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있고세련된시각,실용적인글쓰기정신
이태준(李泰俊)의『문장강화(文章講話)』는,‘글을어떻게써야하나?’란물음에차근차근명료하게대답하는글쓰기안내서다.이책이여전히널리사랑받는고전으로자리매김하는것은,온갖요령과편법,이론들을가르치기에바쁜요즘글쓰기참고서들에서는찾아볼수없는간결한통찰력과깊이,기존의편견에얽매이지않는신선한시각과아울러우리말의풍부함을잘보여주기때문일것이다.게다가이책에는그흔한‘두괄식’‘미괄식’같은불필요한용어나,‘글쓰기란무엇인가?’같은이론적인질문이없다.저자는막키보드에손을얹은고등학생,리포트용지를앞에두고괴로워하는청년의등뒤에서,하나하나실제적인문제들에대해일러준다.그래서이책은‘글은말하듯쓰면된다’는파격적인서두로시작해,방언과의태어,외래어등을다루고(제2강),‘각종문장의요령’(제4강)을알려준뒤직접퇴고하는과정을생생하게보여준다(제5강).그자신끊임없는퇴고로유명했던만큼,이퇴고과정의지독함과치밀함은“시에는지용,문장에는태준”이라는말이어떻게나오게되었는지를잘보여준다.책의나머지에서는글의제재를택하는법,글을시작하고맺는법,제목붙이기와문장부호사용법등에관한실용적인도움말뿐아니라,글을쓰기위해선먼저예민한감각을가질것,자기에게맞는문체를택할것등을충고하고있다.결국저자는책전체에걸쳐‘억지로꾸미려하지말고마음에서우러나는것을자기답게표현하는것’을글쓰기의제일가는요령으로말한다.
폭넓은우리말의세계를보여주는풍부한예문
저자의박력있는서술과시각이이책의뼈대라면,이책의살에해당하는것은풍부한예문들이다.책의절반이넘는수많은예문들은종류로는소설,수필,기행문에서부터사적인일기와편지,심지어는청첩장까지망라하며,시간적으로는선조(宣祖)와인목왕후의편지에서부터이상(李箱)·김유정추모회의초대장까지포괄한다.게다가다른곳에서는보기어려운김억,유진오,이병기등의일기,최재서와정지용의엽서등은당시구인회(九人會)의한가운데에있었던저자의친분관계를짐작케한다.이는임형택교수가「초판머리말」에서말한대로“신문학20년이도달한성과를집결해놓았다”할수있을뿐만아니라,조선조에서부터이어지는우리말의전통을받아들여문장의‘현대’를이루려던저자의시각이반영된것이다.
*개정판의특징
①옛말투를현대어로:이번개정판에서는원본의정신과내용은그대로살리되,현대독자들의접근을어렵게했던옛말투와한자어등을적절한현대어로고쳤다.저자특유의개성은다치지않는한에서내용을더잘드러냄으로써,글쓰기안내서를가장필요로하는중·고등학생들도쉽게볼수있게했다.
②문장·낱말풀이추가:책에등장하는수많은한자어와방언,고사등에자세한풀이를달았다.
③보기편한본문디자인:작은판형에본문과인용문이번갈아나오는데서오는초판의번잡함을줄이기위해,판형을키우고인용문에색깔을넣어구별하기쉽게했다.
추천의말
상허의『문장강화』에는한국어로쓴좋은문장의개념과표준이있다.나는학생시절에이책을청계천헌책방에서만난이후,쓰던글이허술하다는느낌이들때마다그책갈피를뒤지며마음을다잡곤했다.무슨사상가보다는문장가가되고싶어했던나는그개념과표준을자주등졌다가그자리로돌아갔으니상허의가르침과모범은내글의고향과같다.아니,그렇게만말할것이아니다.상허는1946년에월북하여북한에서생애를마쳤지만,한국동란후오랫동안,남한에서살아온우리들의국어교과서에실렸던글들이사실상이『문장강화』를통해선별되었다는점을생각하면우리가지금쓰는모든글의고향이거기있다고도해야할것이다.-황현산,문학평론가
이태준의1939년작『문장강화』는반복해서읽기즐거운실속있는책이다.해제의훌륭함도감안해야겠지만,수십년전책이요즘글쓰기책보다깊이있고세련되었다.이태준이동시대인물처럼느껴진다.행복하다.이책은“이렇게써라”라고하기보다좋은글을많이보여준다.우리문장이이렇게풍요로웠구나,글잘쓰는사람이이렇게많았구나,감탄사를연발하게된다.-정희진,여성학자
어떻게쓴문장이훌륭한문장인가,다시말해어떻게쓰는글이올바르게쓰는글인가에대한명쾌한답이들어있는명작.막무가내로글쓰기훈련을하기전에이책을한줄한줄새겨가며읽어볼것을추천한다.-북칼럼니스트최보기
1930년대에썼는데도요즘시대의내로라하는작가들이몰래몰래훔쳐본다는글쓰기의교본『문장강화』.정지용시인과더불어당대한국문학계에서쌍벽을이룬이태준작가는이책에서뜻이어떻게되든,말이닿든안닿든,남이흥미롭게읽든안읽든자기신경은딱봉해둔채문장을조작造作하는글을제발쓰지말라고일갈한다.이런재미없는글에반대되는개념으로‘새로있을문장작법’의원칙을설명하는데,이새로있을문장작법이라는개념이마치80년후펜대신스마트폰의터치패드로글쓰기를하는2013년의‘새로있을문장쓰기’요령에적용해도손색이없을만큼‘신식’이다.
이태준작가에따르면좋은글을쓰려면내가하려는게글짓기가아니라말짓기라는생각부터하는게중요하다.아름다운풍경을보고SNS를통해지인들에게전하고싶은것은마음이요생각이며감정인데,마음과생각과감정에가까운것은글보다말이다.(…)마음과최단거리의글,즉활자로감정을매장하기전에먼저말부터살려자신의감정을표현하는데주력해야공감을얻는글이나온다는것이이태준식문장강화의첫번째원칙이다.
1930년대에쓴『문장강화』에는“개인적인감정,개인적인사상의교환을현대인처럼절실히요구하는시대는일찍이없었을것이다”라는표현이등장한다.80년후인요즘은어떠한가?요즘세상에서개인적사상의교환이얼마나더절실해졌는지,좋은것을보거나새로운감정이느껴지면책이나편지보다빠른스마트폰을꺼내실시간으로자신의마음을전하는글쓰기가일상화되었다.따라서이러한글쓰기를위해서는개인적인것을잘표현하는방법을개인별로탐구하라고주문하는이태준작가의지적에귀기울여볼만하다.개인본위의문장이가장좋은글이니까.실제로SNS에서도자신만의특유한문장법을가진지인의글에눈이가고손이가고,맛깔스러운일상의글만으로도많은댓글과팔로어를얻을수있다.
“산사람은생활자체가언제든지새로운것이다.”이태준작가는이미존재하는언어와기성단어만으로매일창조되는개인생활을오롯이표현할수있냐고묻는다.회화처럼글쓰기로자신의감정을그릴수없지만제삼자에게통할수있는범위내에서는새로운용어와문체를각개인이연구해볼것을권유하는것.제삼자와교양있게소통하는차원이라면자신만의위트있는문체를사용해한결더흥미로운글쓰기를할수있다는뜻이다.-『행복이가득한집』2013년12월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