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물 사용법 1(큰글자도서) (천운영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 1(큰글자도서) (천운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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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원초적 여성성의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바늘〉(2001), 설화와 상상력을 도입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던 〈명랑〉(2004)에 이어, 소설가 천운영이 세 번째로 발표한 소설집.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실린 이번 단편집을 관통하는 것은, 상처와 상처에 대처하는 방식이자 인간과 세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다.

동성애 코드와 게이, 그리고 일찍 죽은 아이, 혼혈아, 겁탈당한 여자, 사실과 허구를 분간하지 못하는 소설가이자 여교수, 극빈에 노출되고 버려져서 비정상적으로 공격적인 자매, 명확했던 진실조차 흐려지는 늪지대 등 그간 작가가 출현시켰던 특이한 인물과 소재들은 여전하나, 소설집 전반에 걸쳐 흐르는 '눈물'의 모티프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천운영 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그녀의 눈물 사용법〉에 이르러 작가 천운영이 그려온 '욕망의 서사'가 '사랑의 서사'로 이동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그리고 여기에서 천운영 소설의 성숙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천운영

작가.소설집『바늘』『명랑』『그녀의눈물사용법』『엄마도아시다시피』,장편소설『잘가라서커스』『생강』,산문집『돈키호테의식탁』『쓰고달콤한직업』이있다.

수상:2003년신동엽문학상,2000년동아일보신춘문예

목차

소년J의말끔한허벅지
그녀의눈물사용법
알리의줄넘기
내가데려다줄게

출판사 서평

한결깊어지고확장된천운영의세번째소설집
200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바늘」이당선되어등단한이래치열하고아름다운미학적단편을꾸준히발표하며한국소설의수준을한단계끌어올린작가천운영의세번째소설집.장편「잘가라,서커스」(2005)이후3년만에,소설집「명랑」(2004)을펴낸지는4년만에내는작품집으로총8편의단편을묶었다.원초적인육식성과여성적생명력,강렬하고시적인이미지,그리고면밀한취재에서파생되는생생한묘사가압권인「바늘」(2001)과현실세계에설화와상상력을적극적으로도입해삶과죽음의문제를다룬「명랑」을거친작가는이번작품집에서한결깊어진세계인식과다양한문체의변주를들고나와소설영역의확장을일구어낸다.작가는세계에혼재된상처를철저하게파헤치고,상처를대속하는따스한‘눈물’,그리고통념을깨는사랑과치유의‘눈물’을통해독자에게특별한감동을선사한다.

아름다움의본질은성(性)과시간을초월한다
첫작품「소년J의말끔한허벅지」(2007이상문학상우수작)의화자는사진관을운영하며젊은여자나예비부부의누드사진을전문으로찍어주는사진사다.그와아내는서로에게어떠한욕망도느끼지못할만큼부부관계가위태롭다.그는체계적인몸관리로젊음을유지하는아내의몸을비현실적으로느끼고,젊은이에대해서는증오와부러움이라는양가감정을지닌다.아내역시늙어가는그에게권태로움과싫증을느낀지오래다.게다가그는“카메라를통해육체를바라볼때만흥분”하고,“조명을받으며카메라에들어온몸만이피가흐르고온기가도는살아있는몸”으로받아들인다.이러한그의일상에열여덟살소년이끼여든다.사소한시비끝에소년과싸움을벌이다다친그는합의금대신에일년간소년을조수로고용해일을시키기로한다.그에게소년은새로운욕망의대상이되지만아내와소년과의관계를의심하는그는소년의밝고건강한젊음에서동경과질투와증오를동시에느낀다.어느날아내에게서이혼을통보받은뒤사진관으로향한그는소년이아내의누드를찍고있을거라는예상과달리피사체로앉은알몸의노파,소년의할머니를보게된다.

조명아래쑥스럽게웃고있는여자는아내가아니다.상의를벗고앉은여자는바로늙고야윈노파다.(…)그는조명아래에서노파의몸이살아나는것을본다.그것은그가여태상상하고단정지은추악하고안쓰러운늙음이아니었다.(…)조명아래에서노파의몸은부끄러워하고시샘하고달아오르는소녀의몸이었다.소멸과생성이공존하는원숙한자연이자소녀인노파의몸.

화자의젊음과늙음에대한편협한사고와뷰파인더로만가능했던욕망이뒤집히는장면이다.작가는이소설을통해뷰파인더안과바깥을넘나드는동시에일반적인상상과편견을넘어서는,즉현상과본질을관통하는‘아름다움에실체’를성공적으로보여주고있다.‘남/녀,늙음/젊음,미/추’라는도식적인관념을부수고난자리에는성과시간을초월하는미의본질만이남는다.노파의몸에서소녀를읽는것이나소년에게서동성애적인연민을느끼는것도이러한본질과관련된다.‘소년J의허벅지’로표상되는근원적인아름다움이순수한욕망의대상으로떠오르는이러한미의세계에서는성별도시간의흐름도사라지고눈부신풍경만이남게되는것이다.

상처와삶의고통을대속하는눈물사용법
표제작「그녀의눈물사용법」에서‘그녀’가일곱살일때태어난미숙아남동생은인큐베이터사용료가없어서장롱에갇힌채단하루를살고죽는다.3년뒤그녀가홍역을앓던어느날,‘그애’는우량아의모습으로다시나타나7년동안성장하여일곱살이된뒤에는성장을멈춘채로20년을그녀의곁에머문다.그애는“서른일곱살여자의몸속에살고있는,단한번도울지않은영원한일곱살소년”이다.가족들은그녀의오라비가조울증을앓는것도그애의원혼때문이라고생각한다.아비는그애의시신을한강에띄워보냈노라고뒤늦게고백한다.가족들은30년만에때늦은천도제를지내고,거짓말처럼오라비는평온을되찾는다.하지만그녀는그녀를지켜주며살게했고울지않게한그애를떠나보낸것이다.이소설에서우는것은남자들이고여자들은울지않는다.그녀가그렇고,바람나서떠났다돌아온남편을먼저보낸할머니도,유방절제수술을받은어머니도울지않는다.

눈물은감정의늪이다.유약한인간들만이제가만든늪에빠져허우적거리는법이다.눈물은굴복의다른이름이다.아픔과고통에대한,조롱과비난에대한,슬픔과고독에대한굴복의징표다.나는눈물대신오줌을싼다.울고싶을때오줌을싸다가문득문득돌출된성기를가지고태어났으면좋았을거라는생각이들때도있다.나는몸을탓하는대신다른방도를찾기로했다.침을뱉거나땀을흘리는것으로도몸의물기는배출될테니까.

이처럼작가는통념으로작용하는눈물을거부하고제의로서의새로운눈물의의미를이야기한다.유약함과보호받기위한무기로서의눈물이아니라치유하는적극적인‘눈물의사용법’을들려주는것이다.‘이중자아’라할수있는‘그애’와의재회나이별을묘사하고,눈물에대한기존의남녀상을무너뜨리면서친구‘게이년’과같은모호한‘성정체성’을등장시키는것도눈물의영역을넓혀새로운보편성을획득하려는작가의의도로읽힌다.때문에‘눈물사용법’이상처의변주이자,상처와삶의고통을대속하는방법,상처에대응하는방법으로다가오는것은지극히당연한것이다.이눈물의의미는삶에대한따스함이자연민,또는사랑으로확장된다.이러한눈물의맛은그래서‘짜고시고달’수밖에없을정도로복합적이다.이것은자살한아이의천도제를지낸또다른‘여자’에대한‘그녀’의연민과애정이담긴다음장면에서아름답고감동적으로구현된다.

나는여자에게내속에살았던소년얘기를해주었다.눈물을흘리지않는여자들의이야기도해주었다.그리고그애가남기고간양말한짝을선물로주었다.내위에누운여자가나를바라보며눈물을흘렸다.여자의눈물이내눈꺼풀을적셨다.눈꼬리로떨어진눈물이내것인지여자의것인지분간이되지않았다.여자의눈가에혀끝을갖다댔다.눈물은짜고시고달았다.나는아직도눈물이나올때면오줌을싼다.오줌을싸면서나는자그마한고추를내놓고오줌을싸는일곱살소년을생각한다.내안에여전히살고있는울지않는소년.

발랄한어법으로치부를파헤치다
이번소설집에서독특한위치에있는작품「알리의줄넘기」의주인공은혼혈소녀‘김알리’다.할머니가‘제니’라는이름으로노래를부르던시절흑인군인과결혼해서혼혈아를낳았고,무하마드알리에열광한그아이가자라낳은딸의이름을알리라짓고권투(줄넘기)를가르쳤다.알리는혼혈을왕따시키는동급생들에게도당당하고,치매에걸린할머니도잘보살핀다.그녀는아버지와씨다른남매이자땀냄새에집착해서주로막노동현장의남자들과사랑에빠졌다가상처받기를되풀이하는고모에게도어른스럽고,삼년째소식이없는아빠를원망하지도않는다.“유머있는알리가될순없어도슬퍼하는알리가되어서는안돼”(14면)라고다짐하기도하는이소녀는소년같이씩씩하고철이빨리든아이다.
민족주의,인종주의등에대한문제의식이다분한작품이지만작가는이문제를힘주어제기하거나무리하게노출시키지않는다.다만소녀의일상을통해경쾌하게소설을진행시킬뿐이다.고모의입을통해말하듯,“대부분의농촌총각들이베트남여자와결혼하는마당에”민족주의를이야기하는것은중요하지가않다.그것은어쩌면아이때나타났다가사라지는‘몽고반점’같은것이다.시종일관유지하는이러한발랄한어조를통해작가는우리가의식하지못하는사이에우리의내면깊숙이가려진치부를아프게까발린다.그리고그육중한문제들을‘우리’라는간단한말로치환하면서심각하지않게결말을완성하는데,여기에서뿜어져나오는힘이곧천운영소설의저력이기도하다.“더블더치를하려면두개의줄넘기와적어도세사람이필요하다.그래서지금줄넘기를하나더사러가는것이다.줄넘기를사면손잡이에더블더치를할‘우리’의이름을또박또박적어야지.나는지금‘우리’를만나러간다.”

음악처럼울리는상처와욕망너머의세계
제자와의성스캔들이와전되어늪지대로도망친사내의이야기를다룬「내가데려다줄게」(발표당시제목은‘틈’,2008이상문학상우수작)역시아름다우면서도완성도가높은작품이다.“내죽음이진실을대신하리라”라는유서를쓰고늪으로들어간사내는늪지대에서생계를꾸려가는한가족에의해구조된다.안개가자욱한늪지대라는공간처럼소녀와어머니와할머니로구성된이가족의존재도비현실적이다.“꿈과생시,이승과저승,삶과죽음,그좁은듯하면서광활한사이혹은틈새”라할수있는비현실적인배경에서사내가증명하려는‘진실’이나욕망의본질과대상은무의미해진다.“글쎄다,진실이뭔지도모르겠는걸.”명확하지않은진실을찾기보다는뱀들이“허물을벗기위해흐린안개눈을하고늪으로”오는것처럼사내역시재생과상처의치유를위해늪지대로들어선것이다.이런맥락에서읽으면늪과안개와그를구한여자(소녀의어머니)는소생의근원지인셈이다.사랑의완성을위해지어진‘노래하는탑’이라는소재역시,명확하게설명할수없으나분명하게존재하면서‘숨소리’나‘눈물한줄기’에도아름답게반응하며울리는자연음의근원지이다.사내가다시늪으로들어가는결말부분의문장,“따뜻한늪이데려다줄것이다,안개를피워올려,그곳으로”에서알수있듯이,작가는늘상반복되는진실찾기와상처와욕망너머의세계,허물을벗고난세계로우리를데려다주고있는것이다.

사랑노래,봄에부르는겨울노래
상처받고그상처로꽃을피우는여자가등장하는「노래하는꽃마차」는모든상처에민감하게반응하며대처하는비참하면서도역설적인사랑이야기이다.유년시절‘그녀’의가족은‘찬양사역단’이었다.광신적인신앙을가진어미에게는‘거인가족’에어울리지않는작고가녀린막내딸이하나님의은총을받지못한것으로보였다.애정을바라는소녀를어미는밀쳐내기만하고딸이꺾어준봄꽃으로외려딸을후려친다.소녀는여자로성숙하지만상처는더욱깊어진다.어미는자라면서피어나기시작하는딸의아름다움을죄악의근원이라저주하고,오빠는하나님을빙자해그녀를겁탈하고,주점에서노래를부르기시작한이후에는또한많은남자들이그녀를범한다.이상처를이겨내게하는것은그녀자신이부르는노래와한남자의사랑이다.12절로구성된각절에서인칭과화자를달리하면서반복하는독특한구조를통해작가는여자의고통스러운상처들을극대화하거나어루만진다.결핍과폭력과상처를드러내는처연하면서도아름다운어법이두드러진다.“초콜릿을주던사내애”“먹을것을주며노래를부르라던사내”“부르기도전에입을막던사내”“시커먼짐승을입안에쑤셔넣던사내”들에겁탈당하고상처받은한여자의‘사랑노래,봄에부르는겨울노래’가봄과꽃과대조를이루면서아프게전해지는작품이다.

이밖에도세편의짤막한소설(〈나와롤리타〉〈마우스피스〉〈사내와개와오동나무〉)과〈작가후기〉로엮여진독특한구성의「내가쓴것」,애완동물을키우다버리는한여자의허세와가식적인삶을통렬하게까발린「백조의호수」,버려진아이들에대한매스컴의관심이무관심으로변하는과정과사회의허위의식을아이들의대화를통해고발하는「후에」역시만만치않은여운과감동을남긴다.

천운영소설의성숙한변화
문학평론가신형철은해설에서,지금까지의천운영소설은“90년대여성소설의여성상을넘어서는가능성”과“리얼리즘의갱신을위한단초”를제공했고,이번소설집에이르러서는‘욕망’과‘사랑’이혼재되어있으면서도‘욕망의서사’가‘사랑의서사’로이동하고있음을읽어낸다.그는또천운영소설에서성숙한변화를적절하게감지해낸다.

핏물이쓰는소설과눈물이쓰는소설.비유컨대그녀의세번째소설집에더많이함유되어있는성분은핏물이아니라눈물인것같다.그녀가핏물보다는눈물을더많이‘사용’했기때문일것이다.이변화를‘욕망에서사랑으로’라는말로정리하면어떨까.(…)천운영은변화를선택했다.그래서어떤것을버렸고어떤것을얻었다.써왔던세계에안주하지않고써야한다고믿는세계로나아가려한다.모든작가는그자신의이름이보통명사가되려는순간에다시한번고유명사가되기를선택해야한다.이제천운영이라는이름에서우리가떠올리곤했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