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의 즐거움 (나의 한국 현대시 읽기)

시 읽기의 즐거움 (나의 한국 현대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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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6년 무렵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긴 시차를 두고 쓰인 글들을 묶어낸 『시 읽기의 즐거움』은 1995년에 펴낸 산문집 《곧 수풀은 베어지리라》 이래 21년 만에 펴내는 시 산문집이다. 오랜 시간 시를 써오고 또 읽어온 그이지만 시에 대한 애정을 산문으로 적은 것은 지극히 드물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맹렬한 독서인, 예리한 판단력으로 정확한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드문 문인-편집자로 이름을 날린 이시영 시인은 시에 대해서만은 한없는 설렘과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선후배 시인들의 시를 읽고 벗해온 시인이 진솔하고 다정하게 써내려간 시와 사람에 대한 사랑의 기록이다.
저자

이시영

시인이시영은1949년전남구례에서태어났다.1969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조가,『월간문학』신인작품공모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만월』『바람속으로』『길은멀다친구여』『이슬맺힌노래』『무늬』『사이』『조용한푸른하늘』『은빛호각』『바다호수』『아르갈의향기』『우리의죽은자들을위해』『경찰은그들을사람으로보지않았다』『호야네말』『하동』,시선집『긴노래,짧은시』,산문집『곧수풀은베어지리라』『시읽기의즐거움』등이있다.1980년창작과비평사에편집장으로입사하여23년간일했고,2006년부터는단국대학교문예창작과초빙교수로재직중이다.만해문학상,백석문학상,정지용문학상,지훈문학상,박재삼문학상,임화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
『청록집』다시읽기/신경림「목계장터」의음악적구조/김종삼의재발견/김수영의「꽃잎1」에대하여:임홍배의해석에대한짧은반론/백석시다시읽기:고형진의『백석시바로읽기』에대한촌평/고은의『만인보』가이룬것과잃은것/1970년대의시:신경림과김지하시를중심으로/백석의「노루」:백석문학상수상소감을대신하여/조지훈의시:지훈문학상수상소감/지용시의위의(威儀):지용문학상수상소감

2부
장철문의『산벚나무의저녁』/전동균의『함허동천에서서성이다』/최영철의『그림자호수』/나희덕의『어두워진다는것』/손택수의『호랑이발자국』/김행숙의『사춘기』/안도현의『아무것도아닌것에대하여』/박영근의『저꽃이불편하다』/박형준의『물속까지잎사귀가피어있다』/정규화의『오늘밤은이렇게축복을받는다』/백무산의『폐허를인양하다』

3부
가지않은길/나의문학적자전/우정의발견:창비50주년기념인터뷰/‘창비시선’에관한몇가지에피소드/‘문학과지성40년’기사들을보며/진지한예술가는늘비주류/최근의문학권력비판중에서/『문학동네』2015년가을호특집을보고/창비는‘밥’인가?/김명인형에게/‘해학’과‘해악’:아리엘도르프만이주는교훈

출판사 서평

시력47년,시와사람에대한진솔하고도다정한기록
“어찌즐겁지않겠는가,우리시대의고전을새롭게찾아읽는일이!”


지금껏13권의시집과1권의시선집을출간하고24년간새로운시와시인의발굴에힘써온이시영시인의『시읽기의즐거움―나의한국현대시읽기』가출간되었다.1996년무렵부터2015년에이르기까지긴시차를두고쓰인글들을묶어낸이책은1995년에펴낸산문집『곧수풀은베어지리라』이래21년만에펴내는시산문집이다.
오랜시간시를써오고또읽어온그이지만시에대한애정을산문으로적은것은지극히드물다.아는사람은다아는맹렬한독서인,예리한판단력으로정확한비판에주저하지않는드문문인-편집자로이름을날린이시영시인은시에대해서만은한없는설렘과순정을간직하고있다.『시읽기의즐거움―나의한국현대시읽기』는긴시간동안수없이많은선후배시인들의시를읽고벗해온시인이진솔하고다정하게써내려간시와사람에대한사랑의기록이다.

1부는시인이열과성을다해배우고즐겨온선배세대의시를깊이읽어낸글들이주류를이룬다.멀리는백석에서청록파의박목월조지훈을거쳐신경림고은김지하김수영김종삼까지시인과함께따라읽다보면시를즐기는다채로운방식을자연스레익히게된다.시의리듬에주의하며호흡을따라읽어보는것이그중하나다.실제로시인은이책도처에서리듬(호흡과율격)을시감상의중요한포인트로잡아시를읽어가는데,특히신경림시인이민요의율격을현대시에접목하려애쓰던시절의절창「목계장터」의음악적구조를밝힌글이그렇다.시인은「목계장터」가음절수를기계적으로맞추지않지만그것이운율의파탄의느낌이아니라오히려강한리듬감으로다가오는것은“무엇보다도한국인의보편적정서를가장밑바닥에서부터들어올리고있는4음보율격의탁월한현재적가치”(23면)때문이라고분석한다.
또하나의방식은시사(詩史)의맥락속에서시를읽는것이다.신경림과김지하,김종삼의시를그선배-동료시인들의시세계와비교하며읽다보면그것이왜,어떤지점에서탄생한새로운감수성인지를생생하게느낄수있다.시사의시간은물리적시간의선후를따르지않는다.새로운시의출현은새로운시선,새로운해석을따를뿐이다.신경림의「겨울밤」(1965년작)과신동엽의「종로5가」(1967년작)를비교하며「종로5가」의60년대적한계를짚고「겨울밤」에서다가올새로운세력으로서‘민중’의활기를읽어내는예리함은시의역사적맥락을짚어읽는일이얼마나중요한지새삼일깨워준다.
그러나시인이무엇보다중요하게생각하는시읽기의자세는시자체에즉(卽)하는것이다.일체의관념과기존의해석을넘어서읽는사람의자연스러운실감으로시에선뜻다가서는것,자신만의시읽기는거기서비롯된다.그것이김수영과백석,고은시에대한‘다른해석’을가능케하는것이다.「김수영의「꽃잎1」에대하여:임홍배의해석에대한짧은반론」「백석시다시읽기:고형진의『백석시바로읽기』에대한촌평」「고은의『만인보』가이룬것과잃은것」세편의글은이들시인에대해시인이제시하는‘다른’해석이자‘새로운’해석이다.

그러나나는이런상식적인전언을읽기위해시를읽지는않는다.(…)작품이주는전언보다도교훈보다도더중요한것은이런저런과잉해석에의해훼손되지않은,훼손되기이전의날것그대로의살아있는작품을만나는일이며,매순간나의살아있는날호흡으로그것들과열렬하게부딪치고싶은마음을간직하는일이다.(38면)

이런생생한시읽기는예리한감식안과함께냉정한판단력을갖출때빛을발한다.흔히대작으로만두루뭉술하게상찬되는고은『만인보』의타작과수작을꼼꼼히가려읽고,기존해석을비판적으로재해석하면서한국시사에서그작업의의미를짚어낸글은작품에대한깊은이해와성실한탐구를바탕으로구체적인설득력을얻는것이다.

2부는2004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주관‘금요일의문학이야기’에서청중과함께읽은시집들이주를이룬다.장철문안도현나희덕박형준김행숙등모두독자의사랑을받는시인들의신작시집가운데한두편을골라어떤면이놀라운지,그시가왜좋다고생각하는지를친절하게풀어주고있다.때로는리듬에,때로는시어에,때로는풍경과대상을구현하는상상력에감응하면서,그리고또한편으로는이해하고분석하기보다그저“감각하면서”기뻐하는모습에서시인이생각하는‘좋은시’를그려볼수있다.“언어가살아있는사물의본모습에육박했을때의싱싱한기운”(131면)“연속되는2음보의끊어치는듯한경쾌한율동의흐름”(129면)“정말이지‘그녀가하는생각을알수없’지만나는이시를감각하면서시간이‘끄덕끄덕(…)흘러가’는것을느낄수있으며”(160면)같은표현은그가시의다채로운특장을얼마나섬세하게읽어내는지를보여준다.
그섬세한애정은또한풍부한식견을바탕으로좋은시와그렇지않은시를가려내고,세간의평에휩쓸리지않는독자적인안목을드러낸다.남과‘다른눈’으로그시(집)의가장깊은곳을보아내는눈길은깊은애정과이해없이는불가능한것이다.그애정은시자체,시의리듬과언어의미묘한아름다움에서만발견되는것이아니다.“일체의시적수사를거부”하는정규화시의처연한“대목을읽었을땐내가슴도그만그의가슴처럼시큰했다는것만여기적어두기로합니다.”(184면)라고하는,가난하고힘없는존재에대한깊은공명에도그애정은닿아있다.

3부에는또한1970,80년대의격동기한국문학운동에앞장서참여해온문인-편집자의한사람으로서증언하는험난한여정,그시절을함께견뎌온선후배·동료문인들에대한정겨운뒷얘기를적은글들이쏠쏠한재미를준다.24년간남의시를가려읽고선택해야하는‘창비시선’편집자로서지녔던고뇌와자부심,고교은사의시를돌려드려야했던곤혹,김지하시집과관련해군부독재시절겪은수난의역사가오롯하다.
이처럼문단사의산증인이자누구보다냉철한판단력의소유자로서시인은2015년한국문학판을뒤흔든표절논란과그로인해촉발된문학권력논쟁의와중에서고언을아끼지않았다.「진지한예술가는늘비주류」외4편의글은극단적비난과비현실적쇄신안이난무하던가운데객관적시선과독보적인균형감각으로표절에대한분명한입장과함께진정한문학의쇄신이무엇인지성찰하는글들이다.

이시영의시읽기는연륜과격식을넘어시의본질에가닿으려는,좋은시를만나면어쩔줄모르고기뻐하는소년같은열망으로가득하다.끝없이새로운감각을벼리기위해쉼없이젊은시들을읽어내는그왕성함은세계와사람에대한성실한탐구의자세를바탕으로한다.연배와경향을가리지않고좋은시를만나려기꺼이모험을감행하고,그렇게만난멋진한구절에대해서는“수십번도더읽었으나물리지않았으며읽을때마다언어의맛이새로웠다.”라고고백하는시인.어찌즐겁지않겠는가,그고백에귀기울이는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