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1

무지개 1

$18.00
Description
영국 모더니즘을 혁신한 걸작, 로런스 문학의 정점
인간의 운명을 다시 묻는 눈부신 투쟁과 새로운 세상의 약속
브랭귄 집안 3대의 남녀관계 변화로 포착한 근대문명의 본질
20세기 영국문학의 대표 작가 D. H. 로런스 문학의 정수 『무지개』(전2권)가 창비세계문학으로 출간되었다. 산업화 시기 영국 농촌의 브랭귄 집안 3대의 성과 사랑, 삶을 그려낸 이 장편소설은 영국 전통사회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근대적 인간의 탄생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주어진 삶의 한계를 넘어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열망을 품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개인들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세상과 더불어 변모하는 남녀관계로 표현되는데, 그 결실은 근대적 자아의 출현이다. 등장인물들이 근대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장하려 노력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무너지지 않고 더 높은 지향에 가닿으려 분투하는 서사는 그대로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장인물이 죽음 같은 고난을 통과한 끝에 마침내 마주하는 무지개가 현실과 손쉽게 타협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여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무지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시적인 리듬감, 인간의 심리와 모순됨을 꿰뚫는 묘사,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대담한 상상력, 삶의 실감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문장, 풍부한 상징과 비유 등 로런스 문학의 특징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걸작이다. 또한 서구 근대문명의 초창기에 이미 근대문명의 한계를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한 로런스의 사유는 동시대의 작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선구적인 통찰이었다. 이 때문에 파격적인 묘사와 근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담은 『무지개』는 1915년 출간 당시부터 고초를 겪었다. 국가주의와 전쟁을 비판한 대목들이 제국주의 영국 당국의 심기를 거슬렀고, 출간 직후 작품이 ‘음란물출판물법령’ 위반 판결을 받아 전량 압수 및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1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대의 금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근대 세계의 본질을 포착해내고 당대 영국뿐 아니라 전지구적 인류의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무지개』는 오늘날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저자

데이비드허버트로렌스

저자:데이비드허버트로런스DavidHerbertLawrence(1885~1930)
1885년영국노팅엄셔의탄광촌이스트우드에서광부인아버지와교사출신어머니의넷째아들로태어났다.1908년노팅엄대학에서교사자격증을따고런던근교초등학교의교사가되었다.1909년시를발표하며작가의길로들어선이래다양한장르의문학서를집필했고그림전시회를열기도했다.1914년독일귀족출신이자대학은사의아내인프리다위클리와결혼,1차대전이발발하자프리다의출신배경과로런스자신의반전발언으로고초를겪었다.전쟁이끝난후영국을떠나씰론(스리랑카),호주,미국,멕시코등을돌아다니며생활했고마음맞는친구들과유토피아적공동체를구상하기도했다.1930년45세를일기로결핵으로사망했다.유해는프랑스방스에묻혔다가이후화장해로런스가생전에“현시대의물질적,기계적발전으로부터의해방을경험”했다고언급한미국뉴멕시코의산장에안장되었다.로런스는19세기리얼리즘문학의성취를계승해새롭게갱신해낸작가로,서구근대산업문명이개개인의원만한성숙을가로막는반생명적질서라고보았다.출간시논란이된『무지개』와『채털리부인의연인』등에보이는성과몸에대한관심역시물질문명에서해방된개인에대한탐구에서비롯한다.대표작으로장편소설『아들과연인』『무지개』『연애하는여인들』이있으며,많은중·단편소설과희곡,시,비평을남겼다.

역자:강미숙
경북대영문과를졸업하고서울대대학원에서D.H.로런스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인제대리버럴아츠교육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D.H.로런스와창조성의문학』,옮긴책으로『화이트노이즈』『D.H.로런스의현대문명관』(공역)『남을향하며북을바라보다』(공역)등이있다.

목차

1장톰브랭귄은어떻게폴란드귀부인과결혼하게되었나
2장마시농장에서의삶
3장애나렌스키의어린시절
4장애나브랭귄의소녀시절
5장마시농장의결혼식
6장승리자애나
7장대성당
8장아이
9장마시농장과홍수
발간사

출판사 서평

‘더높은형태의존재’를향한열망

소설은1840~1905년무렵영국미들랜즈농촌마을코세테이와인근소도시일크스턴을배경으로한다.브랭귄집안은200년넘게코세테이마시농장에서농부로살아왔으나,산업화가본격적으로진행되면서인근에탄광이개발되고신도시가조성된다.자연의순환에몸을맞추고뭇생명과교감하던(“피와피의친밀한교감”)삶에서벗어나는것은필연적인흐름이었다.이변화를이끄는또하나의동력은“더높은형태의존재”를성취하고픈여자/어머니의열망이다.“남편이하늘과곡식과짐승과땅쪽을돌아보는동안,”여자는창조적활동이이루어지는“저멀리미지의세계”를내다보며자식들에게“교육과경험”을제공하려애쓴다.흔히‘서곡’이라불리는첫장의이대목은소설의기본서사가근대세계를향한개인의모험임을아름다운자연묘사와사실적인심리표현으로제시한다.
교육의혜택을받은첫세대톰브랭귄은어머니의바람에따라학교에가지만,공부에소질이없음을깨닫고농장을물려받는다.이전세대와같은삶을택한그가갇힌틀을깨고진정한자기세계를이룩하는것은결혼을통해서다.계급·국적·언어등모든면에서자신과다른폴란드귀족태생리디아와의결혼은서로다른두세계의결합을의미한다.서로의다름을받아들이려애쓰는가운데두사람은이전의자신을죽임으로써다시태어나는변모의과정을거친다.아직자연의너른품을체현한마지막세대로서이들은안정되게결합해새롭게거듭난존재로서삶을마감한다.

감각에의탐닉,모순으로분열된인간의탄생

이소설에서남녀의연애와성적관계는생명력의자연스러운분출이자상대방의실체를발견해하나되기위한치열한탐색으로그려진다.자유분방한관계맺음의순간을그리는거침없고밀도높은묘사는대중에게작가로런스를‘성(性)문학의대가’로알렸는데,그런인식이여기서비롯하는것이다.세대를지나면서이런탐색은더다채롭고복잡한모습으로전개된다.2세대에서는인간의정신과지식을신봉하는애나와종교에대한절대적·신비적믿음을고수하는윌간의격렬한사랑과갈등을보여준다.열정을다바친연애끝에결혼한이들은서로가‘정반대되는상극’임을깨닫는데,애나가남편의맹목적믿음과폐쇄성을비판하면서윌의창조적열정은사그라든다.임신과출산으로‘모성’을발견한애나는‘승리자’임을선언하고,괴로워하던윌은일탈을경험한끝에종교의껍질을벗어던지고애나의육체에감각적으로탐닉하며자신만의‘절대미’를추구하게된다.이렇게해서둘나름의균형잡힌관계가이룩되는것이다.
이들의딸인어슐라세대에이르면남녀관계는바깥세상의변화와흐름을같이한다.어슐라는기성사회의관념에서벗어나동성교사에게매혹되고,안톤스크리벤스키와자유로운육체적만족을추구한다.그러나스크리벤스키는어슐라와함께하는동안에만살아있으며그개인자체는공허한사람,“거대한전체사회라는구조물”의“일개벽돌”(2권108면)일뿐인남자다.그는이세상에맞설생각도힘도없는존재이며,어슐라는결국그점을용납하지못한다.이관계에더이상균형은없다.링컨셔해안달빛아래서의파괴적인정사를통해두사람은파국을받아들인다.

자기자신으로살기,근대세계를내파하는해방의서사

이들3대의이야기는전통적인공동체의삶에서분리되는가족에서시작해도시화,산업화된세계에서존재를증명하고자기자리를만들어가는개인의서사로귀결된다.그런점에서어슐라는오늘의독자가가장친근감을느끼고공감하기쉬운모습을하고있다.어머니애나와아버지윌의삶,즉모성과일상에묶인삶에반발해어슐라는완전한사회적독립을이루고남자들과대등하게살기를꿈꾼다.그러기위해대학에진학해“지식이라는허울좋은상품”(2권263면)을습득하고감옥같은직장생활을견딘다.꾸밈없는자기자신으로있을수있던‘일요일의세계’를떠나‘평일세계’의가치를익히는것은곧‘세상과자기자신에대한책임’을지는행위다.어슐라가꿈꾼것과맞닥뜨린실상은너무도달라서그녀는혹독하게자기자신과,세상과싸운다.이는곧스크리벤스키가대변하는기성사회가치와의싸움이기도하다.이싸움이혹독한것은그녀가자신을“공격해오는이모든거대한해체속에서도”“자기자신으로남아있”(2권131면)고자하기때문이다.어슐라는자신의모순과한계를깨고나가세상을마주하려는싸움을그치지않고,임신과유산을겪으며지독한고통을통과한끝에살아난다.그런그녀의눈앞에“희미하게웅장한무지개가”떠오른다.그것은“붕괴로향하는저딱딱한껍질을벗어던”지고“새롭고정(淨)한벌거벗은몸들이새싹을틔우고새로이성장해저하늘의빛과바람과맑은비로자라나리라는”(2권352면)약속이었다.

정본·정역으로만나는아름다운우리말판본

『무지개』번역대본은케임브리지대학교출판부(CambridgeUniversityPress)가간행한TheRainbow(1989)다.1979~2018년전40권으로완간된로런스전집의한권으로,출간당시부터우여곡절이많아오염이심한로런스의텍스트를원본에가깝게만들기위해이전자료들을철저히수집,분석하여확정한정본으로이름높다.
역자강미숙교수는D.H.로런스연구로박사학위를받고저서『D.H.로런스와창조성의문학』을출간하는등로런스문학을깊이연구했으며서구자본주의문명의대안모색을천착해왔다.대작『무지개』를아름답고품격있는문장과생동감넘치는말맛으로옮겼을뿐아니라작품에담긴새로운세상의전망을더없이적실한우리말로선보인다.작가의생애와작품의의미,장별내용을맵시있게정리한작품해설로『무지개』의낯선세계를모험하는독자에게훌륭한안내자가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