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1(큰글자도서)

손님 1(큰글자도서)

$19.00
Description
2000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소설을 단행본 출간을 위해 새로이 손본 것이다. 이 소설은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기본 얼개로 하여 씌어졌다. 작가가 베를린에 체류하던 시절 베를린 장벽 붕괴를 목격하면서부터 구상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손님’이란 주체적 근대화에 실패한 우리에게 외부에서 이식된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가리킨다. 작가는 1950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사건을 배경으로 이땅에 들어와 엄청난 민중의 희생을 강요하고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 이 두가지 이데올로기와 그 소용돌이에 휩쓸렸던 인간군상들의 원한과 해원을 그려냄으로써, 이제야 겨우 냉전의 얼음이 녹기 시작한 한반도에 화해와 상생의 새 세기가 열려나가기를 희망한다.
저자

황석영

저자황석영은1943년만주장춘에서태어나동국대철학과를졸업했다.고교재학중단편'입석부근'으로'사상계'신인문학상을수상했다.이후한일회담반대시위에참여했다가경찰서유치장에갇히게되고그곳에서만난일용직노동자를따라전국의공사판을떠돈다.공사판과오징어잡이배,빵공장등에서일하며떠돌다가승려가되기위해입산,행자생활을하기도했다.이후해병대에입대,베트남전에참전하여이때의체험을담은단편소설'탑'이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다시문학으로돌아온다.이후그는'객지','한씨연대기','삼포가는길'등을차례로발표하면서한국리얼리즘문학의새로운지평을열었다.특히1974년부터1984년까지한국일보에연재한'장길산'은지금까지도한국민중의정신사를탁월한역사적상상력으로풀어낸대작으로평가받고있다.1989년방북후독일미국등지에서체류했으며1993년귀국하여방북사건으로5년여를복역하고1998년석방되었다.이후장편'오래된정원','손님','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를발표하며불꽃같은창작열을보여주고있다.'무기의그늘'로만해문학상을,'오래된정원'으로단재상과이산문학상을,'손님'으로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중국,일본,대만,프랑스,미국등지에서'장길산','오래된정원','객지','무기의그늘','한씨연대기','삼포가는길'등이번역출간되었다.주요작품으로'객지','가객','삼포가는길','한씨연대기','무기의그늘','장길산','오래된정원','손님','모랫말아이들','심청,연꽃의길','바리데기'등이있다.

목차

1.부정풀이
2.신을받음
3.저승사자
4.대내림
5.맑은혼

출판사 서평

방북과해외체류,5년간의복역생활을마치고지난해{오래된정원}으로작단에복귀하며독서계에커다란화제를불러왔던작가황석영(黃晳暎,1943년생)의신작장편소설[손님]이출간되었다.[손님]은2000년10월부터2001년3월까지{한국일보}에연재된소설을단행본출간을위해새로이손본것이다.

미국브루클린에사는류요섭목사는고향방문단일행으로북한에가게되는데,요섭의방북을며칠앞두고갑자기그의형류요한장로가숨을거두고그며칠사이요섭은알수없는꿈과환영에시달리기시작한다.요섭은유품으로남은수첩에서요한형이박명선이란여인을만나기로했다는메모를발견하고그녀를찾아로스앤젤레스로향하지만,양로원에서홀로살아가는박명선은류요한장로에대한깊은원한을풀지않고동생요한에게도냉대로일관한다.결국아무소득도얻지못한요한은화장하고남은형의뼛조각하나를챙겨넣은채평양으로떠나기위해비행기에오르는데,홀연망자의유령이나타나고향으로가는그와동행하게된다.

요섭은초현실화속에걸어들어온듯멍한기분으로평양에서며칠을머물다가고향인황해도신천찬샘골로향하고,그러는동안에도형의헛것은그와하나가되었다둘이되었다하면서50여년전과거의아슴한기억으로그들을불러들인다.요섭은형이북에남기고온아들단열과해후하는한편,고향땅에세워진'학살박물관'을참관하며당시생존자의증언을듣는다.한국전쟁당시'미제'에의해자행된양민학살사건의흔적이고스란히보존된그곳에서요한은당시기독청년이던형과연관된,1950년인천상륙이후의끔찍했던45일간의기억을떠올리고는몸서리치며눈물짓는다.미군에의해저질러졌다지만사실은우익기독세력에의해자행된학살만행.서로를죽이고죽던검은유령들이요섭에게떠올라저마다그때를이야기한다.요한과요한의아내,두더지삼촌과이찌로,이렇게산자와죽은자들의해원이시작되는데……

작가도밝히듯이이소설에서'손님'이란주체적근대화에실패한우리에게외부에서이식된'기독교'와'맑스주의'를가리킨다.작가는1950년황해도신천대학살사건을배경으로이땅에들어와엄청난민중의희생을강요하고씻을수없는상흔을남긴이두가지이데올로기와그소용돌이에휩쓸렸던인간군상들의원한과해원을그려냄으로써,이제야겨우냉전의얼음이녹기시작한한반도에화해와상생의새세기가열려나가기를희망한다.{손님}은황석영만이경험할수있었던방북취재,대작가의선굵은서사구조,변화를두려워하지않고늘새로운형식을추구하는실험정신이만들어낸작품이다.특히{손님}은형식적인면에서황해도진지노귀굿의얼개을차용하여작가가새로이구성한,리얼리즘의틀을깨고나온리얼리즘이라할만하다.

황석영이말하는[손님]

[손님]을쓰게된동기에대하여

내가방북했을때저쪽에서방문코스와스케줄을협의해왔는데다른방북자들도그랬겠지만나름대로선택을하거든요.나는만주에서태어나외가인평양에서몇년살다가삼팔선을넘었으니까한번도본적지에는가보지못했어요.

하여튼황해도신천(信川)을방문했는데매우암울하고북한의다른지역에비해서낙후된인상을받았어요.신천에는'미제양민학살기념관'이있고군(郡)전역에걸쳐서학살장소를보존하고있어서더욱어두웠습니다.안내원이격앙된어조로전쟁시기의미군의만행에대하여치를떨며설명하고그물적증거물들을보여주는식이었지요.남한에서의좌우대립에의한농촌공동체의파괴에대하여어릴적부터지겹도록듣고보아온나로서는분노보다는죽은이들의신발이라든가옷가지,또는머리카락따위물건들의생생한보존과인형으로만들어놓은참상의실감나는재현등에소름이끼쳤어요.더구나끔찍한것은전군민의4분지1에해당하는3만5천여명을학살했다는것이지요.몇번의방문중에알게되었지만황해도에는본토박이들이많이살지않는다고합니다.함경도나평안도에서이주시킨사람들이많았어요.북한에서월남자가가장많이나온지역이라는겁니다.미군은남한에서도그랬고북한지역의곳곳에서양민학살을저질렀지만이지역에서만은머무를시간이없이곧바로만주의국경지대를향하여북진했고,중국군이참전하자일제히후퇴했다고전사(戰史)에나와있어서이건무엇인가좀이상하다고여겼습니다.

그래서베를린에돌아가자마자여러가지자료를뒤지기도하고황해도지역에서월남한해외동포들을수소문하기시작했습니다.자료에의하면황해도에는봉건시대부터토착대지주가별로없었지요.북에서는유일한곡창지대인데대지주가별로없었다는게잘이해가안가지요.조선시대부터황해도는토질이좋은데다토반세력은형성되지않아일찍부터궁방전(宮房田)이많았습니다.따라서궁에서온하급아전들과지방마름〔舍音〕들이지주역할을대신했습니다.일찍이다산정약용은곡산군수로서목격한황해도의백성들이일년에여덟가지,많게는열가지이상의부역을지고있어,남도에서아전의수탈과폐해가가장심한전라도보다더하다고탄식할정도였지요.

일제가들어오면서궁방전은곧국유화되거나동양척식회사를비롯한일제의경제기관에흡수되었어요.구한말식민지시대에이르면이들관리인계층이중농층을이루게되는데우리가잘알다시피북선지방사람들은과거에응시할수없었고신분상승을하려면기껏해야향시나보고실직(實職)이아닌직함으로지방에서행세깨나할정도였지요.그러므로이들은진충보국(盡忠報國)에적극적으로나서거나개화하여신지식을받아들이거나했습니다.안중근이나김구같은이들의배경이그렇지요.식민지시대북선에서개화지식인은두가지상반된길을걸었습니다.하나는기독교를통해서,다른하나는당시의선진사상인사회주의를통한개화였지요.사실이들의뿌리는하나였던셈입니다.

해방이되어항일빨치산세력이북한정권의실세가되었고겨우두어달동안에토지개혁이이루어지는데,남쪽에미군정이있는데다시간도없었으며또한전투경험은많지만현장당활동이나교육경험이없는그들로서는지방에서여러가지무리를빚게됩니다.

열정이넘치는반면에교조적인젊은당원들은평양은물론이고신의주나,함흥,원산등지에서기독교로대표된민족부르주아지들의저항에부딪칩니다.더구나당의이론가들은거의가소련에서교육받고자라나조선의실정을모르는스딸린주의자들이었습니다.토지개혁을담당할요원들은모두가이른바기본계급이라고하는빈농층이나머슴같은이들이었어요.이들은오랫동안어느지방한동네에서대를이어살아왔기때문에인정상이나도리상계급투쟁을제대로수행하지못할수도있었겠지요.복잡한공산주의이론보다는'적개심'이가장효과적인교육수단일수가있었습니다.

베트남이나중국의경우,토지개혁과정을착근(着根)이라고하여노련한당일꾼이하방해서마을의농군집에기거하며농사일을도와주면서의식화하여농민스스로가토지개혁의주체로나서게했습니다.그런데북한의경우그런여유와는거리가있었겠지요.

물론이러한조급성은북한정권의책임도있겠지만당시의급박한국제정세와분단의탓일수도있습니다.초창기북한정권의종교에대한정책도이러한조급성과일맥상통하고있습니다.이를테면조만식이나그와비슷한기독교계의지도자들이나지방향신층으로이루어진교계의장로들을포용하지못했고,이들상반된세력은토지개혁에의저항,주일날대의원선거의강행과불참,그리고테러와체포,처형으로맞대결하게되지요.

사회주의와기독교는철천지원수의이데올로기로변하고전쟁전까지형성된지하교회는일종의지하조직으로되었던겁니다.백색테러로유명한서북청년단이나한독당또는반공청년단의정신적근거가사실은기독교,그중에서도개신교와깊게관련되어있거든요.

나는베를린에서장벽이무너지고세계사가격변하는현장에있으면서더욱확신하게된생각이있었지요.'나는내방식으로세계를보겠다'는것이었습니다.그것은'현실주의적생각을동아시아적형식에담는다'는생각입니다.

망명지를뉴욕으로옮긴뒤에통일운동활동으로알게된신천출신어느목사에게서'진실'을알게되었습니다.내가자료를통해가졌던의구심이옳은것으로드러난겁니다.진실은그끔찍한학살이'우리들끼리'이루어졌다는것이지요.이러한내면적인죄의식과두려움이지금도그치지않는광적인증오의뿌리가되었던셈입니다.북이이사건을'미제'라는원인제공자에게돌린것은자신들체제의봉합과해소를위해서였을겁니다.

[손님]은한국전쟁시기서로죽고죽이던저러한악몽의45일을몽환적으로드러내는한판의해원(解怨)굿입니다.사실'손님'은천연두의민속적별명이기도합니다.천연두는17세기에서양에서코친차이나(베트남남부)를통하여중국의양쯔강이남을휩쓸고동북지방을거쳐서압록강을건너조선에들어왔습니다.특히병자호란뒤부터조선에창궐해서풍토병이되다시피했지요.백성들은그것이서병(西病)이라는것을잘알고있어서호구별성(胡寇別星)이라고불렀습니다.호구는오랑캐,별성은궁지키는수문장같은무서운존재이므로말그대로외국병정을말합니다.천연두의다른별명인'마마'라는말도당상관이상의무섭고높은이에게붙이는경칭이라는점에서천연두를얼마나무서워했는지알수가있습니다.{조선왕조실록}의천연두자료를찾아보면각시대마다목차가끝없이나타나서어느자료를뒤져야할지모를정도입니다.마을마다수호신처럼서있는장승이나돌무더기따위도무슨이정표가아니라사실은바로외방에서들어올손님귀신을막자는것이랍니다.

[손님]의형식에대하여

과거의리얼리즘형식은보다과감하게보다풍부하게해체해서재구성해야됩니다.삶은놓친시간과그흔적들의축적이며그것이역사에끼여들기도하고꿈처럼일상속에흘러가버리기도하지요.역사와개인의꿈같은일상이함께현실속에서연결되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주관과객관이분리되어서도안되고,화자는어느누군가의관점이나일인칭삼인칭으로고정된것이아니라등장인물각자의시점에따라서로를교차하여그려서완성시켜줄수있을겁니다.한인물과사건을두고도모든등장인물들이보여주는생각과시각의다양성으로수를놓듯이말이지요.객관적인서술방법도삶을그럴싸하게그린다고할뿐이지삶을현실의양태대로재현하는것은불가능하지요.삶이산문에의하여그대로재현되는것이아니라면,삶의흐름에가깝게산문을회복할수는없을까하는것이나의형식에관한고민입니다.우리민담이그런점에서는화자를통하여시간의흐름을전형화해서는현실과직접대립하지도,그렇다고피해가지도않으면서고통과비애를넘어서지요.나는민담의자연스러운서사성의비밀은과거는물론현재까지도소멸해가는삶을중간이야기꾼을통하여본래의모양대로복원한데서온다고보는것입니다.덧붙이고싶은것은민담이나서사무가(敍事巫歌)가가능성이있다고해서'옛날틀'그대로가져오거나줄거리를빌리는것이아니라그형식의본질을살펴보아야겠다는겁니다.

{손님}은'황해도진지노귀굿'열두마당을기본얼개로하여씌어졌습니다.나는이작품을과거로떠나는'시간여행'이라는하나의씨줄과,등장인물각자의서로다른삶의입장과체험을통하여하나의사건을모자이끄처럼총체화하는'구전담화'라는날줄로서로엮어서한폭의주단을짜듯하였습니다.지노귀굿은망자(亡者)를저승으로천도하는전국적형식의'넋굿'입니다.지방에따라서진오귀,오구,지노귀등으로불립니다.아직도한반도에남아있는전쟁의상흔과냉전의유령들을이한판굿으로잠재우고화해와상생의새세기를시작하자는것이작자의본뜻이기도합니다.
2001년5월황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