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1 (큰글자도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소년이 온다 1 (큰글자도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9.61
Description
『소년이 온다』를 큰글자로 제작한 책으로 소설 전체 중 전반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출간되었다. 1980년 광주의 5월을 다뤄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할 당시(2013년 11월~2014년 1월)부터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열다섯살 소년의 이야기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ㆍ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ㆍ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당시의 처절한 장면들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백지연 평론가)."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는 작가 스스로의 고백처럼 이 소설은 소설가 한강의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신형철 평론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

한강

저자:한강韓江
1970년겨울에태어났다.1993년『문학과사회』겨울호에시「서울의겨울」외4편을발표하고이듬해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붉은닻」이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검은사슴』『그대의차가운손』『채식주의자』『바람이분다,가라』『희랍어시간』『소년이온다』『흰』『작별하지않는다』,소설집『여수의사랑』『내여자의열매』『노랑무늬영원』,시집『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등이있다.오늘의젊은예술가상,이상문학상,만해문학상,대산문학상,맨부커인터내셔널,말라파르테문학상,메디치외국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노르웨이‘미래도서관’프로젝트참여작가로선정되었다.2024년한국작가최초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권)1장어린새/2장검은숨/3장일곱개의뺨
2권)4장쇠와피/5장밤의눈동자/6장꽃핀쪽으로/에필로그눈덮인램프

출판사 서평

'그도시의열흘'과소년을위로하는한강의간절한목소리

『소년이온다』는1980년5월18일부터열흘간있었던광주민주화운동당시의상황과그이후남겨진사람들의이야기를철저한고증과취재를바탕으로한강특유의정교하고도밀도있는문장으로그려내고있다.5·18당시중학교3학년이던소년동호는친구정대의죽음을목격한것을계기로도청상무관에서시신들을관리하는일을돕게된다.매일같이합동분향소가있는상무관으로들어오는시신들을수습하면서열다섯어린소년은'어린새'한마리가빠져나간것같은주검들의말없는혼을위로하기위해초를밝히고,‘시취를뿜어내는것으로또다른시위를하는것같은’시신들사이에서친구정대의처참한죽음을떠올리며괴로워한다.

혼한테는몸이없는데,어떻게눈을뜨고우릴지켜볼까.
(…)눈을감고있던외할머니의얼굴에서새같은무언가가문득빠져나갔다.순식간에주검이된주름진얼굴을보며,그어린새같은것이어디로가버렸는지몰라너는멍하게서있었다.
지금상무관에있는사람들의혼도갑자기새처럼몸을빠져나갔을까.놀란그새들은어디있을까.(22-23면)

혼은자기몸곁에얼마나오래머물러있을까.
그게무슨날개같이파닥이기도할까.촛불의가장자릴흔들리게할까.(…)
용서하지않을거다.(…)아무것도용서하지않을거다.나자신까지도.(45면)

억울한영혼들의말을대신전하는오월의노래

정대는동호와함께시위대의행진도중계엄군이쏜총에맞아쓰러져죽게되고,중학교를마치기전에공장에들어와자신의꿈을미루고동생을뒷바라지하던정대의누나정미역시그봄에행방불명되면서남매는비극을맞는다.무자비한국가의폭력이한순간에무너뜨린순박한사람들의평범한일상과무고하게죽은어린생명들에대한억울함과안타까움이정대의절규하는듯한목소리로대변된다.5·18당시,인구40만의광주시민들을진압하기위해군인들이지급받은탄환은80만발이었다고전해진다.이런엄혹한분위기속에서도국가의부조리에맞서도록어린그들까지시위현장으로이끌었던강렬한힘은다만‘깨끗하고도무서운양심’하나였다.그렇게아이들은‘세상에서가장거대하고숭고한심장의맥박’을느끼며수십만시민들이모여만든위대한‘양심의혈관’을함께이루었던것이다.

키가자라고싶었지.
팔굽혀펴기를마흔번연달아하고싶었지.
언젠가여자를안아보고싶었지.나에게처음으로허락될여자,얼굴을모르는그여자의심장언저리에떨리는손을얹고싶었지.(…)
차디찬방아쇠를생각해./그걸당긴따뜻한손가락을생각해./나를조준한눈을생각해./쏘라고명령한사람의눈을생각해.//그들의얼굴을보고싶다,잠든그들의눈꺼풀위로어른거리고싶다,꿈속으로불쑥들어가고싶다,그이마,그눈꺼풀들을밤새건너다니며어른거리고싶다.그들이악몽속에서피흐르는내눈을볼때까지.내목소리를들을때까지.왜나를쐈지,왜나를죽였지.(57-58면)

그날도청에남은어린친구들도아마비슷한경험을했을겁니다.그양심의보석을죽음과맞바꿔도좋다고판단했을겁니다.하지만이제는아무것도확신할수없습니다.총을메고창아래웅크려앉아배가고프다고말하던아이들,소회의실에남은카스텔라와환타를얼른가져와먹어도되느냐고묻던아이들이,죽음에대해서뭘알고그런선택을했겠습니까?(116면)

소설은동호와함께상무관에서일하던형과누나들이겪은5·18전후의삶의모습을통해대한민국근현대사의비극적인단면들을드러내보이고있다.살아있다는것이오히려치욕스러운고통이되거나일상을회복할수없는무력감에괴로워하는이들의모습은35년이지난지금도현재진행형으로이어지고있다.당시수피아여고3학년시절에5·18을겪은‘김은숙’은'전두환타도'를외치는데모로점철된대학생활을포기하고작은출판사에서편집자로일하면서담당원고의검열문제로서대문경찰서에끌려가‘일곱대의뺨’을맞기도한다.봉제공장에서일을하면서‘고귀한우리’자신을지키기위해노조활동을하다쫓겨난‘임선주’는이후양장점에서일을하다가상무관에합류하게되고,경찰에연행된후하혈이멈추지않는끔찍한고문을당한다.상무관에서활발하게활동하던대학생‘김진수’역시연행된이후‘모나미볼펜’고문,성기고문등을받으며끔찍한수감생활을했고,출소후트라우마로고통받다결국자살하고만다.소설은이러한국가의무자비함을핍진하게그려내면서‘유전자에새겨진듯동일한잔인성’으로과거뿐아니라지금까지도,우리나라뿐아니라전세계에서끊임없이자행되고있는인간의잔혹함과악행에대한근원적인질문을던진다.

그다음문단은검열때문에온전히책에실리지못했다.그렇다면우리에게남는질문은이것이다.인간은무엇인가.인간이무엇이지않기위해우리는무엇을해야하는가.이어서먹선으로지워진넉줄의문장들을그녀는기억했다.(…)그녀는인간을믿지않았다.어떤표정,어떤진실,어떤유려한문장도완전하게신뢰하지않았다.오로지끈질긴의심과차가운질문들속에서살아나아가야한다는것을알았다.(95-96면)

처음자료를접하며가장이해할수없었던것은,연행할목적도아니면서반복적으로저질러진살상들이었다.죄의식도망설임도없는한낮의폭력.그렇게잔인성을발휘하도록격려하고명령했을지휘관들.(…)저건광주잖아.그러니까광주는고립된것,힘으로짓밟힌것,훼손된것,훼손되지말았어야했던것의다른이름이었다.피폭이아직끝나지않았다.광주가수없이되태어나살해되었다.덧나고폭발하며피투성이로재건되었다.(206-207면)

‘꽃이핀쪽으로’이끌어주는한강의손길

한강은이번소설을통해열다섯살소년동호의죽음을중심으로5·18당시숨죽이며고통받았던인물들의숨겨진이야기를하나하나힘겹게펼쳐보이며그들의아픔을어루만지고그시대를증언하는숙명과도같은소명을다한다.‘살아남았다’는것이오히려치욕이되는사람들이혼자서힘겹게견뎌내야하는매일을되새기며,그들의아물지않는기억들을함께나눈다.한강작가는“무덥고습했던여름끝에가로수아래를걷다가,잘마른깨끗한홑청같은바람이얼굴과팔에감기는감각에놀라며동호를생각”한다.따뜻했던봄날의오월을지나‘그여름을건너가지못한동호,이런아침을다시는만나지못하는동호’를떠올리며작가는우리가‘날마다만나는모든이들이인간이란것을’되새기고,인간으로서의우리가이들에게어떠한대답을해줄수있는가를간절한목소리로묻는다.그리하여이제는더이상억울한영혼들이없기를,상처입은영혼들이“밝은쪽으로,빛이비치는쪽으로,꽃이핀쪽으로”나아가평온할수있기를기도한다.5·18희생자들의‘눈덮인무덤들’사이에서못다핀소년동호를추모하기위해작가한강이마음을다해밝힌작은촛불들이안타까운세상에온기를더해줄것이다.

당신들을잃은뒤,우리들의시간은저녁이되었습니다.
우리들의집과거리가저녁이되었습니다.
더이상어두워지지도,다시밝아지지도않는저녁속에서우리들은밥을먹고,걸음을걷고잠을잡니다.(79면)

당신이죽은뒤장례식을치르지못해,
내삶이장례식이되었습니다.(9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