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룰렛 2(큰글자도서) (은희경 소설집)

중국식 룰렛 2(큰글자도서) (은희경 소설집)

$19.00
Description
우리는 뜻밖의 운명을 향해 가고 있어요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매일밤,
더 좋아진다는 뜻이겠지?

막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길잡이별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작가 은희경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이 출간되었다.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라 이를 정도로 이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며 작품활동을 이어온 은희경은 언제나 빛나는 문장들로 독자들의 외롭고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편의 소설 역시 각기 다른 성광과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 보인다.
저자

은희경

殷熙耕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소설「이중주」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타인에게말걸기』『행복한사람은시계를보지않는다』『상속』『아름다움이나를멸시한다』『다른모든눈송이와아주비슷하게생긴단하나의눈송이』,장편소설『새의선물』『마지막춤은나와함께』『그것은꿈이었을까』『마이너리그』『비밀과거짓말』『소년을위로해줘』『태연한인생』이있다.문학동네소설상,동서문학상,이상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이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2권)불연속선/별의동굴/정화된밤/해설│황정아/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이번소설집에실린여섯작품은술,옷,수첩,신발,가방,사진,책,음악등우리가늘가까이하고삶에서놓을수없는사물들을소재로하고있다.이모티프들은곁에사람은없고사물만있는“예상할수있는범주안에서살아가는”(「불연속선」137면)사람들이위안을느끼는유일한온기의‘대용품’들인지도모른다.소설속인물들은대개표정을감추고‘거짓된진실게임’을하면서(「중국식룰렛」)상대에게속마음을보이지않거나“현실을수긍하고거기에맞춰자신의입장과한계를정하는”(「별의동굴」143면)고립되고단조로운삶을살아간다.하지만이들주변의사물들이담고있는이야기는한개인에한정된것이아니라현대사회를살아가는사람들대부분의실상을그대로담아낸것이다.

그수첩을읽게된게단순한우연일까.나에게보내는인생의암시같은건아닐까.운명이란비정하고무자비하지만늘전령을먼저보내경고를할만큼은용의주도하다고어릴때부터나는종종생각해왔다.그메시지를알아차리지못하고계속방심하는사람에게는돌이킬수없는비극을집행해버린다.(「장미의왕자」58면)

물건만은자주바꾸는편이었다.쉽게버리고금방다른걸새로샀다.새것을좋아한다기보다오래곁에두고아끼는물건이없다고하는편이맞을것이다.사람을대하는태도도비슷했다.조직에잘적응하고동료들과도사이가좋았지만특별히친하거나오래만나는사람은없었다.매뉴얼대로사는사람이갖기마련인정돈됨때문에어딘가규격품같은느낌을주기도했다.그러나그규칙성과건조함에싱거운유머감각이보태지면유능하고담백한성격으로비쳤고그결과곧잘여자들의호감을사는것도사실이었다.여자친구는있기도하고없기도했다.(「대용품」93면)


당신생애최고의날은언제였습니까?
채워지지않는운명에은희경이던지는질문들

라이너베르너파스빈더의영화에서제목을따온표제작「중국식룰렛」은“악의를감추기위해우연을가장하고모습을드러내는”(28면)공교로운운명을다룬다.‘중국식룰렛’은일종의진실게임으로,K의술집에모인네명의남자들은라벨이감춰진위스키를마시며진실보다는거짓에기대는게임을한다.“소설곳곳에스민위스키향”(황정아해설)은우리를뜻밖의운명으로매혹하고,그들은저마다자신의불행을한탄하며절반의거짓과절반의진실이뒤섞인정직한거짓말들을쏟아낸다.진실을잃어버린사람들에게던지는은희경의질문들은채워지지않는진실로향하게하는열쇳말인지도모른다.

당신의가장큰실수는무엇입니까.당신이평생후회할만한일은무엇이었습니까.질문과대답들이오고갔다.실수와후회.분명그럴만한일들이있었다.그댓가로나는K의술집에서가장형편없는술을선택할각오로이곳에왔다.그의게임에말려들어아내일지도모르는여자의이야기를들어야했다.분명망상일것이다.사실은그냥라가불린을좋아하는어떤여자의이야기이다.상관없다.집에돌아가면아내의컬렉션이우리의가장좋은시절을담고서나를기다리고있을것이다.내인생의행운을가득채운차가운술병들이.그것들이있는한천사에게2퍼센트를돌려달라고억울해할필요가없는것이다.나는술잔을내려다보며누구에게랄것도없이질문을던졌다.당신은자신이운이없는사람이라고생각합니까.(「중국식룰렛」52면)

삶은작은우연들로이루어져있다는익숙하지만낯선깨달음을『중국식룰렛』은일깨워준다.헛헛하고단조로운삶도“텅빈완성”(61면)에이를수있음을,오래울었던얼굴을누군가가알아주기를바라는마음이결코허황하지않음을은희경은가벼워진마음과따뜻한목소리로말해준다.답답한현실에서크고작은위기와시험에빠질때에우리는은희경이만들어놓은“작고하얀빛의웅덩이”에마음편히빠져도좋다.그러면“다정한부력”(작가의말,211면)으로그녀가우리의온몸을감싸안아줄것이다.일상을존중하게하는은희경의소설이우리의삶을어떤‘뜻밖의운명’으로향하게해줄지자못기대가된다.“필연적으로나아가게되는도착점”,그것은분명“더좋아진다는뜻”(「정화된밤」197면)일것이다.

괜스레긴머리를잘라버리고입지않을운동복을사고지독한몸살을앓고오전이다가기도전에세끼를먹어치우고한밤에불쑥이불을젖히고일어나한시간씩골목을쏘다니고.그러고도다음날이면약속된시간에배달된우유처럼내마음이당신의문앞에서다소곳이아침을기다리고있던날들이,대체몇번이었는지.나는그마음을당신이조금이나마알아주기를얼마나바랐는지모른다.하지만지금은절대로알지않기만을바랄뿐이다.나라고하는함박눈이미친듯이내려서귀퉁이에홀로쌓여있다가흔적도없이녹아버린봄이되어서야당신이긴겨울잠에서깨어났으면한다.(「장미의왕자」5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