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간다 2(큰글자도서) (편혜영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 2(큰글자도서) (편혜영 소설집)

$19.00
Description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 편혜영의 네번째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가 출간되었다. 개인의 내밀한 고독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8편의 단편은 편혜영 특유의 건조하고 치밀한 문장과 밀도 높은 서사로 축조되어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작가의 필력에 깊은 신뢰를 준다. 각자의 삶을 고독하게 이고 가며 내면의 혼란이 빚어낸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 위태로이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고독의 돌파구를 향해 손길을 내미는 인물들에게서는 미약하지만 멀리서 밝아오는 여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저자

편혜영

1972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와한양대국문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슬털기'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가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개들의예감/서쪽으로4센티미터/가장처음의일/블랙아웃(Blackout)/해설│조연정/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치밀한문장에서린여덟가지고독의빛깔
편혜영은평단과독자들의뜨거운관심에보답하듯꾸준히작품을발표하고있다.이번소설집은2010년부터현재까지발표한단편을묶었다.세번째소설집『저녁의구애』(2011)에서사회의부조리를폭로함과더불어현대인의일반적인불안과고독을이야기하며그어둠의내막을드러냈다면이번에는조금다른양상의이야기를선보인다.고독한개인의삶에균열이생기고그틈으로불안이스며드는것으로이야기의틀을갖추는작가의능력은이미증명되어온바이제작가는절대고독너머,삶의파국이후에은밀히찾아오는희망의기미를포착하고있다.
재산을모두축낸아들탓에철거를앞둔아파트에서불편한몸으로외로이삶을연명하는노년의여인(「야행」),오점없는삶을단번에파괴할만한비밀을안고살아야만하는중년의남자(「밤의마침」),말년을함께하자며찾아온여동생을요양원에보내면서까지노년의허허로운일상을지키고자하는노인(「비밀의호의」),층간소음에시달려정상적인생활을하는데어려움을겪는이혼남(「개들의예감」),매일똑같이반복되는일을하며조금의감정의동요도허락지않는주인공조(「서쪽으로4센티미터」),주눅들어자라온환경탓에농담도쉬이내뱉지못하는한윤수(「가장처음의일」),아들을잃어버린고통에중독되어가는여인엠(「해물1킬로그램」),벙커를제작하는회사에근무하며갖가지잠재적재앙에대한불안에잠식돼버린조효석(「블랙아웃」)까지.여덟명의주인공은서로다른고독의빛깔을품고있다.
이런고독한인간군상을엮어내는하나의키워드는바로‘비밀’이다.모든고독의내부에는은밀한비밀이자리한다.그리고긴장과불안,다중으로부터분별시켜주는모종의우월감이비밀의속성이다.작가는노년이되어서야비로소모든비밀과아쉬움없이이별하는「비밀의호의」의주인공을설정함으로써우리삶에서비밀이갖는기묘한힘을생각하게한다.

셀수없는주름과거칠고메마른살갗,아침이면마른몸에서떨어지는살비듬과숱적은흰머리,제기능을읽어가는내장들이차차그를따뜻하게감싸고호의를베풀고안정감을줄테니까.앞으로의삶은비밀을주지않을것이다.비밀이없어허허롭지않아도될것이고폭로될까전전긍긍하지않아도될것이다.(109면)

그런가하면안정된직장에서번수입으로단란한가정을꾸려오던「밤의마침」의주인공은감당할수없는비밀로인해영원히끝나지않을밤을맞게된다.낡은호프집건물화장실에술취해앉아있던여고생,끊어진기억,불쾌한충동,번져나가는소문.이모든것의결과는비밀과동조하며고독하게살아가야하는삶이다.이렇게고독은인생을뒤흔들만큼커다란비밀에서비롯되기도하지만비밀이랄것도없는삶에대한비관에서오기도한다.“일생을통틀어지킬만한비밀이없는시시한인생이라는것이그녀가가진유일한비밀”(17면)인「야행」의주인공은주기적으로찾아와몸을뒤틀리게하는통증으로만살아있음을확인하며내밀하게간직할비밀하나없는죽은남편과자신의삶을곱씹는다.

섬세한생의감각,살며시불어오는아침의기운한편삶의극단에서현실과망상의경계를위태로이오가는인물의내면을핍진하게그려낸두작품이눈에띈다.이전에도편혜영의작품에등장하곤했던이장치는수록작「개들의예감」에서더할수없이긴밀한구성을이뤄냄으로써소설적재미를한껏드높인다.한문장도놓쳐서는안되는팽팽한장면진행은작품의흡인력을최대로끌어올리고,현실과망상을유연하게넘나드는서사는독자들로하여금현실이갖는위상에의문을품게한다.층간소음에괴로워하는주인공은윗집남자의일거수일투족을알고있다.어느대학을나왔고어떤백화점을이용하며어느회사의신용카드를이용하는지,집에서기르는개와는어떻게놀아주는지까지.그러나어느밤,윗집에서들려온불길하고둔탁한소리를들은이후주인공의분노는갈길을잃어버린다.그런가하면고속도로시설관리를담당하는「서쪽으로4센티미터」의주인공‘조’는어떤감정의동요도허락지않고똑같이흘러가는하루하루를사는인물이다.기계처럼살아가던어느날평소같으면결코멈춰서지않았을도로위에정차한조의차를무언가가들이받는데,그흔적을도저히찾을수가없다.육체적고통은사고를명백한현실로인식하게만들지만,결국어떤원인도찾지못한조는삶을생경한느낌으로재인식한다.이렇듯현실이망상을만들고망상이현실을다시잠식해들어오는과정은어쩌면일상을사는모두가매일소소하게겪는삼투가아닐까.소설속인물들의내면이어떻게구축되는지를되새겨보면현실과망상의위상은더이상확정적으로말할수없는지경에이른다.이처럼섬세한생의감각이살아있는편혜영의작품은날카로운통찰을던져충격속에삶을응시하게하는강력한힘을갖는다.

그런가하면이번소설집에서특히눈여겨보아야할것은편혜영이조심히내놓은희망의메시지이다.「해물1킬로그램」과「가장처음의일」두작품은생을비관하던주인공들이모종의변화를보이며살포시어둠으로부터한발내딛으려는모습으로마무리된다.「해물1킬로그램」의엠은실종된아이가시신으로발견된이후를살아간다.고통과자책,후회가무한반복되는일상은서로에게고통의낙인이된엠과남편의삶을파국으로치닫게한다.그러나엠은실종아동을둔부모모임에나가며“자신의고통을유일한것으로치켜세움으로써고통을견뎌왔”(78면)던자신의모습에서모순을발견한다.형벌과도같은삶을살던엠이마지막장면에서실로오랜만에남편과함께할식사를위해신중하게해물을사는행위는매우의미심장하다.이런희망의기운은「가장처음의일」에서도찾을수있다.노동의무게에눌려웃음을잃은부모밑에서집안의유일한희망으로자란한윤수는살아가는게지루하고버겁기만하다.그러던어느날버스를기다리다들른서점에서한여직원에게눈을빼앗겨타려던버스를놓치고만다.그러나놓친버스는고속도로에서큰사고가나고불운을피한한윤수는자신의행운의기원이된여자주변을맴돌기시작한다.

그는우선여자를보며부드럽게웃었다.여자에게는그웃음이어떻게보일까생각하니두려웠다.한윤수는주저하고망설였다.지금말하지않아도괜찮았다.언젠가는털어놓게하는순간이올것이었다.모든게명확해질때까지언제까지고기다릴수만은없으니까.그순간을지켜볼생각이었다.(190면)

끝내사랑고백을하지는못했지만결국그순간이오리라고예감하는것,그리고그변화의순간을지켜보리라다짐하는것만으로도한윤수의삶은평생달려온트랙에서마침내벗어난것이다.이처럼일종의희망을예감하게하며마무리되는작품은“일상의삶깊은곳에내재되어있는파국의조짐을묘사하며불안을축조해내던편혜영의소설은이제,파국의끝장에다다른죽음과도같은허무의공간을그리며그안에서거꾸로삶의기미들을찾으려”는(조연정,‘해설’)듯하다.
고독은삶의상수고이세계는편혜영이그려온것처럼어둡고비참하며부조리하다는것을인정하지않을수없다.그러나이파국을생의기초라고생각한다면,그안에서일어나는모든몸짓은그저소중할수밖에없다.편혜영은이제그작은움직임들을하나씩수집하기시작하는게아닐까.그런의미에서『밤이지나간다』가품고있는파국,그리고그안에서싹트는삶의의지는깊이음미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