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축제 1(큰글자도서)

날마다 축제 1(큰글자도서)

$19.00
Description
19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영숙의 두 번재 소설집. 2002년 봄부터 2004년 봄 사이에 발표한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불화를 겪거나 피로에 지쳐 부유하는 주변적 존재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평범하고 소박한 꿈마저 이룰 수 없는 현실을 환상과의 대비를 통해 강렬하게 드러낸다.
저자

강영숙

1998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흔들리다』『날마다축제』『빨강속의검정에대하여』『아령하는밤』『회색문헌』,장편소설『리나』『라이팅클럽』『슬프고유쾌한텔레토비소녀』『부림지구벙커X』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백신애문학상,김유정문학상,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씨티투어버스/봄밤/태국풍의상아색쌘들/날마다축제/빙고의계절

출판사 서평

1998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한강영숙(姜英淑)의두번째소설집.강영숙은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고,첫번째창작집『흔들리다』를펴내면서“소설속인물들의,발화점에이른긴장과뜨거움과위태로움이독특한미학을이루며”“인간이자기안의공동에의해어떻게파괴되어가는가를마치임상보고서처럼건조하고냉정한문체로섬뜩하게그려내고”(오정희,소설가)있다는평을받으며문단의관심을모았다.
이소설집은2002년봄부터2004년봄사이에발표된9편의단편소설로구성되어있다.일상과사물에대한세심한관찰과꼼꼼한묘사,삶의이면에감춰진불안과고통이떠오르는섬뜩한기미를포착하는민감한시선등은다른여성작가들의작품에서도찾아볼수있는특징이겠지만,“당대그어떤소설가도이토록참담하고그로테스크한배경을마련해놓고그속에자신의등장인물들을데려다놓은적은없었다”고(김형중,문학평론가)지적될만큼,강영숙은현대사회에서불화를겪거나피로에지쳐부유하는주변부적존재에대해깊은관심을가져왔다.

「씨티투어버스」는오랜불황끝에공항폐쇄조치가예고된불길한도시에서씨티투어버스를타는여자가화자로나온다.씨티투어버스는광화문,이태원,남산,동대문시장등을거쳐처음출발했던자리로돌아오는도심순환버스이다.날마다씨티투어버스에오르는승객들은공항폐쇄위기에처한암울한도시풍경을바라볼뿐달리할일이없는사람들이다.한때사랑했으나서로폭력을가하고상처를입히는부부,남편에게맞아멍든몸을가리기위해검은터틀넥원피스를입고음식을우적우적먹어치움으로써스스로를위로하는여자.이렇게파국으로치닫는삶의순간순간에문득대평원을달리는들소떼의환영이나타났다사라진다.작품말미에등장하는,벼랑끝을향해맹렬히질주하는들소떼꿈은공항이폐쇄되고부부관계가파탄나는어두운현실을짐작케한다.작가는이작품의배경인폐쇄된도시와그속의인물들을“도시가매머드처럼커질수록사람은벌레처럼작아진다.내가본도시인은햇빛을보지못하고,고층에서일하다가담배를피우려고수십층을내려와야하는피로한사람들”이라고말하며,또이작품속의들소떼의환영에대해“환상은따로떨어진게아니라엄청난현실에서비롯되는것.현실과밀착하면할수록환상이가깝게느껴진다”(한국일보)고설명하고있다.
「봄밤」에서는경춘국도변에서흰장갑을끼고구운오징어를파는여자가나온다.여자가살고있는곳은놀이공원‘매직스노랜드’가있는인공호수주변이다.놀이공원이열려있을때,그곳은화려한모형과캐릭터인형,행락객들로떠들썩하고화려하지만,불이꺼지면거리에는오물이넘쳐나고모형비둘기는날기를멈춘채허공에박히고,캐릭터인형들은볼품없이접힌채트럭에실린다.놀이공원을채웠던사람들이빠져나간거리에는고양이떼가배회한다.여자는이렇게황량해진놀이공원속에서문득“누가내몸한가운데다집을짓”고있음을(임신을했음을)깨닫는다.강렬한정서를품은여러이미지들은피곤에찌든인물들의생활과연결되어있다.
「태국풍의상아색쌘들」에는투자에서실패해큰빚을진채여행을떠나는한무리의젊은이들이나오는데그들의대화는무척경쾌하게처리되어있다.죽을까말까망설이던그들은온가족이동반자살한모습을보기도하고마지막추억을공유하며밥을먹고술마시고별의미없는수다도떨어보지만결국은죽지못하고도시로돌아와덤덤한듯일상에돌아간다.
「날마다축제」의여자는아이를낳았지만남자에게아이를빼앗기고만다.아이의행방은끝까지밝혀지지않고아이와행복하게살고싶은여자는다만환상을그려볼뿐이다.아이를찾다가들른과수원너머의집에서여자는아이와함께평온한시간을보내는데,이런아름다운순간은이미홍수에쓸러나간폐허속에서화자가환영으로만겨우되살려낸것에불과하다.아름다운시간을꿈꾸는것이얼마나힘겨운환각인가가암울한현실과대비됨으로써뚜렷하게드러난다.
이처럼강영숙소설에서척박한현실속에서피어올린환상적인장면들은비루하게살아가는존재들의온기를향한몸부림이나가슴저릿한삶의향기를연상시킨다.환상은생생한구체적실감을갖추고있으며,개인의의식너머에서일렁이는현실의또다른모습처럼그려져있다.
연말저녁,아이의유치원행사에참여한주인공에게걸려온옛고향친구의영문모를전화한통으로뒤흔들린서너시간동안의일상을긴장감넘치게그려낸「빙고의계절」,극심한황사바람에휩싸인도시를배경으로결벽증에걸린옛여자친구와암으로한쪽유방을도려내는어머니가등장하는「오아시스」,해변까페의종업원을꿈꾸어왔지만부실공사로말썽많은호텔에서일하는서른아홉의외로운여자가나오는「별빛은,별빛은」등역시흥미롭게읽힌다.이작품들에서절망으로부터벗어나려는욕망의구체성이명확하면할수록환상의이미지와그것이주는실감은도드라져보이고현실성과환상성의경계에는치욕의일상을견디고하루아침에상황이호전되지않는다고좌절하지않으려는간절함이실려있다.
강영숙은평범하고소박한꿈마저이룰수없는현실의가혹함을꾸밈없이드러내고이를환상으로대비하는예외적재능을보여준다.이번소설집은문학적감동이날로귀해져가는요즘세태에독자들에게특별한기쁨이될것이다.