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2(큰글자도서) (최진영 소설집)

팽이 2(큰글자도서) (최진영 소설집)

$20.00
Description
아름답고 충격적인 젊은 소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최진영의 첫번째 소설집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뒤 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신예작가 최진영의 첫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전작 장편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박력있는 서사가 여실히 응집되어 있는 가운데, 폭력과 착취가 상존하고 욕망과 불확실성이 넘실거리는 이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약자들에게 정면으로 시선을 던진다. 주제의식이 투철하고 강렬한 인상을 갖추었으면서도 하나같이 탄탄한 구성과 밀도있는 문장이 뒷받침된 빼어난 작품들이다. “신예 소설가들 중에서 최진영만큼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를 보지 못했다”(송종원, 해설), “이 소설가와 함께 인생을 늙어갈 거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젊은 독자들이 여럿 생겼다”(전성태, 추천사)라는 상찬이 결코 지나치지 않을 만큼 단연 주목받아 마땅한 젊은 작가를 만나는 기쁨이 크다.
저자

최진영

2006년〈실천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당신옆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끝나지않는노래》《나는왜죽지않았는가》《구의증명》《해가지는곳으로》《이제야언니에게》《내가되는꿈》《단한사람》,소설집《팽이》《겨울방학》《일주일》등이있다.만해문학상,백신애문학상,신동엽문학상,한겨레문학상,이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2권)월드빌401호/새끼,자라다/창/첫사랑/팽이/해설│송종원/작가의말/수록작품발표지면

출판사 서평

이시대의약자를대변하는강인한목소리

이소설집에수록된10편의작품들은각각서로다른이야기와분위기를지니고있지만대체로강렬한필치로이시대의현실문제들에직핍한다.최진영소설의인물들은서민,비정규직,여성,실업청년,십대등의모습으로다양하게형상화된다.작가는이들인물이처한결핍과고통의세계를직설적이면서도섬세하게묘사하는한편절묘한여백을더해읽는이로하여금자신의위치에서저들의현실을사유하게만든다.
첫번째수록작「돈가방」은부모님의산소에서우연히3억이든돈가방을발견한형제부부의이야기이다.첫째장수부부가외제차를굴리며사업을하면서도돈가방에대한탐욕을숨기지않는반면둘째두수는눈먼돈을가지는데죄책감을느끼며다른식구들까지챙기려한다.두수의아내는그런남편이답답하고경멸스럽기까지하지만결국두수의고집스러운도덕심때문에돈은모두장수가가져가고,사업상급한용무를해결한뒤절반을준다던장수는가증스러운거짓말로나몰라라하고만다.
「남편」의주인공은어느날경찰로부터,멀쩡히출근했던남편이여고생강간살인사건의피의자로입건되었다는소식을듣는다.아내에게는늘일상에힘겨워하면서도내색하지않는안쓰러운남편이었지만그는이내주변모두에게서강력범죄자로낙인찍히고,그로인해아내마저파트타임으로일하던마트에서해고된다.그럼에도자신만은남편을믿고보듬겠다고면회간유치장에서아내는억울하다는남편에게자신도모르게분노를폭발시킨다.
이들작품은얼핏통속적으로보일수있는이야기임에도인물들의흥미로운내면과현실의모순을절묘하게배합함으로써그깊이를더한다.주저하지않고성큼성큼내딛는특유의문장들이몰입도를배가하는것은물론이다.

휴대폰을쥔손이부들부들떨렸다.남편은맘약하고착한남자다.아이를좋아하고누구에게나친절하다.그의심성에반해결혼까지결심했다.다은이가예쁘니까자꾸봤을테고혼자사는미스박이걱정되어그녀를보살폈을것이다.그는아무도죽이지않았다.그럴사람이아니다.하지만기다렸다는듯그를범죄자취급하는이사람들은도대체뭔가.의심은소문을만들고소문은진실을만든다.의심과소문과진실의삼각형에갇힌채그는결백을주장하고나는더러운손톱을자근자근씹어먹는다.열심히돈모아작은전셋집이라도얻으면아이부터갖자며소주한병도세번에나눠마시던안쓰럽고애달픈사람.그런그가어쩌다더러운소문의주인공이되어버렸을까.(「남편」,47면)

작가는동세대로서청년세대가느끼는정체모를불안과공포를작품안에담아내는데도탁월함을보인다.이름조차확실치않은어느빌딩으로,왜가야하는지도알지못한채아버지의당부에따라밤새끝없이거리를헤매는「어디쯤」의주인공이나,영화감독이꿈이지만가족들에게마저멸시의대상이되고홀로코끼리한마리를아무도모르게데리고사는「엘리」의화자는알레고리화된이야기로독자에게마치그들과함께답답한미로를더듬는듯한경험을선사한다.이렇듯다양한내용과형식속에자신의목소리를자유자재로담아내는수작들을계속만날수있는것이이책의가장큰특장이라할수있다.
「월드빌401호」와「창」은생존의불안을느끼는청년(혹은모든세대)들이얼마나극단적인폭력에노출되어있는가를충격적으로다룬작품이다.「월드빌401호」의‘종철’은어머니의유일한유산인좁은집안에서창문과문틈마저봉한채두문불출한다.그는자신을학대한‘괴물’이살인죄로복역중이지만언제다시찾아올지모른다는불안감에시달리며,유일하게애틋한기억으로남은소녀와의한때를추억하며하루하루를지낸다.먹을것이없어머리카락을태워먹고벌레를구워먹으며지내는그에게자신의이름을붙인떠돌이개‘종철’은유일한친구인동시에세상으로부터받은끔찍한폭력을고스란히전가하는대상이다.「창」의주인공은비정규직여성이다.다니는회사에서마다왕따를당하고종종크고작은성희롱에시달리지만참을수밖에없는그녀는우연히동료들이메신저로자기에대해입에담을수없는험담을나눈것을보고그들의컴퓨터와유리창을박살낸채집으로향한다.외로움과상처로아파하던그녀는앞집에서사랑을나누는커플을보고설레지만그로인해이내파국적인반전을맞는다.이들작품이전달하는일상의억압과폭력성은커다란충격을전하는바,이강렬한설정은역설적으로인물이처한상황이우리모두에게놓인명백한현실임을자연스레자각하게한다.

바깥세상에익숙한사람들은모른다.자기의그런행동이누군가의존재를통째로뒤흔들수있다는것을.그들이보인사소한야유때문에나는상상한다.머리카락을모두쥐어뜯는다거나,혀를깨문다거나,팔목을긋거나목을따버리는상상.모두기겁하겠지.놀라소리지르겠지.(…)
감옥에서나를죽일궁리만하고있을괴물이그리웠고,어디론가증발해버린여자애가미치도록보고싶었다.상처에된장을발라주며내코를비틀던엄마와,악수하듯내손을꽉깨물던떠돌이개가자꾸떠올랐다.집으로돌아와종철이를팼다.패다가울었다.울면서벌벌떨었다.무서웠다.(「월드빌401호」,167~68면)

이곳의젊은이들이감내해야하는참혹한현실은다양한이야기로변주된다.「새끼,자라다」는사막에서태어나살아가는펭귄과자라의이야기를통해흥미로운우화를전해준다.자신의기원과생의목적을알지못해방황하는펭귄과자라,이들을상시적으로위협하는사마귀,힘을가졌지만세계에아무런개입도하지않는낙타어미들이어우러진사막의풍경은이세계의단면들을절묘하게연상시킴으로써스산한공포심을불러일으킨다.「주단」은쌍둥이지만건강하고활발한형‘주’와갈수록쇠약해지는희귀병을앓는동생‘단’의이야기다.가장평범한일상조차허락받지못한단은점차주에게피해의식을키워가는한편으로담배나연애등십대들이호기심을느낄법한것들에대해갖는은밀한욕망을주에게표출한다.주는단과나눠가져야할모든것을자신이독식했다는죄의식과그것을부정해버리고싶은갈등사이에서시달린나머지순간적으로기억을잃는증상을갖게된다.

깊은울림으로다가오는우리문학의낭보

한편작가는슬픔과설렘을동시에자극하는나직한서정을풀어내기도한다.「첫사랑」은십대의어느한시절누구나경험했음직한첫사랑의기억을자분자분이야기한다.섬세하게그려진소설속장면들은어떤것으로부터도속박되지않는순수한사랑이부지불식간에삶을특정한방식으로근본적으로추동해낼수있는힘을지녔음을아름답게각인시킨다.
등단작이자이소설집의표제작이기도한「팽이」는소박한이야기로도독자들을깊이매료시키는작가의힘을유감없이확인할수있는작품이다.야광팽이를돌리며엄마가집을나갔다는이야기를들려주던,동생앞에서어른처럼굴려애쓰는오빠,플로리다의예쁜집에살게되었다며엽서를보내온엄마‘루시’,표나지않게재이의상대가되어주는떠돌이개에이르기까지,‘재이’는자신을둘러싼작은세계안에서조금씩무언가를배워나간다.작가는오빠와단둘이살아가는소녀재이의성장담을통해한개인이끝내세계속으로걸어들어가게되는과정을애틋하게그려내면서감동적인여운을선사한다.

오빠가떠난뒤방에누우니처음부터나혼자만살던방처럼다른여유가생기지않았다.방은오빠가떠나기를기다렸다는듯제몸을알아서오므렸다.언젠가오빠가말해준백색왜성처럼,방은점점작아지고작아지다빛도잃고열도잃고,결국보이지도않는검은구멍이되어나를빨아먹을것이다.나는내가방을떠날날을헤아려보았다.당장이될수도있고,영영오지않을수도있는날이었다.아무균형도규칙도없는그곳에서나는세상에서가장평화롭고따뜻한품을느끼며,다시는깨지않을사람처럼잠을자고잠을자고,잠을잤다.(「팽이」,286~87면)

미학적고뇌와현실과의접합점에대한탐구를멈추지않는작가와그들의역작들은우리문학을지탱해온중요한힘이다.이런미더운작가를새롭게만나는기쁨은우리문학을아끼는독자라면누구나공감할수있을것이다.최진영은지금,그리고앞으로의문학을이야기함에있어가장앞서거론되기에부족함이없는작가이다.수다한이야기를다양한화법으로담아내면서도자신만의세계를단단히구축해가는뚝심,그리고작품안에서독자로하여금각자자신의위치에서이야기를읽어내게끔유도하는작가적역량은만만치않은저력을보여준다.놀라운것은이작가의행보가이제시작에불과하다는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