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의 배신 : 청년을 거부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
Description
‘총체적 파국’에서 ‘해방적 파국’으로!
청년문제에 대한 현안 분석을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진단하고, 진행 중인 유효한 대안을 찾기 위해 문화학자인 조한혜정과 엄기호가 젊은 연구자들과 뭉쳤다. 『노오력의 배신』은 그들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청년 연구자들이 ‘현실’에서 찾은 대안을 폭넓게 담은 책이다. ‘금수저·흙수저’ 계급론, ‘헬조선’ 담론이 성행하기 전부터 조짐을 읽어온 이들은 지난 1년간 청년 연구자들 간의 집중토론, 20~30대 청년 심층 인터뷰, ‘헬조선 포럼’을 비롯한 비공개 세미나를 진행하며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청년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그들 속으로 파고드는 과감한 방법을 선택했다. 일찌감치 한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용접공이 되어 호주로 ‘탈조선’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이미 일본으로 ‘탈조선’을 한 연구자,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한국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싱가포르로 해외 취업을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 등 수많은 포기 속에서 결국 사회를 포기하게 된 청년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조한혜정, 엄기호 연구팀은 단순히 총체적 파국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 상황을 해방적 파국으로 맞아들일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며 우선 청년들이 패닉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시간과 자원, 그리고 자치적 삶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청년 시민, 국민 배당제도’와 ‘청년 자치, 협치 특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

조한혜정,엄기호,천주희,최은주,이충한,이영롱,양기만,강정석,나일등,이규호

저자:조한혜정
연세대학교사회과학대명예교수.‘하자청년연구팀’공동책임연구원.주요저서로『자공공:우정과환대의마을살이』『탈식민지시대지식인의글읽기와삶읽기』『성찰적근대성과페미?니즘』등이있다.

저자:엄기호
사회학자.『단속사회』,『교사도학교가두렵다』,『고통은나눌수있는가』,『유튜브는책을집어삼킬것인가』등을썼다.

저자:최은주
하자센터창의허브팀팀장.‘비진학청소년실태조사연구’연구원을지냈다.

저자:천주희
《문화/과학》편집위원,문화연구자겸작가.대학에서신문방송과사회학을공부하고,대학원에서문화연구와여성학을공부했다.주로청년,여성,노동,빈곤,소수자등에관심이많다.대표저서로『우리는왜공부할수록가난해지는가』(2016)가있고,이책으로제57회한국출판문화상을수상했다.공저로『노오력의배신』(2016),『무엇이우리를인간이게하는가』(2018)등이있다.2016년12월부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일했고,2018년12월청년퇴사연구프로젝트'퇴사,일터를떠나는청년들'을마지막으로퇴사했다.현재저술,연구작업을병행하면서프리랜서로살고있다.활동단체로문화사회연구소,독립연구자네트워크가있다.

저자:이충한
1976년서울에서태어났다.사회성은부족했지만사회에불만은많아연세대사회학과에진학했고,졸업후대기업에입사했다가2년만에퇴사했다.동대학대학원에서문화학을전공하며뮤지컬,드라마음악을작·편곡하는프리랜서로살던중,고립상태의청소년을음악으로돕는사회적기업'유유자적살롱'에공동대표로합류하여5년간70여명의청소년들을'집밖으로모으는'일을했다.현재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기획부장을맡고있다.다양한'무중력'상태의사람들을만나며'개인이사회에적응하지못하는것이아니라사회가시대에적응하지못하는것'이라는생각으로이책을썼다.저서로는『유유자적피플』,『노오력의배신』(공저)등이있다.

저자:이영롱
1987년에태어나대학/원에서사회학,젠더연구,문화연구를공부했다.‘청년’으로묶이는자신의동세대집단과관련된주제들을주로연구했고노동,일터,행위자성등의키워드에관심을둔다.쓴글로는《사표의이유》(2015),《노오력의배신》(공저,2016),〈‘영원한미생未生’만을위한노동공간:30~40대직장인의노동서사를통해본신자유주의노동의성격〉(2014),〈24시간사회의이면:야간파트타임노동자를중심으로〉(공저,2012)등이있다.

저자:양기민


저자:강정석


저자:나일등


저자:이규호

목차

00왜한국만조용한가,아니,난리인가?
지금청년의삶을지배하는것은무엇인가

01무너지는근대의신화
‘노오력’이삶을보호할수있을까?
직접듣다:‘노오력’의비용

02노답사회
사회로부터멀어지는청년들
직접듣다:민호씨의3년후

03벌레가되는삶
모두가‘벌레’가되어가고있다

04심정적난민의탄생
왜한국을버릴결심을했을까?
직접듣다:헬조선밖에서헬조선바라보기
직접듣다:탈조선하거나대한민국을텅텅비우거나

05이지옥을사라지게할마술
해방적파국,그사회적카타르시스의시간

출판사 서평

‘노오력’해도NO답,
‘조용한분노’가들끓는다

한국의근대에서‘하면된다’는단순한구호가아니라부모세대의삶그자체였다.그들은사회와구조의문제마저도개인의노력으로끌어안고경제성장을이뤄냈다.그런데오늘날‘하면된다’라는노력의신화는유통기한을넘긴듯하다.‘할수있다’는자기계발의시대를지나이제는‘해야한다’는‘노오력’의질서가지배하고있다.조한혜정·엄기호연구팀은압축적근대를경험한한국사회가발전속도만큼빠르게붕괴되고있는현실의원인을찾기위해‘노오력’을대표키워드로잡았다.한국사회의모든문제를‘헬조선’이라는단어하나가흡수한상태에서,그보다더빈번하게인터넷에서회자되는단어인‘노오력’을들여다보는게현실을파악하는지름길이라고판단해서이다(「‘노오력’이삶을보호할수있을까?」참조).즉‘노오력’이통하지않는다는것을확인한청년들의마음에‘헬조선’에대한분노가생겨났다고보기때문이다.
‘노오력’을통해청년들이얻고자하는것은그리대단한것이아니다.직장,가정,관계등사회의구성원이라면누구나누려야할당연한것들이다.그런데그것이‘하면될’줄알았는데,노력에노력을거듭해도겨우닿을까말까한것들이되어버렸다.누구나알고있는이상황에대해기성세대들은왜분노하지않느냐,왜연애·결혼·출산을그렇게쉽게포기하느냐며나무란다.그런데2015년청년담론을지배한키워드가‘헬조선’‘금수저·흙수저’‘노답’등이라는점은무엇을의미하는것일까?조한혜정교수는“헬조선담론은한국의청년들이만들어낸실천적,이론적움직임”이라고말하며,그들이선택한방법에주목한다.“OECD가입국중에서노동시간이가장길고수면시간이가장짧은나라,아무리노력을해도답이없는나라,자살률이가장높고출산율은가장낮은나라에서,나라를떠나거나아니면남아서‘벌레’가되는선택만있다고느끼는청년들이본격적으로말하기시작한것”으로바라본다.
저자들은이책에서청년들이조용하고무기력한것이아니라는것을그들의뜨거운목소리를직접전하는방식으로분명하게밝힌다.과거처럼깃발을들고거리에나오지는않지만누구보다깊이그리고정확하게현실을파악하고있으며,서로를보호하기위한다양한실험을계속하고있음을보여준다.일례로‘노답사회’라는말은적당한해법으로는한국사회의문제가해결되지않을것이며,한국정치와기성세대및조직은문제해결능력도의사도없음을간파한단어이며(「사회로부터멀어지는청년들」참조),이런상황에서도청년들은해방구이자놀이터,일터,삶터가되는공간들을만들어가고있다는것이다(본문211~214면참조).거대한물밑에서다른어느때보다,다른어떤사회보다더과격하게부글부글끓고있는청년들의마음을확인하고자한다면,그리고그바탕위에서새로운대안을찾고자한다면이책이큰도움이될것이다.

한국을떠나기로한청년,
청년사회·문화학자를만나다

청년들의언어를이해하기위해연구팀은그들속으로파고드는과감한방법을선택했다.3포니5포니N포니하는수많은포기속에서결국사회를포기하게된청년들의이야기를직접듣고자한것이다.일찌감치한국에대한기대를접고용접공이되어호주로‘탈조선’을준비하고있는청년(「왜한국을버릴결심을했을까」참조),이미일본으로‘탈조선’을한연구자(나일등「헬조선밖에서헬조선바라보기」참조),한국의청년실업문제를해결하고글로벌한국이미지를강화하겠다는정부정책에따라싱가포르로해외취업을떠난청년들의이야기(이규호「탈조선하거나대한민국을텅텅비우거나」참조)등에서확인할수있다.그외에도한국의부조리한노동현실과싸우고있는청년에서부터학교가얼마나‘노답’인지를뼈저리게경험하고있는특성화고등학교의학생에이르기까지청년들의이야기를듣고토론하면서쌓은결과물이책속에고스란히담겼다.
청년에게말을걸기위해초대한사람들도청년문제를겪고있는청년연구자들이었다.이책의필자들이대표적이다.최은주·이충한·양기민·강정석은각각‘노오력’‘노답사회’‘OO충(벌레)’‘헬조선·탈조선’을키워드로잡고한국사회를날카롭게분석한다.청년부채를연구하는천주희는‘노오력’의비용을확인하기위해청년실업자를직접인터뷰했으며(「‘노오력’의비용」참조),이영롱은끝없이취업·이직을준비하며자기계발에몰두할수밖에없는민호(가명)를만났다(「민호씨의3년후」참조).나일등은‘탈조선’에대한자신의경험을들려주며,이규호는해외취업청년들의실태를면밀하게분석해그실상을전해준다.그뿐만아니라‘잉여’‘일베’등을연구해온청년연구자들을초대하고,때로우리와비슷한상황을겪고있는일본의청년단체활동가들을찾아가만나는등대상자와연구자모두청년문제를직접몸으로겪고있는사람들이다.
그리고찾은결론은분명하다.청년문제를청년만의문제로바라볼것이아니라앞으로한국사회의기본설계에대한문제로바라봐야한다는것이다.우리사회가망가졌음을‘헬조선’이라는극단적인단어로표현해내는청년들에게다시사회를고민하게하자면,당연히그들의이야기를귀담아듣는것에서부터시작해야한다.그간“국가와사회가어디로가야할지에대한질문은접어둔채,경제성장을위해무성찰적으로질주”해왔음을인정하고,그결과로서오늘날의청년문제가비롯되었음을이해하는것이우선이라는의미이다.

그럼에도사회는계속된다
헬조선은끝나야한다

연구팀을이끈조한혜정은총체적파국을인지하는것에그쳐서는안된다고지적한다.오히려이상황을해방적파국으로맞아들일학습을시작해야한다고제안한다(「이지옥을사라지게할마술」참조).우선청년들이패닉에서벗어나스스로의삶을꾸려갈수있는시간과자원,그리고자치적삶의공간이필요하다고생각하고,이를위해‘청년시민/국민배당제도’와‘청년자치/협치특구’를마련할것을제안한다.일례로2015년부터이재명성남시장과경제학자강남훈교수팀이시범적으로시행하는청년배당제도는단순한노동정의나재분배의차원을넘어,사회를헬조선으로인식하는청년들이사회적해법에대해신뢰를가지게하는첫걸음으로바라봐야한다는주장이다.사회가미래를상상한다면청년들은충분히이에호응할것이라는청년에대한신뢰가바탕에깔려있다.이러한신뢰는지자체의실험만이아니라자생적청년동네가생겨나는것에서확인할수있다.‘우동사(우리동네사람들)’가대표적이다.이곳의청년들은협동조합방식으로구입한집을공유하고,주거걱정없이각자일을하면서어우러져지내고있다.사회는청년들의실험을받아들여청년자치/협치특구를만드는방법을고민해볼수있을것이다.
또한곧청년이될청소년들을위해‘전환학년제’와‘갭이어(gapyear)제도’를제대로시행해보자고주장한다.전환학년제는경쟁교육의폐해를절감한아일랜드에서시행해큰효과를본모델이다.정부가이를본떠시행하는‘자유학기제’는입시경쟁을감안해중학교2학년한학기만실시하고있는데,서울시교육청에서시범시행하는‘오디세이’처럼입시경쟁에서벗어난고1학생에게학교밖공간을마련해주는것과같은완전한전환학년제를시행해야한다고주문한다.갭이어제도는좀더적극적인방법이다.스무살이되는청년모두가여행을떠나게해,자신과사회의미래를구상해보게하자는취지이다.
지금한국의대다수청년들은‘노오력의배신’을경험하고패닉에빠져있다.그들은노력과노오력이다르다는것을너무나잘알고있다.노력이가용자원을총동원해목표를달성하려는개인의의지라면,노오력은도달하기힘든목표를초과달성하기위해합법과탈법의경계를넘나들며가용자원이상의것들을쏟아부으라는사회의요구이다.게다가사회는개인을책임지지않고오히려모든잘못을개인의자질과태도,나아가서는‘윤리’의문제로환원시키며개인을몰아붙이고있다.‘노오력’은바로그사회의채찍질인셈이다(본문12~18면참조).조한혜정·엄기호연구팀은『노오력의배신』을통해국가와가족만있던한국에서이제는사회를고민해보자고진지하게제안한다.우리사회를어떻게바꿔가야할지에대해머리를맞대는것에서부터시작하자고손을내민다.“모든것이무너지는듯한지금”둘러앉아하는이야기자체가이지옥을사라지게할마술을부리리라는것이다.“요즘애들왜이래?”라고한번쯤생각해본이들이라면,“기성세대는안돼”라고한번쯤생각해본이들이라면서로의목소리를확인할수있는좋은기회가될것이다.그리고우리사회의현재를제대로인식하고,미래의향방을가늠하는소중한참고도서로활용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