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

역사적 예수

$33.00
저자

김기흥

저자:김기흥
서울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건국대학교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한국고대사와설화연구에서독창적인성과를내왔다.문명사,고대사전반에대한폭넓은연구와종교적관심을결합해역사적신화를해부하고실체를규명하는새로운연구를선보이고있다.지은책으로『새롭게쓴한국고대사』『천년의왕국신라』『고구려건국사』와『왕은어떻게나라를다스렸는가』(공저)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예수이해의역사적배경
1.이스라엘구약시대:승리를꿈꾼약자의길
2.예수시대의정치상·사회상
제2장예수의역사자료로서의신약성경
1.바울서신
2.복음서
제3장예수의가계와출생
1.다윗가계여부
2.출생
제4장하나님의아들로거듭남
1.세례요한과예수
2.세례를통한존재의거듭남
제5장예수의인식과가르침
1.자유로운사유
2.주요인식
3.하나님나라
4.비유
5.직관과역설
6.예수사후그의가르침
제6장예수부활사건
1.안식일후첫날아침부활사건
2.여러사람들의예수부활경험
3.예수의‘빈무덤’
4.부활사건의성격
제7장예수의칭호
1.하나님의아들
2.사람의아들(인자)
제8장인간예수는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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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예수연구의기초자료인바울서신과복음서들에대한비평적접근

전체8장가운데제1장과2장은역사적예수탐구의기본자료를다룬다.1장은예수출생전후구약시대이스라엘의역사를개괄하여예수시대와유대민족신앙이해의바탕을제시한다.‘바빌론유수’가대변하는고대이스라엘의역사는신바빌로니아-로마제국으로이어지는강대국의압제아래신음하는약소국의것이었다.오랜수난속에서이들은민족신야훼가가져다줄장차의승리와구원을믿음으로써유대민족의민족적정체성을지켰으며,이는굳건한민족신앙과독자적문화로발전해갔다.여기서형성된것이정치적구세주,이른바‘메시아대망’이다.예수가태어날무렵은장기간계속된로마의식민지배속에로마에기생하게된유대상층지배계급과가혹한수탈에허덕이는하층민중간에갈등이고조되던시기였다.문화적혼합주의를내세우는헬레니즘의압도적영향하에유대민족의민족적정체성이흔들리던상황이기도했다.예수는로마제국-유대지배계급-예루살렘성전체제의삼중수탈에시달려전통적인자영소농중심의농촌경제가와해되고공동체가붕괴하는가운데갈릴리의한농부로태어났다.그는남다른감수성으로신음하는이웃이처한상황을느끼고자신의존재를고민하면서구도의여정을시작한다.

2장은예수의가르침과행적을구체적으로보여주는가장기본자료이자문서화된자료인바울서신과복음서들에대한종합적·비판적이해를시도한다.1세기중후반에쓰인이들자료가역사적예수연구의중심자료인것은물론이다.그러나이들자료는부활신앙에열광했던초기기독교인들이집필한것이고,복음서들은그것을작성한신앙공동체저마다의입장에서재구성된것이다.특히예수의신성(神性)을강조하는구전자료를적극적으로활용함으로써거기혼재하는역사적사실과설화·민담자료를역사학적방법론으로섬세하게구분,분석할필요가있다.예수의전기라할수있는「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요한복음」등4대복음은서기70~100년경에쓰였는데,마태·마가·누가·요한으로대표되는각신앙공동체의관점과처한상황에따라예수의행적에서크고작은차이를보여준다.복음서저자들은역사서를편찬하려한것이아니고저마다의신앙공동체신자들이필요로하는예수상을재해석해보였기때문이다.이서로다른해석들을비교분석하는것이역사적예수연구의첫걸음이된다.

예수의실재성을둘러싼논란:다윗의후손/탄생설화/어떻게하나님의아들로거듭났는가

제3장과4장은1,2장의이해를바탕으로성경을분석하여예수의출생및행적과관련한여러논란을다룬다.3장은예수의가계와출생과관련한다양한견해들에대한비평적접근이다.「마태복음」과「누가복음」은예수를‘다윗왕의자손’으로전한다.이에대해저자는복음서들을정밀하게살피고예수의가족구성과경제상황,집안분위기,예수사후형제들의활동등을종합적으로고려하여예수가다윗의먼후손일가능성을열어놓는다.그러나한편으로이스라엘의집단적구원의상징으로서장차올위대한왕,다윗의자손메시아를예수가자처하거나내세운적은없음을분명히밝히고있다.예수는제자들에게자신이행한기적과자신이그리스도임을말하지말라고명했다.(68면)구세주라거나메시아,장차올위대한왕같은호칭에얽매이지않고깨달음을전하며구체적인행위로써자신을증명하고자했던것이다.“예수는사랑의하나님에대한확신에따라매우낙관적인현재적종말관을가지고있어서,기존사회체제와인식체계에대립하거나공격을일삼지않고그것들은그대로두고서자신의하나님나라운동을펼쳤다.이와같은특성에서그는자신을메시아곧다윗의자손으로보는인식도굳이적극적으로부정하지않음으로써소모적논쟁을피했던듯하다.”(77면)그런데예수의이런면모는이후부활사건을기점으로추종자들이예수그리스도론을주장하는단초가되었다.

예수의출생과관련해서는,널리알려진‘동정녀탄생’(virginbirth)이나동방박사의경배,헤롯왕의박해와아기예수의애굽(이집트)피난등은모두“일대역사적위기속에전능한신의위로와임재가더욱강력하게요청된가운데,민중의바람을업고예수탄생이보다신비롭게이야기된결과가아닐까추정해볼수있다.”(87면)특히동정녀탄생같은신비한이야기는고대영웅이나건국시조의비현실적이고신비한탄생설화에서보듯전세계적으로공통된현상임을밝히는데서저자의고대사·신화학연구의깊이를엿볼수있다.함께흔히거론되는‘예수사생아설’‘비실재설’에대해서는,전자는성경에서간통으로돌에맞아죽을위기에처한여인의일화등과당대의문화와풍습에비추어비현실적인주장이며,후자는고대의역사적특성상객관적문헌자료가부족하지만성경외에유대역사가요세푸스(FlaviusJosephus)의『유대고대사』와예수사후형제들의행적에비추어역사적실재를도저히부인할수없음을분명히한다.

4장은흔히‘마지막선지자’로알려진세례요한과예수관계의역사성,세례요한과예수의하나님나라구현에대한인식차이,세례를통한예수존재의거듭남[重生]을다룬다.예수추종자들이예수의권위를높이기위해가급적언급하지않으려했으나,여러자료와정황을재구성해볼때예수가세례요한에게서세례를받았음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예루살렘성전중심의제사,어려운말로민중을현혹하고교리를앞세워가난한이를수탈하는제사장집단의폐해에반대한것은세례요한과예수가마찬가지였다.그러나양자는하나님의뜻을구현하는방식에서방법론적차이를보였다.종말이가까웠으니속히회개할것을주장한세례요한에비해,예수는지금여기서실현해가는현재적하나님나라(현재적종말론)를주장했던것이다.이런근본적인인식의차이에도불구하고양자의관계가역사적의미를갖는것은세례요한의처형이후예수가펼친권위있는가르침이세례과정에서있은놀라운종교적체험에서비롯하기때문이다.

이때예수는“하늘이갈라짐과성령이비둘기같이자기에게내려오심을”보고하늘에서“너는내사랑하는아들이라내가너를기뻐하노라”(「마가복음」1:9~11)라는소리를들었다고전한다.이구절을문자그대로받아들이기는어려우나,이는세례받는순간예수의존재를완전히바꾼(거듭나게한)일대인식의전환이있었음을보여주는것이라해석할수있다.예수의모든가르침은이때의체험으로권위를갖게된다.자신이하나님의아들이며하나님과자신이부자관계를이룬다는인식은이후인간일반으로확장되어,하나님의피조물인인간은모두하나님의자녀이며,그것을자각하여하나님의자녀다운삶을삶으로써바로지금여기에서하나님나라를실현하자는것이예수가르침의골자이기때문이다.그의이런인식은이스라엘이오랫동안가져온그들민족이하나님의장자(長子)라는선민주의와는차원을달리하는것이다.보잘것없는한인간으로서신과의일치를체험한예수는막강한권위와함께절대자앞에서의한없는겸손,미미한자신을아들로불러준데서기원하는하나님의무한한사랑에대한확신을가질수있었다.이스라엘을억압하는타민족을정벌하는심판의하나님은정의와사랑의하나님으로인식되기에이른다.

시공을뛰어넘는가르침의재해석

5장은하나님의아들로예수가얻은인식과가르침의요지와방법론을고찰한다.예수는오늘날보아도놀라울정도로시대적한계를뛰어넘은가르침들을펼쳤다.여성과어린이,병자등사회적약자와소외된사람들을우선해보살피도록하고,기계적이해타산을초월한경제적평등을설파하며,겸손과섬김의리더십을강조하기도했다.그바탕에는그리스철학,헬레니즘문화,이스라엘의전통적유일신신앙등이결부되어있었지만신비한종교체험을통해얻은깨달음이근본을이루는것은물론이다.저자는예수인식의특징을자유로운사유로보고인식방법론에서직관적이해에주목한다.예수의자유로운사유는근본적으로자신이하나님의아들로거듭났음을확신한데서온것이지만그의가계의전통과타고난유연한기질에서기인하기도한다.예수를질시하고경계하던반대파는물론제자와설교를듣는대중들의끊임없는질문에거침없이응대하고,인습과혈연에얽매이지않고가족관계까지상대화하며,해학과유머를구사해가르치는여유는충만한지적탐구욕과함께그의유연함과자유로움을보여주는예들이다.이런특성은기성율법과교리에얽매이지않고사물의본질을꿰뚫는직관적이해로이어졌다.안식일관련계율을못지킬까전전긍긍하는사람들에게던진‘안식일은사람을위해있다’는가르침이나율법을얼마나지키느냐가아니라마음으로라도죄를짓지않는것이중요하다는깨우침등이그것이다.

그는이런본질적이고간명한인식을풍부한비유와역설을구사해대중에게설파했다.저자는가르침을전하는방법론으로서비유와역설에주목한다.‘받으려면먼저주라’‘잃는자는얻으리라’‘높아지려고하면먼저낮아져야한다’‘남에게대접을받으려면먼저대접해야한다’‘쉼을얻으려면먼저멍에를메야한다’같은역설은예수가고도의통찰력을바탕으로쉽고효과적으로청중을깨우치는강력한방법이었다.또한저자는‘밭에숨겨진보화’‘값진진주’‘겨자씨한알’‘포도원품꾼의일당’‘포도원농부’‘옳지않은청지기’‘참된이웃사마리아인’‘잃은양’‘돌아온탕자’등널리알려진비유들을재해석하여예수의취지를본뜻에가깝게이해하고자했다.이를위해예수가대중에게말할당시의원형이살아있는정도,복음서를정리한신앙공동체들간의관점의차이등을각복음서들의구절과당대상황을종합적으로비교해분석하고있다.늦게온일꾼이나먼저온일꾼이나같은일당을주라는포도원품꾼의비유는현대인의시각으로는도무지이해하기힘든것이다.그러나저자는여기서“가난한사람들의삶을염려하고보장하려는하나님의뜻,예수의뜻을”본다.나아가,당시의역사적상황으로보면이비유는“매우온건한이야기형식을취했지만,로마제국이주도하는당시세상에대한강력한비판을내포하고있다.강자독식의질서를앞세운세상지배체제에대해,생존을위협받는사회적약자들에게근본적생활대책을마련할것을촉구하고”(221면)있음을읽어내는것이다.하나님의아들로거듭난예수는인간세상의질서와체제를넘어사랑의하나님의관점에서세상을보고인간을대했으며,그것이예수의사유와행적을일관하는관점이라는것이다.

예수사후부활사건과부활신앙

예수는생전에“지금이땅에서실현되는,하나님의뜻을따라사는하나님의자녀된자들이이루어야할지극히현실적인연대운동”으로서현재적하나님나라를추구했다.그러나그의사후예수가신으로믿어지면서예수가설파한하나님나라는장차예수의재림으로“선물처럼”(248면)주어질것으로여겨지게된다.민중을하나님의“종이아닌친구라말하며”그들의“자발적인인격을고양해현실의낙망과좌절에서벗어나도록독려한예수의의도는충분히받아들여지지않았다.”후대에이루어진이러한예수의신격화와그핵심가르침에대한조정은“실로심각한가르침의배반이아닐수없다.”(249면)즉예수자신과그리스도교간에괴리가벌어진것이다.제6장은이렇게예수가신앙화된결정적계기의하나인부활사건을재해석한다.4대복음서의부활기사들을꼼꼼히비교하여기사들간의차이(누가예수의곁을지켰는가,다음날무덤을찾아간것은누구인가,무덤의상태는어떠했는가등)를밝히고,부활기사에들어있는설화자료,후대의윤색과윤색의배경등을분석한다.그결과“어느정도믿을만한공통적요소로‘빈무덤’이있을뿐,천사의출현이나부활예수의현현은복음서들간에도일치하지않는비역사적·설화적·신앙적요소임을확인”(268면)하게된다.예수의부활은부활한예수를만났다는여러사람들의증언으로도뒷받침되고있었는데,저자는이에대해서도면밀한분석을통해제자들의사무치는그리움같은심리적체험이예수의존재감을불러일으켜부활에대한긍정이되고,이것이윤색되어복음서에실렸을가능성을추론해낸다.즉,부활의확신은종교적신비체험의범주에속하며이를있는그대로의사실로주장하는것은문제가있다.“복음서기록들간에엄존하는혼란과차이를가볍게여기고억지로연결하여해석하며사실성에문제가없다고하는주장은,부활사건을그것자체가경험된본래의상황속에서받아들이지않고그시간그무덤앞에있었다면누구나볼수있었을역사적사실인양전제하는근본적오류를안고”(302면)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