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품격 (조선 지식인 문화의 정수 한시 이야기)

조선 지식인 문화의 정수를 담은 한시 이야기 『한시의 품격』. 조선시대는 시를 짓는 능력이 곧 권력을 쥐는 열쇠인 시대였다. 그런 까닭에 한시란, 조선 지식인들에게 풍류의 한 자락이 아닌 삶의 전부였다. 따라서 조선의 주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한시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인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선비의 삶과 사상을 담은 한시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서온 김풍기 교수의 저서로, 한시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그 속에서 조선 지식인 사회와 문화를 읽어낸다. 옛것을 인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사회에서 표절의 경계는 어디까지였으며, 문인들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었는지 서슴없이 들춘다.

나아가, 시운론, 천기론, 성령론 등 일견 어려워 보이는 문학이론도 깊이 있게 다루되, 이규보, 허균 등의 문집에 실린 글과 시작품을 직접 인용하여 그 핵심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시작품에 깃든 ‘옛사람이 시를 보는 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들이 읊은 한시의 세계가 오늘날 우리네 삶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옛사람들 역시 그들 자신의 관점으로 한시를 읽어냈다. 따라서 이 책은 ‘한시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기보다는 한시를 보는 저마다의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한시를 짓는 까닭부터 한시를 짓는 법, 그리고 한시를 읽는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옛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시의 품격’을 현대의 독자들이 짐작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