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1(큰글자도서) (김숨 소설집)

국수 1(큰글자도서) (김숨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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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산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거머쥐며 뛰어난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 김숨의 네번째 소설집 『국수』가 출간되었다. 현대문학상 수상작 「그 밤의 경숙」을 비롯 김숨의 탁월한 소설세계를 보여주는 9편의 작품을 실었다. 가족의 의미를 진중하고도 새롭게 천착하는 진정성과 더불어 현대인이 앓고 있는 분열적 심리에 대한 성찰과 묘사가 지적 각성과 동시에 깊고 풍부한 울림을 선사한다.
저자

김숨

1997년대전일보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는나무를만질수있을까』『침대』『간과쓸개』『국수』『당신의신』『나는염소가처음이야』,장편소설『철』『노란개를버리러』『바느질하는여자』『L의운동화』『한명』『흐르는편지』『군인이천사가되기를바란적있는가』『떠도는땅』『듣기시간』『제비심장』등이있다.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이상문학상,동리문학상,김현문학패,요산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막차/국수/옥천가는날/아무도돌아오지않는밤/고요한밤,거룩한밤

출판사 서평

진정한사랑과관계에대한아름다운성찰
『국수』는김숨이삼년만에펴내는소설집이자그의열번째저작이다.그는등단7년만에첫소설집『투견』(2005)를내놓은후누구보다왕성한창작열로매해꾸준히작품을발표했다.발표한작품들은호평을받으며굵직한문학상후보로자주거론되었고지난2013년,장편『여인들과진화하는적들』로대산문학상을,「그밤의경숙」으로현대문학상을받았다.그는데뷔이래사회의이면에짙게드리운그림자와그런사회에서망가져가는관계를특유의잔혹한이미지와환상적기법으로구현한소설세계로주목받았다.또한주제를향해나직하지만집요하게나아가는문장은그의작품의또다른든든한축이되어주었다.이런김숨이이번소설집에서더깊이집중하는관계는‘가족’이다.부부의갈등과균열을사회적층위와연결지어긴장감있게그리고(「막차」「명당을찾아서」「그밤의경숙」),시아버지와며느리의불편한동거를기묘한분위기로드러내며(「아무도돌아오지않는밤」),증오만남은부자관계를극도의공포에휩싸인집단살육의현장과중첩시켜표현하기도한다(「구덩이」).그중에서도「국수」와「옥천가는날」은전통서사에기대어모녀간의이야기를섬세하게다룬다는점에서결을함께한다.“삶의영원한화두에대한아름다운천착이돋보인다”(서영은)는평을받기도한표제작「국수」는외롭고고단했을계모의삶을이해하고마음으로화해를이루는주인공의심리을국수를만드는일련의조리과정에탁월하게버무려낸다.리드미컬하게문장에문장을더하며촘촘한서사의밀도를이루는이작품은진정한이해와사랑이무엇인지를보여주며깊은감동을불러일으킨다.

손님처럼마루한쪽에옹송그리고앉아밀가루반죽을이겨대던당신의모습이떠오릅니다.손바닥안의손금이다닳아지지나않을까염려될만큼반죽을꾹꾹눌러대던꾹꾹……당신이반죽에몰래섞어넣어그렇게꾹누르고눌러야만했던것……그것은무엇이었을까요.(53면)

「옥천가는날」의두자매는응급차에어머니의주검을싣고장례가치러질어머니의고향옥천으로향한다.자매가좁은공간에서주검을어루만지며이야기를주고받는상황은죽음과삶이이질감없이한데섞이는묘한분위기를연출하는데,자매가회상하는그들가족의드라마는서로에게짐이되기도하고유일한도피처가되기도하는가족이란관계의심연을들추어낸다.
「고요한밤,거룩한밤」에는가족이라고는혐오하는개한마리뿐인한노인이등장한다.극도의한파가들이닥치는냉골에서밤을이겨내야하는노인은부인이살아생전데리고온개와함께있다.방에온기를내뿜는것이라고는그개뿐이지만노인은개를가까이하지않겠노라거듭다짐한다.그러나결국노인이극심한추위에정신을잃자그를살리려사력을다하고온기를나누어주려이불속으로기어드는건바로그개다.가족은사랑으로묶이기도하지만,증오로도엮일수도있다는걸김숨은간과하지않는다.같이사는시아버지와함께식사하는것조차끔찍해하면서도시아버지가남편이날려버린재산을돌려달라고할까봐불안해하는「아무도돌아오지않는밤」의주인공이나,오랜시간함께한남편에대한경멸과멸시를숨기지않는「막차」의주인공,하루가멀다하고어머니와이혼하라며전화로윽박지르는아들을둔「구덩이」의주인공은모두부조리한관계안에서고통받는다.
이처럼김숨은자칫진부할수있는‘가족’이라는주제를끊임없이새롭게보고관계의심연까지를집요하게파고들어진실과마주하려노력한다.그리고그노력은그가구사하는단단한문장과독자들의눈을한순간도놓아주지않는탄탄한구성과만나진정성의파장을획득한다.

미세한징후에서포착해내는현대인들의불안한초상
김숨은우리사회곳곳에틈입한내적붕괴의조짐을날카롭게읽어내작품으로형상화하는뛰어난능력을지닌작가다.그는증상과징후를바탕으로아픈시대를진단하는데특히「그밤의경숙」과「대기자들」은현대사회를살아가는사람들의무너져가는내면을절묘하게포착한다.“현재우리사회가앓고있는폭력에대한공포,감시에대한두려움,상시적인분노의노출에따른분열의징후등을섬뜩하고예리한시선으로포착”(윤대녕)한「그밤의경숙」은사소한접촉사고로얼룩진하룻밤을그린다.주인공경숙의남편과퀵써비스기사는사고가나자폭력성을감추지못하고,불안하게사태를지켜보던경숙은신경증적인헛소리를계속한다.콜센터에서일하며세상으로부터고립돼인간성이말소된처지에이른경숙,헬멧으로얼굴을가린퀵써비스기사와그에게막무가내로분노를표출하는남편은모두이사회를살아가는이들의초상이다.그러나김숨은한바탕격렬하게일어난한밤의소동조차현실이아닌것으로만들고불안한기운과폭력의잔해만허공을떠돌게함으로써끊임없이증상만을앓는우리시대를절묘하게형상화한다.그리고작품의마지막에“전조등도밝히지않은채자신들의차가달리고있다는사실을남편도,그녀도깨닫지못하고있었다”(265면)는서술을배치하면서그메시지를극대화한다.
이런불안과망상을동반하는신경증적인인물의내면이보다내밀한차원에서치밀하게묘사된건「대기자들」이다.치과에서진료차례를기다리는주인공은순서에대한강박증적인불안증세를보인다.자신의순서만을거듭되뇌며진료를기다리는다른환자들과간호사를끊임없이경계하는주인공의병적인불안감은무엇을쫒는지도모른채불안에떠밀려뒤도돌아보지않고달려가는현대인들의모습에다름아니다.

처음부터네번째였지만,내가네번째라는사실에불쑥불만이치밀어올랐다.나는세번째가되었다가네번째가된것이다.나는다시나타난그남자에게참을수없는적의까지불쑥치밀어올랐다.나는내가네번째인것이몹시도마음에들지않았다.심지어는내가다섯번째나여섯번째인것보다도.내가네번째인것이부당할뿐만아니라납득하기조차힘들다는생각까지들었다.(340면)

그런가하면「명당을찾아서」는‘명당’으로대변되는허상을위험을무릅쓰고라도소유하려는한부부의모습을그리는데,퇴직금으로강화도에땅을사러간부부는명당을보여준다는중개업자를따라섬깊은곳까지들어간다.중개업자가명당으로향하는내내섬뜩하고공포스러운분위기를조성하며위협을일삼는데도주인공은“저고갯길만넘어가면명당이라지않는가.여기까지와서명당인지아닌지확인은하고돌아가야할것아닌가(229면)”라고되뇌며어둡고불길하기만한고개너머로스스로걸어들어간다.
이처럼김숨은우리가살아가고있는이세계의미묘한조짐조차놓치지않고깊이있게파헤쳐본다.그의리얼리즘은아주작은기미로부터시작하고,매우깊은내면을경유하며,손에잡히지않는환상을그러쥐어이땅에다시내려놓는다.그리고바로그곳으로부터현실을다시목도해야한다고나직하지만집요하게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