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

$18.00
Description
“그는 법정의 변호사이자 민중의 변호사였다”
시대의 불꽃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말들
1990년 조영래 변호사의 때 이른 타계는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었다. 1주기를 맞아 조영래를 기리기 위해 동료와 지인들이 그의 글을 추려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을 엮었다. 조영래는 인권변호사이자 민주화운동가이며 문필가로서 한국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43년 생애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고통받는 약자들을 지키는 투쟁의 시간이었다. 조영래에게는 ‘법을 배운 전태일’ ‘약자들의 벗’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없던 시대의 인권변호사’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한 수식어가 생겨나기까지의 여정이 조영래가 적어 내려간 빛나는 글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영래의 삶이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무엇일까. 조영래의 글에서는 일찍이 「전태일평전」에서 보여준 필력이 돋보이지만 더욱 빛나는 것은 그 정신이다. 그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쉼 없이 글을 남겼다. 6월항쟁이나 양김의 단일화 문제 등 주요한 정치적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기고한 논설에서는 거침없는 기개와 격랑의 시국을 꿰뚫는 통찰이 드러난다. 한국 법정의 역사를 새로 쓴 굵직한 변론에서는 판례의 경험칙을 뒤바꾸는 빈틈없는 논리가, 투쟁가의 개인적 고뇌가 생생히 담긴 일기에서는 굴하지 않는 정의감이 읽힌다. 그의 글 한편 한편은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낸 현대사의 기록이자 몸 바쳐 시대를 밝힌 고귀한 영혼의 초상이다.

저자

조영래

저자:조영래
1947년대구에서태어났다.서울대법대재학중한일회담반대,6·7부정선거규탄,3선개헌반대등학생운동을주도했다.졸업후사법시험을준비하던중전태일분신항거를접했다.1971년사법연수원에서연수중이른바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으로구속되어1년반동안투옥되었고,1974년민청학련사건으로6년동안수배생활을겪었다.복권후1983년변호사사무실을열고사회개혁가이자인권변호사로활동하다가1990년12월폐암으로타계하였다.

목차

발간사/홍성우

1부논설·칼럼·변론문

1.1985년
정말인권이보장되는시대가오려나/인권과즉심과보안처분/호헌위해등장한위헌의논리/이경숙사건(여성조기정년제문제)에관한의견서

2.1986년
텔레비전시청료의법리와병리/교도소내인권유린은근절되어야한다/여야의개헌안에대하여/초상권과사생활보호/당돌한도전의기록/현실의병폐를치유하는불교/표현의자유와사회질서/부천경찰서성고문사건변론요지

3.1987년
공권력이법정신을위배해서야/‘검찰권의독립’바란다/동트기직전이가장어둡다/최루탄과경적/민주의새시대는국민의것/직선제개헌에대해서/지역감정과후보단일화/좌담:국민의힘은위대했다

4.1988년
‘관계기관대책회의’정체를밝혀라/노태우씨의가방속에든것/새시대를위한반성/언론자유확보가인권의보루/‘처분대상’일수없는‘인간’/비리와의리/누가반성해야하는가/독립과존엄지키는사법부/과오있는법관들스스로물러나길/노태우정부의시험대,전두환조사와광주문제/알수없어라,‘백지투표’와김종필총재/‘총은쏘라고준것’인가?/‘관계기관대책회의’는아직도안개속에/어느철도기관사와의대화/‘폭력혁명’과‘무분별’과질서/과거의동굴로돌아가자는사람/이허전함의정체는무엇인가/개방개혁으로가는길/장기표는무슨죄가그리많은가/파렴치의시대/전씨,증언대에서야한다

5.1989년
5공망령되살아나는가/공산주의의위기/부끄럽고한심스러운‘불고지죄’논란/80년대에우리는‘민주’를잃었고‘민주화’를얻었다

6.1990년
세김씨는태도를분명히하라/정의끝내실종되는가

2부일기·편지·시

1.일기
2.편지
3.시
겨울의배반/노동자의불꽃

3부조영래에관한기사

1.70년대운동권기수들의오늘/김종환
2.인터뷰기사
샘이깊은물/여성동아/월간조선/여성동아/시사저널

4부추모의글

1.추도사
홍성우/오승근/장기표/권인숙/이만호

2.조시
조영래형영전에/김지하

3.추모의글
하얀겨울에떠나간우리들의‘조변(趙辯)’/조갑제
인권·노동변론에뚜렷한발자취/황호택
인권변호사조영래/남시욱
밤새잠못이룬새벽별뜨는시각/김지하
고통받는사람들과함께한일생이었습니다/권인숙
나의상사조영래변호사/박주현
조영래변호사라면어떻게했을까/히라이히사시(平井久志)

4.추모좌담
창조적인권변호활동과민주화운동/홍성우·손학규·장기표·양건

조영래연보

출판사 서평

사회적약자들과헌법기본권의수호자
인권변호의새로운장을열다

1부에는조영래가인권변호사활약기에발표한논설·칼럼·변론문을실었다.「부천경찰서성고문사건변론요지」(1986.11.21)는희대의명변론으로기억된다.경찰에의한성고문이라는전대미문의사건앞에서조영래는은폐만을원하는권력을정면으로꾸짖으며“진실은감방속에가두어둘수가없”다고일갈했다.조영래와권인숙의승소는6월항쟁의기폭제로여겨질만큼큰의미를가진승리였다.최초의집단소송,행정권을시민이통제한첫사례등으로화제가된망원동수재소송()1984부터환경병환자의최초승소를이룬상봉동진폐증환자손해배상청구소송(1987)까지,조영래는짧은변호사활동기동안수도없이많은‘최초’의기록을새겼다.

그동력이어디에서왔는가는공판기일이전의견서제출이라는드문방식으로화제를모은「이경숙사건에대한의견서」(1985.6.19)에서엿볼수있다.이사건은교통사고손해배상청구에서시작되었으나,‘여성의정년25세’가합법이라는원심의판결로주부가사노동의가치산정과여성조기정년제문제로확대되었다.이경숙은이사건이자신의“개인적이해관계를넘어서서한국여성전체의권익에관한문제로부각”되었음을인지하고있었다.조영래역시사건의여파가미혼여성근로자의지위,이혼시위자료산정,재산분할청구권입법,헌법상의평등권,여성의사회적지위향상등대의에크게영향을미칠것임을알고2심소송대리에임했다.조영래특유의시대를앞서가는식견과진보성이읽힌다.

조영래는‘인권변호사’라는말이없던시대에약자를돕기위해법조인의길에들어서고,인권변호의대상을정치범변호에서소비자,여성,환경이라는공익으로넓혀인권변호사의새로운세대를열었다.‘가장인간적일때가장진보적이된다’는전태일에대한평가는전태일에대한마음의빚으로평생을약자를위해살았던조영래에게도해당되었던것이다.

일상적암흑에빼앗긴청춘의세월
그럼에도타오른인간애의불꽃

2부에는인간조영래의결의와회한을여실히담은일기·편지·시를모았다.사법연수원을수료한후검찰청에서검사시보로잠시권력을경험하게될때도그는오직타성에젖어인간성을잃게되지않을것을일기에다짐한다.“사람을사람으로대접해서는안된다고한다면,인간성에거는우리의모든신뢰와희망”이갈곳을잃기때문이다.미국의평온한대학교정에다녀와서쓴일기에는격랑의세월로잃어버린청춘과꿈에대한상실감이,가족에게보낸편지에는한없는애정과미안함이,재로화한청년노동자전태일을알아달라세상에촉구하는시에는정의감과울분이가득하다.도서관에서책을읽거나가족과행복한시간을보내고싶은평범한마음도가졌지만,조영래의솔직한감상은매번약자에대한우려와시대적사명감을되새기는것으로끝을맺는다.이렇듯인간을향한사그라지지않은사랑이야말로그가20여년간보여준끈질긴활동력의뿌리였다.

3부는조영래의활약상을취재한기사모음이다.학생운동선봉장시절이었던1960년대,‘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과‘민청학련사건’으로법정,감옥,도피처에서고된나날을보낸1970년대,공익변호로‘최초’의사건들을맡아법정사에이름을남긴1980년대의행적을요약해서접할수있다.한결같이겸손한인터뷰태도에서그의너른그릇이돋보인다.4부에는주변인들의회고와절절한애도가담긴추모글이수록되었다.갑작스러운영별앞에서조영래의동료들은‘조영래가없으면어떻게하나’‘조영래변호사라면어떻게했을까’황망히되뇐다.혼란한세태에서많은이들이의지했던버팀목조영래의빈자리가느껴진다.따뜻한벗조영래에대한증언도이어졌다.부천서사건의당사자권인숙은지난한재판과정에서조영래가빈틈없는성심으로사건과의뢰인을보살핀일을추억했다.후배변호사박주현은빠듯한사정에도법에규정된것이상의권리를보장해주던조영래의진보성과진실성을알렸다.

자유와정의를사랑하는이들이나아가야할길을제시하다
냉철한통찰과다정한영혼으로남긴발자취

조영래가바라던사회는과연도래했는가.민주화를이루고국제인권규약에가입한지는오래되었지만,지금의한국이약자들의기본권을온전히보장하고자유와정의를진리로삼아나아간다고할수있을까.오히려격차는벌어지고갈등은격화되며약자에대한연대는실종되었다는회의감이사회전체에어둡게드리운분위기이다.조영래라면어떻게했을까?그는“우울한일들에만사로잡혀지나치게낙담할것은없다.원래동트기전이가장어두운법이아닌가”하며냉소를멀리하고진보를멈추지않을것을주문한다(칼럼「동트기직전이가장어둡다」).“햇빛이눈부시다고해서뒷걸음질쳐서다시동굴속으로기어들어가려고한다면그것처럼어리석은짓이없”기때문이다(칼럼「과거의동굴로돌아가자는사람」).걸출한인물은아깝게떠나갔지만,그의“부서질수도없고죽을수도없는마음”을따라자유와정의와인간애를간직한채나아가자는것,그것이조영래의글이시대를넘어우리에게전하는희망의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