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이자평화운동가인이시우의기행서'민통선평화기행'이출간되었다.이시우는1967년충남예산에서태어났다.중학교때서울로전학온뒤한해에두번씩방을옮기며어려운자취생활을했지만,도서관의책을닥치는대로읽는호사를누리며고교시절을보냈다.신구대학사진과에서사진을공부하다제적되었다.그후공단거리와통일운동의장을오가며인생의새교과서를발견했다.
‘사진이곧사치’라는생각을안겨준6월항쟁덕분이었다.1993년몸담았던운동단체가해산되면서혼자버텨야했던힘든시간,세계를다시사색하고사색하라는말과함께사진은그에게돌아왔다.그후지금까지사진기는그의곁을떠나지않았다.1995년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구속되었지만,그는그사건이오히려밑바닥까지내려간자신을정직하게볼수있는기회였다고생각한다.1999년에사진집?비무장지대에서의사색?과?끝나지않은전쟁,대인지뢰?를펴냈고수십차례의사진전을열기도했다.지금은전쟁을막기위한평화운동과대인지뢰반대운동에힘을쏟고있다.
백령도에서고성까지,10년발품으로쓴진지하고용기있는기행서
“정전협정50주년,전쟁위기설,경의선.동해선연결.”2003년6월의한반도를요약할수있는,상반된성격의단어들이다.1994년이후다시금전쟁위기설이피어오르는가하면,남북의현역군인들이상대의안내를받으며비무장지대안의철도연결공사현장을시찰하기도한다.6.15정상회담3주년을맞는뒤편에는그를둘러싼대북송금에대한특검수사가진행중이다.한마디로어수선하고혼란스러운시기이다.이책은저자가지난10년간두발로민통선곳곳을누빈땀의기록이다.통일운동단체와YWCA같은민간단체의분단통일기행을여러해동안안내한길잡이로서의자상함은물론사진작가로서의예리한눈빛이한데담겨있다.무엇보다도여전히냉전시기의분단의식을부추기는‘안보관광’의폐해를극복하려는평화운동가로서의역사인식과열망이가득담겨있다.실로‘오랜만에만나는진지하고도용기있는기행서’라할것이다.
민통선에서재회하는한국현대사,민통선에서갈구하는한반도의평화
그는민통선곳곳에서고달픈한국현대사와직면한다.조기와꽃게어장으로유명한백령도?연평도에서는임경업장군에얽힌이야기와심청의미학,서해교전,그리고NLL,영해문제와만난다.강화도의단군과고인돌에서는민족의미학을발견하고,항몽전쟁에서내려오는강화의저항정신과강화도북부의민통선에대해서언급한다.게다가향토방위대라는민간조직이한국전쟁당시저지른양민학살이란끔찍하고도서글픈역사와만난다.
자유로를지나만나는파주에서그는놀랄만한주장하나를편다.정전협정을근거로한강하구가중립지역도비무장지대도아니라고말하는것이다.실제로오두산통일전망대에는버젓이‘중립지역’‘비무장지대’란표지가붙어있다.그는여기에머물지않고한강의문명사적의의와통일이후한강이어떤역할을해야할지까지그의고민은폭주기관차처럼불을뿜는다.반구정(伴鷗亭)과화석정(花石亭)에서는방촌황희와율곡이이에대해공과를가린후,자유의다리,자유의마을,판문점과공동경비구역으로향한다.그곳의미군기지와대인지뢰피해자들을거쳐그의이야기는최근연결공사가한창인경의선으로이어진다.
주한미군문제는파주뿐아니라다른곳에서도다룬다.특히연천-동두천-의정부로이어지는대목에서는집요하다는소리가절로나올정도로꼼꼼하게개별미군기지의역할과주한미군의전략에대해언급한다.최근미2사단의재배치와관련해주한미군이한국사회에얼마나깊게뿌리내렸는지를한눈에볼수있다.
비무장지대남쪽으로만1백만개,후방지역에7만개이상이매설되어있는대인지뢰문제도마찬가지로여러곳에걸쳐다루고있다.파주?연천?양구?고성등그가들른민통선곳곳에피해자들이있기때문이다.실제로그는1997년노벨평화상을받은조디윌리엄즈(JodyWilliams)와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과함께한국의대인지뢰사용을금지하는운동에관여하고있다.
1951년한국전쟁당시인민군수백명이몰살당한폐터널에서시작하는연천기행에서는그의미학이왜‘어둠’에서시작하는지를들려준다.‘가장어둔곳에서가장밝은빛을볼수있다’는다분히보편적인이야기이지만,그의글을읽자면절로고개가방아질을친다.지금은끊어진경원선을따라주한미군과대인지뢰이야기가함께달리는연천에서그는열화우라늄탄사고를추적한다.이라크전쟁때미국이사용해전세계의지탄을받은그열화우라늄탄이1997년한반도에서도,그것도‘사고’로터졌다는이야기를들으면모골이송연해진다.그러나그는연천태풍전망대의선전판글귀가바뀐것에서한줄기희망의빛을본다.‘귀순자대환영’에서‘우리는한형제’로변할때까지걸린시간의깊이를생각해보면그의환호를두고가볍다고만질책할수는없는노릇이다.
그는철원을‘통일기행일번지’라고부른다.궁예부터내려오는철원의정신을시작으로,한국전쟁이후,시간이정지해버린박물관같은구철원시가지에서그는한반도의평화를짙게갈구한다.철원역,월정리역,얼음창고터,철원제사공장터,철원제일감리교회,노동당사,백마고지를도는그의행로곳곳에서‘내공’이묻어나온다.채만식과이기영의소설은물론,통일원에서열람한북한의자료까지능수능란하게튀어나온다.
이밖에도화천에서만난가도가도끝없는듯한강원도의길에서는굽이친우리현대사를떠올리며,양구평화의댐에서는정권의‘한판쇼’에놀아난씁쓸한기억을곱씹는다.또고성의동해일출을보며,어둠과빛의미학을다시금되새긴다.요즘연결공사가한창인동해북부선현장과강릉앞바다에좌초한북의잠수함승무원들이사망한칠성산억새밭에서는한반도의평화와통일을절규하듯갈망한다.
평화운동가의깊은철학이묻어나는글맛과160여컷의생생한분단현실
그는분단이우리안으로파고든전쟁이라고말한다.그의식에서벗어나는것에서부터한반도의평화와통일을꿈꾼다.철원,강화도,백령도.연평도,파주,화천.양구,연천,고성에이르는그의여정은곧자기안의분단의식을깨는배움길이다.그배움의길곳곳에서그는사색하고또사색했다고한다.그의글을읽다보면,새삼그사려깊은생각에놀란다.민통선에관한본격적인기행서로는국내최초이기도하지만,최초라는딱지보다글에밴진정성이더욱소중하다.한편사진작가로서도활동하며발로찍은사진160여컷과설명글은그자체로도하나의일관된체계를갖추고있어주의깊게살펴볼만하다.
그무엇보다도‘한국적인’테마여행지침서
지난10년간의기행을통해그는민통선을기행하는그자체가분단극복을위한작은실천임을깨달았다고한다.기행에동행한거의모든이들한테서그걸발견했다는것이다.또그는기행자가서있는‘그때그자리’를설명하지않으면안되는기행의속성에주목한다.그런면에서그는‘아는만큼보인다’는통설에의문을건넨다.고정관념의틀안에머무는지식은되레기행자의눈을막기때문이다.앎에서느낌으로,그리고궁극적으로는즐김으로나아가는것이야말로기행의최종심급이라는그의주장이일리있다.
테마여행이란말이유행이다.또우리의것에대한관심이그어느때보다도높다.그러나그관심의장에서도민통선과그주변지역은‘소외’되어있다.아직도많은이들은민통선기행을하려면신원조회비슷한군부대의허락을얻어야하는걸로알고있을정도이니말이다.그는한국사회의민주화속도에비해서도,정권차원의정책변화에비해서도,우리안의평화와통일에관한의식은한참뒤처져있다고지적한다.그런면에서민통선기행이야말로가장‘한국적’이면서도‘교육적가치’가높은훌륭한테마여행이라고말하는그의말은새삼적실하다.
한국전쟁이일어난지벌써53년이되었고,정전협정이맺어진지도50년이되었다.그동안켜켜이쌓인분단의흔적을발견하는일이란분명즐거운일이아니다.아니귀찮고두렵고슬픈일이다.그러나피하고싶은역사를오히려평화와번영을위한자산으로삼는지혜를모색해봄직하다.이책과자신의활동이그를위한디딤돌이된다면더바랄게없겠다는게그의소망이다.
한편창작과비평사에서는그의사진으로만든사진엽서를책속에넣었고,저자와독자들이함께하는민통선평화기행도기획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