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공간과내면을탐색하는인문학적성찰
오늘우리에게‘서울’은무엇일까.『서울의인문학:도시를읽는12가지시선』은서울이라는도시를바라보는우리의시선에인문학적깊이를더한다.문학,역사학,사회학,건축학,철학등다양한분야의필자들이각자의방식으로들여다본서울은여러겹의시간과공간을품은도시이자,갖가지욕망으로살아숨쉬는사람들의도시이다.광화문,남산,종로,홍대,강남등서울의여러공간이지닌의미의변화와함께그안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내면을탐색하는이책은,겉으로보이는풍경과수치화된자료아래감추어진서울의속살을드러냄으로써서울의현재를다층적이고입체적으로이해하게하며,이를통해서울이라는공간을살아가는우리자신의현재를성찰하게한다.
대한민국의수도이자인구천만의거대도시인서울은다양한표정과오랜역사를지닌복잡한도시이자하루가다르게급변하는역동적인도시이다.그런만큼우리에게서울이무엇인지를묻는일은그리간단치않다.서울에관한역사적,문화적,사회학적연구와논의가적지않지만그럼에도여전히서울은우리에게더많은것을알아야할대상으로남아있다.서울에대한기록역시다양한기준의조사와통계를통해이루어지고있지만,그것이서울의본모습을모두드러내주는것은아니다.서울이라는도시는어느한방향의접근만으로는파악할수없는복잡다단한면모를지니고있으며,따라서서울을진지한탐구의대상으로삼는다는것은특정한분야에갇히지않는다양한방면의관심과시선을필요로하는일이다.그것을모두아우르는것은결국인간에대한관심인바,이책이‘서울의인문학’을표방하는것도그때문이다.
『서울의인문학』은이와같은문제의식을바탕으로하여서울이라는도시의현재를인문학적성찰의시선으로기록하고자한‘2015서울인문학’프로젝트(서울연구원,서울시립대도시인문학연구소)의결과물이다.서울의공간적의미의변화뿐아니라그에따른서울시민의내면의궤적을추적하는이작업은문학,역사학,사회학,건축학,철학등다양한분야필자들의시선을통해서울이라는공간을여러차원에서다각도로조망함으로써이루어졌다.각각의시선에포착된서울은다양한시공간과다양한사람들이한데어우러진곳으로,이는결국서울을구성하는공간과사회현상,그리고인간내면에대한복합적인성찰로이어진다.각각의시선이촘촘하게교차하면서드러내는서울의속살과그에비친우리의내면이촉발하는인문학적통찰은미래의서울과우리의모습이어떠해야하는지를상상하는데긴요한인문학적기반을제공할것이다.
서울은어떻게변해왔는가
그리고우리는무엇을욕망하는가
『서울의인문학』을구성하는12가지시선은서울의특정한장소또는특정한현상으로부터서울이라는도시,나아가우리사회의현재에대한탐구와성찰로이어진다.공간에새겨진정치사회적기억을발굴하고,공간을점유하는각세대의삶의양상을탐구하며,공간의정체성을규정하는인간의욕망을성찰하고,나와타자를구별짓는시선을반성하는이논의들은공간에대한탐구가결국우리자신의현재를되돌아보는일과닿아있음을보여준다.
류보선의「광장의꿈,혹은권력의광장에서대화의광장으로」는서울의대표적인광장인광화문광장과서울광장을다룬다.이들두광장은오랫동안한국사회의사회정치적관계가응축되어드러나는공간이었으며,특히2002년월드컵이후로우리사회의상징적인장소로부상했다.하지만최근의세월호사건을겪으면서광화문광장과서울광장은애도와재생이아닌대립과갈등의공간으로전락해가는징후를보이고있다.필자는‘밀실’과‘광장’이변증법적으로지양되는광장,‘멈추어서서대화하는곳’으로서의광장이필요함을역설한다.
염복규의「‘서울남촌’,100년의역사를걷는다」는최근북촌과서촌이문화적으로부상하는데비해상대적으로주목이덜한‘남촌’을중심으로공간에남아있는역사적기억과현재의모습을살핀다.일제강점기‘한적한북촌’대‘북적이는남촌’의대비에서시작해일제시기일본인의정착지이자식민지배의표상이었던남촌에새겨진100년의역사를찾으며그현재적의미를읽어내는이글은상처와환희,굴욕과영광이어우러진남촌의역사를어떻게마주하고남촌의장소성을현재에어떻게되살려야할것인가라는문제를우리에게제기한다.
신수정의「노인에대하여말할때우리가제대로말하지못한것들」은탑골공원에서종묘공원으로이어지는‘실버벨트’에서발견하는노년세대의모습을통해우리시대타자화된노인의일상과사랑을말한다.노년의생을그린여러텍스트에대한검토를통해,노년세대가보여주는‘경이로운활기’와‘생의의지’를애써외면하고그들을경계선밖으로밀어내려는시도가결국실패할수밖에없으며우리가그어놓은그경계선이되레우리의자유를구속할수있음을지적하는필자의문제제기는현대에필요한공존의윤리에대해생각해보게한다.
조연정의「이멋진도시를어떻게내것으로만들수있을까」는노량진과고시원으로상징되는청년세대의‘유예된삶’의모습으로부터우리사회청년세대가직면한빈곤과절망의현실을논의하며,최근젊은세대의소설을통해서울로부터‘거절’당한이들이현실에대한체념과미래에대한불안이라는정조를바탕으로결코‘내것’이될수없는서울이라는공간을나름의방식으로상상하고소유하는전략을취하고있음을읽어낸다.우리시대의청년문제가개인이나세대의문제가아닌공동체와시대전체의문제임을강조하는목소리에귀를기울이게된다.
최윤영의「새로운이방인서울사람들」은다문화사회로진입한서울의현실을고찰하면서,특히종래의이주노동자나결혼이주자집단과는달리높은한국어구사력,다양한이주동기,자발적인한국문화적응등으로특징지어지는개별화된새로운이주자들의출현에주목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우리한국인’과‘저들다문화인’이라는대립구도속에서이방인을바라보는우리의시선을지적하며,이주자들에대해열린연대감이세계화시대의한국에요청됨을강조한다.
변미리의「서울의핫플레이스혹은‘뜨는거리’」는홍대앞,가로수길,경리단길등서울의이른바‘핫’한장소들의정체성이변화되어온흐름을살피면서,장소에대한사람들의소비가공간과상호작용하면서장소성자체를변질시키는아이러니에주목한다.다른장소와구별되는문화적독특성을지녔던장소가사람들의눈길을끌면서오로지소비만을위한공간으로변질되어개성을잃어버리게되는이러한‘핫플레이스’의역설은곧타인의시선을의식하는과시적소비와연관되어있다는것이이글의지적이다.
정수진의「청계천,서울의빛나는신전」은청계천에서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이어진서울의공간디자인을둘러싼‘서울의꿈’,혹은‘권력에의의지’를해부한다.모더니티를향한꿈이빚어낸청계천복개공사와기능적도시계획은그이면에좁은뒷골목으로이루어진모더니티의그림자를낳았으며,그로부터30년이지나새로운유토피아를꿈꾸며이루어진청계천복원은익히알려진대로많은논란을낳았다.뒤를이어지어진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청계천의21세기적변주곡인동시에미완성으로남겨진실패작’이라는지적역시통렬하다.
김성홍의「땅과용적률의인문학」은공간과건축에대한인간의욕망을압축적으로드러내는‘용적률’이라는개념에주목해,이를둘러싸고벌어져온서울의‘용적률게임’에담긴땅과자본의역학관계를분석한다.서울을초고밀도의도시로만들어온이제까지의도시개발이최근‘개발’에서‘재생’으로의전환을맞으며용적률게임의균열을낳고있으며,지금이야말로건축의‘크기’에대한사회적합의와조절장치를새로이모색해야할때라는필자의주장은경청할만하다.
정홍수의「보행공간의확장과자발성의공간실천」은서울성곽길,북한산둘레길등보행공간의확장이라는현상에서‘걷기’의의미를다시사고하며자발성의공간적실천을모색한다.압축적근대의‘질주’와소진되는삶에대한반성으로서걷기의부상이사유와친밀성의확인,공간의새로운발견을가져오며자발성에기초한자유의확장으로이어질수있다는통찰은서울이라는공간을새롭게재발견하는계기를제공한다.
서우석의「‘강남스타일’이노래한강남」은‘강남’에일약세계적인유명세를가져다준싸이의「강남스타일」을통해강남의정체성이변화해온궤적과함께엔터테인먼트산업의성장과맞물려강남키드가문화생산의주인공으로성장하는과정을읽어낸다.이와더불어강남의문화적부상이라는현상에서강남이지닌이중적인면모를짚어내고,강남의에토스가지닌철저한타자지향성을발견하는분석이흥미롭게다가온다.
김명환의「‘대치동’,승자독식과각자도생의소용돌이」는한국사교육시장의중심이라할대치동의일상에대한소묘를통해대치동의과도한교육열,과잉개발된주변환경,영어광풍,재개발을둘러싼갈등,아파트와연립주택을가르는배제의논리등의현상을‘승자독식’과‘각자도생’의생존전략으로해석한다.결국이는대치동만의현상이아니라서울이라는도시의삶이지닌비정상적인모습에대한날카로운비판으로다가온다.
이성백의「공동체사회론의철학적재성찰」은서구사회에서시도되었던공동체이론을역사적이고철학적인관점에서사유한다.19세기후반현대사회의부정성에대한반성으로부터제기된공동체사회의이념이개인의자유의문제를경시함으로써역사적으로실패한경험을되돌아보며,개인의자유에서출발하는새로운공동체사회의이념을모색하는시도는오늘날서울곳곳에서시도되고있는도시공동체운동에많은시사점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