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다운 게 어딨어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 | 양장본 Hardcover)

여자다운 게 어딨어 (어느 페미니스트의 12가지 실험 |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여자가’로 시작하는 말들에 지친 독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실천 매뉴얼.
‘여자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 여성에게는 본질적으로 다소곳함, 친절함, 공감능력, 모성애, 예민함, 질투, 수다스러움 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여자다운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은 ‘여자답다’는 말을 해체하기 위해 직접 몸을 던진다. 남장하기, 겨드랑이 털 기르기, 삭발하기, 일상 언어에서부터 여성과 남성의 구분 없애기, 친척 모임에서 집안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않기 등 ‘여자다움’이란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유쾌하고 도발적인 실험을 감행한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편견의 기록임과 동시에 그 제약에 길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의 기록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이 다양한 실험들은 단순히 모두가 털을 복슬복슬하게 기르고, 화장품을 불태우고, 볼품없는 옷을 꿰어 입자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책에 담긴 저자의 실험 과정들은 독자들에게 생활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성적 편견을 발견하게 하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편견을 이겨내는 것조차 결코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인터넷에 털 난 여성으로서의 모험담을 세세히 적었고, 그에 따르는 기쁨과 위험 역시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 과정은 일부 남성들에게서 폭력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반면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저자는 이 별것 아닌 듯한 ‘다른 방식의 수행’이, 고작 털이, 기존의 젠더 체계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저자

에머오툴

저자에머오툴은아일랜드골웨이에서태어나런던로열홀러웨이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캐나다몬트리올소재콩코디어대학교에서연극학을가르치고있다.영국지상파채널인ITV의「디스모닝」(ThisMorning)에출연하여제모하지않은겨드랑이를번쩍들어올리는퍼포먼스로유명세를얻었다.『가디언』을비롯한여러매체에여성문제에대한칼럼을기고하고있다.

목차

서문조명,카메라,액션
제1장리허설
제2장연기
제3장분장
제4장현실재현의난관
제5장의상을벗고
제6장무대위의몸
제7장털난아가씨,별탈없나요?
제8장대사
제9장베드신
제10장역할극
제11장그대의관객을알라
제12장재공연
결론마지막커튼콜

출판사 서평

여자답게좀행동해!
이말이지겨운당신을위한유쾌한페미니즘실천매뉴얼


여성에대한사회적고정관념을비트는한캠페인영상이화제다.‘여자답게뛰어보라’고주문하자모델들은하나같이팔다리를덜렁대고머리매무새를다듬으며서투르게달린다.‘여자답게싸워보라’‘여자답게공을던져보라’고주문해도역시마찬가지다.그런데어린여자아이들에게같은주문을하자전혀다른상황이펼쳐진다.여자아이들은최선을다해달리고,있는힘껏공을던진다.‘여자답다’는말이담긴모욕과조롱의뉘앙스가어떻게자라나는여성들의자신감을떨어뜨리는지보여주고,‘여자다움’에대한사회적인식을바꾸고자진행한이캠페인은세계적인공감을이끌어냈다.
‘여자답다’는것은무엇일까?인간여성에게본질적으로다소곳함,친절함,공감능력,모성애,예민함,질투,수다스러움,허영심이내재되어있는것일까?이책의저자에머오툴은‘여자답다’는말을해체하기위해직접몸을던진다.남장하기,삭발하기,겨드랑이털기르기,여자랑섹스하기,일상언어에서여성과남성의구분없애기,친척모임에서집안일에손가락하나까딱하지않기등‘여자다움’이라는고정관념에도전하는유쾌하고도발적인실험을감행한다.이과정에서독자는생활구석구석에존재하는크고작은성적편견을발견하고,아주사소해보이는편견을이겨내는것조차결코녹록지않음을깨닫는다.즉이책은여성에대한편견의기록이며동시에그제약에길든자기자신과의싸움의기록이다.반짝이는아이디어와사회구조적맥락을연결시키는날카로움으로다양한페미니즘이론을소개하는페미니즘입문서이자,‘여자가’로시작하는말들에지친독자를위한페미니즘실천매뉴얼.

겨드랑이털이뭐어때서!

서구의변방인아일랜드출신에머오툴을단숨에유명인사로만든것은겨드랑이털이었다.영국의지상파생방송프로그램에사회의미적기준에순응하라는상대패널의논지에맞서는역할로출연한그는겨드랑이를번쩍들어올리고18개월동안기른풍성한털을보여준다.10분뒤,성공적으로방송을마치고돌아오는길에서부터전화기에불이나기시작한다.메시지보관함은터져나가기직전이고,하루가지나자유럽전역,남아메리카,스칸디나비아,호주,동아시아에서까지인터뷰요청이쇄도한다.심지어이소식은‘제모거부한영국겨털녀’라는제목의기사로한국에까지도달한다.한갓털이그렇게중요한거였을줄이야.
왜여자는제모를해야할까?사춘기에접어든여자아이들에게체모는그들이겪는신체적변화가수치스러운것이고그래서제거해야할것이라는사고방식을익히는가장강력한계기다.털은여성스럽지못하고부자연스럽다고배운다.체모때문에땀이더많이나고악취가난다고배운다.하지만여성의다리털은남성의다리털보다덜위생적인가?
미국에서여성용면도기가처음출시된것은1915년이다.출시와더불어‘흉측한’체모를제거하라는광고가줄을이었다.제1차세계대전이전에는다리털을미는미국여성이단한명도없다고해도될정도였다.그런데1964년에이르자44세이하의여성98퍼센트가다리털을밀고있었다.이로써여성들은“자신의몸에수치심을느끼도록조건화됨으로써자본주의의이상적인소비자가되었다.”(228면)체모는젠더와여성성에대한,그리고명백히여성혐오적임에도우리가그저상식으로받아들이는것들에대한헛소리의상징이되었다.
이런인식끝에1년정도털을기르는실험을감행하기로한저자도어디서나겨드랑이를내놓고편안할수는없었다.“면도를그만두는건끔찍하게힘들었다.아침출근때마다정상적이고편안한기분을느끼는것과자리를비울때마다동료들이당신의체모에대해뭐라고수군거릴지에온통신경이곤두서있는것,선택지가이둘뿐이라면그것을진짜선택이라할수있을까?”(223면)“체모를기르기시작한뒤에야,몸의문제에서내게는조금도선택권이없었음을깨달았다.”(227면)
오툴은태어난그대로사는것이이토록어렵고수치스러운이유를부르디외의아뷔뛰스(habitus)개념을빌려설명한다.우리가사는세계의규범그자체인아비뛰스는사회구성원들의규범적행동을정의하며,한번만들어지고나면변화시키기가아주어렵다.하지만중요한것은이아비뛰스의구조가상당부분아주임의적이라는것이다.즉아비뛰스가단순히“최선의행동에대한냉정한믿음의체계인것만이아니라체화된일련의합의”이기도하다는말이다.과연아비뛰스를뛰어넘어수치심마저없앨수있을까?
저자는더용기를내어인터넷에털난여성으로서의모험담을세세히적고,그에따르는기쁨과위험을솔직하게공유한다.이과정은일부남성들에게서폭력적인반발(‘털을밀어버리고강간하겠다’는위협적이메일들을받아야했다)을불러일으키고,많은여성들에게는용기를불어넣었다.강간의위협앞에서저자는이별것아닌듯한‘다른방식의수행’이,고작털이,아비뛰스를뒤흔들고기존의젠더체계에흠집을낼수있는강력한힘을가지고있음을실감하게된다.

갈등을일으키지않고는
세상을바꿀수없다


여성의삶이란어디서나크게다르지않은모양이다.11장에서저자는할아버지의장례식장에서벌어진일화를소개한다.사촌언니가여자들만부엌에서일하고남자들은젊으나늙으나빈둥거리는꼴을비난하며(한국의명절풍경과놀라울정도로똑같다)저자에게여자라고집안일을죄떠맡을필요는없다고말하자,15세의그는“여자라서돕는게아니야.할아버지가돌아가셨으니까돕는거지.”라고말해남자여자할것없이모든어른의칭찬세례를받는다.
20대후반이된(그리고그사이에열렬한페미니스트가된)오툴은오랜만에고향집에서가족모임을갖게된다.여전히모든음식은애피타이저부터디저트까지워킹맘인엄마가준비한다.일손이모자라자엄마는당연히딸을부엌으로부른다.아빠오빠남동생은28년동안그랬듯손가락하나까딱하지않는다.뒷정리를같이하라는요구에아버지는“요리랑청소는여자들이하고,남자들은진짜중요한일을하는거야.”라고대꾸한다.머리끝까지화가난저자는1년넘게집을찾지않는다.
사람들은대개무의식적으로현상을보호한다.저자의오빠와남동생이‘가부장제를강화하자!’라는생각으로가족모임에서집안일을분담하지않는건아니다.그들은그저여성의무급가사노동에가치를두지않는체제의산물이기에집안일이중요하지않다고믿을따름이다.그래서남자들은집안일을도우라는말을들으면이래라저래라하는명령이나잔소리쯤으로여기고,잔소리를들은사람들이으레그러듯꺼지라고대답한다.마찬가지로,엄마가‘가부장제만세!’라고생각하면서가족의시중을들거나딸에게남자가족들의시중을들라고시키는건아니다.엄마는여성들이가족들에게음식을해먹이고그들의자리를청소하면서사랑을표현하게만든체제의산물이다.이뿌리박힌체제에맞서는것은쉽지않다.저자와저자가사랑하는다른사람들의고통을자아낸다.하지만주변사람들을불편하게,화나게만들지않고서성역할을벗어나기는불가능하고,갈등을일으키지않고는세상을바꿀수없다.
좀더부드럽게,좀더상냥하게접근하면안되겠냐고?(어디서많이들어본소리아닌가?)저자는단호하게답한다.“페미니스트들에게메시지를부드럽게전달해야한다고,보다상냥하게굴어서남자들도이운동에합류시켜야한다고말하는사람들이종종있다.이건헛소리다.우리의의도는남성의특권을해체하는것이며,여기에설탕옷을입힌다는건불가능하다”(351면)고,주변과불화하는것이고통스럽더라도,불평등을인정하지도,고치려고도하지않는사람들의호감을사는것보다는동등하게대우받기를요구하는것이더중요하다고단호하게말한다.

‘여자다움’을넘어서

에머오툴이처음부터열렬한페미니스트였던것은아니다.오히려외출할때는화장을빼먹지않고,다리털을매끈하게밀고,헤어스타일에비싼돈을들였으며날씬해지겠다는강박으로거식증에시달리던,본능적으로직장에서는책을많이읽은티를내지않던평범한여자였다.“저는한번도성차별을겪어본적이없어요!”라고외치던안티페미니스트였던그는,어느날자신이자발적으로성차별적가치를받아들이며,‘여자다움’을애써연기하며살아왔다는것을깨닫는다.
‘젠더는수행’이라는버틀러의말처럼,그는열아홉살을기점으로자신의젠더를다르게연기해보기로한다.저자의실험은다양한범주를오간다.핼러윈밤에수염을그리고남자옷을입고는남성으로사는자유를누린경험을시작으로양성성실험을시작한다.치마와바지,긴생머리에서삭발한민머리로여성과남성을오간다.파티댄스플로어에서남자들이웃옷을벗어던질때함께상의를벗어던짐으로써여성의신체에결부되는성적금기를시험해본다.대규모누드사진프로젝트에참여한다.일상언어에서여성과남성의구분을지우고대화를해본다.그럼으로써“여자다움과남자다움이그저공연일뿐”(109면)이며간단히젠더의상징을바꿔쓰는정도만으로도성적고정관념에균열을낼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젠더의이분법이얼마나임의적인지드러내고,독자에게‘여성스러움’과‘남성스러움’이무엇인지,젠더규범이꼭지금과같아야할이유가있는지질문한다.
이모든실험에대해그런다고뭐가바뀌느냐고물을수있다.저자는페미니즘이든어떤운동이든근엄하고진지해야만효과적인것은아니며,우리는유희로써변화를이끌어낼수있다고답한다.유희는새로운가능성을상상하게하는도구다.유희는그저유희가아니라언제나그이상이다.즉오툴의이야기는몸으로겪은젠더문제의체험담인동시에,사회구조를바꾸기위해직접몸을던진모험담이다.
오툴이이책에서다양한실험을통해던지는메시지는모두가털을복슬복슬하게기르고,화장품은불태우고,볼품없는옷을꿰어입자는것이아니다.(페미니즘에대한거짓말가운데하나는페미니즘이패션과치장에반대한다는것이다.)그는이렇게말한다.“재수없는페미니스트들의전형적인차림새에걸맞은의상을입는것은젠더렌즈를깨는데전혀도움이되지않는다.문제는상징이아니라그상징들이나타내는바다.긴머리는수동성을의미하지않아야하고,짧은머리는공격성을의미하지않아야한다.문제는치마나스틸레토같은여성성의상징들이아니다.진짜문제는우리의성차별적문화에서여성성의상징에결부되는의미들이다.”(134면)
정답은젠더의상징들을조작하는것일테다.상징을유희의대상으로삼고,뒤섞어보는것이다.멋을내고싶을때는얼마든지멋지게차려입고,화장을하고싶지않을때는민낯으로거리를거닐자.삶의방식을생식기의종류로규정받지않을자유를,어떤모습으로도존재할자유를가져야한다는것이오툴이전하는메시지다.“남자나여자라는것에객관적의미가부재한다면,우리는우리가원하는정체성과우리가살고싶은세상을창조할수있다.다시말해우리의젠더연기에는어떠한한계도없다.”(144면)

*

오툴이10년간직접실행한다양한실험들은독자에게실감나고통쾌한간접경험을선사한다.작고사소해보이는차별을발견하고다르게행동하는것만으로,그리고그경험을공유하는것만으로도다른세계,새로운출발의가능성이생생하게눈앞에펼쳐진다.이책에서제시하는몇가지실험과대안들은우리각자가자기자신에게맞는유희를시작할수있는계기가될것이다.오툴은흘러넘치는금기와차별에이의를제기하고젠더를비틀어보는노력을통해“여자들이여자가되는방식을선택함으로써세상을바꿀수있다는것을”(390면)보여준다.
한국에서이런‘급진적’인실험은너무이른일이라고?꼭지금부터삭발을하거나겨드랑이털을기르지않아도좋다.화장하지않은민낯으로도시를거닐어보는일도여성들에게는충분히모험이며,여성을둘러싼견고한세계에조금이나마균열을일으킬수있는도전이다.‘여자답게’라는말이한사람의행동을제약하고억누르는표현이아닌,더많은가능성을열어주는미래는여성들의작은실험들로시작될것이다.

나는여자들이혁명적인영혼의힘으로세상을바꿀수있으며
실제로바꾸리라고내온가슴과마음과몸으로믿는다.―캐슬린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