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17.09
저자

권정생

일본도쿄에서태어나광복직후우리나라로돌아왔다.경북안동일직면에서마을교회종지기로일했고,빌뱅이언덕작은흙집에살면서『몽실언니』를썼다.가난때문에얻은병으로세상을떠나면서인세를어린이들에게써달라는유언을남겼다.2007년세상을떠날때까지작고보잘것없는것들에대한따뜻한애정과굴곡많은역사를살아온사람들의삶을보듬는진솔한이야기로많은사랑을받았다.1969년단...

목차

머리말을대신하여
1부
나의동화이야기
오물덩이처럼딩굴면서
열여섯살의겨울
목생형님
2부
토종씨앗의자리
우리삶과함께하는동화
미국에도눈물이있었던가?
아낌없이주는나무
더이상낮아질수없는사람들
민들레꽃씨
자유로운꼴찌
말을만드는사람들
만주댁할머니
그저께시내장터에서
우리옛어린이들
그때참새들은모두어디로갔을까?
경순이의아름다운한그루나무
엄마,통일은왜해야하나요?
시를잃어버린아이들
가난한예수처럼사는길
아름다운우리당산나무
쓰레기를만드는사람들
구릿빛총탄이날아오던날
강물을지키는어머니
고아소녀명자의열시간
3부
안동톳제비
우리아이들은어떤책을읽을까
꿈만같은일
그릇되게가르치는학부모들
평화란고루고루사는세상
올봄농촌통신
가난이라는것
처음으로하느님께올리는편지
편지대필
두개의이야기
자연과더불어크는아이들
장화이야기
순정이,영아와깨끼산앵두꽃과
김목사님께
다시김목사님께1
다시김목사님께2
새벽종을치면서
절망속에서도감사를
부록
시-빌뱅이언덕
민들레꽃
느티나무안집강아지들
인간성에대한반성문2
정축년어느날일기
가을하늘
한인간과하늘이동시에울부짖었다
동화-30억의잔치
원문출처
발문_가장낮은곳에서가장맑은목소리로

출판사 서평

아무도흉내낼수없는삶!
권정생이동시대인들로부터존경받는이유
『몽실언니』『강아지똥』을비롯한권정생의동화는우리나라에서이미국민문학의반열에올라있다.그가쓴작품은어린이뿐만아니라어른들에게도폭넓은공감을얻으며고전이되어널리읽혀왔다.하지만권정생은단지한사람의동화작가에그치지않는다.그는가난하고병든자기몸을돌보기보다자연을사랑하고약자를대변하는일에온생애를바쳤으며매년적지않게들어온인세를거의쓰지않고청빈하게살다가전재산을가난한아이들을위해쓰라는유언을남기고세상을떠났다.그는결코유창한웅변이나빈틈없는이론으로사람들을설득한적이없으나,삶그자체로사람들을감동시켰고동시대인들에게깊은존경을받아왔다.
적지않은사람들이권정생의산문을읽으며문학적감동이상의,일종의정신적확장의충격을받은경험을또렷이기억한다.작고5주기가되어창비에서출간한『빌뱅이언덕』은동화와는다른차원에서우리의눈을근본적인곳으로향하게한다.현재서점에서구할수있는권정생의유일한산문집인『우리들의하느님』(녹색평론사1996)에비해이번산문집은분단과전쟁시기에그가겪은체험들을솔직하게담은수기가여러편실려있어그의성장과정과사상의뿌리를잘헤아릴수있다.

등단이후발표한주요산문39편과자전적에세이4편수록
『빌뱅이언덕』은모두3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저자의생애와가족관계를보여주는자전적인산문이고,2부와3부는우리삶과현실에대한성찰을담고있는산문들이다.2부는1990~2000년대에발표된글들이며,3부는1970~1980년대에발표한것이다.1부와3부에실린글가운데절반정도는1986년에나왔다가절판된도서『오물덩이처럼딩굴면서』(종로서적)에실렸던내용중일부를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과출판사가함께가려뽑은것이다.
이번산문집에서독자들은저자의어린시절이야기를담은「오물덩이처럼딩굴면서」「열여섯살의겨울」을비롯,저자가가장마지막에발표한산문「토종씨앗의자리」(2006)부터가장오래전에쓴산문「절망속에서도감사를」(1975)까지모두43편의귀한산문들을만날수있다.맨뒤부록에는책으로엮이지않았으나사장하기에는아까운시7편과동화1편을발굴해수록하였다.

자연의맛그대로인소박한산문들
권정생의산문은소박하다.자신이보고느끼고생각한것들을꾸밈없이쓴다.그문장뒤편에는가난한삶을실천하며벼린올곧은정신이든든하게버티고서있다.삶과사상,문학이일치한작가의생활을있는그대로반영한산문들은우리의마음과의식을일깨워우리삶을성찰하게만드는힘을가진다.일제식민지,해방과분단,6·25전쟁,군사독재와산업화등한국의굴곡진근현대사를겪으면서그의눈길은전쟁으로상처받은사람들,문명이자연을파괴하는현장,도시화속에스러져가는농촌,가난하고고통받는사람들과개구리,참새,메뚜기,벌레와같은작은동물에까지닿는다.권정생의산문은약하고힘없는이들을향한따뜻한위로이면서동시에전쟁을반대하고문명의횡포와인간들의끝없는욕망을비판하는뜨거운목소리가된다.소박한그의산문들은그의시야가“인류의운명과세계사의미래를향해예민하게열려있”음을(염무웅)잘보여준다.

가난한삶은떳떳하다
권정생의사상은인간과자연의공생관계를바탕으로한다.공생의균형이깨지면세상은망할수밖에없다고경고한다.더많이차지하고,더많이욕심부리고,더많이소비하는우리사회에일침을가하며내놓은그의제안은자연속에서소박하게살아가는것이다.가장낮은곳에서가장맑은목소리로남긴이메시지는인간성의지속가능성과인류문명의미래를고민할때여전히깊은울림을전한다.

가난한삶이란곧떳떳한삶일것입니다.항시남의겉치장만따라가다보면사람구실절대못합니다.
민주주의도가난한삶에서시작되고,종교도예술도운동도가난하지않고는말짱거짓거리밖에안됩니다.자연보호도가난한삶에서비롯됩니다.하느님에대한최대의순종도,인간에대한최대의겸손도가난한삶이없이는되지않습니다.결국정신적힘외의모든힘이이세상에서추방되었을때우리는진정가난한사람이될수있는것입니다.
―「다시김목사님께1」중에서

마음착한사람들이야기는동화가되어
권정생은오랜세월병고에시달리고,집을나와거지생활을하며어렵게살아갈때친절을베풀어준사람들을잊지못한다고고백한다.늙은소나무가있는외딴집의정다운노부부,깡통에밥을꾹꾹눌러담아준점촌조그만식당집아주머니,가로수밑에지쳐쓰러져있을때두레박에물을길어먹여주시던할머니,뱃삯을받지않고강을건네주시던할아버지들은작가의마음속깊이남아그의동화속주인공으로되살아나기도한다.비참하고기구한생애속에서마음착한사람들에게받은따뜻한정은권정생의문학세계를형성하며작품속에서아름답게살아숨쉰다.

그바보같이착한아주머니의돈은오랜세월잊히지않고머리에남고가슴에남아떠나지않는다.그착했던아주머니는훗날내가쓰는동화속에자주등장하여살아남게되었다.어떤모습이었는지지금은그꼬깃꼬깃접힌종이돈을건네주던거칠고무딘손만이기억되는아주머니지만내게는살아있는천사였다.
―「열여섯살의겨울」중에서

교회의잘못을꾸짖는기독교신자로서
권정생은다섯살때십자가에못박힌예수의죽음에관해처음듣게된뒤로평생기독교신앙을간직하고살아간다.가난하고약한사람들과함께한예수의삶을본받고싶었던그는예수의가르침에어긋나는교회의모습을질타한다.약소국을침략하고부자와강자의편을들거나민족의전통과고유문화를파괴하는등교회의잘못이눈에띌때마다권정생은다른어느사안에대해서보다더욱엄격하고신랄하게이야기한다.3부에실린「김목사님께」「다시김목사님께1」「다시김목사님께2」들은교회에대한통렬한비판을통해종교인이지녀야할참된자세를깨닫게하는밀도있는글이다.스스로교회를아끼고예수의정신을따르려는확고한신념없이는이러한뜨거운목소리를내기가쉽지않았으리라짐작해본다.

가난한삶에대한긍지와인류의평화에대한염원이담긴권정생의산문집이오랫동안독자들에게읽힐수있기를바란다.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