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빨강 1(큰글자도서) (편혜영 장편소설)

재와 빨강 1(큰글자도서) (편혜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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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편혜영의 첫 장편소설.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쥐를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근무를 가게 된 C국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쫓기다, 쥐를 잡는 임시방역원으로 일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 등을 통해 현대문명의 이면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제약회사에서 약품개발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파견근무를 발령받고 C국의 본사로 떠난다. 마침 C국은 감기와 유사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위생검열이 강화되었고,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상태이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배정받은 제4구의 숙소에서 출근 개시와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본사 담당자 '몰'은 연락이 없다.

문득 본국의 집에 가둬놓고 온 개가 생각나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전처와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한 동창생 유진에게 연락이 닿아 개를 풀어놔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유진은 주인공의 집에 가보니 난자당한 개와 칼에 찔려죽은 전처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해온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본바 자신이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확인하는데….
저자

편혜영

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어쩌면스무번』,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죽은자로하여금』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셜리잭슨상,김유정문학상,제1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출판사 서평

“어두운인간세의초상화,어디에도빈틈이없다”
절대고독의한남자,누가그의아내를죽였을까
한국일보문학상,이효석문학상수상작가편혜영의장편소설

일상의야성성을잔혹한이미지로주조해내는독특한작품세계를펼쳐온편혜영의첫번째장편소설.제약회사의직원으로쥐를잡는능력을인정받아파견근무를가게된C국에서아내를죽였다는혐의를받고쫓기다,쥐를잡는임시방역원으로일하게되는한남자의이야기이다.특유의그로테스크한상상력에밀도높은문장으로극단적인상황에서의인간성상실,소통의부재로빚어진절대고독등을통해현대문명의이면을치밀하게파헤치는이작품은그동안두권의소설집을통해작가편혜영이그려왔던작품세계의결정판이라할만하다.묵시록적이고기괴한요소들이다분하면서도비현실적인가상의상황에서현실적인공감이라는주제의식을긴장감있고집요하게추구했다는점에서잘빚어진장편의세계를확인시켜준다.

어두운인간세의초상화

제약회사에서약품개발원으로근무하는주인공은파견근무를발령받고C국의본사로떠난다.마침C국은감기와유사한전염병이창궐하여위생검열이강화되었고,전염병으로인해도시전체가마비상태이고쓰레기가넘쳐나고있다.배정받은제4구의숙소에서출근개시와명령을기다리고있지만본사담당자‘몰’은연락이없다.문득본국의집에가둬놓고온개가생각나여기저기수소문끝에전처와재혼했다가다시이혼한동창생유진에게연락이닿아개를풀어놔달라고부탁한다.다음날유진은주인공의집에가보니난자당한개와칼에찔려죽은전처의시신을발견했다는연락을해온다.언제생겼는지모를손바닥의멍,머릿속에서완전히사라져버린출국전날밤의기억,유진과의술자리등혼란스러운생각에휩싸여인터넷으로뉴스를검색해본바집근처쓰레기장에서자신의지문이묻은칼이발견되었고자신이유력한살해용의자로지목되고있음을확인한다.뜻밖의소식에당황하던차에누군가숙소의문을두드리자깜짝놀란주인공은창밖쓰레깃더미로몸을날린다.
전처의죽음이라는1부결말부의충격적인사건은일견이작품을추리소설적인분위기로이끌듯싶고,낯선장소에버려지거나고립되는,편혜영전작들에흔히출몰하는전형적인주인공이변주되는듯보이기도한다.그러나이어지는2부와3부에서는편혜영소설의괴기스럽고묵시록적인소재들이전면적으로부각되지않는대신,부랑자생활을하고지하에갇히고쥐잡는방역일을하면서자신의존재감을찾기위해애쓰는주인공이소통의부재로인해겪는절대고독의상황이전면화하며여기에,전처와의지난추억이병치된다.
쓰레깃더미에서살아난주인공은공원근처와아파트근처를오가며부랑생활을하며,본사담당자몰을찾아가자신의처지를알리고자복잡한면담신청만해놓고돌아온다.그러다전염병에걸린부랑자를보디백에싸서버리듯이주인공도삽시간에보디백에싸여하수구에버려지는신세가된다.지하생활을하던주인공은쥐를잡아달라는민원으로하수구에내려왔던방역팀장의손에붙잡혀집단수용시설에수용되면서방역원으로일하게된다.방역활동을하면서도본사주위를맴돌며몰을만날기회를호시탐탐노리다경비가소홀한틈을타본사에잠입하지만몰이전염병에감염되어회사에서퇴출되었다는소식을듣고돌아설수밖에없다.집집마다찾아다니며쥐를잡는방역활동을계속하던주인공은어느집에서쥐꼬리숫자를속이려한자신을위협한주인여자를죽인다.며칠동안자신이묵었던제4구의대형마트에방역을나갔던주인공은전염병이진정되고쓰레기가치워져예전의모습을찾을수없음을확인한다.유진을찾아다시본국에전화를걸지만연락처를알아내지못하고,전처와동명인여자의전화번호를알아내통화를시도하지만끝내실패한다.또다시본사에가서몰을찾지만여전히같은대답을듣게되고,본국의회사에전화를걸어자기자신을찾지만‘그런분은없다’는답만듣곤한다.
자신을본사로불러들인‘몰’은자취를찾을수없고,본국의누구와도통화가성사되지않고,전처의살해용의자란신분으로‘몰’이라고불리며C국에숨어사는주인공은철저하게고립된인물이다.부랑생활을하며쓰레깃더미를뒤지고위생은커녕최소한의인간적삶조차보장받지못하는하수도에서생활하는등의극단적인상황에서주인공이맞닥뜨리는인간성상실과절대고독이란,결코본국에서는상상도못해봤지만주인공에게는너무나도간단하게찾아온시련이다.현대문명에서일상의사소한부분을삭제함으로써벌어지는결과가이토록참혹한몰락의길로이어진다는사실이놀랍도록섬뜩한실감으로다가온다.

현실로의복귀를간절히꿈꾸는주인공과실감의서사

문학평론가차미령은이작품의어느구절을읽는다해도편혜영이라는작가의존재감을쉽게확인할수있고,앞서발표된단편소설들의자취와행로를모두담고있는편혜영소설의결정판이라고볼수있는특징이곳곳에산재한작품이라고논하면서도그차이를이렇게정리한다.

그러나『재와빨강』의세계는불쾌의미학을독보적으로구축했으나그만큼비현실적인괴담처럼다가오기도했던『아오이가든』의세계와도,현대적일상의심부를탁월하게묘파하고있으나다소전형적인수작으로읽히기도했던『사육장쪽으로』의세계와도어느정도거리를두고있다.『재와빨강』은통상적인기대를배반하는가상적인상황을전개하고있으되,플롯의측면에서가장기본적인층위의개연성을놓지않으며,현대자본주의세계의출구없는미로를다루면서도,그미로를통시적인보편이아닌공시적인실감으로육박하게한다.-차미령,「해설-재와피로덮인얼굴」

다소비현실적으로비춰질수있는전염병이창궐하고쥐가들끓는C국에서주인공이처한상황은가상이아니라현실적인공감을이끌어내기에충분한설정이고배경이다.편혜영의전작들에난무했던피와살점의혐오스럽고불편한세계가현실적인공감과는별개로반문명적인상상력의미학을구축했다면『재와빨강』의세계는‘공시적인실감’의끈을놓치지않고있다.참으로있을법한,개연성이충분한이야기인것이다.
이는이야기속에도그대로반영되어나타나는바,주인공은전처와함께했던일상의기억과여행의추억을잔잔하게회상하며어쩌면영영불가능할지도모르는본국으로의귀환과그곳의‘현실’을간절하게그리워한다.장편『재와빨강』의모티프들이이전의여러단편에서움트고있었으나,세계를등지고서있는주인공에게초점이맞춰져주인공의내적·외적변화에서사가집중되는경향을보인다고논한문학평론가복도훈(계간『창작과비평』2010년봄호「K」)역시이를편혜영의전작과차별되는특징으로꼽았다.“비현실적인유령의세계에서현실과접촉”하고자하는주인공의노력은번번이실패하지만그에게는전처와의아름다운기억이나마한모금의생수같다.

그는낯선목소리의상대에게누구를바꿔달라고해야하는지생각하다가누구를찾으시느냐고묻는친절한목소리에현혹된듯매번자기이름을말했다.대부분은잘못들었다고생각했는지다시한번이름을물었다.그는어른의이름을얘기하듯자신의이름을한자한자불러주었으나,그때에도“죄송하지만그런분은없습니다”라는대답을들어야했다./그럼에도몇차례더전화를건것은자신을아는누군가가전화를받는다면,“그분은퇴사하셨습니다”라고대답할지도모른다고생각해서였다.그렇다면그는자신을아는누군가와잠깐목소리를나눈셈이므로그것만으로기뻐하며전화를끊을수있을것이었다.하지만전화를걸때마다자신의이름을다시말해달라는말과“죄송하지만그런분은없습니다”라는말을들어야했다.여러번되풀이된일이었으므로그는실망하지않고전화를끊었다.

C국에서자신의존재를알고유일한사람인‘몰’의행방을그토록애타게찾아헤매는이유도,나아가본국의여기저기에수신자없는전화를걸어누구든(심지어자기자신이라도)찾고자애쓰는이유도모두현실에대한간절함때문이다.이현실을향한간절함이소설의실감을더한다.

그로테스크하고기괴한상상력과불편한진실을다룬작품세계로특징지어졌던작가편혜영이장편이라는형식으로축조해낸공간은소재면에서그의전작들과크게다르지않은게사실이다.그러나그간단편에서는크게두드러지지않았던밀도높은문장과빈틈없는서사의전개는공들여쓴장편의호흡을실감하게한다.주인공이그토록그리던현실은곧작가가궁극적으로도달하고자했던현실적상상력과맞닿아있는것이분명하고,작가편혜영이처음으로선보이는장편의세계는‘어디에도빈틈이없’이‘지독하고정교’(성석제「추천사」)하여주제면으로나기법면으로나한걸음더나아간완성도를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