났던출장에대해“즐거웠다.여행이기분을많이풀어주었다.”(2권241면)고말한다.소설은수감자들뿐만아니라수용소의관리자,병사들의내면또한재현한다.점검창으로가스실을감시하는독일병사로제는몸부림치는유대인들을보는것이즐겁지는않았지만,“이일이자신에게가져다주는명백한이득과은밀한이득모두를잘”알았고“히틀러정치의유익한효과를느꼈다.그또한작은인간,약한인간이었고,이제그와가족의생활은전과비교할수없을만큼수월하고좋아졌으므로.”(2권333면)
이천박한무감함이전대미문의폭력을낳았지만,리스는열혈공산주의자포로모스똡스꼬이앞에서이렇게역설한다.당과국가에충성하는“우리사이에근본적인차이는없소!(…)우리는본질적으로다르지않은두일당주의국가요.”(2권132면)나치장교의입으로두전체주의국가의동질성을말하는2권15장전체는작가가유대지식인으로서고통스러운일생을보내며얻어낸진실의표현이다.

“삶은곧자유야.삶의기본원칙은자유야.”

체제를수호하려싸우는이들과함께소설은전쟁과파시즘이가하는폭력앞에몸을사리고,친구를배신하고,작은이익에목매는보통사람들을그린다.이와동시에,같은폭력과고통앞에서인간의품위를잃지않는사람들의선함을보여준다.군의관소피야오시뽀브나레빈똔은의사로서이용가치가있으니살려주겠다는나치의제안을거절하고수송열차에서인연을맺은고아다비드와함께가스실로향한다.학살을앞두고게토에갇혀어제의이웃이오늘은침을뱉는상황에서도애써감자한알을나누는사람들이있고,(1권18장)우끄라이나노파는우연히자신의집에기어든죽기직전의포로를자신의목숨을걸고보살펴살려낸다.(2권51장)다른언어를쓰며말이통하지않는상황이라도한사람의삶과운명을결정하는것은“강력한국가들의가차없는힘이아니라하나의인간”인것이다.(2권370면)
압도적악의와공포속에서도본능처럼흘러나오는이선의는『삶과운명』이작품전체에걸쳐탐색하는주제의하나다.포로수용소의기인(奇人)수감자이꼰니꼬프는인간의선함에대한믿음을고수하는인물로,2권16장의기록은그의사회적,종교적선이아닌인간의선에대한생각을집약한다.“이것,이바보같은선의야말로인간속에있는가장인간다운것이다.(…)아직인간속의인간적인것이말살되지않았다면,악은이미승리를확신할수없다.”그러므로『삶과운명』의마지막장에등장하는무명의세입자부부는이끝내부서지지않는작은선의들속에서살아남은누군가이다.그들은봄의숲속에서“삶의맹렬한기쁨”을느낀다.(3권404면)
바실리그로스만은작품의전편을이루는1952년작『정의로운일을위하여』(Zapravoedelo)와1963년작『모든것은흐른다』(Vsyotechyot)와함께『삶과운명』을통해2차대전과전체주의사회의실상을속속들이조명했다.작가는『삶과운명』에서총3부201장의분량으로다양한인간상과주제를포괄하는대서사를완성하였지만,지난한출간과정으로인해살아생전이책의출간을보지못했다.이러한역사는작품이지닌선구적이고사실주의적인시각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고할수있다.출간이후『삶과운명』은연극과TV드라마시리즈등으로각색되며작품성을더욱널리알렸다.
뿌시낀문학의권위자최선(고려대노어노문학과명예교수)은최신판인2017년러시아어본을저본으로원작의사실적인문체와깊은통찰을치밀하고섬세한번역으로살려냈다.2차대전을조명한무수한문학작품과러시아문학의전통가운데서『삶과운명』이가지는독보적의미와작품이오늘을살아가는독자들에게환기하는새로움을풍성하게짚은「작품해설」은흥미로운읽을거리를더한다.

작품해설에서
2차대전을사실주의적이고예리하게파헤친이소설이스딸린사후1960년대소련의해빙무드에도불구하고출판에어려움을겪은것은,이소설이소련체제자체에의문을제기하며당국이금기시하는제반문제를다루었고전시소련장성들및정치가들의비리는물론,한걸음더나아가전쟁의실상을그대로그리며소련이내세우는애국전쟁을포함해전쟁자체에회의적인태도를드러냈기때문이다.(…)이소설은소련의역사와인간에대한철학적사색,러시아문학·미술·학문·무기·전투상황,나치독일의포로수용소및유대인수용소,유대인절멸을위한가스실,스딸린시대의숙청및소련의노동교화수용소를자세히보여주며,히틀러와스딸린으로대표되는국가권력에굴종해야만했던평범한사람들의일상과내면부터히틀러와스딸린의심리상태에이르기까지세세하게묘사하고있다.(…)이소설에서그로스만은인간의승리는모든거대한것,추상적인것을이기는구체적인것,개인적인것에있으며,집단주의및획일화,편견,오만,악의,폭력,전쟁의대척점에개인주의및다양성,공감,배려,선의,비폭력,평화가자리하고,절망,체념,증오,죽음,부자유의반대편에희망,저항,사랑,삶,자유가자리한다는것을성공적으로설득해냈다.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